일본 번역 괴담/괴담

일본 번역 괴담 - 상자 속의 소녀

레이사엘 2019. 4. 4.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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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자 속의 소녀

 

10년 이상 전의 이야기입니다. 당시, 저의 할아버지는 실력 좋은 창호 장인이셨습니다. 저는 그런 할아버지의 일솜씨를 바라보는 것이 좋아서 자주 작업장에 드나들었습니다.

 

그 날, 저는 평소처럼 할아버지 집에 방문해, 떨어져있는 나뭇조각을 주워서 놀고 있었습니다. 눈앞에서, 할아버지가 작업대 앞에 앉아 묵묵히 일을 하고 계셨습니다. 거친 손이 야무지게 움직이고 나무를 깎거나 부품끼리 조립해 맞춰보거나, 그 훌륭한 기술에 저는 잠시 놀던 손을 멈추고 넋을 잃고 바라봤습니다.

 

잠시 뒤 묘한 것을 깨달았습니다. 할아버지의 등 뒤쪽 벽에 오랫동안 써온 검고 윤이 나는 나무판자 몇 장이 기대어 세워져있었습니다만. 그 판자와 판자 틈에서 단발머리 소녀의 얼굴이 들여다보고 있었습니다.

 

판자와 벽 틈에서 오른쪽 얼굴 반만을 내밀고 들여다보는 듯한 모습으로 몸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얀 얼굴의 반쪽만이 어두운 방구석에서 오도카니 떠올라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저는 묵묵히 손을 움직이고 있는 할아버지의 옆을 지나쳐 벽 쪽으로 다가갔습니다. 제가 다가가도 하얀 얼굴은 미동도 하지 않고 할아버지의 등을 지그시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역시 몸과 얼굴의 오른쪽 반 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벽과 판자 사이에는 사람이 들어갈 정도의 틈새는 없었습니다.

저는 소녀의 얼굴에 말을 걸려고 했습니다――

 

“…말 걸면 안 된다.”

갑자기 할아버지가 언성을 높였습니다. 들어본 적도 없는 낮은 목소리. 뒤돌아보니 할아버지는 변함없이 작업대를 향한 채로 이쪽에 등을 돌리고 있었습니다.

 

――할아버지, 이 아이 누구야?

“그 녀석은 말이다, 내가 거기 있는 나무로 만든 상자 속에 있던 여자야. 됐으니까 놔둬.”

그 말의 의미는 알 수 없었지만 저는 일단 벽 쪽에서 벗어났습니다.

 

그 후에도 할아버지는 뒤를 돌아보지 않고 일을 계속 하셨습니다. 저는 다시 나뭇조각으로 놀기 시작했는데 왠지 모르게 신경 쓰여 할아버지의 등 뒤를 봐보니 어느 샌가 얼굴은 모습을 감췄고, 뒤에는 광택이 나는 검은 판자가 늘어서있을 뿐이었습니다.

 

할아버지 집에는 그 후에도 자주 놀러갔지만 그 얼굴을 보는 일은 없었습니다. 그 뒤로 10년 정도 지났던 재작년의 초봄, 할아버지는 병으로 쓰러지셔서 입원하셨고 머지않아 돌아가셨습니다.

 

장례식 당일, 관 속에 넣기 위해서 할아버지의 추억이 담긴 물건을 모았습니다. 그 안에 작은 나무 상자가 있었습니다. 10cm길이 정도의 검은 윤기가 도는 상자. 그걸 보자마자, 그 벽에 세워져있었던 나무판이 뇌리에 떠올랐습니다.

 

――그 판자로 만든 상자인가?

들어보니 의외로 무거웠습니다. 뚜껑이 없어서 흔들어봤지만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습니다. 죽기 직전까지 할아버지를

돌보셨던 할머니가 말하시기를 늘그막인 할아버지는 이 상자를 매우 소중하게 다뤘고 병원에도 베갯머리에 두었다고 합니다. 그럼, 이라 말하고 상자는 할아버지의 머리 쪽에 두기로 했습니다.

 

이윽고 장례식이 시작했지만 그 때 묘한 일이 생겼습니다. 스님이 자꾸만 관 안쪽을 들여다보는 겁니다. 미심쩍게 생각한 아빠가 물어보니 “이 사람, 진짜로 죽은 거죠?”등의 영문을 알 수 없는 소리를 하는 겁니다. 아빠는 조금 어이없어했습니다. 불경을 한창 읽고 있는 와중에도 스님은 자꾸 관을 신경 쓰는 듯한 행동을 보이며 몇 번인가 독경이 멈췄습니다. 장례가 끝나고 할아버지의 유체는 화장장에서 태웠습니다.

 

화장한 뼈를 줍기 위해서 가족을 부르고 소각로에서 커다란 받침대가 옮겨졌습니다. 가까이 가보니 마치 난로와 같이 뜨거운 받침대 위에는 하얀 뼈가 재에 묻혀있었습니다. 그걸 쇠젓가락으로 주우니 담당자가 뼈의 부분을 가르쳐줬습니다.

 

“...두개골은 나중에 뚜껑으로 사용하니 놔두십시오.”

“울대뼈는 어떤 거죠?”

“이겁니다.”

주운 뼈는 차례차례 항아리에 넣었습니다. 그러나 항아리는 좀처럼 가득차지 않았습니다.

 

“좀 더 주워주십시오.”

“하아... 그래도 그다지 남지 않았군요.”

“이곳의 화로는 새거라서 거의 불타버립니다. 노인분들은 대부분 적습니다. 이 분은 많은 편입니다.”

“건강한 사람이었으니까요... 이건?”

“그건 골반이군요. 그 옆이 대퇴골입니다.”

“이건?”

“울대뼈군요.”

 

방에 있던 모두가 의아해하며 얼굴을 마주봤습니다. 울대뼈는 방금 항아리에 넣었기 때문입니다. 담당자가 모은 두개골을 조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건 ――뼈가 많군요...”

그 뒤부터가 큰일이었습니다. 경찰이 오고 저희들은 집에 가지 못한 채 화장터에 못 박혀 있었습니다.

 

화장터의 직원과 경찰이 조사해본 바, 뼈는 대부분이 재가 되긴 했지만 어쨌든 머리 부분 뼈가 두 사람 분이 있다는 게 판명 됐습니다. 단지 그게 누구의 뼈인지가 불명이었습니다. 저희들은 몇 번이고 조사를 받았지만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건지 짐작도 가지 않았습니다.

 

관 뚜껑은 출관 직전에 참석자의 눈앞에서 못을 박았는데 그 때까지, 물론 관 안에 사람의 머리가 들어있지 않았습니다. 들어있던 걸 말하자면 할아버지의 유체와 유품 여러 개, 그리고 그 검은 상자뿐이었습니다. 크기를 봤을 때 상자 안에 사람의 머리가 들어있었다고 생각 할 수 없습니다.

 

그럼, 안에 뼈만이 들어있었던 것인가? 하지만 살이 없이 드러난 뼈는 바로 불타버려서 남는 게 없다고 합니다. 결국, 무언가 결론도 나오지 않은 채 한밤중이 지나 해산하게 되었습니다.

 

할아버지의 유골은 한동안 경찰에 맡겼지만 사십구일 때까지는 돌려받아서 지금은 묘 밑에 묻혀있습니다. 신원 불명의 뼈에 대해서는 훗날 울대뼈 부분을 경찰에게서 양도받았습니다. 그걸 작은 상자에 넣어서 할아버지의 묘 옆에 묻고 비석 대신에 커다란 돌을 두었습니다. 지금으로서는 딱히 별다른 일은 없습니다. 사건의 진상은 지금도 알 수 없는 채로 끝나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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