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살아있다 (#ALIVE), 2020
(스포)
조금 기대하고 봤는데 기대 이하였다. 그냥 기대만 하고 안 본 게 더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뭔가 초반엔 괜찮아 보였는데 나중엔 지루해졌다. 처음 시작은 나름 스피드했다. 남주인공인 준우가 나오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좀비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갑자기 좀비 사태가 일어났고 아파트 안에 있던 사람들이 밖으로 우르르 빠져나간다. 평소처럼 시간을 보내며 멀쩡하게 있던 사람들이 갑자기 전부 좀비가 되어버린 걸까? 좀비가 왜 어떻게 생겼는지에 대해서는 영화에서 안 나오기 때문에 그저 추측만 가능하다.
아파트에서 컴퓨터로 게임을 하다 좀비 사태를 파악한 준우에게 옆집 남자가 다짜고짜 찾아와서는 형이 이상해졌다며 당황한 듯이 행동하고 준우는 경계심이 들어서 나가라고 한다. 옆집 남자는 화장실만 쓰고 나가겠다 말은 했지만 화장실을 쓰고 나서도 나갈 생각을 하지 않았고 뉴스에서 나오던 좀비 증상이 발현되기 시작한다. 준우는 가까스로 좀비가 된 남자를 바깥으로 내쫓고 그때부터 생존이 시작된다.
가족에게도 문자가 오긴 했는데 일단 자신들은 피했으니까 살아남으라는 문자였다. 준우는 다른 사람들이 살아남아야 한다는 해시태그를 SNS에 올리는 걸 보고 자신도 따라서 집 주소를 적고 SNS에 올린다. 하지만 한 달이 되어가도록 구조는 오지 않았고 식량은 점점 떨어져간다. 그뿐만 아니라 와이파이, 데이터, 전화 모든 것이 끊긴다. 나중엔 물이 끊어졌고 전기마저 끊어진다. 복도에도 좀비가 득실하고 지상에도 좀비가 득실한 상황에 점점 지쳐간다. 처음엔 생존 기록 영상을 남겨두기도 하지만 준우는 자살을 결심한다. (부모님들도 좀비에게 당했다는 음성 통화도 영화 중간에 나온다)
목매달고 버둥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건너편 건물에서 레이저 빛이 날아왔다. 혼자만 살아남은 게 아니라는 걸 깨달은 준우는 발버둥 쳐 겨우 바닥으로 떨어지고 그때부터 건너편의 유빈과 대화를 시도하게 된다. 준우는 배가 고픈 상태였고 그걸 알아차린 유빈이 준우에게 라면을 준다. 처음엔 야구공을 던져 로프를 연결하려 했지만 생각보다 아파트 간격이 많이 멀어서 준우가 가지고 있던 드론을 날려 서로의 베란다에 로프를 건다. 준우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는지 밖으로 나가 식량 모으기에 돌입한다.
옆집 남자 집에 들어가 물건을 던져 소리를 내서 좀비가 있나 없나 확인 뒤 이래저래 둘러보는데 등산용 장비들이 꽤 많이 있었고 누텔라 등 먹을 것도 조금 있었다. 근데 침대에 죽은 사람이 있어서 살짝 들춰보니 여자였고 뒤늦게 옆집 남자의 좀비 형이 공격한다. 처음에 소리 냈을 때는 왜 안 나온 지 모르겠다. 영화 보면 소리 나면 무조건 달려들던데.. 어쨌든 그곳에서 빠져나와 누텔라를 먹고 만족스러워하며 남은 걸 유빈에게 보내준다. 이때 그 집에서 발견했던 무전기도 발견해서 무전기를 통해 대화한다.
이후 유빈은 준우에게 8층으로 가자고 한다. 둘 다 식량이 떨어지고 좀비에게 위협받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수시로 집 안으로 좀비가 쳐들어온다) 망원경으로 유빈이 상황 파악했을 때 8층에는 좀비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유빈도 등산을 많이 다녔던 건지 집에 등산 장비가 있어서 바로 로프를 타고 1층으로 하강한다. 하강하기 이전에 등산할 때 발을 어디뎠댔나? 그래서 높은 곳에서 떨어질 뻔한 뒤로 높은 곳을 무서워한다길래 내려갈 때 무서워하거나 그럴 줄 알았는데 전혀 안 그래서 그럴 거면 뭐 하러 그런 얘기가 나온 거지? 싶었다.
유빈은 좀비들을 죽어라 헤치며 준우가 있는 건물로 향한다. 준우가 원래 자기가 좀비들을 유인하겠다는 말했었는데 유인이고 뭐고 유빈이 그냥 달려갔다. 도끼 하나 들고 그 수많은 좀비들을 뚫고 간다는 점이 좀.. 너무 비현실적이었다. 준우도 나중에서야 합세하는데 주인공 버프라고 해도 단 두 명이서 수 십 명 좀비 뚫기는 어렵지 않나 싶다. 좀비들에게 잡힐 위험도 겪고 경찰이 떨궜던 권총도 줍고 어렵사리 둘이서 8층으로 도착한다.
8층에 좀비가 없는 줄 알았는데 그냥 망원경에만 안 보였던 것뿐 좀비가 있었나 보다. 둘은 또다시 좀비에게 공격당할 위험에 처하는데 갑자기 튀어나온 아저씨가 연막탄(살충제라고 인터넷에서 추측)을 던지고 두 사람은 구해주는데 둘 다 들어오자마자 경계한다. 세상이 그렇다 보니 일단 경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일단 집에 들어가긴 한다. 아저씨는 생수를 물컵에 따라주면서 마시라 하는데 유빈은 경계하며 마시려 하지 않고 아저씨가 생수를 따라 마신 후에야 생수를 마신다. 물을 마신 두 사람을 보고 아저씨는 배고프지 않냐며 구조대가 올 때까지 먹을 식량은 충분하다며 먹을 걸 주겠다 하고 두 사람은 스팸과 통조림 콘을 먹는다.
집을 둘러보다 유빈은 이 집의 주인이 아저씨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고 준우는 잠들어버린다. 수면제를 넣은 거 같긴 한데 생수는 아저씨도 먹었으니 아니라 치면 음식에 넣은 건데 통조림을 바로 따서 먹은 거라 언제 수면제를 넣었나 싶다. 결국 유빈도 정신이 몽롱해지고 둘 다 케이블 타이로 손목이 묶이게 된다. 아저씨는 유빈을 좀비가 되어버린 아내가 있는 방에 넣어버린다. 준우는 생각보다 일찍 깨고 아저씨를 설득해보려고 하지만 아내가 오래 굶었다며 어쩔 수 없다고 한다. 대신 준우는 살려주겠네 어쩌네 하며 얘기하는 도중 한쪽에서는 좀비 아내에게 물릴까 봐 유빈이 필사적으로 도망치며 소리 질러댄다.
근데 준우랑 아저씨가 얘기하는 시간이 꽤 길어서 솔직히 이 시간이면 죽고도 남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유빈의 목소리가 끊기자 아저씨는 정말 무방비하게 아내가 있는 방문을 여는데 유빈이 어떻게 한 건지 아내의 얼굴을 천으로 가리고 아저씨를 공격하게 만들었다. 손도 묶여있는 상태였는데 그리 긴 시간을 어떻게 버티고 좀비 얼굴도 가렸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저씨랑 준우의 대치 시간이 짧아도 겨우 살아남을 거 같은데. 뭐, 이것도 제쳐두기로 하고.
아저씨는 아내에게 물리면서도 아내에 대한 사랑을 보여주지만 그다지 공감은 안 갔다. 어차피 좀비인데 굳이 사람을 먹여가면서 둬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고. 차라리 유빈을 다른 방에 데려간 이유가 범죄를 저지르려고 한 거였다면 더 납득이 가는 상황이었을 것 같다. 가지고 있던 총으로 아저씨와 좀비 아내를 죽이자 그 소리를 듣고 좀비들이 몰려오기 시작한다. 처음엔 유빈이 차라리 인간일 때 죽자며 자살하자고 하는데 구조용 헬기 소리를 듣고 옥상으로 올라가기로 한다.
유빈에게 먼저 올라가서 헬기를 잡으라 하고 준우는 몰려오는 좀비들을 저지한다. 영화 초반에 냉장고로 문 가려도 쾅쾅거리며 문 열고 들어오는 거 보면 좀비들 은근 힘셀 거 같은데 좀비 여러 명이 준우가 자전거 한대로 민다고 계단을 못 올라온다. 유빈은 옥상에 올라가지만 헬기가 없어서 좌절하고 좀비를 겨우 따돌리고 올라온 준우도 난감해한다. 결국 옥상 문을 좀비들이 뚫었고 몰려오는데 갑자기 아래에서 헬리콥터가 나온다. 분명 헬리콥터가 오면 오는 소리가 들렸어야 했을 텐데 스텔스기도 아니고 조용하게 등장.
군인들은 밀려오는 좀비들에게 총질을 하고 유빈과 준우는 겨우 헬기에 올라타서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아마 헬기가 그곳에 온 건 SNS에 올라온 구조 요청 해시태그 때문인 것 같았다. 이후 살아남아야 한다에서 살아있다고 해시태그가 바뀌며 영화는 끝이 난다.
정말 여러모로 많이 아쉬운 영화였다. 솔직히 영화 보면서 개연성에 대해 심하게 따지는 편은 아니라고 보는데 이 영화는 아무리 그래도 개연성이 많이 없었다. 누가 봐도 저건 좀 아니지 않나? 하는 상황이 많이 연출돼서 그것만으로도 재미가 반감하는 느낌이었다. 초반 상황은 여러모로 요즘 사회에 맞춰 잘 나왔다고 생각했는데(전자 기기 사용하는 장면들) 그 이후는 별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