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일라이 (Eli), 2019 :: 꿈과 갈망의 틈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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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

추천받아서 보게 된 영환데 이 영화는 전반부랑 후반부가 완전히 다른 영화다. 처음에 그냥 영화 막 다 본 다음에는 황당했는데 다시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그리 나쁘진 않았던 것 같다. 이런 류의 영화가 처음인 것도 아니고. 단지 생각하던 것과 완전 다르게 진행된다는 점에서 그 부분에서 예상을 못 했다면 약간 어리둥절할 수는 있을 것 같다. 후반부에서는 약간 영화 유전이 생각났다.

일라이라는 면역 질환을 앓는 소년에 대한 것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태어날 때부터 그런 건 아닌 것 같았지만 바깥을 나가면 온몸이 새빨갛게 타들어가는 듯한 고통을 받는 일라이는 방호복을 쓰고 나가야 일상생활이 가능했고 가족들과도 감염의 위험 때문에 손조차 마주칠 수 없는 그런 상황이었다.

그러던 중 아빠인 폴이 마지막 희망으로 찾은 게 혼박사가 운영하는 치료 센터였다. 돈도 다 쓰고 정신적으로도 지친 가족이 찾은 유일한 희망이었다. 그런데 그 건물은 외딴곳에 있었고 분위기부터가 매우 수상하다. 일라이도 처음부터 경계심이 생겼는지 혼박사에게 여기서 완치한 사람들이 있냐고 묻는데 그에 대한 답은 안 해주고 그저 나아서 나갈 수 있다는 말만 한다.

치료 방식도 특이했다. 치료는 3단계를 거쳐서 유전자를 조작하는 바이러스를 투입하는 것이라고 했는데 대체 왜 그런 건지 특정 부위만 마취하고 치료하는 방식을 취한다. 움직이지 못하게 양 팔, 양 다리를 포박한 채로 진행한다. 1단계에는 골수를 빼내고 약물 주입, 2단계 때는 두개골에 구멍 내는데 이것도 전부 일라이가 잠들지 않은 멀쩡한 정신 상태에서 진행한다.

이 치료 센터에 들어와 치료를 시작하고 나서부터 일라이에게는 이상한 현상이 발생한다. 일라이의 이름은 Eli인데 그걸 창문에 입김을 불어 썼더니 창문 반대편에서 사람도 안 보이는데 입김이 생기더니 lie라고 바꿔서 쓰는 것이다. 그것 말고도 치료 중 도구에 반사되어 피 흘리는 귀신이 보인다든지, 방 안에 있는 거울을 볼 때마다 귀신이 조금씩 다가오는 게 보인다든지. 그런 것들은 점점 일라이를 피폐하게 만들었고 처음에 치료 센터에 들어왔을 때보다 눈에 띄게 상태가 안 좋아졌다.

일라이는 치료 센터에 들어온 이후 그 마을에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헤일리라는 여자애와 만나게 됐는데 그 아이에게서 더욱더 의심이 되는 말을 듣게 된다. 치료 센터에 들어간 아이가 3단계 치료법 이후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거기다 페리라는 애도 그곳에서 유령을 봤다고 말했었다고 헤일리가 말해줬는데 혼박사는 이곳에서 유령을 본 사람이 없고 일라이가 유령을 보는 건 약물 부작용으로 인해 그런 것이라고 말한다.

어느 날 일라이는 유령에게 쫓기다가 옷장 안에 들어갔는데 격렬하게 유령이 옷장을 움직인 결과 옷장이 넘어지고 만다. 옷장에 붙어있던 거울도 깨졌는데 깨진 거울 뒤 옷장 문에 글씨가 새겨져 있었고 그건 LIELIELIELIELIE의 연속이었다. 이 소동으로 인해 또다시 일라이는 가족들에게 이상하다는 소리만 듣게 됐지만 (일라이가 이곳에서 나가고 싶다고 해도 여기서 치료 안 하면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식으로 말해서 결국 남아야 했다) 일라이는 글자에 대해 생각한 끝에 암호라는 걸 깨닫게 된다.

LIE를 거꾸로 뒤집으면 317이란 숫자가 나왔기 때문이다. 그 숫자는 치료실로 들어가는 암호였고 일라이는 모두가 잠든 사이 일부러 수면제를 먹지 않고 맨 정신으로 기다리고 있다가 치료실에 숨어들어간다. 그곳엔 혼박사의 방도 있었기에 매우 몰래 조심히 들어가야 했다. 그곳에서 치료 차트를 확인해보는데 충격적인 사실이 들어있었다. 그건 헤일리가 말했던 페리는 물론, 다른 두 명의 아이들이 모두 3단계 치료를 거치고 나서 죽었다는 것이다. 일라이는 이제 3단계만 앞둔 상황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무섭게 다가왔다.

그러던 중 폴과 로즈의 사이에도 균열이 갔다. 폴이 혼박사와 뭔가 대화를 했는데 숨기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 보였기 때문이다. 로즈는 더 이상 이곳에 있을 수 없다며 일라이를 데리고 가려고 한다. 하지만 혼박사는 이대로는 일라이가 악화될 뿐이라며 로즈를 설득한다. 치료실에서 겨우 빠져나온 일라이는 3단계 치료를 받은 애들이 모두 죽은 차트를 봤다면서 이곳을 나가야 한다고 하는데 폴은 일라이를 설득하다가 진정제를 놔버린다.

하지만 진정제는 효과가 없었고 일라이를 단체로 붙잡아 치료실로 강제로 데려가던 중 일라이는 가까스로 도망치는데 성공한다. 바깥에 일라이네 차가 불타고 있어서 시선을 빼앗긴 탓이었다. 일라이는 혼박사 일행에게서 도망치다 혼박사의 방으로 추정되는 곳으로 들어가는데 그곳에는 혼박사 일행의 수녀복 사진이 있었다. 그들은 의료진이 아니라 수녀였던 것이다. 그러던 중 모기 같은 벌레가 어디선가 날아와 그 방의 숨겨진 방을 알려주었고 그곳엔 바깥과 이어진 지하실이 있었다. 그 안에는 제단 비스름한 게 있었고 우물 같은 게 하나 있었는데 혼박사는 일라이가 들어간 걸 알고 일부러 가둬버린다. 난 이 부분에서 혹시 악마한테 애들 바치는 사이비 집단인가 했는데 그건 아니라는 게 나중에 밝혀진다.

원래 일라이는 바깥에 나가면 피부가 빨갛게 일어나며 숨을 못 쉬고 기절하곤 했는데 다시 깨어난 일라이는 멀쩡했다. 일라이는 사실 면역 질환 같은 게 없었던 것이다. 로즈가 다시 찾아와 치료 마지막 단계를 마쳐야 한다고 설득하러 왔을 때 일라이는 일부러 뒤돌고 있다가 쓰러진다. 일부러 기절한 척해서 로즈가 문 열고 들어왔을 때 나갈 기회를 엿본 것이다. 일라이는 로즈 머리를 십자가로 내려치고 도망을 쳤는데 기절했다가 다시 일어난 로즈는 십자가를 줍게 되고 십자가가 사실은 단검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그리고 뚜껑이 달린 우물 같은 걸 열어보는데 그 안에는 치료 도중 사망한 아이들이 전부 미라 같은 상태로 들어가 있었다.

그제서야 로즈는 이 치료의 마지막은 살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죽이는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로즈는 일라이를 죽일 수 없어서 혼박사를 단검으로 협박해 일라이의 치료를 관두라고 한다. 로즈가 혼박사에게 따지자 아이가 조금만 더 약했다면 치료로 구할 수 있었다고 한다. 폴은 일라이를 데리고 나가자고 로즈를 설득하고 단검을 건네받는데 어째서인지 폴은 단검을 혼박사에게 건네주며 아이를 구원하라고 한다. 솔직히 여기까지도 설마 했다. 폴까지 단체로 미쳤구나! 했는데 갑자기 시작되는 퇴마 의식. 웃기게도 나는 이 장면까지도 사이비 집단이 성수가 아니라 염산이라도 뿌리나? 하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퇴마 의식이 진행되면서 일라이의 본모습이 드러나게 된다.

혼박사가 마지막으로 일라이의 가슴에 칼을 꽂으려 할 때 무언가의 힘으로 칼이 멈춰버린 것이다. 그건 일라이의 숨겨진 힘이었다. 일라이는 자신의 힘으로 혼박사의 몸에 단검을 꽂게 만든다. 포박하고 있던 줄도 불꽃을 만들어 다 끊어내고 혼박사를 포함한 모든 수녀들을 자신의 힘으로 포박하고 공중에 역 십자가 형태로 둥둥 떠서 돌게 만든다. 모든 사실을 알고 싶었던 일라이는 그 상태로 로즈에게 자신에게 무엇을 넣은 거냐고 질문한다.

로즈는 일라이에게 넣었던 건 성수였고 (그래서 몸이 거부반응을 일으켜서 타들어가는 고통이 일어난 것) 유전자 억제를 위해 쓴 건 타니스 뿌리라고 한다. 일라이는 자신의 존재 자체에 의문을 가지며 자신은 뭐냐고 묻는데 로즈가 자신의 아들이라고 말하자 거짓말이라고 소리친다. 그때 공중에 둥둥 떠다니던 혼박사와 그 일행이 전부 불에 타게 되고 그 상태 그대로 공중을 빙글빙글 돈다. 이 장면은 꽤 인상적이었다.

로즈는 일라이의 아빠에 대한 얘기를 해주는데 그 존재는 인간이 아니었다. 아이를 갖고 싶었던 로즈는 주님께 기도를 했지만 들어주시지 않았고 그 결과 소원을 빈 것이 일라이의 아빠였다고 한다. 그는 일라이가 자신처럼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사탄은 언제나 거짓말을 한다며 그의 아빠가 사탄이라는 것을 말한다. 폴이 일라이를 죽이려고 뒤에서 다가가는데 일라이는 그걸 알고 자신의 힘으로 폴의 머리를 터트려 죽여버린다. 로즈는 일라이에게 자신을 용서해달라 하고, 일라이는 그래도 자신을 구하려 했던 게 엄마여서 그런지 십자가 목걸이만 떼어내고 로즈를 죽이지 않는다.

일라이가 걷는 곳마다 불꽃이 일고 치료 센터는 불바다가 된다. 바깥으로 나온 일라이는 공기를 마시며 매우 좋아하는데 바깥에서는 헤일리가 기다리고 있다. 헤일리는 일라이가 다른 애들보다 강할 줄 알았다며 치료 센터에 죽은 애들이 전부 이복형제였다고 말한다. 일라이는 왜 다 알고도 말해주지 않았냐 하는데 미리 말해주는 건 금지 사항이라고 한다. 헤일리는 일라이에게 아빠에게 갈 거냐고 묻더니 로즈에게 운전하라고 시킨다. 로즈는 매우 두려워하며 힘들어하는데 일라이는 로즈가 자신이 힘들어할 때마다 시켰던 심호흡법을 그대로 로즈에게 시킨다. 그렇게 해서 불타는 치료 센터를 뒤로하고 영화는 끝난다.

유난히 일라이의 이름에 대해서 초반부터 말이 많이 나오는데 애초에 일라이 자체가 사탄의 거짓말을 뜻하는 게 아니었을까 싶다. 헤일리가 일라이를 만났을 때 이름이 마음에 안 든다고 한 거 보면 헤일리나 일라이나 둘 다 Lie가 이름 안에 들어가 있어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다른 애들은 아닌 것 같긴 했지만.

난 영화 초반 분위기가 정말 마음에 들었다. 원래 귀신 나오는 부분에서 공포를 느끼는 터라 귀신들이 갑자기 등장해서 놀래키는 장면이 좋았다. 그냥 그 치료 센터 자체가 치료 받다가 죽은 귀신들이 사는 곳인가 했는데 후반부에 갑자기 일라이가 사탄의 자식으로 밝혀지면서 오컬트 물이 돼서 약간 벙쪘는데 영화 다 보고 나서 생각을 정리하니 그리 나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위에도 썼지만 일라이가 혼박사 일행들 역 십자가로 만들고 불태우는 장면이 제일 인상 깊었다.

그런데 혼박사가 일라이를 3단계까지 치료하는 것이 영혼을 구원하는 길이라고 말했지만 그건 아닌 것 같다. 죽은 애들이 귀신이 되어 일라이를 바깥으로 내보내려 하고 진상을 밝히려고 나온 걸 보면 그 애들의 영혼은 구원받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퇴마의식으로 아이들의 영혼이 구원받았다면 그 치료 센터에서 지박령처럼 돌아다니지는 않았을 테니까 말이다. 귀신으로 나온 모습들도 죽었을 때의 마지막 모습이었고.

영화 자체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만족이었다. 초중반부의 공포감이 매우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후반부는 갑작스럽게 반전이 나오긴 하지만 오컬트 물에 거부감 없는 사람이라면 괜찮게 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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