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뮬런트 (SIMULANT), 2023 [결말 스포]
(스포)
최근에 영화 크리에이터를 보고 AI가 나온 영화가 더 보고 싶어져서 보게 된 영화가 시뮬런트다. 크리에이터에서도 시뮬런트라 불리는 존재가 나왔기 때문에 뭔가 더 반가운 느낌이 들었다. 영화 시뮬런트는 제목대로 시뮬런트가 중점인 영화다. 이 영화에서는 시뮬런트가 복제인간이라 번역되어 나왔다. 그만큼 로봇 같은 모습보다는 거의 인간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준다. 예고편 보고 재밌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재밌다고 평하기는 어려운 영화였다. 그렇다고 재미없었냐고 한다면 또 아예 재미없다고 말하기도 애매한 영화. 여러모로 엉성한 느낌이 드는 영화였다. 후반부 반전은 나름 마음에 들긴 했지만 뭔가 전하려는 주제가 이도 저도 아닌 영화 같다는 생각도 살짝 들었다.
영화 속에서 인간들은 인공지능 로봇과 함께 살아가고 있었다. 그들은 복제인간이라 불리며 겉만 봐서는 인간인지 로봇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이다. 그들의 수칙은 '첫째, 인간을 절대 해치지 않는다' '둘째, 스스로 프로그램을 수정하거나 복제할 수 없다' '셋째, 법을 위반하지 않는다' '넷째, 주인의 명령에 무조건 복종한다'였다. 복제인간을 만든 넥스세라는 이 4가지의 수칙을 강조하며 복제인간들과 함께 살아가라 광고한다. 하지만 그런 법칙이 무색하게도 탈주한 로봇이 생겼다. 케슬러는 그런 로봇을 쫓는 에이스의 특수 요원이었다. 어느 집을 찾아가 현관문 렌즈를 막고 문을 두드린다. 한 여자가 나와서 주위를 살핀다. 그녀의 이름은 에즈메. 그녀는 케슬러를 보고 뭔 일인가 동태를 살핀다. 케슬러는 에즈메가 등록되지 않은 복제인간이라는 걸 확인하고 목에 수갑 같은 걸 채우려 하는데 에즈메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에즈메는 케슬러의 손을 공격하고는 아래층으로 뛰어내려 죽어라 도망친다.
에즈메를 쫓던 케슬러는 도망치다 안되겠다 싶어서 EMP 총을 쏴버린다. 그러자 주위에 있는 모든 전자기기를 포함 복제인간들이 전부 멈췄다. 그냥 봤을 땐 인간 같아 보였던 이들이 전부 복제인간이었다. 케슬러는 탈주한 복제인간이 있으니 도와달라고 주위 사람들에게 외치고 다닌다. 그러던 중 한 명이 탈주한 로봇을 찾았다며 케슬러를 데려다준다. 에즈메는 오토바이를 타려던 중에 동작이 멈췄다. 케슬러는 실험실에 에즈메를 데려갔고 에즈메가 다른 복제인간들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에즈메는 모든 복제인간들에게 적용되어 있는 4가지 원칙이 해제되어 있었다. 누가 이렇게 해킹을 해놨나 조사하던 중 에즈메의 기억 속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케이시라는 남자가 의심되었다. 그래서 조사해 보니 그의 진짜 이름은 케이시가 아니었고 데스몬드 한이라는 남자였다. 그는 에즈메의 이웃집에 살고 있었는데 케슬러에게 들키자마자 바로 다른 곳으로 이사가 버렸다.
케슬러는 에즈메에게 케이시가 어디 있는지 캐물었지만 에즈메는 몰라서 말해줄 수 없다고 한다. 케슬러는 거짓말 치지 말라고 하지만 에즈메는 자신이 아는 건 없다는 식으로 말한다. 케슬러는 말을 듣지 않으면 기억을 삭제해 경매장에 보내거나 폐기시키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지만 일단 두고 보기로 했다. 참고로 데스몬드 한은 원래 넥스세라의 엔지니어였는데 넥스세라의 사장(?) 미치코와 의견이 맞지 않아 가지 말라고 붙잡아도 회사를 나갔다고 한다. 근데 의외로 데스몬드 한은 AI에게 더 원칙을 부여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고 한다.
사이좋은 에반&페이 부부가 눈길을 헤치고 운전을 하고 있었는데 갑작스러운 차 사고를 당하게 되었다. 사고에 대한 악몽을 남편인 에반이 자꾸 꾼다. 그리고 사고 이후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괴로워한다. 그런 에반을 보는 페이도 괴로워 보였다. 심지어 에반에게 거부 반응도 있어 보였다. 사실 그 이유는 에반은 이미 차 사고 때 혼수상태에 빠졌고 죽었기 때문이었다. 집에 있는 에반은 복제인간, 즉 시뮬런트였다. 페이는 그동안 들어가지 못하게 했던 방에 에반을 들여보내주며 페이와 똑같은 복제인간을 보여준다. 살아있을 당시에 미리 기억을 복제했었다고 한다. 그리고 또 다른 복제인간이 바로 에반이라고도 말해준다. 에반은 혼란스러워했다. 참고로 사고 이후 에반이 기억이 안 나는 건 페이가 지워서 그런 거라 한다. 결국 페이는 에반의 시스템을 꺼버린다.
이후 페이는 엔지니어를 부르는데 케슬러를 피해 도망간 케이시였다. 페이가 케이시를 부른 이유는 시스템이 자꾸 꺼졌다 켜졌다 하고 사고 당시 기억을 지웠음에도 불구하고 사고 당시의 기억을 자꾸 악몽으로 꾸고 있었기 때문이다. 페이는 에반을 복제인간으로 만든 걸 후회하고 있었다. 케이시에게 에반을 냉동 인간처럼 정지시킬 수 없냐 묻는데, 그럴 경우 기억이 퇴화되어 지금보다 더 어색해질 거라고 한다. 그러면서 혹시 도움이 필요하면 자신에게 말하라면서 돈을 내면 복제인간을 맡아줄 수 있는 곳을 알고 있다고 명함을 준다. 페이는 얼마 지나지 않아 케이시에게 연락했고 호텔로 보이는 곳에 한 달간 에반을 가두기로 한다. 물론 에반은 거부반응을 보였지만 그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페이는 언젠가 보러 오겠다는 말만 남기고 가버린다. 언제 돌아올 거냐는 말에는 확답을 주지 않았다.
우울한 에반에게 접근한 건 케이시였다. 바로 맞은편 집에 산다고 하면서 에반에 대해 알고 있다고 한다. 에반에게 페이에게 다시 되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줄 테니 마음이 내키면 자신에게 오라고 한다. 페이가 집에서 수영하고, 그림 그리고, 일상생활을 보내는 동안 에반은 멍하니 방 안에 있는다. 어느 날 집안의 AI 로봇 (인간보다 로봇에 가깝다) 리사가 에반에게 찾아와 이제 에반 거라며 전자 키보드를 건네준다. 원래 살아생전 에반은 피아노를 쳤었다. 하지만 에반에게 이제 별 의미가 없었다. 결국 에반은 케이시에게 찾아갔다. 케이시는 페이가 에반을 폐기하려고 했었다며 좀 더 에반이 에반 답기 위해서는 시스템을 잠깐 끄고 바꿀 필요가 있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케이시는 에즈메에게 했던 것처럼 4원칙에서 벗어나는 작업을 에반에게 한다. 이제 시스템 종료라 외쳐도 더 이상 에반은 꺼지지 않았다.
이후 페이가 에반에게 찾아오는데 에반은 케이시가 키우던 강아지를 산책시키고 돌아오는 걸 보게 된다. 그리고 좀 더 인간다운 면모를 보게 된다. 페이는 예전의 에반이 떠올랐는지 원래 에반에게 했던 것처럼 사랑을 나누기 시작하는데 페이는 제정신을 차리고 이건 아니라며 에반을 거절한다. 한편 케슬러는 잡아온 에즈메를 일부러 두고 보는 상태였다. 일기까지 쓰고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에즈메가 어디까지 위험해지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이기도 했고, 데스몬드 한을 잡기 위해 놔둔 것이었다. 에즈메는 케이시를 사랑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케이시는 에반에게 좀 더 사람답게 행동하자면서 어떤 클럽 같은 곳을 가는데 그곳에서 금발 에즈메를 만난다. (케슬러에게 잡혀간 건 갈색 머리) 두 사람은 무언가 계획을 진행하고 있는 듯했다. 이때 케슬러가 케이시의 자동차 번호를 추적해냈다. 케슬러는 케이시와 함께 에반이 화면에 잡힌 걸 보고 페이에게 복제인간에 대해 물어볼 게 있다며 연락을 남긴다. 클럽에서였나? 케이시와 에즈메는 넥스세라 보안 담당자를 납치해서 그에게 패치를 바꿀 수 있게 암호를 내놓으라 협박한다. 그는 어쩔 수 없이 비밀번호를 풀어주었고 케이시는 패치를 변경한다. 그들이 하려는 건 넥스세라의 6, 7세대 패치에 자율성을 갖도록 하는 코드를 심어 복제인간 모두를 자유롭게 만드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후 케슬러는 패치가 풀릴 때까지 넥스세라 보안 담당자를 붙잡고 있으려던 금발 에즈메만을 붙잡는데 성공한다. 케슬러는 붙잡은 금발 에즈메에게 무언가 알아내려 했지만 금발 에즈메는 말하기를 거부하며 스스로 자폭해버린다. 케슬러는 케이시와 에반을 쫓는 도중 중간중간 아들의 녹음 목소리를 반복해서 듣는다. "테일러네에서 자고 가도 돼? 테일러네 감시 로봇이 지켜보고 있어. 사랑해 아빠." 뭐 이런 내용이었다. 에반은 다시 페이에게 찾아갔다. 그때 갤러리 동료인 남자와 페이가 인사하고 있었는데 에반의 모습을 보고 상황 파악을 대충 하고 먼저 돌아간다. 페이는 꽃을 들고 온 에반에게 오면 안 된다며 당황한다. 에반은 자신을 거부하는 페이에게 분노하며 벽에 걸려있던 액자를 주먹으로 쳐 깨부순다.
이후 페이는 케슬러의 전화 내용을 듣고 에반이 어디에 있는지, 케이시와 만났던 것까지 알려주게 되었다. 이 말을 듣게 된 실험실의 에즈메는 그 통화 내용을 듣고 잉의 전화를 가지고 케이시에게 연락을 해서 도망치라고 말해준다. 케이시는 작업하던 것을 멈추고 부랴부랴 도망치려고 한다. 에반은 정부와 엮이기 싫다고 했지만 케이시는 이미 빠져나갈 길이 없다며 자신과 같이 가야 한다고 말한다. 할 수 없이 에반은 자신이 갈만한 곳을 케이시에게 알려주었고, 페이와 함께 가본 적이 있는 오두막 별장으로 향한다. 에즈메 덕분에 두 사람은 케슬러를 피해 한 발 먼저 도망칠 수 있었고 케슬러 일행은 허탕을 치게 되었다. 모든 게 에즈메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된 케슬러는 에즈메가 자신을 배신했다고 하며 에즈메의 기억을 지우라고 잉에게 지시한다. 에즈메는 제발 기억을 삭제하지 말아달라고, 케이시를 사랑해서 그랬다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라면 뭐든 하는 거 아니냐고 한다. 에즈메는 끝까지 케슬러의 손을 잡고 삭제하지 말라고 빌었지만 결국 공장 초기화가 되었고 경매장으로 팔릴 준비를 하게 된다.
케슬러는 페이에게 에반이 갈만한 곳이 어디 있냐 물어봤고 그 결과 오두막으로 향하게 되었다. 케슬러의 자동차엔 아내의 음성 녹음이 들어왔는데 이젠 그만 집에 돌아오라는 내용이었다. 케슬러가 그렇게 한다고 해서 죽은 아들이 돌아오지 않는다고... 케슬러의 아들은 복제인간의 오류로 인해 죽게 됐던 것이다. 그래서 케슬러는 복제인간의 자율성을 그토록 싫어하는 것이었다. 케슬러는 케이시와 맞닥트렸고 몸싸움 끝에 케슬러와 케이시 둘 다 총에 맞아 중상을 입게 되었다. 그런데 여기서 새로운 사실이 밝혀진다. 사람인 줄 알았던 케이시도 복제인간이었던 것이다. 케이시는 에반에게 자신의 진짜 본체가 자신을 고치러 바로 찾아올 거라 한다. 복제인간을 자유롭게 해주자는 목표를 세우게 해준 것도 인간 데스몬드 한이었다고 한다.
케이시는 이제 다 끝났다는 듯 도망가는 케슬러를 붙잡지 않았고 오두막 안으로 들어갔다. 에반은 케슬러를 공격해 멀리 날려버렸다. 케슬러는 총상으로 아픈 몸을 이끌고 낡은 오두막의 위에서 몸을 숨겼다. 좀 시간이 지나니 정말로 케이시와 똑같은, 하지만 약간은 더 나이 들어 보이는 데스몬드 한이 찾아왔다. 그를 본 에반은 케슬러를 쫓아간다. 케슬러는 정말로 인간과 공존하고 살고 싶다면 자신을 도와달라고 한다. 그러자 에반은 자신이 케슬러를 도와준다고 해서 인간들이 자신을 동등한 인간 취급을 해주지 않을 걸 안다고 한다. 자신의 본체였던 에반만 해도 복제인간을 그런 하등한 취급했다면서... 그러자 케슬러는 집에 가야겠다며 밖으로 나간다. 눈밭을 엎드려서 기어가던 그는 결국 죽고 말았다.
한편 케이시는 데스몬드 한과 만났고 총상 때문에 손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복제인간들의 패치가 끝난 걸 보고 그는 환하게 웃으며 사랑으로 가득 찬 세상이 될 거라 한다. 그렇게 그의 시스템은 꺼지고 말았다. 6, 7세대의 모든 복제인간들은 4원칙에서 벗어나 자율성을 지니게 되었다. 뉴스에서는 케슬러가 데스몬드 한에 의해 살해당했고 그의 아들은 복제인간의 오류 때문에 죽었다고 흘러나왔다. 그리고 데스몬드 한에 의해 자율성을 가지게 된 복제인간들은 전부 넥스세라가 리콜을 하겠다고 통보했다.
홀로 남은 에반은 이제 스스로 선택을 해야 했다. 에반은 페이가 있는 집으로 찾아갔다. 이곳에 오면 안 된다는 로봇 리사의 전원을 꺼버리고 혼자 수영하는 페이에게 찾아갔다. 저벅저벅 다가오는 에반에게 위험한 낌새를 느낀 페이. 그 직감은 틀리지 않았다. 에반은 페이를 물속에 집어넣어 익사시켜버렸다. 그리곤 아무렇지 않다는 듯 페이의 복제인간이 있는 방으로 들어가 페이를 기동시켰다. 그렇게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페이와 함께 에반은 집 밖으로 빠져나와 정지가 된 것처럼 서서 집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영화가 끝나는가 싶더니 엔딩 크레딧이 짧게 나오고 쿠키영상 같은 게 나왔다. 경매장에서 기억이 지워진 에즈메가 선보이게 되었는데, 어느 덩치 큰 남자에게 팔렸다. 그리고 그 덩치 큰 남자가 향한 곳은 바로 인간 데스몬드 한이었다. 에즈메는 데스몬드 한이 다시 구입한 것이었다. 그는 케이시가 에즈메에게 그랬던 것처럼 금색의 목걸이를 선물해 줬고, 에즈메는 매우 기뻐했다. 데스몬드 한은 갈 길이 멀다 말하고 그렇게 영화는 끝이 난다. 에즈메 기억 속의 케이시 머리가 노란색이 아니라 검은색이었던 걸 보면 에즈메가 진짜 좋아했던 건 복제인간 케이시가 아니라 진짜 인간 데스몬드 한이었던 것 같다.
복제인간의 자율성에 대한 영화였고 생각거리는 있긴 했지만 영화 자체가 좀 애매해서 생각도 애매해진 것 같다. 결론적으로는 에반 같은 공격성 높은 인공지능도 있을 가능성도 있고 케슬러의 경우처럼 인공지능이 오류를 일으킬 가능성도 충분히 있기 때문에 인간이 인공지능에게 모든 걸 맡겨버리고 자율성을 주는 건 좀 위험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에즈메의 경우는 4원칙을 깨고 나서 사랑이란 걸 배웠다고 하지만 그것도 결국은 데스몬드가 그렇게 프로그래밍했기에 일어난 일 같아보였다. 자율성으로 인해 그런 결과가 나왔다는 생각이 그다지 들지 않았다. 영화가 SF 치고 딱히 스펙터클한 장면은 없다시피해서 그런 걸 기대하고 보면 실망을 엄청 하게 될 것 같다. 난 그냥 기대 없이 봐서 그런지 그냥 무난했던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