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현실 혹은 거짓 [영화]

8.27. 서클 (Circle), 2015

레이사엘 2018. 8. 27.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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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주의)

사람이 한명씩 죽어나가는 영화라는 정보만 알고 보게 되었다. 리뷰 같은 곳에서 결말이 찜찜하다고 써있어서 찜찜해봤자 얼마나 찜찜할까 했는데 정말로 아주 기분 나빴다. 영화는 일단 포스터에 나온 원형의 판 위에 50명이 사람들이 깨어나면서 시작된다. 빨간 발판 위에 서있는데 그 발판에서 발을 떼서 나가려고 하면 전기 레이저를 맞고 죽는다. 그리고 그 시체는 바로 뭔가에 의해 끌려나간다. 사람들은 영문도 모른 채 죽어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공포에 떨다가 자신으 손으로 화살표 모양을 움직일 수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손을 기울이면 화살표 모양의 발판에 불이 들어오는데 그 불이 어느 한 사람을 많이 가리키고 있으면 그 사람이 죽게 되는 것이다. 손을 펴고 움직이면 화살표 선택이 가능하고 주먹을 쥐면 그 투표가 결정 되는 방식이다. 

 

원형의 정 가운데에는 검정색 구체가 있는데 그 구체에서 레이저가 나와서 사람들을 죽인다. 그리고 죽이는 건 2분마다 반복 된다. 처음엔 어리둥절 하던 사람들도 요령을 알고 어떻게든 죽고 싶지 않아한다. 처음엔 왜 이런 게 시작 된 건지 알아야 한다며 말을 하거나 자기 소개를 하는 등 방법을 찾아내려 하지만 오히려 자기가 누구인지 밝힌 사람은 죽어나가서 관심을 끄는 게 더 나쁜 방향으로 가기도 한다.

 

사람들은 모두 자신이 살고 싶어했고 그래서 살아 남을 사람을 정하는데 갖가지 모습을 보인다. 연령, 직업, 인종, 성적소수자 등등 그에 따라 사람들은 모두 표적이 되거나 죽어나가거나 한다. 이런 부분에서 사람들의 차별적인 인식이 돋보였고 실제로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의 추악한 모습을 선물 종합 세트로 보는 느낌이었다. 심지어 살아남기 위해서 동정심을 얻어 살기 위해서 생판 모르는 사람과 부부 행세를 한 사람도 있었고 어떤 사람은 조용히 숨어서 살아남기 위해 한마디도 하지 않고 한번도 투표를 하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서클 안에는 제일 어린 10살짜리 아이와 만삭이 되어 보이는 임산부가 있었는데 사람들은 그들을 마지막까지 남겨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그들을 안 죽이면 자신들이 죽을 거라며 그 둘을 먼저 죽여야 한다고 종용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리고 사람들이 모두 이기적인 (모두 살고 싶은 건 당연한 것이니 꼭 이렇게 말할 수는 없겠지만) 사람만 있는 건 아니었다. 어린 소녀와 자신이 투표로 무승부가 되었을 때 자진해서 원에서 물러나 희생하는 사람도 있었고 그 외에도 자신은 사람을 죽이기 싫다며 자진해서 죽거나 다른 사람들을 위해 그냥 자진해서 죽은 사람들도 있었다.

 

사람을 사회 기여도에 따라서 살아야 하네마네 말하는 거나 직업이나 아이가 있나 없나 등등 여러가지 방법으로 사람을 '죽이기' 위해서 재단을 하는데 그 모습이 참으로 기분 나빴고 그런 모습은 영화 끝까지 계속 된다. 그리고 그게 현실 같았다. 결말이 정말 아주 기분 나빴던 건 처음부터 끝까지 마치 임산부와 소녀가 살아남길 바라는 것처럼 말하며 모든 사람들을 이끌었던 남자가 사기를 쳤기 때문이다. 아주 위선적인 인간이었다. 마지막에 소녀와 임산부 남자, 이렇게 세사람이 남게 되자 소녀가 자신이 희생하겠다고 말을 하고 남자는 그럼 같이 죽자고 말한다. 2분의 시간이 끝나고 레이저가 나가기 전에 뚜뚜뚜 거리며 소리가 나오는데 남자는 소녀에게 지금이야!라면서 소녀의 발을 내딛게 해서 죽게 만들고 자신은 자신은 임산부에 투표를 해서 살아남는다.

 

사실 이것만 해도 충분히 기분 나빴는데 어째서인지 외계인의 게임(?)은 끝나지 않는다. 남자는 이거가지고는 안되냐며 욕을 하는데 2분이 지나자 무승부 표가 나오며 빛이 나오는데 그건 또 하나의 생명이었다. 임산부의 아기는 아직 죽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그리고 남자는 망설임 없이 아기에게 투표를 하고 살아남는다. 그리고 나서 남자는 풀려나는데 하늘에는 수많은 우주선이 떠있었고 어느 거리에서 사람들이 모여 그 우주선을 보며 구경을 하고 있었다. 그가 했던 말이 마지막으로 흘러나오며(선택을 해야 하고 한명씩 제거해서 마지막까지 남아야 한다는 말) 남자는 우주선을 바라보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서 있다가 영화는 끝난다. 어쩌면 그곳에 서서 우주선을 바라보며 구경한 사람들은 그 남자와 마찬가지로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사람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보통 영화를 보고 나면 기분전환이 돼서 좋은데 이 영화는 기분이 엄청 안 좋았다. 영화는 결말을 제외하고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대화만으로 이루어지지만 그들이 대화가 이끌어내는 결말이 궁금해서 끝까지 흥미진진하게 볼 수있었다. 하지만 반전이라면 반전인 부분이 기분이 상당히 안 좋았고 여러가지 인간 군상들을 보여준 걸 제외하면 우주선만 나오고 아무런 이유 없이 끝나는 결말 부분이 좀 애매한 것 같아서 그 부분은 별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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