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6. 인비저블맨 (The Invisible Man), 2020
(스포)
코로나 터지기 전부터 관심 갖고 있었던 영화(보통 문화가 있는 수요일에 영화를 보러 가면 항상 사람이 가득했는데 사람이 진짜 적어서 코로나 영향이 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라 1917을 다시 한번 볼까도 생각했지만 이걸 보기로 정했다. 사실 처음엔 그렇게 큰 기대를 안 했었다. 뭔가 그냥 내 머릿속의 투명인간은 옷 같은 거 입어서 사람 실루엣이 보이는 약간은 허접한 게 떠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이 바뀐 건 짧은 예고편을 보고 나서였다. 근데 예고편 보고 나서도 그냥 안 보이는 게 그렇게 무서울 수 있나? 했는데 투명인간에게 공격받는 피해자의 시선에서 진행되는 영화는 엄청나게 긴장감 있었다.
한쪽 면은 파도치는 절벽, 다른 쪽 면은 숲과 도로에 접해 있는 외딴 저택해서 영화는 시작된다. 남자친구 (어디서는 남편이라고 하는데 어느 쪽이 맞는지는 잘 모르겠다) 애드리안과 함께 자던 세실리아는 살그머니 빠져나와 침대에 숨겨놨던 피임약을 챙긴다. 애드리안이 깰까 봐 몇 번이고 확인하고 CCTV도 애드리안이 자는 침대 쪽으로 방향을 바꾸고 CCTV의 모바일 영상으로 그의 동향을 계속 살핀다. 잠옷에서 평상복으로 갈아입는 동안에도 혹시나 애드리안이 깰까 봐 불안해하는 세실리아의 모습에 나까지 불안해졌다. 애드리안에게는 신경안정제를 먹여서 잠을 재운 상태이긴 했지만 그래도 불안한 건 어쩔 수 없었다. CCTV도 한두 군데에 있는 게 아니라서 세실리아는 애드리안이 자고 있는 침실을 제외한 모든 CCTV을 꺼버린다. 거기다 집도 상당히 커서 이동하는데도 시간이 꽤 걸렸다. 세실리아가 집 밖으로 탈출하기 전 탈출 방지용 전기충격기 목줄을 차고 있는 강아지 제우스가 불쌍해서 (사냥개 느낌?) 목줄을 풀어주는데 하필 제우스 엉덩이가 차에 부딪치는 바람에 경보음이 울리고 애드리안도 잠에서 깨어난다.
세실리아는 집 담 너머로 가방을 던지고 자신도 담을 타서 넘는다. 평소에 쉽게 탈출하지 못하도록 여러모로 신경쓴 것 같다. 세실리아는 손전등을 들고 어두운 숲길을 달려 나간다. 어느 정도 달려 나가니 도로가 있었고 세실리아는 누군가를 기다린다. 잠시 후 멀리서 차 하나가 다가오고 그건 세실리아의 언니 에밀리의 차였다. 차를 타자마자 빨리 문 잠그고 출발하라고 소리치는데 숲 속에서 애드리안이 달려 나와 차 창문을 두드린다. 그러더니 아예 차 창문을 주먹으로 깨고 차 문을 열라고 소리치며 문을 열려고 달려든다. 애드리안이 차 문을 열기 전에 겨우겨우 그곳을 빠져나갈 수 있었다. 애드리안은 창문을 깬 바람에 피투성이가 된 손으로 세실리아가 떨어트린 피임약 통을 줍는다.
2주 후, 세실리아는 친구 제임스의 집에서 머문다. 그녀는 2주 동안 단 한번도 집 밖으로 나가지 않은 상태였다. 제임스는 에밀리와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조금이라도 밖에 나가기를 권유한다. 세실리아는 길 밖으로 나가 우편함에서 우편을 꺼내려 하지만 조깅을 하는 후드 쓴 남자가 지나가자 화들짝 놀라며 다시 집 안으로 들어온다. 그녀는 애드리안에 의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었다. 그런 와중 언니 에밀리가 찾아오고 세실리아는 여기 찾아오지 말라고 하지 않았냐며 화를 낸다. 애드리안은 언니의 집을 알고 있으니 분명 미행해서 따라올 거라는 것이다. 세실리아가 제임스 집에 머물고 있는 건 아무에게도 자신이 거처하는 곳을 알리고 싶지 않아서였다.
에밀리는 이제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며 애드리안이 자살해서 죽었다고 한다. 하지만 세실리아가 생각하기에 애드리안은 그렇게 쉽게 죽을 인간이 아니었다. 어쨌든 애드리안이 죽었다고 하니 세실리아는 그제야 마음 놓고 바깥을 나갈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왜 그렇게 애드리안을 무서워했는지 에밀리와 제임스에게 털어놓는다. 그는 세실리아의 모든 것을 통제하려고 했다고 한다. 외견부터 시작해서 무엇을 생각하는지까지도 모두 제어하려고 했다고. 심지어 그는 때리기까지 했으며 억지로 아이를 갖게 하려 했다. 그는 유난히 애를 낳기를 원했다고 한다. 세실리아는 애까지 생기면 정말로 도망칠 수 없다고 생각해 피임약을 먹어왔다고 한다.
이렇게 통제 되는 삶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세실리아는 탈출하기로 결심했고, 에밀리를 불러서 도망쳤던 것이다. 이제 모든 게 끝나는가 싶었는데 세실리아에게 편지가 왔다. 세실리아가 사는 곳을 아는 건 아무도 없는데도 말이다. 그 편지의 내용은 죽은 애드리안이 유산 상속자로 세실리아를 지목했다는 것이었다. 어이없게도 그 상속 재산을 관리하는 변호사는 애드리안의 동생 톰이었다. 톰은 변호사였고 죽은 애드리안을 대신해 유언을 읽어주겠다고 한다. 유언 내용은 왜 자신을 못 믿었냐, 그래서 도망갔냐 그런 뉘앙스였다. 에밀리는 괴로워하는 세실리아를 위해 읽는 걸 중단시키고 이메일로 주면 읽어보겠다고 한다. 톰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이라며 계속 읽어나가려 했지만 어쨌든 읽는 건 중단시켰고 500만 달러를 상속받고 싶으면 서류에 사인을 하고 계좌를 개설하라고 한다. 세금 문제 관련으로 4년 간 10만 달러를 한 달마다 받게 된다고 했다. 그리고 이걸 받는 조건은 온전한 정신이어야 하며, 범죄를 저지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세실리아는 그 돈을 제임스의 딸 시드니의 학비에 쓰기로 한다. 시드니의 이름으로 계좌를 개설해서 매달 돈을 받게 해준 것이다. 처음엔 서프라이즈 선물이라며 눈 가리고 보여준 건 사다리였던 터라 시드니가 실망했었는데 사다리 위에 올라가 놓인 편지 봉투 안에 들어있던 게 바로 통장 관련 서류 (아마도)였다. 시드니는 가고 싶은 대학에 가는 걸 돈 때문에 그랬던 건지 반대당하던 상황이라 제임스와 함께 매우 기뻐한다. 그렇게 셋은 샴페인도 마시며 기뻐하는데 누군가가 그 모습을 지켜보는 시선이 나온다. 누군가가 나온 건 아니고 말 그대로 지켜보는 시선.
다음날 제임스는 경찰 일 하러 가고 세실리아는 음식을 만들다 칼을 놓고 베이컨과 계란 후라이를 프라이팬에 올려둔 채 잠들어 있는 시드니를 깨우러 간다. 그런데 그 사이 도마 위에 올려놨던 칼이 누군가가 가져간 것처럼 사라지고 원래라면 활활 타지 않았어야 할 가스렌지 불이 갑자기 엄청나게 타올라서 음식까지 불이 옮겨 붙어 버린다. 시드니와 함께 내려온 세실리아는 깜짝 놀라 물을 부으려 하는데 시드니가 소화기를 꺼내서 불을 순식간에 꺼버린다.
이후 세실리아는 건축 회사에 면접을 보러 가기 위해 가는데 면접 때 보여주려고 했던 포트폴리오가 가방 안에 없다. 분명 세실리아는 챙겼는데 말이다. 이때부터 뭔가 세실리아는 불안함을 느끼기 시작하고.. 갑작스럽게 면접 도중 쓰러져버린다. 병원에서는 일단 피검사만 하는데 검사 결과는 나중에 알려준다고 한다. (영화 순서가 조금 헷갈려서 스토리 순서가 완전 맞지 않을 수도 있다) 본격적으로 투명인간의 괴롭힘이 시작된다. 잠을 자고 있는데 이불이 스르륵 침대 밑으로 내려간다. 그 뒤 카메라 플래시 불빛이 여러 번 번쩍인다. 문득 잠이 깬 세실리아는 이불을 덮으려 하는데 이불이 없다. 일어나서 침대 밑에 있는 이불을 들어 올려 다시 침대에 누우려 하니 이불이 마치 누군가가 밟은 것처럼 발자국 표시가 나고 움직이지 않는다. 그리고 그 발자국은 한걸음 자신에게 다가온다. 놀란 세실리아는 제임스를 부르고, 제임스도 놀라서 방으로 곧장 찾아온다.
세실리아와 함께 자던 시드니도 놀라서 호신 스프레이 (제임스가 선물해준 거라 한다)를 들고 경계 태세를 취한다. 제임스는 누구한테 그걸 쏠 거냐며 시드니를 타박하고 제임스는 세실리아에게 애드리안은 죽었으니 그에게서 벗어나야 한다며 격려해준다. 병원에서 피검사 결과 전화가 온다. 신경 안정제 과다 복용으로 인해서 기절을 했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무언가 하나를 더 알려주려 하는데 더 듣지 못 한다. 욕실 안에 자신이 도망칠 때 떨어트렸던 피임약 통이 놓여있었기 때문이다. 거기엔 애드리안의 피투성이 지문까지 묻어있었다.
두려움을 느낀 세실리아는 제임스와 함께 톰에게 찾아가 애드리안에게 이 짓을 그만두라고 말해달라고 호소한다. 애드리안은 광학에 관해 유능한 과학자였기 때문에 충분히 투명인간이 될 방법을 알고 있을 거라고 확신했던 것이다. 거기다 세실리아가 그와 헤어지기 위해서 골똘이 생각하고 있을 때 그는 세실리아에게 절대로 도망갈 수 없다고 말을 했었다고 한다. 자신은 보이지 않아도 세실리아의 곁에 있을 거라면서, 어딜 가든 도망가지 못할 거라고... 하지만 톰은 애드리안이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세실리아가 애드리안이 투명인간이라고 믿게 만들어 괴롭히려는 것뿐이라고 한다. 애드리안이 세실리아를 만나기 전에는 자신을 통제하려 들었다며 자신도 애드리안의 피해자라는 식으로 말을 하며 형을 증오한다고 한다. 그리고 애드리안은 확실히 죽었다며 애드리안이 손목을 베고 피를 흘리며 쓰러져있는 사진을 보여준다.
세실리아는 애드리안이 투명인간이라고 확신하지만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그런 상황이다.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에밀리에게 찾아가는데 다짜고짜 자신을 그런 식으로 생각하는 줄 몰랐다며 자신을 숨막히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거냐고 문전박대한다. 세실리아는 어리둥절했고 이유를 물어보니 자신에게 그런 이메일을 보내지 않았냐고 화를 낸다. 물론 세실리아는 그런 메일을 보낸 적이 없었다.
집으로 돌아와 메일을 확인해보니 언니 때문에 숨막힌다느니, 죽여버리고 싶다느니 애드리안이 죽은 게 언니 때문이라느니 그런 식으로 매우 기분 나쁜 장문의 메일이 보내져 있었다. 그 메일을 읽고 바닥에 누워서 우는데 시드니가 들어와서 제임스는 어디 보내고 여자 둘이서 케이크 먹고 놀면서 기분을 풀자는 식으로 말을 한다. 울던 세실리아는 그런 시드니의 위로 덕분에 마음을 풀고 일어나려 하는데 갑자기 시드니가 얼굴을 맞고 소리를 지른다. 코피를 흘리며 시드니는 제임스에게 세실리아에게 맞았다고 하고 세실리아는 그저 억울할 뿐이었다. 제임스는 화를 내며 시드니와 함께 나가버렸고 집 안에는 세실리아 혼자 남았다.
혼자 남은 세실리아는 애드리안에게 나오라고 소리치고 투명 인간 애드리안은 세실리아를 공격한다. 목 조르고 때리고 질질 끌고. 보이질 않으니 제대로 대응을 할 수 없다. 거기다 차 창문을 그냥 손으로 깨버릴 정도의 괴력이니 세실리아가 저항하기도 힘들다. 제압당할 때 접시 같은 걸 후려쳐서 겨우 빠져나간 뒤 세실리아는 부엌에 있던 어느 가루를 방바닥에 뿌리고 방 한구석에 앉아서 텅 빈 문 쪽을 보며 신세한탄을 한다. 다른 여자들도 많이 만날 수 있을 텐데 왜 자기 같은 평범한 여자한테 집착하는 거냐고. 나의 모든 걸 다 빼앗아 가지 않았냐고.. 그렇게 한참을 한탄하다가 문득 뭔가가 생각난 세실리아는 전화기로 애드리안의 핸드폰에 전화를 한다. 그러자 어디선가 울리는 진동 소리. 진동 소리는 천장에서 나고 있었다.
세실리아는 사다리를 타고 다락으로 올라간다. 그리고 그 안에서 다시 한번 전화를 걸어보는데 안 쪽에 애드리안의 핸드폰이 놓여있다. 그리고 그 옆에는 부엌에서 사라졌던 식칼도 놓여있었다. 애드리안 핸드폰에 서프라이즈라는 문자가 오고 세실리아가 자고 있을 때 찍었던 사진이 여러 장 올라와 있었다. 경악한 세실리아는 천천히 사다리 쪽으로 다가가 묽은 하얀 페인트를 냅다 부어버린다. 사다리 위에서 애드리안이 세실리아를 지켜보고 있었던 걸 간파했던 것이다. 페인트 덕분에 순간 형체가 보이긴 했지만(아주 빠르게 지나갔지만 사람 얼굴로는 안 보이는 형체) 애드리안은 사다리를 넘어트리고 부엌으로 도망가버렸다. 페인트 자국을 따라가다 수돗물 소리가 들려 싱크대에 가보니 페인트를 씻어낸 흔적이 남아있었다.
뭔가를 확신한 세실리아는 밖으로 뛰쳐나와 (아마도 우버?) 택시앱으로 택시를 미리 불러 탔고 애드리안의 집으로 가달라고 한다. 제임스 집에서는 꽤 거리가 있는 곳인 듯했다. 그리고 에밀리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이 필요하니 다음날 8시에 사람이 많은 곳에서 자신을 만나 달라고 한다. 만약 만날 수 없으면 연락 달라고, 다른 사람을 불러야 한다고 한다. 세실리아는 애드리안의 집에 도착하고 그곳에서 제우스와 다시 만난다. 제우스는 어디서 나타난 건지는 모르겠지만 (세실리아가 도망갈 당시 목줄을 풀어주자 잽싸게 숲 속으로 도망쳤었다) 세실리아가 집 안으로 들어가자 계단 위에 서서 낑낑대며 들어가려 하지 않는다. 세실리아는 아랑곳 않고 집 안으로 들어가 둘러보다가 한 가지 수상한 것 앞에 선다. 그건 잠금이 되어있었는데 소름 끼치게도 암호가 세실리아와 처음 만난 년도와 날짜였다. 뭔가 이런 부분에서도 애드리안의 집착성이 보였다.
안에 들어갔을 때 한 사람분의 빈공간이 있었고 안쪽에 조작 패드가 있었다. 손으로 작동시키는 거였는데 모드 해제였나? 그런 걸 작동시키니 빈 공간에 검은 슈트가 나타났다. 그건 투명인간이 될 수 있는 슈트였던 것이다. 애드리안은 투명인간 슈트를 만들어 세실리아를 괴롭혀왔던 것이다. 세실리아가 미치지 않았다는 걸 증명할 수 있는 유일한 물건이었다. 마네킹에 씌워져 있는 슈트를 벗겨내 드레스룸에 숨기는데 제우스가 짖어서 애드리안이 왔다는 걸 알게 되었다. 투명인간 상태의 애드리안이 드레스룸의 문을 여는 순간 숨어있던 세실리아는 그를 밀치고 택시를 탔다. 집에 들어가기 전 택시 기사에게 자신이 몇 분이 걸리든 반드시 나올 테니 꼭 기다려달라고 했었고 그 덕분에 바로 타고 갈 수 있었다.
에밀리는 세실리아와 만나게 된다. 세실리아 말대로 정말 사람이 많아서 북적이는 식당이었다. 세실리아는 에밀리처럼 강인한 사람을 못 봤다며 언니의 힘이 필요하다고 한다. 에밀리는 제임스도 자길 못 이긴다고 농담하며 약간은 부드러운 모습을 보인다. 그런 메일을 받았어도 동생은 동생이기 때문일까. 세실리아는 자신이 애드리안의 존재를 증명할 물건을 찾았다고 말을 하는데 그때 에밀리가 세실리아를 보지 않고 왼편을 본다. 그쪽엔 식칼이 둥둥 떠있었고 순식간에 그 식칼은 에밀리의 목을 그어버리고 세실리아의 손에 식칼이 쥐어진다. 그 모습을 본 식당 손님이 비명을 지른다. 세실리아도 이런 상황에 놀라서 잡고 있던 식칼을 떨어트린채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한다. 그녀는 사람들에게 제압당했고 정신병동으로 끌려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안정제를 투여받고 잠이 든다. 세실리아는 자신이 언니를 죽인 게 아니라고 울부짖었지만 아무도 그 말을 믿어주지 않았다. 제임스와 다른 경찰이 와서 세실리아가 밤 중에 뛰어가던 CCTV 화면을 보여주며 세실리아가 맞냐 묻고 사건 정황에 대해서 물어보는데 세실리아는 보이지 않지만 지금도 이곳에 애드리안이 있다고 말한다. 진짜 그냥 제 삼자가 보기에는 집착 심한 남자친구에게 시달리다 정신이 나가버린 여자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세실리아는 고립되어버렸다. 자신을 도와주던 언니는 죽고 친구 제임스까지 세실리아를 믿어주지 않았다. 애드리안은 그렇게 세실리아를 고립시켜 자신에게 되돌아오게 만들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세실리아는 정신병동에서 새로운 사실을 듣게 되는데 신경 안정제 과다복용으로 쓰러졌던 날 받았던 피검사에서 임신 결과가 나왔다는 얘기였다. 애드리안이 약병으로 위협해서 듣지 못했던 전화의 한마디는 임신 사실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임신은 최근에 한 것 같다고 했다.
톰이 정신병원으로 찾아온다. 그 이유는 재산 상속건 때문이었다. 지급 조건에 정신이 온전해야 하고, 범죄를 저지르지 않아야 한다고 쓰여있는데 이렇게 되었으니 이제 지급을 중단해야 된다는 것이었다. 톰은 만약 원래의 생활로 돌아가고 싶으면 애를 낳는다는 동의 하에 애드리안에게 다시 돌아가면 된다고 한다. 톰이 말해주기를 애드리안이 세실리아에게 집착한 이유는 애드리안을 거부하고 떠나간 여자가 세실리아가 처음이었기 때문이라 한다. 애드리안이 부자이다 보니 먼저 떠나간 여자가 없었던 모양이다
톰은 세실리아가 어떻게 임신하게 됐는지도 설명해준다. 세실리아는 그동안 피임약을 먹었다고 생각했겠지만 애드리안은 그걸 이미 알고 신경 안정제와 피임약을 바꿔치기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세실리아가 피임약인 줄 알고 먹은 신경 안정제 때문에 쓰러진 것이었고 도망치던 날 애드리안이 차 경보음을 듣고 그렇게 쉽게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이다. 세실리아는 톰도 애드리안과 똑같다며 애드리안의 나약한 버전이라고 한다. 세실리아는 그가 내민 서류와 만년필을 바닥으로 쓸어버리고 톰이 그걸 줍는 동안 그의 가방에서 만년필 하나를 꺼내 숨긴다. 그가 간 뒤 책상 위에 붙어있던 끈적한 젤리 같은 무언가를 만지는 모습이 나온다. 그리고 티비에서는 한동안 비가 내릴 거라는 뉴스가 흘러나왔다.
정신병동에서 약을 먹고 나서 (아마 먹은 척만 했을 수도?) 병원 직원이 나간 뒤 화장실 윗쪽에 (책상에 끈적한 무언가로) 붙여놨던 만년필을 꺼낸다. 그리고 샤워기를 틀고 애를 낳을 생각도 없고 낳을 수도 없다며 왼쪽 팔을 만년필 촉으로 세로로 세게 긋는데 그때 애드리안이 세실리아가 팔을 긋지 못하도록 막는다. 세실리아는 이때다 하고 만년필 촉을 애드리안에게 내리꽂는다. 그 덕분에 슈트는 좀 망가져서 기능을 잃었는지 깜빡이며 슈트의 모습이 보였다 안 보였다 한다. 이 소동으로 인해 정신병원 직원들과 보안 담당이 달려오는데 모두 애드리안에게 제압당한다.
애드리안과 직원들이 실랑이 하는 동안 세실리아는 도망치려고 하는데 다른 직원들에게 붙잡혀 질질 끌려가고.. 애드리안은 슈트도 고장 났겠다 이왕 다 죽이고 끝장을 내야겠다고 생각했는지 투명한 몸을 이용해 손쉽게 다른 인간들을 전부 죽인다. 근데 경비원들 그냥 때려잡는 거 보면 애초에 엄청난 괴력이다. 병원 복도에는 CCTV도 있었기 때문에 투명인간의 존재를 증명하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애드리안은 이판사판이라고 생각했는지 병원 밖으로 나간다. 마침 밖은 비가 내리고 있었다. 세실리아는 일부러 비가 내리는 날을 골라서 실행한 것으로 보인다. 비 아래에서는 투명인간이더라도 물방울이 튕기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세실리아는 총을 들고 애드리안을 뒤쫓는데 그 와중에 다른 경비원들도 세실리아를 뒤쫓는다. 애드리안은 뒤쫓기는 와중에도 경비원을 총으로 쏴 죽인다. 세실리아는 자기 애를 가졌기 때문에 딱히 건드리지는 않는 것 같고.. 시드니를 죽이러 가겠다고 한다.
시드니를 꽤 예뻐했던 세실리아였기에 총으로 지나가는 자동차가 멈추게 만들고 뺏어타서 제임스의 집으로 향하며 제임스에게 전화를 한다. 시드니가 지금 위험에 빠졌으니 빨리 가야 한다고! 처음 전화받았을 땐 제임스는 정신병원에 있어야 할 세실리아가 어떻게 전화한 거냐 그걸 걱정하긴 했었지만 시드니 얘길 듣자마자 마음을 바꿨을 거라 본다.
세실리아도 죽어라 운전해서 제임스 집으로 향하는데 그 시각 시드니는 집에 혼자 있었다. 시드니는 애드리안이 접근하자마자 호신 스프레이를 뿌리는데 그 덕분에 약간의 시간을 벌 수 있었다. 시드니가 도망치려 할 때 제임스가 도착했고 꽤나 근육질인 제임스가 뭔가 해결해 줄줄 알았으나 역시나 보이지 않는 상대로는 그런 것도 소용없었다. 정말 저러다 죽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맞는다. 시드니는 보이지 않는 것에 맞고 있는 제임스를 보며 비명을 지르고 뒤늦게 도착한 세실리아가 애드리안을 향해 총을 쏜다. 여러 번 총을 쏘자 애드리안은 비틀거리다 쓰러진다. 얼굴을 확인하기 위해 슈트를 벗겨보니 애드리안이 아니라 톰의 얼굴이 있었다! 사실 톰이겠다 싶은 느낌은 살짝 들긴 했다.
이후 경찰은 애드리안의 집을 급습해서 뒤지고 지하실?로 같은 곳에 묶여있는 애드리안을 발견한다. 제임스는 이 모든 게 톰이 꾸민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세실리아는 애드리안이 거짓말 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것이 잠잠해진 뒤 애드리안의 집으로 초대 받은 세실리아는 같은 식탁에 앉아 끝까지 그에게 진실을 말해줄 것을 부탁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도청되는 음성을 제임스가 듣고 있다. 애드리안은 끝까지 자신이 한 짓이 아니라고 발뺌한다. 그러면서 세실리아가 자신에게 되돌아오기를 바란다.
세실리아는 눈물을 흘리고 잠시 화장실에서 씻고 오겠다고 한다. 화면은 한번씩 애드리안이 있는 CCTV 화면을 보여준다. 세실리아가 화장실에 가있는 동안 갑자기 애드리안이 마치 에밀리의 목이 그어졌던 것처럼 자신이 스테이크 칼로 목을 그어버린다. 하지만 제임스가 듣고 있는 도청 소리나 CCTV 화면에서는 자살한 것으로 보인다. 화장실에서 돌아온 세실리아는 울면서 119에 신고를 하고 (CCTV 사각에 가서는 무표정으로 얼굴 표정을 싸악 바꾼다) 그 말을 들은 제임스는 헐레벌떡 애드리안의 집으로 달려온다. 애드리안이 집 앞까지 왔을 때 세실리아는 자신의 가방에 투명인간 슈트를 담은 채로 나온다. 그리고는 도청한 소리가 어떤 식으로 들렸냐 하고 제임스는 자살한 것처럼 들렸다고 한다. 그렇게 영화는 세실리아가 애드리안의 집을 유유히 빠져나오는 것으로 끝이 난다. 세실리아는 아마도 숨겨놨던 슈트를 이용해서 애드리안을 죽이고 복수를 한 것으로 보인다.
애드리안이 꽤나 치밀한 소시오패스였던 걸 생각해봤을 때 세실리아에게 죽은 게 너무 간단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결말이 어떻게 보면 통쾌하고 어떻게 보면 찝찝한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그동안 세실리아가 당한 걸 생각하면 세실리아 입장에서는 그게 최선이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자신이 겪은 건 사람들이 믿어주질 않고 이미 모든 죄는 톰이 뒤집어 쓰고 죽었으니 애드리안에게 벌을 줄 방법도 없고 말이다. 세실리아에게 있어서 자유는 애드리안이 죽는 것이었다고 본다.
사실 애드리안이 어떤 식으로 집착 했는지는 세실리아의 간단한 설명과 투명인간이 된 이후 한 행동으로 밖에 짐작이 가지 않아서 애드리안이 얼마나 흉폭한 인간인지 처음엔 감이 잘 안 왔다. 하지만 세실리아가 그에게서 빠져나온 이후로 너무나도 두려워하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에 그가 정말 여러 심한 짓을 했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이런 관점은 세실리아의 주위 사람들이 보는 세실리아의 모습이라고 생각해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세실리아 자신은 애드리안이 너무나도 무섭지만 그걸 겪지 않은 주위 사람들은 세실리아의 행동을 완전히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처음엔 애드리안을 두려워하기만 했던 세실리아였지만 언니가 죽고 자신이 정신병자 취급을 받고 하는 동안 독기가 생긴 것 같다. 이 상황을 타파할 수 있는 사람은 자기 자신뿐이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후반에 투명슈트를 쐈을 때 나온 시체는 톰이었는데 이 때문에 영화를 본 사람마다 생각하는 게 좀 갈리는 것 같다. 뭐, 사람마다 느끼는 건 다르겠지만 나 같은 경우는 톰과 애드리안이 한패이거나 애드리안의 통제 하에 톰이 후반부에만 애드리안의 행세를 한 거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피 묻은 손으로 피임약 통을 주운 건 애드리안이었고 그걸 아는 건 애드리안뿐이었을 것이다. 그러니 욕실에 그 약통을 두고 간 건 애드리안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자신이 돌아왔다는 걸 알리기 위한 것으로 그것만큼 쉬운 게 없으니까. 그리고 애드리안 자체가 세실리아에 대한 집착이 심하기도 했고 말이다. 톰은 형을 증오한다고 하면서도 애드리안이 자살해서 죽었다고 꾸며낸 걸 보면 애드리안에게 막대한 돈을 받고 시키는 대로 했거나 그의 통제 안에 움직였거나 둘 중 하나인 것 같다. 애초에 톰이 모든 일을 꾸몄다고 하기엔 구멍이 많다. 굳이 애드리안을 자살로 꾸며서 살려둘 필요도 없고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스토리 면에서는 후반부가 살짝 아쉽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긴장감 있고 몰입도가 좋아서 좋았다. 음향 효과도 긴장감을 끌어올리는데 한몫 했고 여주인공의 연기도 정말 마음에 들었다. 애드리안을 심하게 두려워하는 모습이나, 자신의 절망적인 상황을 표현하는 연기가 아주 좋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무언가가 느껴지고 일상생활에서 긴장을 끈을 놓을 수 없다는 게 공포로 다가온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코로나 여파로 많은 사람들이 보지 못 하는 게 좀 아쉽다. 영화 보고 나서 다른 사람들 리뷰 읽는 거도 좋아하는 편인데.. 개인적으로는 추천이지만 사람에 따라 호불호는 조금 갈릴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