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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

 

우리나라에서 개봉 날짜가 나오기 전부터 영화 소식을 접했던 터라 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그렇다고 엄청 자세한 내용을 아는 건 아니었고 그냥 다른 나라에서 호평받았다는 거만 대충 알고 있는 상태였다. 개봉 이후 영화평 중에 후반부가 아쉽다거나 내용이 생각보다 잔잔하다고 하는 사람이 있길래 기대감이 처음보다 떨어졌다. 뭐, 그래도 공포 영화는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편이다 보니 일단 보고 나서 생각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참고로 포스터에 나오는 장면은 안 나오니 포스터 장면을 기대하면 안 된다. 개인적으로는 포스터가 엄청 멋져서 저 장면도 기대할 뻔했는데 다행히(?) 영화 보러 가기 직전에 저 장면이 안 나온다는 사실을 알고 가게 돼서 기대는 접었다.

 

영화 시작에서는 1970년대의 혼란한 미국을 잠깐 보여주고 '잭 델루이'의 일생을 조명한다. 그는 점점 사회자로서 명성을 얻다가 심야 토크쇼 올빼미 쇼의 MC를 맡게 된다. 나름 선방하는 듯 보였으나 항상 라이벌 프로그램에 밀려 빛을 보지 못했다. 그 와중에 더 그로브라는 남자들의 비밀 사교 집단에 잭이 참여하고 있다는 소문도 돈다. 숲속에서 부엉이를 숭배하는 사이비 집단 같은 느낌이었는데 나름대로 권력 있는 자들이 모인 장소 같았다. 잭이 시청률을 상승시키고 싶어서 그 집단에 동참한 게 아닌가 하는 의문점도 제기한다. 잭에게는 아내 매들린이 있었는데 비흡연자임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폐암 말기에 걸려버린다.

 

이후 시청률에 눈이 먼 건지 잭은 시청률이 부진한 올빼미 쇼에 산소를 수시로 들이마셔야 할 정도로 폐 상태가 매우 안 좋은 아내 매들린을 게스트로 초대해 토크쇼를 진행했다. 매들린은 그 방송 이후 2주 후 사망했다. 매들린이 출연했던 방송은 시청률이 높았지만 그 이후 방송은 부진했고 잭은 아내의 죽음을 슬퍼하며 1년간 휴식을 취하게 되었다. 그렇게 1년 뒤 잭은 다시 올빼미 쇼에 출연하게 되었는데 그게 바로 문제의 1977년의 할로윈 전날 밤 특집이었다. 이 생방송은 초유의 사태를 불러일으켰고 47년 만에 비디오로 발견돼 공개되는 거라 나온다. 이 비디오의 제목은 바로 악마와의 토크쇼였고 카운트다운을 센 뒤 영상이 재생된다.

 

영상은 옛날 브라운관 티비 비율로 나오고 화질조차 약간 흐려 보이는 옛날 화질로 나온다. 토크쇼 본방은 컬러로 나오고 방송이 잠시 멈추는 쉬는 시간의 타이밍에는 흑백으로 진행이 된다. 영화 결말부에서는 가로로 길쭉한 영화 비율과 선명한 화질의 영상이 나오게 된다. 이게 나름대로 신선한 느낌을 주었다. 카메라는 관객들도 간간이 비춰주는데 할로윈 시즌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할로윈 코스튬을 하고 있는 걸 볼 수 있다. 토크쇼가 본격적으로 시작 전 오늘의 게스트 소개도 잠깐 해주고 잭이 사람들과 유머러스한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무대 오른쪽에는 광고 끝나고 토크쇼가 재개할 때마다 악기를 연주하는 밴드가 있었고 잭의 보조 MC를 맡는 거스라는 남자도 있었다. 거스는 중간중간 개그로 분위기를 환기시켜주는 역할을 했다. 그는 진공관으로 손대지 않고 연주하는 악기 테레민으로 으스스한 소리를 내며 토크쇼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첫 번째 게스트로는 크리스투라는 영매사가 초대된다. 딱 봐도 사짜 느낌이 풀풀 풍기는 남자였다. 이 남자는 자신이 영혼과 주파수가 맞으면 영혼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했다. 잭이 그러면 맨날 시끄러운 거 아니냐 하니 라디오를 끄는 것처럼 그냥 전원을 내려버리면 주파수는 들려오지 않기 때문에 괜찮다고 했다. 크리스투는 갑자기 집중하는 것처럼 행동을 취하더니 P로 시작하는 게 들려온다고 한다. 피터, 피터슨? 이런 식으로 말을 하는데 관객 중 한 명이 우리 가족 중에 그런 이름이 있다며 놀라워하는 반응을 보인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이름은 바람 나서 집 나간 부인의 이름이었고 관객들은 어이없어하며 웃었다. 그 남자 옆에는 전신을 해골로 코스튬 한 사람이 있었는데 왠지 모르게 영화 내내 시선을 강탈하는 존재였다. 영화에서 딱히 의미 있게 나오진 않았지만 후반부를 생각했을 땐 잭과 관련이 있는 사람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토크쇼는 중간중간 쉬는 시간을 갖는데 이럴 때마다 옛날 방송 특유의 '잠시 후 다시 방송이 이어집니다' 같은 문구가 그림과 함께 흘러나온다. 이때는 화면이 흑백으로 전환되며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는 잭과 프로듀서의 대화가 자주 나온다. 사실 관객석에 있던 바람 난 아내가 있다고 말한 남자는 방송사가 고용한 사람이었다. 한 마디로 크리스투는 가짜 영매사가 맞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 인기가 있었던 것 같지만 말이다. 촬영은 다시 재개되고 이번엔 크리스투가 에드워드라는 이름이 들린다고 했었나? 뭔가가 들리는 척하는데 앞쪽 관객석에서 반응을 보인다.

관객석엔 모녀가 있었는데 자기 아들의 이름이라며 안 좋은 일로 죽음을 맞이하게 됐다는 걸 암시하는 표정을 짓는다. 알고 보니 아들은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고 한다. 크리스투는 아들이 이제 걱정하지 말라는 식으로 말을 했다며 가족들을 안심하게 해주는 말을 한다. 그러더니 '파파'라는 단어를 들었다 한다. 딸은 아빠를 그런 식으로 부르지 않았다며 의아해 하지만 엄마는 그 단어에 반응을 보인다. 아들이 어렸을 때 가지고 놀던 인형에게 그 이름을 붙여줬다는 것이다. 아직도 아들의 유품을 가지고 있다며 그 인형을 잘 갖고 있다고 전해달라 한다. 크리스투는 자신이 따로 말해줄 필요 없다며 이 자리에 아들이 있다는 식으로 얘기하고 순식간에 진짜 영매사인 것처럼 분위기가 달아오른다. 그리고 이뿐만이 아니었다. 크리스투는 갑자기 눈이 뒤집어져 흰자위만 보이며 엄청나게 고통스러워하더니 슬퍼하는 영혼이 있다면서 '미니'라는 사람을 아는 사람이 있냐고 질문한다. 하지만 관객석엔 아무도 없었다. 총각인 사람이 결혼반지를 끼고 있다고도 말했다.

 

뒤이어서 두 번째 게스트가 등장하게 되는데 그의 이름은 카마이클 헤이그였다. 잭은 크리스투에게 헤이그라는 녀석이 오는데 허풍쟁이니까 그의 말을 그다지 신경 쓰지 말라고 경고했다. 왜냐하면 카마이클은 초현실적 사건들을 박살 내는 회의론자였기 때문이다. 그는 초현실적 현상을 자신에게 직접 증명하면 돈을 주겠다고 했는데 아직까지 증명한 사람이 없다면서 즉석으로 50만 달러를 주겠다고 백지 수표를 적는다. 그는 말로만 초현실적 사건들을 의심하는 게 아니라 나름대로 자신만의 증명을 내보이며 깨부수는 사람이었다. 원래 마술사였는데 최면도 가능한 사람이어서 이 토크쇼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단순한 초현실적 사건이라 믿지 않는다.

 

쉬는 시간 이후 '미니'의 정체에 대해 밝혀진다. 잭은 미니가 매들린과 둘만 있을 때 부르던 애칭이라 아무도 몰랐을 거라 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왼손에 낀 결혼반지를 보여주기도 한다. 총각인데 결혼반지를 하고 있다(는 번역이 좀 애매하긴 하지만)는 말의 의미를 상기시켜주는 것이었다. 카마이클은 설령 둘만 아는 애칭이었다고 해도 사전에 알리고 짜고 친 것일 수 있다며 믿지 않는다. 그러자 잭은 크리스투가 죽은 아들의 이름을 알아맞힌 것은 어떻게 증명할 거냐 한다. 카마이클은 크리스투가 한 일에 대해서 고장 난 시계도 한두 번은 맞을 때가 있는 거라며 믿지 않는다. 쉬는 시간이 되었을 때 카마이클은 죽은 아들에 관해 말했던 모녀에게 질문을 던진다. 혹시 방송이 시작되기 전에 누군가가 이것저것 질문하지 않았냐, 따로 적어낸 게 없었냐 하는 것들이었다. 그러자 모녀는 크리스투를 돕는 여자가 자신들에게 이것저것 물어봤다고도 했고, 모르는 사람이 이것저것 물어봤다고 말을 했다. 사전 질문을 통해 크리스투가 정보를 알아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미니'의 이름을 알려준 뒤로 크리스투의 상태는 점점 안 좋아졌다. 호흡이 가빴고 속이 안 좋은 것처럼 보였다. 카마이클은 전부 크리스투가 가짜로 연기하는 것뿐이라며 말하는 족족 비아냥댔고 그렇게 말싸움을 벌이다 분노한 크리스투가 나가려 한다. 잭은 크리스투의 공연 일정이 방송 아래에 나갈 거라고 발표하고 크리스투는 나가려 하는데 갑자기 검붉은 액체를 토해낸다. 그냥 토한 것도 아니고 먹물 쏘아대듯 토해대서 카마이클이 옷을 갈아입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방송은 잠시 중단되고 크리스투는 방송에서 퇴장하게 되었다. 방송이 중단될 때까지 엄청난 양의 검붉은 액체를 쏟아냈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병원에 실려가게 되었다. 프로듀서는 사람들에게 비난 전화가 빗발치고 있긴 하지만 시청률이 엄청나게 올라가고 있다며 잭과 대화하며 흥분했다. 이번 일은 방송국 측에서 벌인 일은 아닌 것 같았다.

 

카마이클은 이런 것도 일종의 연기라면서 일부러 피를 뿜어낸 것이라며 믿지 않는다. 잭은 관객들에게 크리스투는 무대 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말하며 진정시키는데 그 말이 무색하게도 구급차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진다. 어쨌든 잭은 또 다른 게스트를 불러들이며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세 번째 게스트는 바로 초심리학자 준 로스 미첼 박사였다. 그녀는 악마와의 대화라는 책을 집필했는데 그건 사탄 숭배 집단에서 구출해낸 소녀 릴리와의 대화를 바탕으로 쓴 책이었다. 게스트로는 준뿐만 아니라 릴리도 함께 한다. 우선 관객들에게 영상 자료로 당시 10살이던 릴리를 구출하던 영상을 보여준다. 아브락사스라는 이름의 악마를 섬기던 집단이었는데 손을 칼로 그어서 서로의 피를 섞는 등 이상한 행동을 많이 하는 집단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납치 혐의도 있었다. 아이들을 제물로 삼는 악마 집단이었기 때문이다. 그 집단의 수장인 디아보는 이런 여러 가지 이유들로 FBI에게 잡혀가게 될 상황이 오자 모든 악마 숭배자들에게 스스로 불타죽도록 명령했고 모두 죽게 되었다. 그런데 모두가 죽은 와중에 살아남은 한 아이가 바로 릴리였던 것이다.

 

토크쇼에 나온 릴리는 13살이었고 준은 그런 릴리의 후견인이 되어 있었다. 준은 릴리를 초심리학 내에서 실험하고 안에 있는 악마를 통제하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 통제가 완벽하게 되는 건 아니라서 아무 때나 악마를 소환하거나 하면 안 되는 것 같았다. 물론 카마이클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초심리학이라는 학문이 있긴 있냐며 비웃었고 준은 나름대로 이름 있는 연구소에서 학문을 배웠다는 걸 어필한다. 릴리는 자신 속의 악마를 꿈틀 씨라고 칭한다고 했는데 그 이유는 꿈틀거리면서 자신의 속을 돌아다니거나 사라져서 그런 거라 한다. 잠시 쉬는 시간이 왔을 때 준은 이곳에서 악마를 소환할 수 없다며 반대한다. 잭은 스태프인지 프로듀서 인지에게 병원에 실려가던 크리스투가 계속 그렇게 피를 토해내다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잭은 그 말을 듣고는 이 사실을 거스에게 알리지 말라고 하는데 방송가 소문이 빠르니 금세 알게 될 거라는 말만 듣게 된다.

 

어느 타이밍에 나왔는지 기억은 잘 안 나는데 방송 도중 갑자기 으스스한 테레민의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한다. 잭은 거스를 보며 이 타이밍에 이 소리를 내는 건 아니지 않냐 하는데 거스는 자신이 한 게 아니라며 꺼보려고 하지만 스파크가 튀어서 손을 대지 못한다. 너무 커다란 소리에 관객들과 무대 위의 사람들이 전부 괴로워하고, 유리컵마저 깨져버린다. 그러자 카마이클은 테레민과 연결되어 있던 전기 코드를 뽑아버린 뒤 이건 소프라노가 고음을 냈을 때 유리가 깨지는 것과 같은 현상이라며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넘어간다. 쉬는 시간 도중에 거스는 크리스투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면서 이 토크쇼를 그만두지 않으면 끔찍한 일이 벌어질 거라고 중단해야 된다고 한다. 잭은 예수쟁이 같은 소리 하지 말라면서 거스를 무시한다.

 

카마이클은 악마의 존재를 믿지 못하며 악마를 직접 소환해 보자고 한다. 준은 당황해하며 이렇게 통제하기 어려운 환경에서는 너무 위험하다고 극구 반대한다. 잭은 일부러 관객들을 부추겨서 악마를 소환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한다. 관객들도 카마이클처럼 진짜인지 아닌지 보여줘야 믿지 않겠냐면서 준을 닦달하기 시작했다. 결국 준은 소환을 하겠다고 승낙했고 팔목 억제대를 가져다 달라고 한다. 그렇게 해서 준비를 하는 동안 준은 다시 잭과 대화하게 된다. 준은 이렇게 될 걸 예상하고 사람들을 부추긴 잭에게 원망의 눈빛을 내비치는데 둘 사이가 꽤 가까워 보인다.

 

방송이 다시 시작됐을 땐 양 팔목이 의자에 묶인 채 앉은 릴리와 마주 보고 앉은 준의 모습이 있었다. 준은 릴리에게 최면을 걸어 잠들게 한 뒤 릴리 안의 악마를 깨운다. 누가 말했는지는 잘 기억 안 나지만 릴리 안의 악마는 아브락사스는 아니고 그의 수하 같은 존재라고 했다. 고개를 떨구고 있어서 긴 머리카락에 얼굴이 가려진 릴리는 괴상한 숨소리를 내더니 고개를 들어 본색을 드러낸다. 얼굴을 드러냈을 땐 13살의 릴리가 아닌 험상궂어 보이는 상처 자국이 있는 남자의 얼굴이었다. 목소리도 릴리만의 목소리가 아닌 남자의 목소리가 뒤섞여서 나온다. 준이 악마에게 이곳에 온 목적에 대해 물어봤던 거 같은데 생각보다 별 목적 아니었는지 내 기억에는 안 남았다;

악마는 오히려 준보다는 잭에게 관심이 있어 보였다. 잭을 보더니 옛날에 보고 또 본다면서 오랜만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물론 잭은 악마를 본 적이 없다면서 의아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잭이 그런 반응을 보이자 준은 매들린에 대해서 얘기를 하더니 이미 썩어서 벌레들에게 먹혔겠다며, 매들린이 죽어야 준 같은 여자와도 사랑을 나눌 수 있지 않냐는 식으로 말을 한다. 그러더니 잭과 준이 들판에서 서로를 탐했다는 식의 이상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노래를 듣고 화가 난 준은 릴리의 뺨을 때려버렸고 릴리는 자신이 하고 싶어서 한 게 아니라면서 슬퍼하지만 이것도 악마의 농간이었다. 거기다 이번엔 악마의 목소리가 아닌 여자의 목소리로 잭에게 어떻게 그냥 둘 수가 있냐며 원망의 말을 내뱉는다. 릴리는 갑자기 의자에 묶인 채로 공중 부양을 한다. 조명에 전기가 타고 흐르는 등 사태가 심각해지자 준은 자신이 갖고 있던 목걸이로 준을 제어하기 시작했고 의자가 다시 내려앉으며 일단락이 된다.

 

쉬는 시간이 되자 잭은 릴리가 냈던 여자의 목소리가 마치 죽은 매들린 같았다며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인다. 정비를 하는 동안 준이 릴리의 팔목 억제대를 풀려고 하는데 잘 안 풀리자 릴리가 괴로워하며 빨리 풀어달라고 한다. 그 모습을 본 잭은 악마 숭배에 쓰였다던 칼로 릴리의 팔목 억제대 벨트를 잘라준다. 방송이 다시 시작되자 카마이클은 릴리의 정신 상태가 의심된다는 발언을 한다. 준은 그 말은 선을 넘었다면서 방송 도중 나가려고까지 하는데 여차여차해서 나가는 건 저지했다. 카마이클은 이런 건 자신도 할 수 있다면서 모두에게 최면을 걸겠다고 한다. 실험 대상체는 거스였다. 거스는 겁이 많아서 나서고 싶지 않아 했지만 지목이 돼서 어쩔 수 없이 의자에 앉게 되었다. 카마이클은 분위기를 살려야 된다며 조명을 어둡게 하고 바닥에 연기가 피어오르게 만든 뒤 관객들과 시청자, 무대 위의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갖고 있는 회중시계에 집중하게 만든다. 그 회중시계에는 빙글빙글 화면이 돌아가는 장치가 있어서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이후 갑자기 카마이클이 거스에게 벌레를 무서워하지 않냐 묻는다. 거스는 어떻게 게 알았냐면서 놀라워한다. 갑자기 거스는 덥다고 하며 옷을 벗더니 몸 안에서 벌레가 기어다니는 것 같다고 한다. 옷깃을 풀더니 오른쪽 목에서 지렁이 한 마리를 꺼냈다. 모두들 경악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엔 배를 찢어내 엄청난 양의 기다란 검은 벌레를 쏟기 시작했다. 흡사 불은 짜장면 같아 보였다. 심지어 한 쪽 눈에서 눈알이 튀어나오고 커다란 벌레가 튀어나오기까지 했다. 이 와중에 릴리는 빙글거리며 웃고 있어서 괴기하게 느껴졌다. 상황이 점점 악화하자 카마이클도 당황하며 최면을 끝냈다. 그러자 이 모든 것은 말끔하게 사라졌다. 전부 카마이클의 집단 최면이었던 것이다. 거스는 당황해하며 자신의 모습을 보고 부끄러워한다.

 

모두가 경악을 금치 못하는 가운데 영상을 되돌려 방금 전 상황이 어땠는지 확인해 보자는 말이 나왔고 카마이클은 영상은 진실만을 찍는다며 바로 봐보자며 흔쾌히 승낙한다. 녹화된 영상에서는 카마이클이 앉아있는 거스에게 덥지 않냐 하며 상황을 유도하는 장면이 나왔다. 그 말을 들은 거스는 갑자기 덥다면서 겉옷을 벗어던지고 벌레가 있다는 카마이클의 말에 벌레를 뽑아내는 시늉을 하기 시작했다. 최면에 걸린 사람들 눈에는 경악할 만한 장면이었지만 걸리지 않은 사람 눈에는 그저 웃긴 장면일 뿐이었다. 그래서 최면에 걸리지 않았던 릴리가 웃으면서 거스와 사람들의 반응을 지켜본 것이었다. 관객 중에서도 최면에 안 걸린 사람이 있다고 했는데 2명인가 그랬다. 카마이클은 화면을 보며 자신은 이렇게 증명했다면서 릴리의 악마 들림도 가짜일 거라 비아냥댄다. 그러자 릴리는 준에게 우리도 화면을 돌려보자며 조르기 시작한다.

 

준은 릴리가 지금 불안정한 상태라 돌려보는 것도 안 좋을 것 같다고 하지만 사람들의 성화와 카마이클의 조롱에 못 이겨 결국 녹화 화면을 다시 보기로 한다. 그러자 이번엔 카마이클 때와는 달리 모든 것이 그대로 드러났다. 릴리의 목소리에 겹쳐진 남자 목소리와 릴리의 얼굴이 아닌 남자의 얼굴, 모든 것이 진짜였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화면에 자꾸 노이즈가 끼며 지지직거리는데 찰나의 순간 잭이 무언가를 감지한 듯 1프레임씩 돌려서 화면을 정지시켜달라고 한다. 방송사에서는 잭의 요청대로 프레임마다 끊어서 정지를 시키는데 놀랍게도 한 장면에서 매들린의 유령이 하얗게 나타난 게 보인다. 카마이클은 그런 장면에도 아랑곳 않고 방송사에서 영상을 조작한 것이라 말한다. 그런데 갑자기 문제가 생긴다.

 

앉아있던 릴리가 갑자기 서서 괴로워하더니 양 팔에서 하얀색 전기 에너지가 모이기 시작했다. 양쪽으로 뻗은 전기는 점점 온몸을 휘감기 시작했고 릴리의 몸이 마치 오래된 텔레비전 화면 속 노이즈같이 변한다. 그러다 릴리의 얼굴이 양쪽으로 갈라지기 시작했다. 심지어 눈에서는 하얀 불빛을 뿜어대며 도저히 사람이라 할 수 없는 형체가 되어있었다. 대충 릴리의 형상을 한 전기 덩어리 같았다. 거스가 자신의 십자가 목걸이로 나름 악마를 제압한다고 다가갔으나 초능력으로 목이 꺾여 죽어버린다.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고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기 시작했다. 방송에서는 화면 조정 중이라며 방송을 중단시켰다. 준은 자신의 목걸이로 릴리 안의 악마를 제압하려 하는데 제압은커녕 목걸이 채로 공중으로 들어올려진다. 결국 공중에 매달려 있던 준은 목걸이가 목을 통과하면서 목이 베여 죽게 된다. 그 모습을 모두 지켜본 카마이클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베엘제붑인지 바알인지 악마의 이름을 대면서 무릎을 꿇고 충성을 맹세했다. 여태까지의 모습과는 상반된 모습이라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악마는 그딴 것 아랑곳 않고 바로 카마이클을 산 채로 뜨거운 온도로 녹여 죽여버린다. 이 모습을 문 중간에 서서 지켜보던 잭. 프로듀서는 빨리 나가자며 잭을 끌어당기는데 그 모습을 릴리가 지켜보고 있었다.

 

화면은 갑자기 컬러에 보편적인 영화 비율로 바뀌며 잭의 모습을 보여준다. 잭은 평소와 다름없이 토크쇼를 진행하고 있었다. 죽었던 거스도 살아있었고 다른 게스트는 없었다. 잭이 혼란스러워하는 와중 갑자기 또 다른 토크쇼의 한 장면으로 넘어간다. 잭이 욕을 하며 무대 밖으로 나가자 다른 연기자는 생방송 중인데 이래도 되냐며 당황해한다. 그렇게 혼란스러운 장면들이 여러 번 지나간다. 잭이 방송사와 계약하는 모습, 토크쇼에서 이상한 돌림판을 돌리는 모습 등 알 수 없는 장면들이 지나갔다. 심지어 잭은 티비 화면을 당장 끄라며 시청자들에게 소리치기도 했다. 이후 잭은 병들어 죽어가는 매들린의 모습과 마주하게 된다. 침대에 누워 힘겨워하는 매들린은 너무 고통스럽다고 하면서 잭에게 자신을 죽여달라고 애원한다. 눈물을 흘리던 잭은 아브락사스 악마 숭배자들이 사용했다던 검은 단검으로 매들린의 가슴팍에 칼을 꽂아 넣기 시작했다. 이후 정신이 든 잭의 눈앞에 있는 건 죽은 매들린이 아닌 죽은 릴리였다. 주위에는 악마에 의해 죽은 사람들의 시체가 널브러져 있었다. 모든 것이 망상이나 꿈일 거라 생각하는지 잭은 자꾸 꿈에서 깨어야 한다고 외쳤고 이렇게 할로윈 전날 밤의 올빼미 토크쇼 영상은 끝났다.

 

같이 영화를 본 엄마는 하다만 것처럼 끝났다고 아쉬워하셨지만 개인적으로는 결말이 나름 마음에 들었다. 사람들이 후반부가 아쉬웠다고 하길래 걱정이 됐는데 난 오히려 초반보다 후반부가 매우 마음에 들었다. 앞부분은 후반을 위해 달려온 느낌이었다. 릴리 얼굴이 갈라지는 등 좀 판타지스러운 면이 사람들에게 불호평을 받은 것 같은데 난 막판에 살육의 현장이 벌어진 게 나쁘지 않아서 괜찮았다. 솔직히 그냥 빙의된 악마 모습으로 사람들을 죽였으면 별 감흥 없었을 거 같은데 말 그대로 초현실적인 모습이라 더 마음에 들었다. 영화 정보를 검색하면 실화인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이는데, 영화 보면 알겠지만 실화는 아니고 파운드 푸티지 영화다. 그것도 영화 후반 가서 깨지는 느낌이지만...

 

영화 결론 부분의 해석을 찾는 사람들도 많아 보이는데 내 생각은 더 그로브의 일원이었던 잭이 아내 매들린을 제물로 바치고 올빼미쇼의 시청률 1위를 탈환하게 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원숭이 손이 왜곡된 상태로 소원을 들어주는 것처럼 악마도 잭의 소원을 불행한 방법으로 들어준 것이다. 더 그로브에서는 무언가 이루기 위해서 대가를 바쳐야 한다는 식의 말이 있었는데 결국 잭 자신도 그 악마의 제물이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릴리가 있던 악마 숭배 집단이 섬기던 악마도 사실은 더 그로브에서 숭배하던 악마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 악마가 예전에 잭을 본 적이 있다고 말한 거고 악마에 의해 매들린이 죽었기 때문에 악마가 나타났을 때 죽은 매들린의 형상이 나타난 게 아닌가 싶다. 매들린은 잭의 토크쇼 시청률 때문에 죽었으니 억울해서 원망할만하기도 했고. 개인적으로는 초반에 말했던 해골 코스튬의 남자는 어쩌면 더 그로브의 일원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부러 관객으로 숨어들어서 이 참극을 직접 지켜보려고 했던 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영화는 어떻게 보면 뻔한 스토리지만 토크쇼 연출이 좋아서 몰입도가 좋았던 것 같다.

 

영화가 나름대로 실제 인물을 모티브로 삼아서 찾아보는 재미가 있었다. 카마이클은 초현실적인 것을 증명하면 돈을 주겠다고 한 제임스 랜디를 모티브로 했고, 크리스투는 영성가 도리스 스톡스를 모티브로 삼았다고 한다. 도리스는 토크쇼 생방송 중 유리겔라와 말다툼하다 나간 일화가 유명한 듯하다. 캐릭터 모티브도 그랬지만 개인적으로 제일 흥미로웠던 건 보헤미안 그로브라는 비밀 사교 집단이었다. 더 그로브라는 비밀 집단이 나올 때 프리메이슨이 떠오르긴 했는데 보헤미안 그로브라는 집단이 진짜로 존재하는지는 모르고 있었기에 별게 다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부엉이를 섬기는 집단인 듯하고 나름 권력자들이 모였던 집단이었다고 한다. 물론 그보다 더한 이야기들도 많았다.

 

결론적으로 난 이 영화를 재밌게 봤다. 솔직히 초반에 크리스투가 나올 때까지만 해도 생각보다 그냥 그런데... 하면서 봤다가 검붉은 액체를 쏟아내는 장면부터 흥미가 가기 시작했다. 옛날 토크쇼 방식으로 화면을 보여줘서 집중이 잘 안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있었는데 그 시대를 살지 않았어도 충분히 집중할 만한 화면과 연출이었다. 그리고 공포 영화로서는 공포도가 거의 없다시피 해서 무서운 거 못 보는 사람도 볼만한 영화라고 생각된다. 단지 약간 잔인하다 생각되는 장면이 있으니까 고어 한 걸 못 보는 사람은 좀 애매하려나. 잔인하다기보다는 징그러운 게 더 강했던 거 같다. 오컬트 물 좋아하는데 약간 판타지스러운 것도 괜찮다 싶은 사람에게는 추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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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에서 본 리뷰에 광기가 느껴진다 하고 후반이 현실 공포라는 얘기도 있어서 영화 보기 전에 해서는 안 되는 기대를 해버리고 말았다. 기대를 하면 실망도 커지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 기대에는 못 미치는 영화였던 터라 아쉽다. 영화 자체를 못 만들었다거나 그런 건 아닌데 줄거리가 좀 뻔한 느낌이었다. 초중반까지는 분위기가 나름 좋았는데 후반부에서 갑자기 급하게 진행되는 느낌을 받았다. 이 영화의 중점적 인물인 두 엄마 셀린과 앨리스의 배우들 (외국 배우들 잘 모르는데 그나마 눈에 익숙한 배우들)의 연기력은 인지도만큼이나 좋았다. 그래도 60년대 시절의 패션을 보는 재미는 좀 있었다.

 

(여기부터 스포일러)

 

영화의 시작은 수풀에 119 구급차 모형이 떨어져 있고 꽃다발을 들고 있던 셀린이 그걸 줍는 걸 보여준다. 그 뒤 아이들인 맥스랑 테오를 학교에 데려다줬다가 수업이 끝난 뒤 다시 집 앞으로 데려다준다. 장난감은 둘 중 한 명이 주인이라 돌려줬다. 영화 정보를 대충 읽어서 별생각 없이 아들이 둘인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앨리스의 아들은 테오였고 맥스는 셀린의 아들이었다. 앨리스와 셀린은 옆집인데다가 울타리로 막고 있는 건 장미 울타리뿐이었다. 거기다 개구멍이 하나 있는데 테오가 자기 맘대로 셀린네 정원으로 기어 들어가기도 할 정도 막역한 사이였다. 그래서 그런지 테오와 맥스는 매우 친했고 엄마들도 사이가 매우 좋았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기 전에 앨리스가 셀린의 집(인 줄 몰랐는데 셀린이 오고 나서 알았다)에서 커튼을 다 치고 칼을 들길래 초반부터 무슨 사건이 일어나는 건가 싶었는데 그건 아니었다. 셀린이 집에 와서 커튼을 펼치자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파티를 즐기며 기다리고 있었다. 셀린의 생일이라 모두가 축하해 주러 온 것이었다. 셀린은 놀라면서도 자신을 축하해 주러 온 사람들을 보며 기뻐했다. 그곳엔 앨리스의 남편 사이먼도 있었다. 앨리스의 시어머니인 진 할머니도 찾아와 셀린은 가족과 다름없다고 하며 축하해 주었다. 앨리스는 셀린에게 진주 목걸이를 선물해 주고 목에 걸어준다. 그 뒤 셀린은 계속 그 진주 목걸이를 하고 다닌다. 앨리스가 셀린의 집에 들어갈 수 있었던 건 서로의 집 비상 열쇠를 갖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모두가 생일 파티를 즐기던 중 테오가 안 보여 앨리스가 찾아다닌다. 찾아다닌 끝에 본 건 울타리 개구멍으로 넘어가 맥스와 함께 놀고 있는 테오였다. 둘에게는 쿠키가 있었는데 그걸 보자마자 앨리스는 쿠키를 먹은 거 아니냐며 다그친다. 이때 셀린도 찾아와 이 상황을 지켜보게 된다. 다행히 맥스는 쿠키를 먹지 않았다. 앨리스가 쿠키에 민감한 건 테오에게는 견과류 알레르기가 있어서 먹기만 해도 생명이 위독해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쿠키를 먹지 않은 것에 안도하면서도 자신의 행동이 너무 나쁜 엄마 같다고 생각한다. 셀린은 그렇지 않다며 앨리스를 격려해 준다.

 

애들을 재우고 밤중에 부부들은 서로 술을 마시며 또다시 파티를 즐긴다. 이때까지 시대가 몇 년도인지 안 나오는데 남편 중 한 명이 케네디는 너무 어린데 대통령이 됐다며 투덜대는 걸 보고 60년대라는 걸 알게 되었다. 이때 나름대로의 갈등 요소가 나온다. 사이먼은 앨리스가 애를 하나 더 낳았으면 하는 생각이 있었고 앨리스가 테오를 쉽게 가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앨리스는 기자 일을 다시 하고 싶어 했다. 셀린의 남편 데이먼은 약사였고 셀린은 간호사였는데 셀린 역시 애를 키우며 간호사 일을 관둔 상태였다. 남편들의 이야기에 지친 셀린과 앨리스는 따로 나와 대화를 나눈다. 앨리스가 셀린에게 일을 하고 싶다는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으며 생활이 괜찮냐 질문하는데 셀린은 맥스 동생을 낳을까 싶었지만 지금 이대로로 만족한다고 한다. 간호사를 관둔 것까지도. 그래도 셀린은 앨리스가 다시 일을 한다면 자신이 테오도 돌봐주겠다고 하며 꼭 다시 일을 시작하라고 응원해 준다.

 

어느 날 앨리스는 장미 울타리의 시든 장미들을 자르고 있었다. 장미엔 가시가 많아서 손이 찔리면서도 다듬고 있었는데 위험한 상황을 목격하게 된다. 학교에서 만들어왔던 새집을 나무에 걸겠다면서 맥스가 2층 발코니에 아슬하게 올라가 서있었다. 깜짝 놀란 앨리스는 맥스가 위험하다고 외쳤지만 청소기를 돌리고 있던 셀린은 그 목소리를 듣지 못한다. 앨리스는 아이들이 들어가던 개구멍으로 들어가 보려 했지만 가시 덤불인데다가 좁아서 들어가려다 포기하고 앞문으로 달려서 셀린의 집으로 들어간다. 2층으로 올라가서 발코니로 나가봤지만 상황은 이미 종료된 상황... 어디에도 맥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그 모습을 본 셀린은 소리를 지르며 아래층으로 뛰어내려간다. 앨리스가 정원으로 갔을 땐 머리가 피투성이가 되어 죽어버린 맥스를 안고 슬퍼하는 셀린의 모습이 있었다.

 

이후 셀린은 앨리스를 회피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한밤중 가족들 사이에서 히스테리를 부리며 셀린이 소리 지르는 모습도 목격되었다. 물론 앨리스도 자신이 조금만 더 빨리 갔으면 맥스를 구하지 않았을까 죄책감을 갖고 있었다. 테오가 집에서 안 보여서 찾아다니다가 울타리 너머로 셀린과 테오가 대화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이때는 아직 맥스의 장례식을 치르지 않은 상황이었다. 테오는 셀린을 위로해 주고 있었다. 앨리스는 뭐 하는 거냐며 테오를 다그치며 집으로 다시 오게 했지만 셀린의 눈빛은 왠지 모르게 앨리스를 원망하는 것처럼 차가워 보였다. 그날 밤 테오는 토끼 인형을 셀린네 정원에 두고 와버렸다며 가지러 가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미 늦은 시간이었다. 테오가 그 인형이 없으면 잠을 못 잔다고 해서 앨리스는 테오와 함께 잠을 자기로 한다.

 

장례식 날이 되었고 성당에서 장례식이 치러진다. 침통한 분위기 속에서 앨리스가 문득 셀린을 보게 된다. 검은 망사 너머 셀린의 눈빛에는 분노가 가득 차 보였다. 장례식이 끝나갈 무렵 관 속에 누운 맥스를 직접 가서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앨리스는 테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할 거냐 묻고 테오는 그러겠다고 했다. 근데 맥스의 관 안에는 테오의 토끼 인형이 들어가 있었다. 테오는 인형을 보자마자 자기 인형이라면서 시끄럽게 떼쓰기 시작했고 앨리스는 테오를 데리고 허겁지겁 나올 수밖에 없었다. 앨리스는 사이먼에게 토끼 인형이 테오의 애착 인형이라는 걸 셀린이 이미 알고 있는데 자기 맘대로 말도 안 하고 관 속에 넣은 거라며 일부러 그런 것 같다고 분노한다. 그렇게 사이가 돈독하던 앨리스와 셀린의 사이가 멀어지기 시작한다.

 

시간이 흘러 한 달 뒤, 학교에서 아이들의 학예회가 열렸고 엄마들은 학예회 준비를 도와주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셀린이 말끔하게 차려입고 학교에 나타난다. 다른 엄마들은 애가 멀리 떠나지 않았냐며, 학교에 올 일이 없을 텐데 무슨 일인가 하는 눈빛을 보낸다. 셀린은 미소를 지으며 주위를 둘러보다가 테오를 보자마자 쓰러져 버린다. 셀린은 아직 맥스를 잃은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기절했던 셀린이 일어나자 앨리스가 온다. 약간 냉랭한 분위기였지만 셀린이 앨리스를 피했던 걸 사과하며 자신의 불안정함을 털어놓는다. 셀린이 앨리스가 자신의 곁에 있어줬으면 좋겠다고 하자 앨리스는 그 마음을 받아들여준다. 그날 셀린의 초대로 앨리스 부부는 셀린의 집에 가게 된다. 응접실에는 앨리스만 나와있었고 음식이 준비되어 있었다. 앨리스가 2층으로 데이먼을 부르러 가긴 하는데 "나가기 싫다고!!!" 하며 소리 지르는 소리가 1층까지 들려온다. 어색한 분위기 속에 대화를 나누는데 셀린은 관 속에 테오의 인형을 넣은 것에 대해 사과한다. 자신이 앨리스를 원망했었다며 미안해한다.

 

이때 그랬나 좀 헷갈리는데 앨리스가 2층에 갔다가 데이먼의 방 문이 열려 있어서 안에 슬쩍 들어가 보는데 딱 봐도 술도 많고 방이 어지럽혀 있어서 심난한 마음 상태가 보였다. 앨리스가 나가려는 찰나 데이먼과 마주치게 되었고 데이먼은 앨리스를 문으로 밀어붙이더니 어깨에 얼굴을 기댄다. 그러면서 힘들고 지친 듯한 목소리로 테오의 죽음을 슬퍼하냐는 식으로 질문하고 앨리스는 그렇다 대답하며 공포를 느끼면서도 위로해 준다. 그 뒤 데이먼은 자기 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가버린다. 테오의 죽음 후 셀린네 가족은 삶이 무너져내렸다. 그 사이 테오는 셀린에게 질문 공세를 펼치고 있었는데 하필 내용이 아기에 관한 거였다. 테오는 셀린에게 애를 다시 가질 생각이 없냐는 식으로 물었고 셀린은 자신이 맥스 출산 과정 중 병을 발견해 더 이상 아기를 가질 수 없게 되었다는 걸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해 준다. 앨리스는 테오를 저지하고 셀린과 함께 발코니로 나가 담배를 피우며 대화한다. 앨리스는 셀린을 위로해 주기 위해 아무에게도 말한 적이 없었던 자신의 과거사와 죄책감에 대해 털어놓는다.

 

그건 앨리스가 어렸을 때 교통사고로 인해 가족들이 모두 죽었는데 자신만이 살아남았다는 이야기였다. 그때 이후로 불안증이 생겼다고 한다. 불안증은 시간이 지나며 없어진 줄 알았는데 테오가 태어났을 때 불안증이 심해졌고, 테오를 떨어트릴까 봐 한 달 동안 안지도 못했다고 한다. 결국엔 남편의 권유에 따라 정신 병원에 입원해서 치료를 받고 나왔다고 한다. 그러니 슬픔과 죄책감을 분리할 줄 알아야 한다고 한다. 이 말을 들은 셀린은 앨리스의 경우는 자신과 다르다고 한다. 그때 앨리스는 자동차 뒷좌석에서 잠을 자고 있었지만 자신은 맥스를 보고 있지 않았다며 자신의 잘못이 크다고 한다. 앨리스가 아픈 과거사를 밝혔지만 이건 셀린에게 그다지 도움이 되지 못했다.

 

셀린이 테오에게 선물이 있다며 자신의 집으로 초대한다. 테오는 셀린에게 우호적인 편이라 셀린을 금방 따라갔고 앨리스는 울타리를 걷다가 위에서 내려오는 비눗방울을 보게 된다. 이게 어디서 오는 건가 확인한 앨리스는 경악하고 만다. 맥스가 떨어져 죽었던 바로 그 발코니에서 테오가 비눗방울을 불고 있었기 때문이다. 놀란 셀린은 개구멍을 어떻게든 뚫고 나가 셀린의 정원으로 들어간다. 앨리스가 거기 있지 말라고 소리치자 셀린이 나와서 자기도 옆에 있었다며 위험하게 둘 생각은 아니었다고 한다. 앨리스는 이 사건이 셀린이 자신을 시험한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불안감에 휩싸이게 된다. 맥스가 위험할 때 덤불을 뚫고 들어갔다면 맥스를 구할 시간이 있었을지도 모르고, 테오가 위험해 보일 때만 덤불을 뚫고 왔다는 사실이 셀린에게 있어서 원망의 이유가 추가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찜찜한 사건 뒤 앨리스는 셀린을 경계하며 피하게 되었다.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생겼다. 곧 있을 테오 생일 파티에 셀린을 초대하고 싶다고 테오가 말했기 때문이다. 앨리스는 셀린을 초대하고 싶지 않았지만 테오가 계속 셀린을 부르고 싶어 해서 할 수 없이 생일 파티에 셀린을 초대한다. 셀린은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며 복잡한 감정을 느끼는 듯했다. 이때 진 할머니가 와서 셀린에게 말을 건다. 대화의 내용은 셀린이 이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거였다. 테오는 친구를 잃었고, 셀린은 아들을 잃었는데 셀린의 존재 자체가 앨리스 가족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면서 이런 자리에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셀린은 자신을 가족처럼 생각한다고 하지 않았냐며 서운함을 내비친다.

 

셀린이 앨리스와 맞닥트리자 자신이 뭔가 잘못한 게 있냐고 질문한다. 셀린도 앨리스가 자신을 피한다는 걸 느꼈기 때문이다. 그러자 앨리스는 셀린이 테오를 일부러 발코니에서 비눗방울을 불도록 놔둔 거 아니냐며 자신을 테스트 한 거냐고 질문한다. 그러자 셀린은 어떻게 그렇게 생각할 수 있냐며 테오와 자신은 서로 위안이 되는 존재라고 한다. 그런 아이를 위험한 일을 빠트릴 리 있겠냐 한다. 앨리스는 뭔가 찜찜했지만 그래도 셀린에게 진심이 느껴지는 거 같아 넘어간다. 앨리스는 창문 너머로 밖을 보다가 진 할머니의 거동이 뭔가 이상한 걸 발견한다. 그래서 정원으로 뛰쳐나가니 할머니가 몇 걸음 걷다가 쓰러져 버린다. 숨을 쉬지 않았고, 뒤이어 앨리스가 찾아와 맥을 짚더니 이미 숨을 거두었다고 한다.

 

 

이 청천벽력 같은 일을 앨리스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시어머니는 꾸준히 심장마비 약을 먹고 계셨기 때문에 심장마비로 돌아가실 리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진 할머니가 매일 심장마비 약을 먹는 것은 셀린도 알고 있었다. 앨리스는 이 일도 셀린이 꾸민 일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사이먼의 동의가 있는 것처럼 거짓말을 쳐서 부검 요청을 진행했다. 앨리스는 진 할머니가 죽은 울타리 근처에서 무언가를 찾아내는데 그건 바로 약통이었다. 하필 그 모습을 셀린이 지켜보고 있었고 앨리스는 약통을 숨기며 아무렇지 않은 듯 집 안으로 들어가 서랍에 있는 손수건 안쪽에 약통을 숨겨두었다. 그날 밤 아래층에서 쿠당탕하는 소리가 들려와 테오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까 앨리스가 테오 방으로 간다. 테오는 자리에 없었고 놀란 앨리스가 잠든 사이먼에게 찾아가 테오가 없어졌다며 소리치는데 알고 보니 테오는 사이먼과 함께 자고 있었다. 사이먼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빨리 자라고 한다.

 

부검 결과 진 할머니는 심장마비 약을 먹지 않았다는 것으로 판정되었다. 그 외에 다른 약물이 검출되거나 한 건 없었다. 앨리스는 셀린이 심장마비 약과 위약을 바꿔치기 해 진 할머니가 약을 먹지 못하도록 만든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약통을 찾아 증거를 찾아내려 하는데 서랍에 넣었던 약통이 사라지고 없었다. 셀린네 가족은 진 할머니의 죽음을 위로하며 앨리스 부부를 집으로 초대했다. 이때 테오도 함께 갔다. 셀린은 테오에게 맥스와 진 할머니는 둘 다 같은 곳에 있고 좋은 곳으로 간 거라며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위로해 준다. 셀린이 마실 걸 가지러 간 사이 테오가 셀린이 준비한 음식을 먹으려 하자 앨리스는 이따가 먹으라며 먹지 못하게 했다. 그러자 자리에 돌아온 셀린이 부엌에 또 다른 음식이 있다며 찾아서 먹어도 된다고 한다. 앨리스는 테오가 부엌에 못 가게 하려는데 도리어 사이먼이 테오에게 부엌에 가보라 한다. 테오는 부엌에 갔다가 호흡곤란을 일으킨다. 앨리스가 화들짝 놀라 가보니 테오가 땅콩 쿠키를 먹고 알레르기를 일으킨 거였다.

 

급하게 테오를 병원에 입원시켰지만 상태가 위독해서 중환자실에 입원하게 되었다. 테오의 생명이 위험해지자 앨리스는 셀린이 테오를 죽여서 자신에게 복수하려고 한 거라고 소리치며 병원에 찾아온 셀린을 공격한다. 사이먼은 그런 앨리스를 제지하고 둘만 있는 공간으로 가서 대화를 하게 된다. 앨리스는 진 할머니를 부검해 봤더니 심장마비 약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며 셀린이 이 모든 걸 꾸민 거라 한다. 서랍에 약통도 숨겨놨었는데 사라졌다고 하며 셀린이 몰래 집 안으로 들어와서 가져간 것 같다고 한다. 사이먼은 어떻게 자신의 동의 없이 부검을 진행했냐고 하면서도 앨리스의 말을 전혀 믿어주지 않는다.

 

앨리스는 땅콩 쿠키도 그 집에 들락날락할만한 애는 테오밖에 없는데 일부러 둔 거라며 셀린을 의심하자 사이먼은 테오를 부엌에 가라고 다시 말한 건 자신이었다고 한다. 대화 도중 사이먼은 병원 밖으로 앨리스를 끌고 나와 차 안으로 밀어 넣더니 사라졌던 진 할머니의 약통을 꺼내서 보여준다. 사이먼은 자신이 진 할머니가 죽은 장소에서 약통을 찾았다고 한다. 사이먼은 이 모든 걸 앨리스의 망상이라고 생각했다. 앨리스가 테오를 낳고 불안증을 겪었을 때 가족이 무너져내릴 뻔했다며 이번에도 그렇게 되는 꼴을 볼 수 없다고 한다. 사이먼은 앨리스를 다시 병원에 입원시키겠다고 협박까지 한다. 앨리스는 자신의 생각이 망상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사이먼은 앨리스를 믿어주지 않았다.

 

앨리스의 의심은 사라지지 않았다. 셀린이 자동차를 타고 외출한 걸 몰래 지켜본 앨리스는 비상 열쇠로 셀린의 집 안에 들어가 지하실에 간다. 분명 숨겨놓은 약이 있을 거라 생각해서였다. 하지만 약이 들어가 있을 보관함은 잠겨있어서 앨리스가 열 수 없었다. 타이밍이 안 좋게도 집 안에 무언가를 두고 나온 셀린이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지하실 문이 살짝 열린 걸 발견한 셀린이 지하실에 들어갔다가 형광등 줄이 흔들거리는 걸 보고 (줄을 당겨서 불을 끄고 켜는 구조) 다시 지하실 밖으로 나간다. 이때 앨리스는 숨어있었다. 시간이 조금 지난 뒤 앨리스가 다시 밖으로 나오자 기다리고 있던 셀린이 자기 집에서 무슨 짓을 하는 거냐 묻는다. 앨리스는 셀린에게 진 할머니의 약을 빼돌려 못 먹게 해서 죽인 거 아니냐 대놓고 말한다. 그러자 셀린은 어떻게 자신을 그런 괴물 취급하냐 한다. 셀린은 분노하며 집 열쇠를 빼앗고 앨리스를 내쫓는다.

 

그런 사건이 있었음에도 셀린은 보란 듯이 앨리스의 집 앞에 테오를 향한 커다란 선물 상자를 가져다 놓는다. 테오는 신나서 선물 상자를 뜯어보려 하지만 앨리스는 독 든 상자 가져가라며 셀린의 집 앞에 던져버린다. 그런 장면에 충격을 받은 것인지 테오는 사라져버렸다. 놀란 앨리스가 셀린의 집으로 쳐들어갔고 셀린은 무슨 일이냐며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행동한다. 앨리스는 2층 발코니로 올라갔고 그곳엔 맥스가 죽었던 자리에 선 테오가 자신도 진 할머니와 맥스가 있었다. 맥스는 평화로운 곳으로 가겠다고 한다. 맥스와 진 할머니가 좋은 곳으로 갔다는 셀린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죽으려 든 것이다. 그러면서 앨리스와 셀린이 싸우는 게 싫다고 한다. 다가가려 하자 테오는 오지 말라고 소리치고 셀린은 눈물을 글썽이며 테오에게 사과하기 시작한다. 자신이 땅콩 쿠키를 먹게 해서 미안하고, 그것 때문에 엄마가 화난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걱정해서 그런 거라며 테오를 잘 달랜다. 테오에게 다가가 발코니 난간에서 내려오게 하려는 순간 테오가 삐끗했고 셀린이 가까스로 붙잡는다. 테오, 셀린, 앨리스 세 사람은 서로 부둥켜안고 안도감을 느낀다.

 

셀린이 테오에게 위협적이라 생각했던 앨리스는 이 사건을 계기로 모든 것을 자신의 과대망상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다시 정신과 약을 복용하며 마음을 추스르는데 신경을 쏟는다. 기자 일을 하겠다는 마음도 접고 둘째를 낳겠다고 사이먼에게 말했다. 사이먼은 그런 앨리스를 보고 기뻐하며 회사 사람이 집을 내놔서 다른 곳으로 이사 갈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해준다. 이사는 2주 뒤에 가능하다고 했다. 앨리스는 이사를 간다는 말에 기뻐한다. 그렇게 두 사람이 안정을 되찾고 평화로워졌다. 앨리스는 셀린에게 2주 뒤에 이사 가게 되었다는 소식을 알렸고 셀린도 그게 당연한 거란 식으로 말해주지만 사실 다른 마음가짐을 갖고 있었다.

 

그날 밤 셀린은 데이먼에게 앨리스가 2주 뒤에 이사 가게 되었다는 소식을 전한다. 그러자 데이먼은 당연한 거 아니냐며, 맥스가 죽은 뒤 셀린이 테오에게 너무 집착하고 있었다고 말한다. 셀린은 데이먼과의 대화에서 분노를 느낀 게 틀림없었다. 맥스를 칭하는데 '내' 아들이라 말해서 '우리' 아들이라고 정정해 주기도 한다. 이건 누가 들어도 거슬릴만한 말이었다. 셀린은 연거푸 데이먼에게 술을 권했고 얼마 안 있어 데이먼은 완전히 곯아떨어진다. 사실 이건 술에 취한 게 아니라 약물에 취한 거였다. 셀린은 데이먼을 침대에 눕히고 왼쪽 손목을 칼로 스윽 그어버린다. 그리고 오른쪽 손 위에 피 묻은 칼을 올려두었다. 마치 스스로 죽은 것처럼... 솔직히 이 장면 나왔을 때 너무 갑작스럽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되게 뻔하게 줄거리가 흘러간다고 느껴졌다. 바로 다음 날 데이먼의 자살 소식이 들려왔고 앨리스는 그럴 리가 없다며 놀란다.

 

앨리스는 슬퍼하는 셀린을 데려와 방 안에 머물게 해준다. 이 상태에서 셀린이 혼자 있을 수 없을 거라며 며칠 자기 집에서 묵게 해줄 생각이었다. 갑작스레 셀린이 찾아온 거라 아무런 짐도 가지고 오지 않았기 때문에 앨리스는 셀린의 집에서 옷가지 등을 가져오기로 한다. 이때 셀린의 계략으로 사이먼은 약이 든 술을 먹고 데이먼처럼 잠들어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앨리스는 셀린의 집에서 옷가지를 챙기다가 지하실 보관함의 열쇠를 발견하고 지하실로 내려가 본다. 그 사이 셀린은 잠자기 전에 인사를 하러 왔다는 테오에게 잠 잘 오는 마법의 약이라며 클로로폼을 흡입하게 만든다. 앨리스는 지하실에 들어가 보관함을 열어보았고 빽빽한 약들과 클로로폼이 있는 걸 보고 바로 자신의 집으로 달려간다. 앨리스가 사이먼을 깨워보지만 약에 취해 꿈쩍도 하지 않았다.

 

테오가 걱정된 앨리스는 2층으로 올라가는데 숨어있던 셀린이 나타나 앨리스를 클로로폼으로 마취하려 한다. 앨리스는 셀린과 몸싸움을 벌이며 마취를 거부하다가 트로피 같은 걸로 앨리스를 내리치고 계단에서 구르게 만든다. 이 과정에서 셀린과 앨리스의 파탄 난 사이를 보여주듯 진주 목걸이가 끊어져 흩어졌다. 앨리스는 클로로폼을 흡입하는 걸 최대한 피해보려 했지만 약 효과를 느끼기 시작했고 무거운 몸을 이끌어 테오가 있는 방 안으로 들어갔다. 앨리스는 테오를 침대에서 끌어내려 데려가려 한다. 하지만 이때 제정신을 차린 셀린이 찾아와 테오를 끌어안고 있는 앨리스의 입에 또다시 클로로폼을 가져다 댄다. 그렇게 앨리스는 잠에 빠져들게 되었다. 셀린은 흩어진 진주 목걸이를 줍고, 약 성분이 묻은 컵을 설거지하고 모든 흔적을 없앤 뒤 가스 배기구를 일부러 옆으로 틀어서 가스가 유출되게 만든다. 보면서 아들 빼앗겠구나 싶었는데 결국 그렇게 되었다.

 

앨리스 부부는 불행한 가스 유출 사고로 인한 죽음으로 처리되었다. 법원에서 판사가 테오에게 셀린을 양모로 받아들일 것이냐는 질문을 한다. 앨리스는 이미 양모가 될 준비가 되어있었다. 테오는 셀린을 양모로 받아들이겠다고 하였고 두 사람은 법적으로 가족이 되었다. 셀린은 테오를 바닷가로 데려갔고 어떻게 할 거냐 질문한다. 그러자 테오는 바닷가에서 웃으며 빙글빙글 돌더니 모래사장을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달려가는 테오의 뒤를 셀린이 뒤쫓아 달려가며 영화는 끝이 난다. 부모를 잃고 시간이 얼마나 지난지 모르겠지만 테오가 쉽게 셀린에게 웃음을 보이는 게 별로 이해가 안 갔다. 애한테는 더 큰 충격일 것 같은데. 어쨌든 매우 찝찝하게 영화가 끝났다.

 

초반에 셀린이 이상하다는 걸 많이 보여줬었기 때문에 셀린의 행동이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닌데 극 후반부에서 갑자기 남편 죽이고 바로 앨리스 부부까지 죽여버리니까 개연성도 조금 떨어져 보이고 갑자기 후다닥 끝내버린 느낌이라 아쉬웠다. 줄거리도 생각보다 뻔하게 진행이 된 느낌. 진짜로 앨리스의 과대망상이 심해진 거고, 셀린은 나쁜 짓을 하지 않았고, 앨리스가 모든 행동을 다 해놓고 셀린의 탓을 하며 광기가 느껴지는 위험한 행동을 펼치게 되지 않을까? 하면서 내 나름대로 상상의 나래를 펼쳤는데 (뭐, 이것도 뻔하다면 뻔하긴 하다) 생각보다 후반부에 쉽사리 빠른 시간 내에 셀린의 범죄 행각을 보여주니 밋밋하다 느껴져서 실망했던 것 같다. 자극적인 영화를 많이 봐 온 편이라 그런지 셀린의 행동이 그렇게 광기 서린 느낌으로 느껴지지도 않았다. 물론 셀린이 한 행동이 정상은 아니었다. 그래도 영화의 몰입도 자체는 좋았고 배우들의 연기는 출중하니 취향에 맞는 사람은 괜찮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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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영화인데 오컬트물에다 좀비가 나온다는 얘기가 있어서 궁금해서 보게 되었다. 예고편도 안 봤고 스토리 정보는 엄청 대충 읽어서 뭔가를 촬영한다는 내용밖에 몰랐다. 영화 카페에서 스틸컷으로 보이는 걸 봤는데(알고 보니 포스터용 사진이었다) 좀비가 뭔가 허접하게 보여서 영화 속에서 촬영하는 영화의 내용인가? 싶었다. 근데 생각과는 전혀 다르게 진행됐다. 개인 취향이긴 한데 스토리적으로 파묘보다 더 재밌었다. 후반부가 살짝 늘어지는 감이 없지 않아 있긴 한데 그래도 몰입해서 봤다.

 

영화 보기 전에는 씬이 뜻하는 게 촬영할 때 00씬 처럼 영화 장면을 의미하는 건 줄 알았는데 죄를 뜻하는 씬이었다. 장르가 좀 뒤섞여 있어서 호불호는 갈리는 거 같긴 한데 난 좋았다. 참고로 그냥 오컬트 물이라고 할 수는 없고 정통 좀비물이라고 할 수도 없다. 근데 좀비 같은 건 나오긴 한다. 점프 스케어도 초반에 좀 있다. 난 갑툭튀에 좀 약한 편이라 초반 장면에서 약간 놀랐다. 별거 아닌 장면에서 놀라게 하는 부분도 약간 있다. 배우는 한 명 말고는 거의 처음 본 느낌이었는데 다들 연기를 잘해서 좋았던 것 같다. 주인공으로 나오는 여배우들도 매력적인 느낌이었다. 아래부터는 평소 쓰는 것처럼 스포일러 잔뜩 쓸 테니 영화 볼 사람은 안 읽었으면 좋겠다. 이 영화는 내용을 모르고 봐야 진짜 재밌을 거라 생각한다. 영화는 중간중간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부제목처럼 나온다.

 

(스포일러 주의)

 

시작엔 자막이 하나 나온다. 죄는 자신이 낳은 자식과도 같아서 부모를 잃어버린 아이가 부모를 찾아가듯이 죄가 죄를 지은 사람에게 다시 찾아간다는 이야기. 이게 왜 나왔나 싶었는데 애초에 죄와 관련된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근데 생각보다 영화상에서는 죄에 대한 걸 그다지 많이 강조하는 편은 아니다. 한밤중에 경찰차 두 대가 어딘가로 향해 가고 있고 상사로 보이는 경찰이 뒤차에게 경고등을 끄라고 한다. 차를 타고 한참 달리던 중 총소리가 난다. 시영은 유명한 영화감독 휘욱의 영화에 캐스팅이 되고 싶어서 오디션을 보러 간다. 근데 특이하게도 감독은 시영의 연기 테스트조차 보지 않고 그냥 합격을 시켜버린다. 시영은 얼떨떨하긴 했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은 시영이고 모든 걸 다 이끌어간다는 말에 그저 기분이 좋을 뿐이었다.

 

시영

시영은 버스를 타고 촬영지인 순천까지 간다. 반사된 버스 창문에 시영 얼굴 말고 다른 얼굴이 보였던 거 같기도 한데 잘 모르겠다. 시영은 버스에서 내린 뒤에 택시를 타고 더 깊은 곳에 있는 폐교로 들어가야 했다. 갑자기 택시가 멈춰서 미터기를 보니 가격이 찍혀있지 않았다. 범죄라도 일어날 듯한 뭔가 묘한 분위기라 다 도착 한 거냐 물어보며 왜 미터기를 안 찍었냐 하니 택시 기사는 여기까지 왕복 얼마나 걸리는 줄 아냐면서 높은 택시비를 부르려 한다. 이때 영화 스탭이 찾아와서 택시비를 내주려고 했던 거 같다. 카드 안 되냐고 물어본 거 보니 현금만 된다고 했던 모양이다. 또 다른 스탭은 시영에게 미안해한다. 원래 배우를 직접 데리러 가야 하는데 사정상 그렇게 못하게 됐다고 한다. 시영은 일단 영화 촬영장의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며 안으로 들어가는데 순간적으로 무언가를 느낀다. 보이지 않는 장벽을 통과하는 느낌이었다.

 

그러다 건물 위쪽 창문에서 사람 실루엣을 언 듯 보게 된다. 그때 시영은 다른 사람이 불러서 그랬던가 다른 곳을 보게 되는데 갑자기 그 창문 쪽에서 무언가가 뚝 떨어졌다. 사람인 줄 알았는데 그건 사람 모양의 더미였다. 원래 촬영하기 전에 테스트로 떨어트려 보려고 한 건데 타이밍이 안 맞아서 이렇게 된 거라 한다. 영화 스탭은 무전기 건전지가 다 닳아서 이런 사달이 났다면서 서로 티격태격하기도 한다. 시영은 너무 놀라서 폐교의 강의실 안에서 마음을 추스르고 있었다. 영화 스탭은 휘욱에게 배우가 너무 놀랐으니 나중에 촬영을 하자고 하는데 휘욱은 이 건물 하루 빌리는데 500만 원이 들었다면서 이 돈을 내줄 생각이 있으면 촬영을 진행 안 해도 된다고 한다. 영화는 주연 없이는 촬영 자체를 못 하는 상황이었다.

 

휘욱과 영화 스탭들이 복도에서 하는 대화가 시영에게도 전부 들렸기 때문에 시영은 그냥 촬영을 진행하기로 한다. 옷 갈아입을 곳을 안내해달라고 하는데 탈의실도 준비되어 있지 않아서 학교 화장실 내부에서 옷을 갈아입어야 했다. 옷을 갈아입는 도중 누군가가 화장실 문을 열었고 놀라며 다시 나갔는데 나간 여자가 시영에게 시영 언니 아니냐며 아는 척을 했다. 그래서 옥상으로 올라가 다시 만났는데 그건 채윤이었다. 그 사이 한 여자 촬영 스탭이 지하(?)의 배전반에서 환풍기를 끄려고 했다. 촬영에 소음이 들어가면 안 돼서 그런 거였는데 스탭은 어두운 와중에 배전반을 찾았으나 뭔가 묘한 분위기를 느낀다. 거기다 딸랑 하는 무당 방울 같은 소리까지 듣는다. 더 경악했던 건 벽면에 무언가 주술적인 느낌의 글씨들과 문양이 빨간색으로 그려져있었다. 시영이 화장실 안에 있었을 때였나? 비명 소리 같은 게 나자 어이없다는 식의 반응을 했었던 거 같다.

 

채윤

탈의한 시영은 옥상으로 올라갔고 채윤과 함께 서로 담배를 피우며 대화한다. 두 사람은 구면인 듯했다. 이때 대화 부분이 잘 기억 안 나는데 시영이 누군가가 죽은 이후로 갑자기 학교에 안 나와서 걱정했었다고 했다. 이 얘기가 화재 사건 얘기였던 건지도 모르겠다. 시영을 둘러싼 사고들이 몇몇 개 있었는데 그중 강조해서 나온 게 화재 사고로 여러 명이 죽은 사건이랑 차 사고로 인해 엄마가 죽은 사건이었다. 그 외에도 과거 시점으로 학생 시절에 어떤 여자애가 남자애에게 고백을 하고 키스를 하는 장면이 나오기도 한다. 시영은 채윤에게 사고 이후로 기억이 잘 안 난다고 한다. 불타는 건물에서 시영만 혼자 나왔던 장면도 나왔다. 어떤 여자가 시영에게 "사람들이 널 죽이러 갈 거야" 이런 식으로 말했던 걸 보면 이와 관련해서 뭔가 있는 듯했다.

 

촬영에서 시영이 해야 하는 건 춤이었다. 시영은 동영상대로 연습을 해오긴 했지만 춤에 감독이 원하는 무언가가 담겨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면서 지시사항 같은 게 없냐고 질문한다. 하지만 휘욱은 그냥 연습한 대로만 하면 된다는 식으로 말할 뿐이었다. 다른 촬영 스탭들은 잘했다고 칭찬해 주는데 휘욱은 뭔가 표정도 떨떠름하고 별 반응이 없어서 시영은 자신이 잘 하고 있는 건가 의문이 든다. 춤은 뭔가 괴기스러운 느낌이 물씬 풍겼는데 묘한 OST까지 깔려서 더 인상적으로 느껴졌다. 서스페리아 리메이크판에 나오는 춤도 약간 생각났다. 근데 인터뷰 찾아보니 실제 영화감독이 서스페리아 원작에서 영감을 받았고 분위기도 많이 참고했다고 한다.

 

점심시간 동안 시영과 채윤이 또다시 얘기를 하게 된다. 채윤은 시영의 춤이 정말 멋졌다면서 정말 잘 춘다고 칭찬해 준다. 하지만 시영은 주인공이 자기 혼자뿐인 줄 알았는데 아닌 데다가 휘욱이 대체 무슨 생각인지 잘 모르겠다는 식으로 하소연을 한다. 그러면서 채윤의 마음에 들어봤자 뭐 하냐, 감독 마음에 들어야 되지 않냐 이렇게 냉소적으로 말했다가 말실수라 깨닫고 채윤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한다. 채윤은 괜찮다고 했고 촬영을 하러 간다. 채윤은 옥상에서 시영처럼 춤을 추는데 역시나 뭔가 기묘한 느낌의 춤이었다. 이때 시영도 연습실에서 춤을 춘다. 어느 타이밍에서 나왔는지 좀 애매한데 시영이 연습실의 전면 거울을 보다가 무언가 잔상들이 지나가고 시영이 피를 토하며 소리를 지르는 장면이 잠깐 나온다. 눈 색깔도 바래있었다. 이때 방심하고 있었는데 갑툭튀라 좀 놀랐다. 잔상으로 스쳐 지나간 건 과거 회상 같았다. 시영은 이때부턴가 종종 코피를 흘리게 된다.

 

나중엔 시영과 채윤이 함께 옥상 위에서 춤을 추는 장면을 찍게 된다. 감독은 뭔가 아는 것처럼 혼자 "바라가 온다"라고 말을 하는데 그게 무슨 뜻인지 말해주지는 않는다. 촬영 순서는 잘 기억이 안 나긴 하는데 시영이 옥상 난간에서 팔을 벌리고 뛰어내리는 장면도 찍었었다. 근데 시영은 이 장면을 찍자마자 구토를 마구 해댔다. 이때 다른 촬영 스탭들은 건물 아래에서 더미로 사람이 떨어진 것처럼 꾸며놓고 CG로 처리하자, 너무 티 난다 이런 말을 하면서 멀리서 촬영을 하자 이런 말을 했다. 시영의 몸 상태 때문에 인형 같은 걸로 대체해서 찍는 건가 싶었다. 그중 한 스탭이 왜 환풍기 끄러 간 애가 안 오냐며 찾아오라고 시킨다. 찾으러 가는 스탭은 구시렁거리며 내려가다가 환풍기를 끄러 갔던 스탭과 마주친다. 남자가 말을 걸자 스탭이 갑자기 목에 송곳 같은 걸 찔렀고 난도질하기 시작했다.

 

시영은 몸 상태가 안 좋아 괴로워하고 채윤이 걱정해 주는 상황에 다른 스탭들이 이상한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어떤 이상한 사람들이 학교 건너편 건물 옥상에서 지하에 있던 빨간색 주술 그림을 그리고 있었던 것이다. 사람들이 저게 뭐 하는 건가 웅성거리는 와중에 피투성이가 된 스탭이 옥상으로 올라왔다. 사람들은 다친 거냐며, 당황하면서 수건 가져다주라고 허둥지둥 대는데 스탭은 옥상 난간에 올라가더니 팔을 벌리고 그대로 아래로 뛰어내려버린다. 이때 시영의 눈에는 스탭의 눈알이 사시처럼 돌아간 게 보였다. 아래에 더미와 함께 있던 남자 스탭은 죽은 스탭을 보고 놀란다. 흡사 그 스탭이 죽은 모습이 떨어져 있는 더미 같았다. 시영은 옥상 건너편의 주술 그림 같은 것에서 일렁거림을 느낀다.

 

아래를 내려다본 사람들은 큰일 났다고 하며 119를 불러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하는데 어째서인지 핸드폰이 권외 지역으로 뜨며 전화가 되지 않는다. 다들 어안이 벙벙한 사이에 또 다른 사건이 발생했다. 죽은 줄 알았던 여스탭이 갑자기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딱 좀비 영화의 그것이었다. 물론 다시 살아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근처에 있던 스탭을 물어버렸다.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고 공포를 느끼며 옥상에 남는 부류와 도망가는 부류로 나뉘게 되었다. 시영은 멍하게 그 자리에 서있었는데 채윤이 말을 걸어 정신을 차리고 함께 건물 아래로 내려가게 된다. 아래로 내려가는 사람들은 휘욱이 이끌었다. 가던 도중 좀비 소리가 나서 사람들이 무서워하자 휘욱은 고프로를 꺼내들어 사람들의 표정을 찍는다. 그러면서 생각보다 밋밋하다고 아쉬워하고 시영은 그 모습에 화를 낸다. 계단 위쪽에는 작동하는 CCTV가 있었는데 그걸 보고 이 상황이 애초에 계획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폐교에 작동되는 CCTV가 있다는 것 자체가 이상했기 때문이다.

 

한 군데 문을 열어봤다가 여 스탭에게 난도질당했던 스탭이 좀비가 되어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문을 닫자 머리로 쾅쾅 문을 두드려댄다. 손으로는 못 여는 거 같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아래쪽에 사물함으로 막혀있는 복도를 지나가기로 한다. 사물함이 꽤 높아서 여자들은 남자가 올려주고 남자들은 뒤이어 올라갔는데 어째선지 문을 못 여는 줄 알았던 좀비가 문을 열고 나왔다. 휘욱은 맨 뒤에 있어서 공격당할 찰나였고 앞서 먼저 가던 사람들은 죽어라 사물함 위를 기어간다. 그렇게 해서 바깥으로 나오긴 했으나 좀비의 수가 생각보다 많아졌다. 옥상에 있던 사람들이 문을 막다가 결국 돌파 돼서 다 좀비가 됐기 때문이다.

 

건물에서 나온 사람들은 일단 문밖으로 나가기로 한다. 죽어라 달려서 도착한 정문은 일부러 못 나가게 막아져있는 상태였다. 그뿐만 아니라 주술 의식이라도 한 건지 죽은 까마귀도 걸려있고 정상이 아닌 상태였다. 일행 중 한 명은 이까짓 것 넘어가면 그만이라며 담으로 달려나갔다가 쇠사슬에 묶여있던 좀비에게 습격당한다. 이때 어디서 난 건지 남자는 지렛대로 좀비를 패서 빠져나오긴 하지만 이미 물려버렸다. 또 다른 스탭은 언제 저런 좀비가 될 줄 모른다며 물려버린 남자를 지렛대로 완전히 죽여버린다. 일반 좀비들처럼 머리를 심하게 공격하면 죽는 듯했다.

 

이제 남은 건 지렛대를 가진 남자 스탭, 시영, 채윤이었다. 남자는 차를 가지고 와서 좀비들과 함께 문을 밀어버리겠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주차장으로 죽어라 뛰어나간다. 주차장으로 향해 달려가던 도중 채윤이 넘어져 버렸고 달려가던 나머지 두 사람은 그대로 달려나가버린다. 그렇게 채윤은 버려졌고 남자와 시영은 차를 탈 수 있게 된다. 채윤은 사람을 데리러 가야 하는 거 아니냐 하지만 남자는 이런 상황에 누가 누굴 챙기냐며 지금 조수석에 앉은 것만 해도 감사해야 할 판이라고 한다. 그렇게 해서 두 사람은 차를 타고 뒷문으로 가보려고 하는데 좀비가 나타나 차에 매달린다. 좀비를 겨우 떨어트리고 도로를 통해 도망가려고 하는데 어디선가 눈에만 빨간색이 칠해진 두건을 쓴 남자가 나타나 운전석을 향해 총을 쐈고 그대로 사고가 나버린다.

 

남자는 사고로 심하게 다쳐서 몸을 못 움직이는 상황이었고 근처엔 좀비가 뭉쳐서 다니는 상태였다. 남자는 살려달라고 하는데 시영은 남자가 말했던 것처럼 누가 누굴 챙기냐고 하며 도망가 버린다. 그러자 어디선가 좀비들이 나타나 사고가 난 남자를 뜯어먹어버린다. 시영은 컨테이너 건물 뒤에 숨었는데 나뭇가지를 잘못 밟아 소리를 내자 좀비 하나가 찾아와서 기웃거린다. 시영은 컨테이너 박스 안에 들어가 입을 막고 숨을 죽이며 좀비가 갈 때까지 기다렸는데 어디선가 염불 같은 주문을 외우는 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울려 퍼졌고 좀비들은 전부 그 소리를 듣고 어딘가로 향해 달려간다. 살았다 안도하는 시영의 뒤에 누군가가 나타났는데 그건 죽은 줄 알았던 감독 휘욱이었다.

 

휘욱

시영은 이 모든 일의 발단이 휘욱이라 생각한다. 전부 휘욱이 만든 일 아니냐 하자 휘욱은 자신도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다고 한다.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시영은 엄청나게 경멸하면서 휘욱에게 침을 뱉고 욕을 한다. 휘욱도 화가 나서 시영을 때리려다 참고, 상황이 이렇게 된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우리와는 다른 세계에 사는 듯한 나이 많은 여자가 자신에게 엄청난 돈을 주며 제안을 했다고 한다. 그것은 바로 구마 의식 같은 거였는데 정확히 말하면 죽은 자를 되살리는 의식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게 바로 시영과 채윤이 낮 동안 춘 춤이었다고 한다. 휘욱이 이 일을 받아들이게 된 건 돈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가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죽은 사람이 다시 되살아나는 영상 때문이었다. 빨간 두건을 쓴 사람들은 죽은 사람을 주술로 되살리고 목을 쳐서 완전히 죽였다고 한다. 휘욱은 그런 날 것을 찍을 기회가 얼마나 되겠냐며 딱 한 시간만 촬영을 도와주면 도망가게 해주겠다고 제안한다. 시영은 어쩔 도리가 없어서 휘욱을 따라나서려고 하는데 휘욱이 문을 열자마자 머리에 총을 맞는다.

 

휘욱을 쏜 경찰은 컨테이너 안에 들어오더니 휘욱의 고프로를 보고 영상까지 찍었다며 투덜댄다. 경찰은 휘욱만 있을 줄 알고 있었던 건지 여자도 있는데 어떻게 하냐고 한다. 일단 시영은 끌려나간다. 시영은 제발 그냥 이곳에서 나가게 해달라고 자신은 아무것도 모른다고 한다. 경찰은 진짜 민간인인 거 같다며 어떻게 해야 하나 하고 있는데 다른 경찰이 차 사고가 난 뒤 자동차 안에서 좀비에게 남자가 죽었던 자동차를 발견한다. 물론 그 남자는 좀비가 되었다. 시영은 경찰들이 어리둥절할 때 도망쳐버린다. 귓가에서 도망가라는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숲속으로 도망쳤는데 경찰 한 명이 시영을 뒤쫓는다. 이때 두 명의 경찰은 눈 부분만 빨간색으로 칠해진 두건을 쓴 총 든 집단과 마주하게 된다. 경찰들은 다른 용건으로 온 거 같았는데 두건 패거리랑 맞닥트리게 된 것이다.

 

이 와중에 시영을 쫓아간 경찰은 시영을 붙잡는데 성공했고 그도 빨간 두건 패거리랑 대치한다. 빨간 두건과 경찰은 대치 끝에 서로 쏘게 되었는데 경찰이 죽자 빨간 두건 쓴 남자는 두건을 벗더니 "너였구나. 평범하게 생겼는데..."라고 말하며 숨을 거둔다. 빨간 두건 패거리는 총소리를 듣더니 우리 총이 아닌데?라면서 바로 알아차린다. 시영은 바로 도망치는데 가던 도중 채윤과 맞닥트리게 된다. 시영은 아까 두고 와서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채윤은 이런 상황에 그럴 수 있다고 하며 함께 도망가려 한다. 그런데 그동안 힘들었던 게 북받쳤던 건지 울음을 터트린다. 이때 채윤은 시영을 달래주면서도 멀리서 빛나는 불빛을 발견한다. 그렇게 두 사람은 불빛을 따라 주유소에 도착하게 되었다. 주유소 화장실에서 시영이 세수하는데 갑자기 "엄마가 지켜줄게"라는 소리가 들리더니 피투성이의 엄마가 웃는 모습이 거울에 비친다.

 

과거 시점 이야기가 나오는데 시영의 엄마는 교통사고로 죽었다. 시영의 엄마는 이전에 정신 문제로 병원에 입원한 건지 병원에서 울다 웃으며 시영에게 "사람들이 알게 되면 널 죽이려고 할 거야. 엄마가 지켜줄게"라는 말을 했었다. 하지만 시영은 그런 엄마에게 차가운 목소리로 "지켜준다면서 왜 나를 죽이려고 했어?"라고 말을 한다. 시영은 엄마에게 살해당할 뻔한 전적이 있었던 것 같다.

 

시영은 목이 말랐는지 작은 생수 한 통을 비웠고 채윤은 주유소 사장에게 말해서 경찰에 신고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점점 시영의 눈이 감기기 시작한다. 채윤이 약 탄 물을 먹인 것이다. 시영이 눈을 뜨자 의자에 포박되어 있었고 얼굴에는 주술에 쓰일 법한 빨간 문구의 불빛이 비치고 있었다. 앞에는 아까처럼 눈에만 빨간 칠이 칠해진 두건을 쓴 사람들이 서있었다. 그중 한 명은 두건을 벗고 나서는데 그 사람은 시영에게 왜 이런 상황이 된 건지 설명을 해주기 시작한다. 이렇게 된 건 모두 시영 때문이라고 한다. 시영 때문에 모두가 괴물이 되었다고 하며 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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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회장

학창 시절 시영은 준희(조금 헷갈린데 이렇게 들었다. 틀리면 나중에 수정)라는 남자애를 좋아했다. 러브레터를 건넸지만 거절당했고 시영은 앙심을 품었다. 그 때문인지 준희는 얼마 안 가 교통사고로 죽게 됐다. 택시 기사는 음주를 한 상태도 아니었고 자신조차 뭔가에 홀린 것 같았다고 말했다. 심지어 택시 기사는 무사고 경력을 가졌다. 아들을 잃은 슬픔에 준희의 엄마는 장례 도중 자살을 해 죽고 말았다. 준희를 좋아하던 다른 여자애마저 자살로 목숨을 잃고 말았다. 모든 걸 지켜본 윤회장은 분노했다. 여동생과 조카를 둘 다 잃은 슬픔에 분노한 윤회장은 택시 기사에게 합의를 해주고 따로 찾아내 총으로 죽여버렸다. 그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 자신이 홀로 살아남은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건 바로 진짜 복수를 위해서였다. 진상을 알게 된 건 윤회장을 찾아온 무당 채윤 때문이었다.

 

윤회장은 시영에 대해 더 자세히 알게 되었다. 시영은 이상한 존재였다. 시영이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죽어나갔다. 준희가 죽었던 학교에서도 26명이 죽었던가 그랬다. 시영 주변에서 사람들이 죽어나가자 학교에서도 소문이 퍼져 시영은 일이 터질 때마다 옮겨 다니며 살게 되었다. 시영이 가진 능력은 생각만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시영의 엄마는 시영이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는 것을 알고 약물을 투약해 죽이려 했다. 하지만 시영은 보통 사람들과 달리 약물 같은 게 먹히지 않았다. 시영은 인간보다 악마에 가까운 존재였기 때문이다. 이 사건으로 시영의 엄마는 병원에 입원했다.

 

어느 날 입원한 엄마는 무슨 이유에선지 병원에서 나올 수 있었다. 엄마는 시영에게 찾아가 같이 차를 타고 얘기를 하자고 하게 된다. 시영은 달갑지 않았지만 차를 타고 간다. 하지만 엄마는 이때의 목표도 시영을 죽이는 것이었고 일부러 차 사고를 낸 것이었다. 인간(?)을 죽이는 것처럼 죽이는 게 불가한 시영은 멀쩡하게 살아남았다. 시영은 이 사고로 기억을 잃어버렸다고 했었는데 진짜 잃어버린 건지도 좀 의문이다. 이때 시영의 엄마는 시영에게 사람들이 없는 곳에서 살라며 악마라고 외쳤다.

 

채윤은 윤회장에게 도움을 주기로 했다. 채윤은 보통 방법으로 죽이지 못하는 시영을 죽이는 방법을 찾아냈다. 윤회장은 시영에게 왜 자신을 도와주냐 하는데 채윤은 죄를 지었으니 벌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라 말한다. 채윤이 찾은 시영을 죽이는 방법은 죽은 자를 되살려서 그 죽은 자들이 시영을 죽이는 것이었다. 촬영을 빌미로 결계를 친 학교로 시영을 끌어들였다. 그래서 시영이 자꾸 코피를 흘리고 속이 안 좋았던 것이다. 이 방법엔 많은 돈과 인력이 필요했으므로 채윤은 윤회장 밖에 할 수 없는 일이라 했다. 윤회장은 가족의 복수를 위해 이 일에 동참했고 휘욱에게 큰돈을 주며 이 일을 꾸민 것이었다. 학교에 CCTV가 있었던 것도 전부 윤회장이 설치한 거였다. 참고로 시영을 보고 평범하게 생겼다 말했던 남자는 준희의 아빠였다. 이 모든 걸 들은 시영은 그저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이때 옥상에서는 채윤이 무복을 입고 무언가 의식을 하고 있었다. 윤회장은 시영에게 총을 쏘기도 하는데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다. 이후 시영은 계속해서 피를 토하는 등 괴로워했다.

 

윤회장은 주문 소리로 좀비들을 끌어모은 뒤 빨간 두건 패거리에게 좀비를 유인 시킨다. 두건 패거리에게 간 좀비는 사살 당했다. 이내 좀비들은 의자에 시영이 있다는 걸 알고 몰려들었고 물어뜯기 시작했다. 얼마 안 있어 시영의 머리가 뜯겨 바닥을 굴렀다. 그렇게 시영이 죽자 윤회장은 모든 걸 체념한 듯 옥상에 올라가 권총으로 자살을 했고 채윤은 굽이진 길을 따라 차를 몰아 집으로 돌아간다. 이때 뉴스에서 택시 기사가 사고로 죽었다는 등 시영과 관련됐던 사람들의 사고 소식이 나온다. 처음엔 이 시점에서 이렇게 끝나는 건가 싶었는데 또 이어져서 뭐지 싶었다. 채윤의 집에는 여러 무구들과 성경 책이 하나 놓여있었다. 조합이 좀 특이하네 싶었다. 근데 채윤이 거울을 보며 얼굴을 만지는데 어째서인지 거울엔 채윤의 얼굴이 아니라 시영의 얼굴이 있었다.

 

그러면서 다시 시영의 과거 시점이 나온다. 학창 시절 준희에게 고백을 거절당한 시영은 준희가 좋아하는 여자애의 모습으로 나타나 준희와 키스를 했다. 진짜 그 사람 얼굴로 변한 건 아닌 것 같고 홀린 것으로 보인다. 키스 뒤 제정신을 차린 준희는 시영을 밀치고 도망가 버렸다. 이후 앙심을 품은 시영은 준희의 몸에 빙의라도 한 건지(거울에 준희로 보인다) 집에서 준희를 조종해 사고가 나도록 만들었다. 준희의 죽음으로 준희가 좋아하던 여자애가 죽자 시영은 엄마 품에 얼굴을 묻고 울었다. 하지만 알고 보니 시영은 기쁨에 차 웃고 있었다. 엄마는 죽은 애가 친구지 않았냐며,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한다. 그래서 시영의 엄마는 다시 한번 시영을 죽여야겠다고 결심을 하게 된다.

 

다시 주유소 시점으로 돌아가자면 시영이 기절했을 때 채윤은 시영이 결계 안에서 힘이 약해져 약이 먹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윤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그다음 플랜을 실행시키려고 했는데 기절한 척했던 시영이 쓰러진 채로 채윤을 비웃으며 그렇게 된 거였구나? 하며 모든 계획을 알게 되어버린다. 채윤은 그 근처에 있던 물건으로 시영을 때리려고 했지만 무슨 보호막이라도 있는 것처럼 물건이 몸에 닿지도 않았고 오히려 시영의 힘으로 채윤이 날아가 버렸다. 그렇게 쓰러진 채윤의 손목을 시영은 삽으로 찍어버렸다. 채윤이 힘을 못 쓰는 사이 시영은 자신이 채윤인 것처럼 사람들을 홀렸고 윤회장의 수족들(경찰들과 대치했었던 두건 남자들)이 찾아와 채윤이 시영인 줄 알고 차에 실어갔다. 그렇게 채윤은 학교 의자에 시영 대신 묶이게 되었다. 채윤은 피를 흘리며 속고 있다고 외쳤지만 윤회장의 눈에는 그저 시영이 애원하는 것처럼 보였다.

 

옥상에서 무복을 입은 시영이 채윤인 것처럼 연기를 하고 있었다. 살려달라고 애원을 했다. 아마 그동안 시영은 이런 식으로 다른 사람을 홀리거나 죽여온 것 같았다. 채윤은 결국 좀비들에게 뜯어먹혀 죽게 되었다. 시영은 채윤의 집에 돌아와 모든 걸 흡족하게 여기고 있었다.

 

경화

무복을 입은 여러 무당들과 제일 급이 높아 보이는 무당이 있었다. 그 무당은 바로 채윤의 신어머니였다. 경화는 채윤의 유골 가루를 강에 뿌리며 죽는 것도 다 순리라며 죽음엔 휴일도 없다고 농담 같은 걸 던지자 다른 무당은 그래도 신딸이었는데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냐고 한다. 경화와 채윤이 대화하던 과거 회상 씬도 나오는데 경화는 채윤이 시영을 죽이려는 것에 대해 반대했다. 죽은 자를 되살리는 것부터 섭리에 거스르는 것이고, 때가 되면 방법이 생길 거라 했다. 하지만 채윤은 지금 그대로 있으면 오히려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될 거라며 시영을 죽이는 걸 물러서지 않겠다고 했다. 채윤이 "어머님의 길을 걷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말한 거 보면 뭔가 예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경화는 구마 사제로 추정되는 신부들과도 대화를 한다. 아마 시영 때문에 만난 거 같은데 만나는 게 영화의 거의 끝부분이라 자세하게 안 나와서 내막은 알 수 없다. 만약에 2편이 나온다면 뭔가 풀어나갈 수도 있겠지만... 경화가 그 자리를 떠나는 것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다른 영화들에 비하면 저예산이고, 저예산 공포 영화치고 재밌는 영화는 거의 전무했던 거 같아서 기대를 전혀 안 하고 보러 갔는데 정말 재밌었다. 나름 신선한 장르 혼합에다 반전도 있고 배우들 연기도 좋았다. 완전 완벽한 영화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봐서 좋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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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솔직히 예고편은 그냥 그랬는데 내용이 궁금해서 보러 가게 되었다. 개봉 후 보러 가기 전에 사람들 반응을 보니 결말 때문에 호불호가 세게 갈리는 거 같아서 약간 걱정이 됐다. 아무래도 열린 결말인 거 같아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다 보고 나니 왜 반응이 그런 건지 알 수 있었다. 근데 뭐, 어떻게 보면 현실적인 결말인가 싶기도 하다. 몰입도는 좋았는데 스토리 면만으로 보면 재밌다고 말하기엔 좀 애매한 느낌이었다. 영화는 처음 시작부터 사실 적시 명예훼손이라는 것에 대해 말을 하며 영화의 80% 정도는 진실이고 법을 피해 가기 위해 가명을 쓰겠다고 말을 한다. 하지만 영화 끝에는 허구라고 밝힌다. 처음엔 영화 내용 보고 어? 진짜야? 했었는데 다 보고 나니까 영화 내내 나왔던 말처럼 이 영화도 진실을 섞은 거짓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 물론 꽤 높은 퍼센트로 진실이 섞여있다.

 

영화의 시작은 기자 임상진의 나레이션으로 시작한다. 그는 촛불 집회에 대한 걸 말하며 촛불 집회를 제일 먼저 시작한 사람이 누구인지 아느냐는 질문을 던진다. 생각해 보니 딱히 궁금해한 적 없는 질문이었다. 그래서 영화가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부터 영화 내용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영화에서는 촛불 집회를 처음 시작한 건 중학생인 '앙마'라는 남자애가 자신이 사용하던 인터넷망이 유료가 된다는 걸 듣고 나선 것이 시작이라 나온다. 그래서 이 촛불 집회가 탄핵 촛불 집회까지 이어지게 되었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앙마'의 나이는 미성년자가 아니었고 첫 촛불 집회가 시작된 것도 인터넷망 유료화 사건(이 사건으로 촛불집회가 있긴 했었다) 이 아니었다. 영화는 처음부터 거짓과 진실을 섞어 보여주며 진실이 섞인 거짓이 더 진짜스럽다는 걸 보여주며 시작한다. 이러한 사실을 모르는 관객들이 꽤 많을 테니 다들 그런가 보다 하고 봤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의심하면서 봤거나. 나는 인터넷으로 따로 찾아보기 전에는 진짜인가? 하면서 봤었다.

 

이 이야기 다음엔 기자 임상진의 이야기로 돌아온다. 상진은 대기업 만전 때문에 하이패스 기술 입찰에 실패해서 빚만 졌다는 우성 데이터의 사장을 취재하게 된다. 그는 하이패스 기술을 선보이는 자리에서 만전 계열사가 사주한 방해 전파 때문에 기술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입찰에 실패했고 결국 그 입찰권은 만전이 가져갔다고 한다. 사장은 그때 당시 전파 방해를 한 일당의 사진을 보여주는데 엄청 작게 찍힌 사진이었다. 상진은 그걸 보며 다른 사진 없냐, 더 큰 사진은 없냐며 질문하지만 사진은 그것뿐이었다. 상진은 더 조사를 하겠다고 했고 이후 조사 끝에 기사를 내려고 한다.

 

상진이 다니는 신문사의 편집국장은 기사를 내지 말라고 한다. 상진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사를 내버렸다. 하지만 그 기사 뒤에 상진이 들은 건 우성 데이터 사장이 자살했다는 소식이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사장 주변 사람들은 사장이 피해 망상이 심했다고 하며 사장의 말이 거짓이었다 말을 한다. 인터넷에서 상진의 신상은 까발려졌고 상진이 낸 오보 기사 때문에 우성 데이터 사장이 죽었다는 식으로 소문이 퍼지고 있었다. 상진은 커뮤니티 여기저기서 (실제 커뮤니티라서 현실적인 느낌도 많이 났다) 밈화되어 놀림감이 되어있었다. 편집국장은 상진에게 일이 잠잠해질 때까지 쉬라고 한다. 6개월이 지나면 복직시켜주겠다고 하면서... 하지만 상진은 14개월이 지나도록 복직을 하지 못했다. 신문사에 가니 6개월 뒤에 복직시켜준다던 편집국장은 없고 다른 사람이 있었다. 거기다 그전 편집국장하고 약속한 걸 왜 자기한테 말하냐며 상진을 복직시켜줄 생각이 없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상진이 욕으로 가득 차 있는 페북 메시지를 읽다가 상진의 기사는 오보가 아니었다는 메시지 하나를 읽게 된다. 그 메시지는 그 말만 계속 반복하고 있었는데 상진이 확인하자마자 '읽으셨네요?'라고 바로 답이 온다. 페북으로 들어가 보니 나이 지긋해 보이는 대학교수의 프로필이 떴다. 어리둥절해하던 상진은 직접 만나서 얘기해 주겠다는 그의 말을 믿고 그가 말한 장소로 나가본다. 지하에 있는 어느 다방이었다. 나이 먹은 사람은 한 명 밖에 안 보여서 말을 걸었더니 그 사람은 무슨 소리냐는 식의 반응을 했고 상진에게 말을 건 건 20대로 보이는 남자였다. 상진은 어이없어한다. 남자는 이곳에 CCTV가 없어서 부른 거라고 하며 상진과 대화를 이어가려 한다. 자신이 그냥 불렀으면 나오지 않았을 거 같아서 다른 사람의 얼굴로 말을 건 것이라 한다. 상진은 무시하고 나가려 하는데 상진이 낸 기사가 오보가 아니라는 그의 말에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한다.

 

그는 자신을 찻탓캇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니 신상은 공개하지 않겠다고 했다. 목소리로 성분 분석을 해서 알아낼지도 모르니 녹음도 하지 말아 달라고 했으나 상진은 몰래 녹음한다. 찻탓캇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기사로 써주면 상진을 도와주겠다고 한다. 상진이 자신에게 무슨 도움이 되냐며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자 자신들의 이야기가 재미있을 거라며 들어보라 했다. 그는 만전의 여론 전담 댓글 부대가 있다는 인터넷의 글을 보여주며 이건 진실이라 한다. 그리고 자신들이 그런 것과 비슷한 일을 해왔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는 혼자서 일한 게 아니라 친구 2명과 함께 이 일을 했다고 한다. 세 사람이 서로 알게 된 계기는 한 일본 작가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커뮤니티에서 알게 되었다고 한다. 찻탓캇은 원래 커뮤니티에 소설을 쓰던 아마추어 소설가였다고 한다. 닉네임을 만든 계기는 익명성 때문이었는데 여론 조성으로 하는 일에 대해 증거를 남기기 위해서라고 한다.

 

어느 날 찡뻤킹은 일을 하나 가져온다. 커뮤니티에 교묘하게 광고를 하는 거였는데 그 광고 방식이 되게 현실적이었다. 그 방법은 이러했다. 담배 같은 건 직접적으로 광고를 하지 못하니까 어그로를 끌 수 있는 아이디로 인플루언서의 사진을 올렸다. 사진에는 신제품 담배를 교묘하게 찍어놓고 일상 글을 올린 것처럼 해서 사람들이 그 글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찡뻤킹은 사진 자체는 30만 원에 찍었지만 커뮤니티에 10군데 이상 그 글이 퍼져 홍보 효과를 받는다면 300만 원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 했다. 그런데 홍보 효과는 상상이상이었고 그들은 500만 원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때 찡뻤킹은 일과 글에 대한 지시를 내렸고 찻탓캇은 광고 문구를 썼고 어그로를 끌 수 있는 아이디는 팹택이 갖고 있었다.

 

커뮤니티에 글을 쓰는 것만으로도 큰돈을 만질 수 있는 상황이 되자 이 일을 본격적으로 해보자고 하게 되었다. 닉네임은 이때 닉네임 생성기 혹은 주변 사물에서 다른 닉네임과 겹치지 않는 것으로 만들었다. 그다음엔 고예산 영화 때문에 자신의 영화가 밀린다는 영화감독과 만나게 되었다. 그는 홍보도 그렇고 여러모로 밀릴 수밖에 없다며 한탄했다. 감독은 여론으로 자신의 영화를 띄워준다면 4천만 원 주겠다고 제시했다. 일단 그 감독이 만들었다는 영화 러브레터를 보는데 그들이 보기에도 영화가 안 뜰 수밖에 없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재미가 없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현재 고예산으로 엄청난 홍보 효과를 받으며 사람들에게 호평을 받는 영화 모범 검사를 까내리자고 생각한다. 그래서 존재하지도 않는 스탭의 이야기를 진짜인 것처럼 소설로 써 내려간다. 영화에 대한 꿈이 있어서 일을 했고, 촬영 현장에서 엄청나게 힘들게 일을 했지만 임금도 못 받고 잘렸다는 내용이었다. 이 일로 인해 꿈은 접게 됐지만 제발 돈이라도 줬으면 좋겠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글을 그냥 올리면 퍼가기 힘드니까 쓴 글을 캡처해서 커뮤니티 여기저기에 올렸다. 실제로 캡쳐서 떠돌아다니는 글을 많이 봐와서 그런지 글을 캡처해서 올리는 것도 꽤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의 바람대로 그 글은 여기저기 퍼졌고 영화사에서 사과문을 올리기까지 했다. 사방팔방으로 퍼지고 불매까지 일어나자 (현실에서 존재하지 않는 스탭이기 때문에) 영화사에서 원만히 해결했다는 식으로 사과문을 올렸다. 하지만 이미 영화에 대한 사람들의 호감도는 바닥을 쳤고 그 결과 찡뻤킹 일행에게 일을 맡긴 감독이 반사이익을 보게 되었다. 항상 일은 찡뻤킹이 혼자 가서 물어왔었는데 이번엔 팹택이 의심을 하며 셋이서 같이 가자고 했다. 그래서 셋이 감독을 만나러 가는데 감독은 그들이 영화를 홍보한 방식은 자기 영화에 대한 모독이라는 식으로 핑계를 댔다. 결국 그건 돈을 줄 수 없다는 말이었다. 세 사람이 돈을 받아야겠다고 하자 감독은 녹음도 다 해놨다며 오히려 세 사람을 협박한다. 세 사람은 화가 났지만 어쩔 도리가 없어 그냥 빈 손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들에게 거대 조직 사람으로 보이는 어느 남자가 제안을 한다. 어째서인지 그 남자는 그들이 광고로 돈을 300만 원을 받으려다 500만 원을 받은 것도 알고 있었고 4천만 원을 받기로 했었다는 사실까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감독에게 받지 못했다는 걸 듣자 대우받으며 제대로 일해보지 않겠냐며 우선 한 여자를 끌어내려 달라고 한다. 테스트 같은 것이라 했다. 이은채라는 대학생이었는데 실질적으로 노리는 건 그녀의 아버지였다. 그는 사실 적시 명예 훼손죄를 폐지하라며 1인 시위를 하고 있었는데 그걸 막기 위해 딸을 건드리라고 한 것이었다. 이렇게까지 해도 괜찮은가 싶었지만 일단 이 일은 테스트 같은 거라 말해서 세 사람은 작업에 들어가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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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은채를 커뮤니티에서 여신이라며 띄워주기 시작했다. 팹택은 이 작업을 위해 중국에서 계정 천 개를 사들이기도 한다. 둘 중 한 명이 어떻게 그런 돈이 생겼냐니까 팹택은 이번에 꼭 돈을 받아야 적자가 아니라고 한다. 그렇게 인기가 하늘을 치솟을 때 누군가가 악플을 하나 달자 너도 나도 악플을 쏟아내기 시작했고 세 사람도 그에 편승해 분위기를 한번에 뒤집어엎어버린다. 찡뻤킹은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심한 거 같다고 하며 이 정도로 하자고 했지만 팹택은 이은채가 인기 즐기는 거 못 봤냐고 하며, 관심 종자일 뿐이라며 더 해도 괜찮다고 한다. 이렇게까지 한 건 사실 적시 명예훼손 폐지를 주장하는 이용찬의 딸이 악플을 단 사람들을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하게 만들기 위함이었다. 두 법은 다른 거지만 사람들은 그런 걸 신경 안 쓸 테니...

 

그 결과 이은채는 자살해버렸다. 이후 세 사람은 이은채가 죽은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낀다. 그와 동시에 의뢰인이 원했던 대로 이용찬은 1인 시위를 그만두게 되었다. 의뢰인은 이렇게까지 할 수 있을 거라 생각 못 했다며 매우 흡족해했다. 찡뻤킹은 의뢰인에게 정부 같은 그런 거냐 질문하는데 그는 웃으며 그것보다 더 큰 것이라고 말하며 자신은 만전 여론 전담반이라고 했다. 그는 이전에 있었던 일들에 대해 (촛불 시위나 우성 데이터 사건 등) 말하며 정식으로 스카웃을 하고 싶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가 생긴다. 리더 격으로 이 일을 이끌어나가던 찡뻤킹이 어느 밤에 망치를 맞고 납치당해 사라진 것이다. 그가 납치당한 이유는 현재 인터넷에 떠도는 만전에 여론 조사팀이 있다는 글을 인터넷에 올려서 그런 것이라 한다. 이은채가 자살한 것을 보고 이 일에 회의를 느껴 모든 걸 폭로한 듯싶었다. 이러나저러나 모든 정보를 만전이 알고 있기 때문에 이 일에 위협을 느낀 찻탓캇과 팹택은 허둥지둥 짐을 챙겨 원래 살던 집을 도망쳐 나오게 되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상진은 왜 자신에게 온 거냐 묻는다. 그러자 찻탓캇은 만전에게 당한 이력이 있는 상진이라면 자신들의 이야기를 기사로 내줄 거라 생각해서였다고 한다. 반신반의하면서도 이 이야기들을 토대로 상진은 나름대로 자료 조사를 해나간다. 커뮤니티에서는 특정 아이디로 여론 조작을 하는 사람도 있었고 자신을 정직 시켰던 신문사 전 편집국장은 만전의 홍보팀에 들어가 있었다. 만전에 전화해서 여론 전담반이 있지 않냐고 질문하기도 하는데 거기서는 상진의 복직 여부에 대해서도 알고 있는 듯 물었고 우성 데이터 일로 힘들었을 거 같은데 아직도 그럴 여력이 있냐는 식의 반응을 보이고 전화를 끊었다. 만진은 찻탓캇의 이야기가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찻탓캇은 마지막으로 자신의 이름을 이영준이라 밝힌다. 그는 자신이 쓴 웹소설을 읽을 수 있도록 상진에게 닉네임을 알려준다. 그런데 글을 읽으려 해도 그 커뮤니티에서는 댓글과 기타 등등을 작성하고 1주일 뒤에나 등업이 가능한 시스템이었다. 상진은 상진대로 궁금하니 등업 시도를 해놓고 찻탓캇에게 들은 이야기와 자신이 찾은 정보를 바탕으로 만전의 여론 전담반에 대한 기사를 쓰겠다고 나선다. 처음엔 반대했던 편집국장이었지만 어째선지 복직을 시켜주고 그 기사를 써보라고 해준다.

 

상진이 쓴 기사는 만전 여론 전담반에 대한 내용으로 신문 1면을 장식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찻탓캇이 알려줬던 웹소설을 읽을 수 있게 되었는데 그간 영준이 썼다는 소설은 사라지고 단 하나의 글만 있었다. 그건 바로 1세대 댓글 부대의 몰락이 어쨌다 저쨌다하는 내용이었는데 글을 읽어보니 여태까지 찻탓캇이 상진에게 말했던 내용의 전부였다. 기자를 속인다는 내용까지 들어가 있었다. 커뮤니티에서 광고를 하고, 영화사 홍보 여론을 조작하는 등등의 내용들 전부 다. 순식간에 상진이 낸 신문 기사는 웹소설을 진짜로 착각한 기자의 실수로 처리되었다. 그렇게 또 다시 회사에서 잘려버린 상진은 찻탓캇에게 연락을 해보지만 없는 번호라고 나올 뿐 연락이 되지 않았다.

 

모든 것은 거짓이었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진실을 섞은 거짓이었다. 현재 편집국장도 사실은 만전과 한패였다는 걸 알려주는 듯한 말도 나온다. 결국 당한 건 상진이었다. 영준이 상진에게 알려줬던 닉네임 'AYBABTU'부터가 이미 상진이 만전의 손아귀 아래에 있다는 걸 알려주는 것이었다. 오역으로 생겨난 밈이라고 하는데 그 뜻 자체가 너는 내 손 아래에 있다와 비슷한 뜻이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이 사건을 터트린 건 인터넷에 퍼진 만전 여론 전담반에 대한 커뮤니티 글을 음모론처럼 포장해 진실로 생각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었다.

 

상진은 신문사에서 잘린 뒤 계속해서 이 사건에 대해 파고든다. 그러다 영준과 알고 있다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 그는 현재 비트 코인을 채굴하는 일을 하고 있었는데 원래 그는 만전 여론 전담반에서 일을 했다고 한다. 영준과 함께 일을 하다 사이가 틀어져서 따로 나왔다고 한다. 그도 이 일에 대해 인터넷 글을 통해 (영화 초반에 나왔던 폭로글) 폭로를 하려 했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 한다. 찻탓캇이 한 이야기가 진실이냐 상진이 묻자 영준이 말해준 내용은 전부 거짓이었다고 한다. 일을 세 명이서 한 것처럼 말했지만 영준과 자신 둘이서 일을 했었다고 한다. 상진은 전 만전 직원에게 영준의 사진을 보여주지만 너무 작아서 잘 모르겠다며 다른 사진은 없냐고 질문한다. 영화 초반에 상진이 우성 데이터 사장에게 했던 말이 오버랩 되는 느낌이었다.

 

모든 이야기를 듣게 된 상진은 기사는 연재가 끝나지 않는 웹소설과 같다면서 다시 한번 후속 기사를 내기로 다짐한다. 물론 현재 기자도 아닌 그가 할 수 있는 건 커뮤니티에 글을 쓰는 것이었다. 사람들의 구미가 당길 수 있도록 '전직 기자가 쓴 취재썰'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린다. 그 뒤 조회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며 영화는 끝이 난다.

 

상진이 모든 진실을 밝히고 기자로 복직한다거나 찻탓캇의 진짜 정체가 밝혀진다거나 하는 것이 없이 열린 결말로 끝나서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듯하다. 후반에 찡뻤킹이 망치로 뒤통수를 맞는 것처럼 찻탓캇의 이야기가 전부 거짓이라고 했을 때 정말 뒤통수 맞는 기분이었다. 확실히 인터넷에는 거짓인지 진실인지 모호한 글들이 많고 여론에 의해 사람들이 쉽게 선동당하기도 해서 영화가 꽤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에서 쓰인 실제 이야기가 뭘까 궁금해서 영화를 본 뒤 이것저것 찾아봤었다. 우성 데이터의 실제 이야기가 되는 사건이 있어서 꽤 놀라웠다. 영화처럼 누군가가 자살한 건 아니지만 정말로 하이패스 테스트를 할 때 방해 작업이 있었고 그 결과 꼬리 자르기로 추정당한 두 사람이 징역을 살았다는 내용과 입찰에 뛰어들었던 두 기업은 둘 다 하이패스 사업을 나눠가졌다는 것으로 끝났다. 그 외에도 영화에서 나온 내용의 실제 이야기는 더 찾아보면 나오지 않을까 싶다.

 

영화 초반에 나레이션이 꽤 많아서 그런지 같이 본 엄마는 다큐 같다는 느낌을 받으셨다고 했고 후반부에 진실인 줄 알았던 내용들이 거짓이라 밝혀지자 내용이 헷갈린다고 하셨다. 몰입도는 있었는데 재미있는지는 모르겠다고... 개인적으로는 소재가 흥미로워서 재밌다고 느꼈는데 중간에 살짝 지루한 부분은 있었던 것 같다. 동명의 원작 소설이 있다고 하는데 나는 딱히 소설까지 읽어보고 싶지는 않지만 궁금한 사람은 읽어봐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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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

 

원래 공포 영화를 좋아하고 오컬트도 좋아해서 보러 가게 되었다. 근데 후기를 보면 호불호가 심하게 갈려서 조금 걱정됐다. 중후반부에서 장르가 판타지로 바뀐다는 말까지 있어서 그게 특히 걱정되었다. 판타지를 싫어하는 건 아닌데 자주 찾아보는 장르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근데 애초에 감독은 공포 영화로 영화를 만든 게 아니라고 하기도 했고 해서 일단 그냥 봐보기로 했다. 영화는 6장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은 4장부터 인 것 같다. 중간이 갑자기 끊기는 느낌이 살짝 드는데 이건 감독이 일부러 의도한 거라고 하니 의도한 대로 영화는 만들어진 것 같다. 이 영화에서 나온 대사가 생각나는 대목이다. 여우가 범의 허리를 끊었다.

 

1. 음양오행

영화의 처음 장면은 무당 화림과 봉길이 비행기에 탄 장면부터 시작한다. 승무원은 화림에게 일본어로 말을 걸고 화림은 일본어로 자신은 일본인이 아니라 한국인이라고 말을 해준다. 여러 의미를 생각할 수 있겠지만 감독 인터뷰를 읽어보니 이 장면을 넣은 건 화림이 일본어를 할 줄 안다는 걸 보여주려고 한 것 같았다. 화림과 봉길이 비행기를 탄 건 로스앤젤레스에 살고 있는 의뢰인 박지용을 만나러 가기 위해서였다. 지용이 화림과 봉길을 부른 건 당연히 보통 사람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현상들 때문이었다. 자신의 형은 정신병원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했고 현재는 자신의 아버지마저 환각과 환청을 듣는 상태다. 그뿐만 아니라 신생아 아들까지 상태가 안 좋아 병원에 입원한 상태라고 한다. 집을 둘러 본 화림은 묫바람 때문인 것 같다고 한다. 화림은 지용에게 이장할 것을 제안한다.

 

화림은 실력 있는 풍수사인 지관 김상덕과 전직 대통령까지 염했다는 실력 있는 장의사 고영근을 불러 돈을 줄 테니 같이 일을 하자고 제안한다. 이 제안 얘기가 나오기 전에 또 하나의 이장 이야기가 잠깐 나온다. 상덕은 이장을 위해 무덤을 판 뒤 흙을 먹어보고 향기롭다며 정말 좋은 자리라고 한다. 하지만 영근이 꺼낸 유골을 맞춰보고 틀니가 없다는 걸 알게 된다. 가족들 꿈에 할머니가 나왔던 건 틀니가 없어서 못 먹어서 그런 거라 하며 혹시 누가 가져갔냐고 물어본다. 그러자 손자가 울면서 할머니를 기억하고 싶어서 가져온 거라며 운다. 그러자 다른 가족들이 손자를 껴안으며 함께 운다. 이상적인 가족의 모습이었다.

 

2. 이름 없는 묘

화림과 봉길을 만난 상덕과 영근은 거액의 돈을 만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안 그래도 화림은 의뢰자가 엄청난 부자라면서 5억을 주겠다고 했고 상덕은 아마 화림이 더 많은 돈을 받았을 거라 생각한다. 세 사람이 차를 타고 지용을 따라간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넘어 찾아간 곳은 음산함이 감도는 산이었다. 상덕은 산을 올라가는 도중 여우를 여러 마리 보았고 이를 심상치 않게 여긴다. 거기다 무덤 상태를 보니 상태가 정말 안 좋았다. 심지어 비석에 이름조차 없었다. 알 수 없는 숫자만 나열되어 있을 뿐. 상덕은 흙을 먹어보는데 맛이 안 좋았는지 내뱉어버린다. 여긴 악지 중에 악지라면서 대체 이런 곳에 누가 묫자리로 선택한 건지 모르겠다고 하는데 지용은 기순애(기수네)라는 스님이 지정해 준 거라고 한다. 상덕은 이렇게 여우가 돌아다니는 곳에는 절대로 묫자리로 삼지 않는다며 괜히 건드렸다가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고 하며 이장을 거부한다.

 

그렇게 해서 일단 그 장소에서 벗어나고 지용은 다시 네 사람과 함께 모여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다 지용은 은근슬쩍 자식 이야기를 꺼낸다. 상덕은 독일인과 결혼을 앞둔 임신한 딸이 있다면서 우주 과학 쪽을 전공했다고 딸 자랑을 한다. 지용은 그 이야기를 놓칠 새라 자신의 아들 사진을 보여주며 몇 번의 유산 끝에 낳은 아이라면서 꼭 도와달라고 한다. 지용은 그 사진이 마음에 걸려 결국 이 일을 해주기로 마음먹는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지용은 관을 뜯지 말고 (염을 하지 말고) 그냥 관 채로 화장을 해달라고 부탁한다. 일단 그러기로 하고 안 좋은 일이 일어나는 묫자리인 만큼 대살굿과 파묘를 동시에 진행하기로 한다. 이때 지용의 고모도 굿을 구경하러 온다. 고모는 무덤을 파는 것 자체를 꺼리는 느낌이었지만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동참하게 된 거였다.

 

화림은 5개의 돼지 시체를 꺼내고 돼지띠의 인부들에게 피를 묻히고 대살 굿을 시작한다. 대살 굿은 화를 돼지에게 옮기는 굿이었다. 이때 가족들이 파묘의 시작을 알리고 굿과 동시에 무덤을 파기 시작한다. 화림은 칼로 자신의 얼굴을 긋거나 다리를 긋는 등의 행위를 하며 굿을 진행했고 봉길은 옆에서 악기를 치고 장단을 맞추며 굿을 진행했다. 영근은 묘에서 나온 관이 향나무라면서 꽤 높은 사람의 관이라고 생각한다. 굿과 파묘가 끝나자 관이 운구차에 이동된다. 지용은 관을 열지 말라고 신신당부하고 돌아간다. 원래 화장을 하려면 여러 절차가 필요한데 상덕이 인맥을 동원해 그런 절차 없이 일을 끝낼 수 있게 해주겠다고 한다. 화림, 봉길, 상덕, 영근이 자리를 떠난 뒤 묫자리에는 돼지띠 인부들이 남아 정리를 하고 있었는데 창민이라는 인부가 여자 얼굴 모양의 뱀을 보고 화들짝 놀라 삽으로 목을 잘라 죽여버린다. 그와 동시에 여자의 비명소리가 울려 퍼지고 하늘에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한다. 참고로 일본에는 누레 온나라는 여자 얼굴의 뱀 요괴가 있다고 한다.

 

갑자기 비가 쏟아져내리자 상덕은 지용에게 전화해 이렇게 비가 오는 날에는 화장을 할 수 없다며 (고인이 좋은 곳으로 못 간다고) 비가 오지 않을 때 화장을 하겠다고 한다. 그래서 관은 영근의 인맥이 닿는 영안실에 놔두기로 한다. 이때 영안실을 관리하는 사람이 밥이라도 먹고 오라며 영근이 밖으로 나가게 만든다. 관 채로 안에 넣기는 애매하니까 영안실 자체의 습도를 관리해놓기로 했다. 그런데 영근이 자리를 비우자 관리인은 기다렸다는 듯 관을 열려고 시도했다.

 

이때쯤이었나? 상덕은 산으로 올라가던 도중 발견한 보국사에 가본다. 보국사 푯말에 풍수사를 상징하는 무늬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곳에는 보살이 한 명 있었는데 풍수사는 보국사를 만든 원봉 스님이었다고 한다. 상덕은 보살에게 저 산 위에 있는 묘지에 대해 아는 게 있냐 물었다. 보살은 여러 소문을 들었다고 하며 엄청난 부자여서 묘 안에 보물들이 들어있다는 소문도 있고 숨겨진 왕릉이라는 소문도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도굴꾼들도 많았다고 하는데 절 안에는 도굴꾼들의 물건도 보관되어 있었다. 그 안엔 말뚝 같은 것들이 여러 개 들어있었다.

 

3. 혼령

화림과 봉길이 관이 있던 곳으로 돌아왔을 땐 관리인이 관을 뜯고 있던 도중이었고 그들을 보고도 도망가지 않고 관을 굳이 뜯어놓고 도망친다. 다른 사람이 쓴 글 중에 혹시 홀려서 사람이 있는 걸 알고도 뜯은 게 아니냐는 글이 있었는데 일리가 있는 말 같다. 관이 열림과 동시에 무언가가 화림을 지나쳐갔고 화림은 그대로 쓰러져 버린다. 이후 화림은 병원에 입원하게 되는데 타격이 컸는지 코피까지 쏟는다. 영화 대사 그대로 관 안에서 겁나 험한 것이 나와버린 것이다. 100년 정도 그런 악지에서 묻혀있으면서 남은 건 한뿐이라 가족들을 해할 거라는 걸 안 화림은 그 관을 바로 불태워야 한다고 한다. 할아버지 귀신은 재빠르게 LA에 있는 가족들에게 바로 날아간다. 우선적으로는 자신의 아들. 이미 환청과 환각으로 시달리고 있던 휠체어 탄 지용의 아버지는 문을 열어달라는 할아버지 귀신의 말에 창문을 열어버렸다. 귀신은 들어오자마자 식탁에서 허겁지겁 무언가를 게걸스럽게 먹고 나서 자기는 배고프게 있었는데 너는 편하게 잘 살았네? 같은 뉘앙스의 말을 하고 지용의 아버지의 몸에 손을 넣어 심장을 잡고 죽여버린다.

 

거실 같은 곳에서는 지용의 어머니가 티비를 보면서 혼자 춤을 추고 있었는데 할아버지 귀신이 같이 춤을 추기도 한다. 영화 볼 때는 특이하네 이러고 말았는데 나중에 글을 좀 읽어보니 친일파 이완용의 소문 중에 아들이 자살한 것이 이완용 하고 며느리가 불륜을 저질러서라는 말이 있어서 그걸 넣은 게 아니냐는 게 있었다. 어쨌든 할아버지의 기준에서 며느리인 이 여자도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나뒹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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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의 심각성을 안 화림과 봉길은 혼 부르기 의식을 치른다. 화림이 징을 치며 경문을 외우는데 평소 목소리랑 되게 다른 느낌으로 노래 부르듯 읽어서 좀 신기했다. 개인적으로는 이 장면이 꽤 마음에 들었다. 이때 혼이 실릴 사람은 봉길이었다. 영근은 봉길이 묶인 금줄을 잡고 끌어당기는 역할을 했다. 화림은 할아버지 귀신에게 한을 풀고 가라고 했지만 할아버지 귀신은 자기 가족을 다 죽일 거라며 낄낄댔고 결국 도망쳐버렸다. 도망 친 할아버지 귀신이 향한 건 의뢰자인 지용이었다. 지용은 옷을 입은 채로 물이 든 욕조에 들어가 있는 꿈을 꿨다가 귀신 소리를 듣고 깨어났다. 이때 상덕이 전화해서 관이 열리는 바람에 큰일 난 상황이라 지금 그쪽으로 가고 있다고 말한다. 지용은 불안해하는데 갑자기 호텔 바깥에서 상덕의 목소리가 들려오며 빨리 열어달라고 문을 두드린다.

 

전화 너머의 상덕은 그건 자신이 아니라면서 문 쪽으로 가지도 말고 얘기도 하지 말라고 하며 창문 쪽으로 가라고 한다. 창문을 열면 할아버지가 지켜줄 거라 하고 지용이 창문으로 손을 댈 때 빨리 창문을 열라면서 찢어질 듯한 소리를 낸다. 바깥에 있는 상덕이 진짜였고 창문 밖에 있는 게 할아버지 귀신이었다. 할아버지 귀신은 창문을 열자마자 지용의 몸에 빙의 되었다. 상덕은 호텔 직원을 불러 문을 열었는데 그땐 지용에게 이미 빙의가 완전히 되어버린 상태였다. 지용은 꼿꼿하게 서서 팔을 들어 올렸는데 그건 흡사 군인의 모습이었고 그는 대동아공영권에 대해 말한다. 다른 사람들 글을 보니 이때 창문에 광화문이 아니라 조선 총독부가 보인다고 한다. 내가 영화 볼 땐 이 장면은 놓친 것 같다; 할아버지 귀신은 뼛속 깊이 친일파였던 것 같다.

 

이후 지용이 피를 토하며 빙의에서 풀려나고 상덕은 호텔 직원에게 구급차를 불러달라고 한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지용이 물을 벌컥벌컥 마시더니 일본어로 여우가 범의 허리를 끊었다고 말하는 것이다. 상덕이 못 알아듣자 한국말로 다시 말하고는 고개를 180도로 돌려 죽고 만다. 이때 귀신이 고개를 돌린 게 비췄다고 하는데 귀신 나올 때 꽤나 희미하게 나오는 터라 내가 또 놓친 것 같다; 할아버지 귀신의 다음 타깃은 증손자였다. 상덕이 이 일을 나머지 사람들에게 알렸고 사태의 위험성을 알고 바로 관을 태우기로 한다. 하지만 의뢰자의 동의가 있어야 했기에 바로 태우지는 못한다. 버튼만 누르면 바로 화장을 할 수 있게 준비를 했는데 지용의 고모가 망설이는 바람에 누르지 못한다. 그 사이 할아버지 귀신은 하얀 한복을 입고 나타나 아기의 앞에 손을 왔다 갔다 거리며 죽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기의 심박수는 점점 더 올라가고 고모는 말을 쉽게 꺼내지 못했다. 할아버지가 친일파인 것을 숨기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기가 죽을 수도 있다는 말에 화장을 허락했고 관이 불타는 것과 동시에 할아버지 귀신은 사라진다. 그렇게 해서 아기는 다시 정상 맥박으로 돌아왔고 아기는 살아남을 수 있었다. 며느리는 아기가 정상으로 돌아와 기뻐한다.

 

4. 동티

모든 것이 일단락되는 듯 보였으나 끝나지 않았다. 돼지띠 인부였던 창민이 이불을 꽁꽁 싸매고 상덕과 만난다. 그는 동티가 난 것 같다고 하며 자신이 잘라버렸던 여자 얼굴의 뱀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 무덤에 그대로 있으니 그 뱀 시체로 치성을 올려달라고 하는데 창민의 눈에서는 피눈물이 나온다. 상덕은 그런 모습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없었기에 다시 그 산으로 올라가 (자물쇠는 그냥 부숴버렸다) 다시 무덤을 판다. 그러자 정말 사람 얼굴의 뱀 시체가 나왔다. 문제는 그 밑에 또 하나의 무언가가 있다는 거였다. 그건 바로 첩장이었다. 처음엔 이 단어의 뜻을 몰라서 첩의 무덤인가? 했는데 첩장은 중첩되어 있는 관을 뜻하는 거였다. 보통은 명당자리에 묻히고 싶어서 본 주인 무덤에 몰래 넣는 경우가 있다는데 여긴 악지였으므로 매우 이상한 상황이었다. 그 무덤을 약간 파 본 결과 보통 사람의 관 보다 훨씬 큰 크기의 관이 나왔고 가로가 아닌 세로로 묻혀있었다. 상덕은 나머지 세 사람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지용의 가족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 한다.

 

5. 도깨비불

다른 건 한글+한자로 나왔는데 이건 한자 대신 히라가나로 오니라고 쓰여있길래 왜 그럴까 싶었다. 보통 도깨비불이면 鬼火라고 쓰기 때문이다. 근데 후반부 내용을 보니 오니 그 자체 이야기라서 그런 것 같았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나머지 사람들도 전부 모여 이 관에 대해 상의하게 된다. 화림은 느낌이 안 좋다고 하며 그냥 이건 뽑지 말자고 하는데 의외로 상덕이 뽑자고 의견을 낸다. 그래서 일단 그 커다란 관을 뽑아내고 차에 실어서 보국사로 향한다. 운구차에도 다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커다란 관이었기에 딱히 놓을만한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보살은 흔쾌히 창고의 물건들을 빼내고 관을 놓을 수 있게 해주었다. 혹시 몰라 찹쌀을 관 주위에 뿌리고 말 피도 뿌려두었다.

 

이후 지용의 고모에게 연락해 관에 대해 물어보았고 (관은 밖에서도 열지 못하도록 철조망 같은 것이 쳐져 있었다) 고모는 이 관에서 대해 아는 게 없다고 한다. 상덕은 묘 주인인 할아버지가 친일파였고 그에 대한 벌로 이런 악지에 묻힌 것 같다고 말하니 고모가 기순애에 대해서 얘기해 준다. 평생 일본에 충성하며 살아온 아버지라서 일본의 풍수사인 기순애에게 묫자리를 받은 건데 왜 그런 악지를 준 건지 모르겠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관을 알아서 처리하라 하고 고모는 돌아간다. 일행은 그 관을 날이 밝는 대로 화장하기로 했다.

 

보살은 상덕과 화림 일행에게 국수도 끓여주고 술도 준다. 그렇게 훈훈한 시간을 보내고 잠을 청하는 일행들. 화림은 자동차에서 잠을 청하려 하는데 이때 광심이라는 다른 무당에게 기순애에 대해서 물어본다. 광심은 기순애의 본명이 무라야마 쥰지고 여우 음양사라는 별명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얘기해 준다. 화림의 스승이 이 음양사를 만난 적이 있다고 한다. 참고로 기순애는 일본어 발음인 키츠네(여우)를 뜻하는 거였다. 화림은 기분이 이상하다고 말을 하는데 이때 할머니 귀신이 비친다. 아마 화림이 모시는 몸주신인 듯했다.

 

한밤중에 관이 놓여있던 자리에서 들려오는 이상한 소리에 보살이 나가본다. 봉길은 잠을 자다가 가위에 눌려 깨게 되는데 이때 영근도 가위에 눌린 듯한 행동을 취한다. 봉길의 배 위에서 통통 튀며 보살은 자기 간이 없어졌다고 중얼거린다. 옷 이야기도 했었다. 모습은 보통 모습이 아니라 배가 찢기고 다친 모습이었다. 봉길은 바닥에 무언가 한자 같은 걸 써서 깨어난다. 봉길은 보살을 찾아 나갔다가 돼지들 소리 때문에 축사 쪽으로 갔고 그곳에서 몸이 찢겨 죽은 돼지들과 몸이 찢겨 죽어나가는 외국인 노동자를 보게 된다. 근처에는 이미 죽어버린 보살의 시체도 있었다. 놀란 봉길은 화림을 깨우고 관을 놓아두었던 창고로 들어가는데 관이 찢겨 있었고 천장이 뚫려있었다. 찹쌀과 말 피는 차마 건드리지 못해서 하늘로 솟구친 듯했다. 화림은 관 안에서 투구 하나를 발견했고 봉길은 나머지 사람들을 깨우러 갔다.

 

화림이 안에서 살펴보는 동안 바깥에서 엄청나게 큰 소리가 들려왔고 그 소리의 출처를 확인해 보니 거구의 사무라이 갑옷을 입은 무언가였다. 사무라이는 화림이 안에 있다는 걸 깨닫고 말을 건다. 인간이냐 묻자 화림은 그렇지 않다고 하며 고개를 바닥에 조아리고 부하라고 말한다. 사무라이는 은어와 참외를 준비했냐고 물으며 적장의 머리를 잘라왔다며 바닥에 잘린 사람의 머리를 내던진다. 화림은 겁을 먹었고 사무라이는 화림의 행동이 이상하다 생각했는지 창고 위쪽 구멍으로 화림을 확인하고 인간이라는 걸 눈치챈다.

 

인간이라는 걸 알자마자 사무라이는 화림을 죽이려 한다. 그러자 봉길이 쇠막대기를 들고 찾아와서 사무라이를 찌르려 하지만 전혀 타격이 없었다. 오히려 봉길이 사무라이에게 잡혀 보살처럼 간이 뜯겨 죽을 위험에 처했다. 이때 사무라이의 얼굴이 자세히 보이는데 머리 위에 두 개의 뿔이 돋아나 있었다. 이 사무라이 거인은 바로 오니였던 것이다. 화림에게도 공격하려고 다가가려 하는데 닭 울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오니는 걷다가 승탑을 발견하더니 승탑! 이러더니 합장하고 경을 외우기 시작한다. 갑자기 오니의 온몸에 불이 붙더니 말 그대로 도깨비불이 된다. 불덩이가 돼서 하늘 위를 막 날아다닌다. 개인적으로 도깨비불이 상당히 멋지다고 생각했는데 (뭐, 오니긴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CG가 아니고 진짜 불이었다고 한다! 어쩐지 CG 특유의 느낌이 안 들었다. 솔직히 아무리 잘 해도 아직까지 CG는 뭔가 좀 어색한 느낌이 없지 않아 있는데 확실히 진짜는 진짜구나 싶었다.

 

도깨비불은 한참을 하늘에서 춤을 추다가 다시 자신이 묻혀있었던 땅 안으로 들어가 버린다. 이때 세 사람은 홀린 듯 불을 지켜봤고 나중에서야 정신을 차리고 봉길을 병원으로 데려간다. 봉길은 내장을 심하게 다쳤고 척추마저 다쳐서 큰 병원으로 옮기라는 말을 듣는다. 수술을 기다릴 때 화림은 봉길과 자신이 함께 하게 된 (봉길은 원래 야구 선수였는데 이 일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야기를 하며 자신이 무서워서 아무것도 못했다며 자책한다. 보통 귀신은 사람을 해할 수 없지만 정령은 실체가 있기에 이렇게 공격할 수 있었던 거라 한다. 상덕은 병원 액자에서 산 그림을 보다가 한반도의 척추, 백두대간이라는 글귀를 읽고 무언가 깨닫는다. 봉길이 척추를 다치게 된 것도 우연은 아니었을 것이다.

 

6. 쇠말뚝

봉길은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축사의 보살과 외국인 노동자가 죽은 것은 야생 곰이 저지른 일이라고 발표가 났다. 화림은 봉길의 병실에 무당 광심, 어린 무당 자혜를 불러서 도깨비 놀이를 하기로 한다. 상덕은 다시 보국사로 가서 창고를 뒤져보는데 그곳에서 도굴꾼들의 물건을 보게 되었고 사실 이들은 도굴꾼이 아니라 철혈단이라는 무리로 한반도에 박힌 쇠말뚝을 뽑는 사람들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들은 일본이 박아놓은 쇠말뚝을 찾아 뽑는 일을 하고 있었는데 이곳 한 군데에서 막힌 거였다. 그건 바로 한반도의 척추 부분. 이걸 깨달은 상덕은 그 쇠말뚝을 뽑아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묫자리에 한번 다시 찾아가는데 그곳엔 오니의 시체가 떡하니 박혀있었다.

 

화림, 광심, 자혜는 시루떡과 수육을 놓고 꼭 연극을 하듯 셋이서 돌아가면서 사투리로 얘기하며 봉길의 몸속에 있는 것에게 말을 건다. 봉길의 몸에 들어간 건 말하는 내용상 오니의 부하인 것 같았다. 세 사람의 이야기를 듣다 웃음을 터트린 그는 오니에 대해 찬사를 한다. 전쟁에서 만 명을 베어 죽였네 어쩌네 이런 이야기를 하고 광심의 뱃속의 아기를 바칠 거라는 흉한 소리도 한다. 그리고 자꾸 이상한 숫자를 일본어로 말하는데 그건 한반도의 척추가 되는 부분의 위도와 경도를 말하는 것이었다. 셋 다 죽을 거라는 오니 부하의 말을 끝으로 일단 도깨비 놀이는 끝을 낸다. 광심은 일본 귀신은 건드리는 거 모두 다 죽이지 않냐며 질색을 하지만 화림은 그럼 봉길이를 이대로 둘 거냐며 화를 낸다.

 

상덕은 화림과 영근과 다시 만났고 쇠 말뚝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여우가 범의 허리를 끊었다는 말의 의미는 이거였다. 상덕은 아무래도 그 오니가 묻혀있는 곳에 쇠말뚝이 있을 거 같다며, 그걸 뽑으면 봉길이 살 방도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였다. 영근은 일본이 쇠말뚝을 민족정기를 끊기 위해 꽂았다고 하는 건 잘못된 가설이고 현재는 측량할 때 쓴 거라 여긴다며 이건 99%라고 한다. 그러자 상덕은 1%는 어떻게 되는 거냐며 자신들도 그렇지만 앞으로 이 땅을 밟고 자랄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그건 뽑아버려야겠다고 한다. 화림은 오니를 없앨 수는 없어도 시선을 끌 수는 있을 것 같다며 30분 안에 쇠말뚝을 찾아 말 피로 씻어내야 한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화림은 광심과 자혜에게 이 일에 대해 말해주고 봉길이 위험해질 수 있으니 봐달라고 한다. 그래서 광심과 자혜는 봉길 대신 죽을 수 있게 닭도 한 마리 준비해 놓고 부적도 붙여놓았다.

 

화림은 상덕, 영근과 함께 은어를 잔뜩 싣고 묫자리가 있는 곳으로 향한다. 봉길의 살이 찢긴 곳이 금강이 안 써져 있는 곳이라서 온몸에 금강을 새기고 들어간다. 중간에 곰을 수색하던 군인들에게 걸리는데 대충 벌초하러 간다고 하고 통과된다. 그냥 보내주는 게 좀 의아하긴 했지만 어쨌든 쉽게 들어갔다. 화림은 오니가 나올 시간이 되자 산에 있던 커다란 당산나무에 연기를 피우고 묫자리부터 당산나무까지 은어를 놓아 오니를 유인한다. 오니가 은어를 주워 먹을 때 병실에 있던 봉길은 꼭 자신이 은어를 씹는 것처럼 입을 오물거린다. 그 사이 상덕과 영근은 오니가 있던 자리로 가서 쇠말뚝을 찾기 위해 땅을 열심히 판다. 이때 쓴 도구는 보국사에 있던 철혈단원의 이름이 새겨진 곡괭이였다. 상덕은 파다가 곡괭이가 빠지자 곡괭이 머리로도 열심히 판다.

 

그 사이 화림은 자신이 당산나무이자 산 주인인 것처럼 오니와 대화한다. 오니는 왜 지금 전쟁 소리가 안 들리냐는 식으로 얘기하고 화림은 전쟁이 이미 끝났다고 얘기한다. 오니는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면서 계속 전진! 전진! 거린다. 화림이 오니에게 왜 여기에 있는 거냐 질문하니 여우가 자신을 남산 신당에 모신다 해놓고 여기다 가둬버렸다고 한다. 이 오니는 무라야마 쥰지에 의해 본의 아니게 여기에 묻히게 된 거였다. 대화 도중 오니는 뭔가 눈치를 챈 건지 다시 묫자리로 향하려는 낌새를 보였고 마음이 급해진 화림은 봉길을 놓아달라는 식으로 얘기한다. 그러자 오니는 인간이라는 걸 깨닫고 간을 달라며 화림에게 다가간다. 이때 화림의 몸주신 할머니가 나타나 가로막는다. 화림은 도망치다가 영근을 만나고 쇠말뚝을 못 찾았다는 말을 듣게 된다.

 

이때도 상덕은 열심히 부러진 곡괭이로 흙을 파고 있었다. 이때 오니가 다시 불덩이가 되어 묫자리로 들어간다. 이때 상덕에게 보인 건지 어쩐 건지 오니가 이 땅에 묻히게 된 환영이 보인다. 사무라이는 죽은 뒤에 목이 잘렸고 커다란 몸에 불타는 칼이 꽂혔다. 그 뒤 머리는 다시 몸과 봉합되었고 쇠말뚝 그 자체가 되어서 무라야마 쥰지의 관리하에 친일파의 무덤 아래에 꽂히게 된 거였다. 철혈단 같이 쇠말뚝을 뽑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쉽사리 건드리지 못하도록 오니 쇠말뚝 위에 계급이 높은 친일파의 무덤을 묻은 거였다. 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상덕 앞에 또다시 오니가 나타나 자신의 부하가 될 거냐 간을 내놓을 거냐 말을 건다. 오니는 상덕의 얼굴을 보더니 금강을 외운 건 500년도 넘었다고 말하며 몸에 손을 찔러 넣는다. 공격 위치와 금강은 별 상관이 없었던 것이다.

 

화림은 공격을 멈추기 위해 말 피를 오니에게 들이부었고 오니는 괴로워한다. 이때 병원에 있던 봉길도 백마 피라면서 괴로워한다. 몸에서 연기도 난다. 오니는 이젠 화림과 영근을 죽이려 드는데 이때 상덕이 아픈 와중에도 풍수사 다운 기지를 발휘한다. 그건 바로 음양오행이었다. 뭐, 인터넷 찾아보니 틀렸다는 말도 있던데 어찌 됐든 상덕은 불타는 철에 대응할 만한 것으로 젖은 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피에 젖은 곡괭이의 손잡이로 오니를 공격하기 시작한다. 그냥 나무로는 안 되고 피에 젖은 것만 공격이 통하는 듯했다. 여러 번의 공격 끝에 오니는 칼에 잘린 것처럼 몸이 잘려 사라졌고 봉길은 병실에서 검은 피를 토하며 제정신을 차리게 된다. 광심은 봉길이 공격당하는 줄 알고 닭을 죽이려다가 자혜가 검은 피라고 해서 닭을 죽이지 않고 끝낸다.

 

그렇게 오니는 사라졌고 모든 것이 끝이 났다. 상덕은 심하게 다쳤기 때문에 구급차에서 이송되는 도중 자신은 이렇게 흙으로 돌아가겠구나.. 생각하며 죽음을 받아들이려고 하다가 아, 딸내미 결혼식! 하면서 정신을 퍼뜩 차리게 되고 살아남게 되었다. 다친 부위 때문인지 상덕은 밥을 못 먹고 있었는데 화림, 봉길, 영근은 죄다 상덕의 병실에서 밥을 먹어서 상덕이 여기가 맛집이냐! 하고 짜증을 내기도 한다. 시간이 지나 모두들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게 된다. 화림과 봉길은 굿을 하는데 화림은 굿을 하던 도중 오니가 생각나 깃발을 떨어트리기도 한다. 영근은 장례식장에서 시체 앞에서 찬송가를 부르던 도중 시체 얼굴을 제대로 못 보기도 하고 상덕은 건설 현장에서 왜 맘대로 건물 위치를 바꿨냐며 타박하는데 다쳤던 배에서 피가 배어 나온다.

 

그리고 또다시 시간이 흘러 상덕의 딸 결혼식이 되었다. 단체 사진을 찍는데 상덕은 딸에게 딸 배가 아빠만 하면 어쩌냐면서 신호 위반을 한 것에 대해 툴툴 거린다. 결혼식장에 화림, 봉길, 영근이 와있었는데 단체 사진 찍을 때 멀찍이 서있고 찍지 않으려 한다. 그러자 상덕은 가족 같은 사이 아니냐며 모두를 불러 같이 사진을 찍는다. 사진을 찍는 것을 마지막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내용을 좀 짧게 쓸 생각이었는데 쓰다 보니 길어졌다. 쓰기 전에 다른 사람들의 해석 같은 걸 엄청나게 읽었다. 솔직히 영화 다 보고 나서는 엄~청 재밌는 건 아닌데 그렇다고 재미없는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전체적으로 무난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몰입도 면에서는 꽤 좋았다. 두 시간이 넘는 영화인데도 몰입하고 봐서 그런지 시간이 금방 지나갔기 때문이다. 우려했던 후반부의 판타지스러운 부분은 살짝 깨는 부분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이 정도는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이었기 때문에 나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영화 보면서 의미나 해석 읽는 걸 매우 좋아하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는 많이 재밌었던 것 같다. 영화는 전반부의 음산한 분위기가 더 마음에 들긴 했는데 후반부도 생각보다는 괜찮았다.

 

줄거리 부분에 굳이 안 썼지만 주인공들이 타고 다니는 자동차 번호표에 의미가 있다든지 주인공들 이름이 독립운동가들의 이름이라든지 여러 의미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것저것 의미가 있는 것들이 많아서 나중에 영화를 다시 보게 된다면 놓쳤던 부분을 다시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컬트물을 좋아하면 봐도 괜찮을 거 같긴 한데 후반부에서는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을 거 같아서 누군가에게 추천하기는 애매하려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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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

 

뭔가 제목부터가 강아지가 많이 등장할 거 같아서 보러 가게 되었다. 코믹 영화인 거 같아서 웃기는 걸 기대하고 있었는데 시사회 평을 보니 휴지 준비하라는 글들이 보여서 아, 신파 느낌이 강한 영화인가 싶어서 기대감이 살짝 내려갔다.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당연히 사람마다 감상평은 다를 거 같긴 한데) 신파적인 느낌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그런 부분이 너무 길지 않아서 딱 적당했다는 느낌이었다. 웃긴 부분들도 곳곳에 있었고 슬픈 부분도 간간이 나오는 느낌. 강아지들 관련된 내용이 중점이려나 했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았고, 사람 사는 세상을 따뜻하게 보여주는 영화라는 느낌이 들었다. 두 시간짜리여서 (긴 영화 안 좋아함) 지루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좀 들었는데 강아지들도 귀엽고 각각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들을 보는 재미도 있어서 좋았다.

 

여기서부터는 줄거리를 써볼까 한다. 민상은 건물을 나서자마자 개똥을 밟고 인상을 찌푸린다. 민상은 건물주였는데 아래층인 동물 병원(이자 유기견들 케어)에 매우 불만이 많았다. 그래서 똥 밟자마자 또 똥 밟았다면서 수의사인 진영에게 찾아가 투덜대며 계약 기간이 만료되면 바로 나가달라고 한다. 진영은 무작정 나가라고 하면 어쩌냐면서 항의도 해보지만 민상에게는 그다지 먹히지 않는다. 민상은 개를 싫어하는 사람에 속했다. 카페에 갔다가 큰 개가 옆에 서자 싫은 티가 역력했는데 카페 주인은 개 키우는 사람들이 오히려 매너도 좋고 지갑도 잘 연다면서 리조트 투자(?) 설명을 하는 민상에게 강아지 키우는 사람들 칭찬을 한다.

 

어느 날 민상이 동물 병원 앞에 차를 댔다가 어떤 사람에게 차를 들이받힌다. 민상은 분노하며 차 주인에게 가는데 차 주인은 개가 너무 아파서 급하니 보험처리를 해달라고 하며 동물 병원으로 들어가 버린다. 그 개의 이름은 코코였는데 암이 몸 여기저기에 퍼져 고통이 심하지만 치료할 수는 없는 상태였다. 진영은 안락사를 생각해 보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고 코코의 주인은 슬퍼했다. 이 와중에 민상은 뺑소니친 사람이 있다며 경찰을 불렀고 소란을 피웠다. 진영은 코코 주인이 보험 처리해달라고 말한 거 다 들었다며 이런 상황에 그런 건 좀 아니지 않냐는 말을 하게 된다. 경찰들이 민상을 끌고 나가 상황은 일단락되었다.

 

그리고 이 상황을 세계적인 건축가이자 반려견 완다를 키우고 있는 민서가 지켜보고 있었다. 민서는 우연히 민상의 리조트 계획 보고서를 보게 되었는데 민상의 태도가 이러니까 이런 계획서를 쓰는 거라며 리조트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 보라 한다. 자기 같으면 반려견 리조트를 만들겠다는 한마디도 남겼다. 민상은 이후 회사에서 투자를 받기 위해 리조트 계획서로 PT 발표를 하는데 민서가 했던 말을 회장에게도 듣게 된다. 부자들은 보통 리조트를 즐기기 위해 해외로 나가지 않냐며, 이 계획서는 별로라는 말을 듣게 된 것이다.

 

이때 머리가 팽팽 돌아간 민상은 진영이나 카페 사장, 민서의 말을 종합해서 반려견 리조트를 만들어보겠다는 플랜 B를 내세웠고 회장은 그게 썩 마음에 들었는지 다음 발표는 언제 들을 수 있냐 물었다. 민상은 2주면 될 거 같다고 했는데 한 가지 문제는 이 계획에 민서가 도움을 준다고 말을 해버렸다는 것이다. 민상은 민서와 인맥을 트기 위해서 진영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애초에 강아지 때문에 사이가 좋지 않았던 두 사람이었기 때문에 민상은 민서의 비위를 맞춰주게 되었다. 그래서 고깃집에서 민상을 보고 나가버리는 진영을 잡아 민상이 고기를 사주는데 진영은 고기를 먹다 말고 달려가는 강아지를 보고 차장님!이라고 부르며 쫓아간다. 차장님은 민상이 자주 개똥을 밟게 하는 주범이었는데 진영이 매번 데리고 가려고 해도 숨어버려서 못 데려간 유기견 장모 치와와였다. 이름이 차장님인 이유는 주차장에 살고 있어서 차장님.

 

민상과 진영, 민서 이외에 또 다른 등장인물들도 있는데 그건 바로 현, 진우, 그리고 정아&선용&지유 가족이다. 모두 강아지들과 엮이는 인물들이라고 보면 된다. 현부터 말해보자면 현은 봉사활동 때문에 아프리카에 가버린 여자친구 수정의 강아지 스팅을 맡게 되었다. 현은 애초에 강아지와 사는 건 처음인 건지 혼자서 라면을 맛있게 다 먹고 자신을 보며 입맛 다시는 스팅을 보고 나서야 밥을 안 줬다는 걸 떠올리기도 했다. 스팅은 현이 나가있는 동안 집에 혼자 있어서 그런지 온 집안의 물건을 물어뜯어놓기도 한다. 그래서 그 뒤부터는 현이 합주하는 장소에 스팅을 데려간다. 현은 밴드 리더였는데 보컬인 수정이 없는 상태라 밴드는 위태위태한 상태였다. 이런 와중에 수정의 전 남자친구라며 다니엘이 찾아온다. 헤어졌어도 한 달에 한 번 만나게 해주기로 했다며 막무가내로 현의 전화번호를 따갔다. 어느 날 스팅이 침대 밑에 머리를 박고 쓰러져 있어 현은 진영의 동물 병원으로 달려갔다. 알고 보니 침대 밑에 있던 머리끈을 먹어버려서 장폐색이 온 거였다. 다행히 빠른 조치로 스팅은 치료가 되었고 전화를 받고 다니엘이 찾아왔다.

 

이후 다니엘은 현의 집에서 스팅에게 마사지를 해주거나 털을 빗겨주는 등 여러 가지로 도움을 주고 스팅도 좋아해 준다. 스팅에게 약 먹이는 스킬(?)도 현보다 좋았다. 현은 스팅과 지내면서 나름대로 정이 들었으나 스팅을 예뻐해 주는 다니엘을 보면서 자신보다는 다니엘과 함께 사는 게 낫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실 보컬인 수정은 아프리카로 봉사를 떠났다가 죽은 거였다. 그래서 현이 수정을 잃고 우울증에 걸린 스팅을 키우게 된 거였다. 그런데 다니엘이 얼마 안 있어 미국으로 떠나야 하는데 스팅을 자신이 키우겠다고 말을 꺼내왔다. 현은 다니엘이 스팅을 수정과 함께 새끼 때부터 키웠다고 하니 자신보다 다니엘에게 보내는 게 낫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결국 스팅을 다니엘에게 보내기로 한다.

 

선용과 정아는 아무리 노력을 해도 애가 들어서지 않아 힘들어했다. 그러던 어느 날 선용은 아이를 입양해서 키우자고 제안했고 정아는 그러기로 했다. 보육원에 갔던 날 입양이 무산되어 슬퍼하던 정아에게 슬플 때 맛있는 걸 먹으면 나아진다며 지유라는 아이가 사탕을 건네주었다. 정아는 지유에게 눈길이 갔고 다른 아이들을 챙겨주는 다정한 아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알고 보니 지유는 한 번 파양을 당했던 아픔이 있는 아이였고, 선용과 정아는 그런 지유에게 좋은 엄마, 아빠가 되어주기로 결심한다. 선용과 정아는 지유가 집으로 온 날 성대하게 환영해 주었지만 지유는 어딘지 모르게 불편해 보였다. 맛있는 밥도 차려줬지만 몇 숟갈만 먹고 먹지 않았다. 지유는 그렇게 조금 먹어놓고 나중에 꼬르륵거리며 잠을 청한다. 선용과 정아는 자신들이 무엇을 잘못한 게 아닐까 걱정하지만 지유의 속마음을 알 길이 없었다.

 

배달 라이더 일을 하는 진우는 민서의 집에 배달을 가게 되었다. 집이 엄청나게 넓었는데 안까지 가져다 달라는 민서의 말에 투덜대면서 안으로 들어간다. 민서는 안까지 와줘서 고맙다면서 만 원을 주려고 하는데 진우가 완다를 보고 강아지가 못생겼는데 귀엽다는 말을 했다. 그 말을 들은 민서는 돈을 도로 빼앗아버렸다. 진우는 줬다 뺏는 게 어딨냐며 툴툴대며 돌아갔다.

 

어느 날, 완다를 산책하던 민서는 협심증으로 인해 길거리에서 쓰러져 버렸다. 어떻게 할 수 없는 완다는 그저 옆에서 짖고 있었는데 배달을 가던 진우가 우연히 쓰러진 민서를 발견해서 구급차를 불렀다. 배달 일이 급했던 진우는 민서가 실려가는 걸 지켜본 뒤 전화를 받고 가버렸고 구급차는 완다를 덩그러니 남겨놓고 출발해버렸다. 완다는 출발해버린 구급차를 열심히 뛰어서 쫓아가다가 길을 잃어버렸다. 통닭구이 가게 앞에서 킁킁대다가 쫓겨나기도 하고 그렇게 정처 없이 길을 헤매게 된 완다. 완다는 우연히 집 뒤쪽에서 지유에게 발견되었다. 지유의 제안으로 가족을 찾을 때까지 완다는 지유 가족과 함께 살게 되었다. 지유 가족은 혹시 몰라 완다의 가족이 완다를 찾고 있을 테니 수소문해 보자고 했지만 주인을 찾지 못했다. 그렇게 완다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지유와 함께 살게 되었다.

 

한번은 완다가 엄청나게 짖었는데 그런 완다를 보고 지유가 시끄럽게 하면 보육원으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고, 그러면 안 된다고 걱정했다. 밥 많이 먹고 시끄럽게 하면 보육원으로 돌아가게 된다고 걱정하는 지유를 보게 된 정아는 지유가 왜 밥을 적게 먹는지 알게 되었다. 엄마와 아빠는 지유를 절대 보육원으로 돌려보내지 않을 거라며, 버리는 일이 없을 거라고 다독였고 그렇게 지유는 평범한 아이들처럼 밥을 먹게 되었다. 그리고 지유가 완다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선용과 정아에게 좀 더 마음을 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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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병원에서 정신이 든 민서는 완다를 찾았다. 하지만 완다는 없었고 자신을 구해준 진우에게 찾아가 완다를 그냥 놔두면 어쩌냐고 타박한다. 완다를 찾지 못해 걱정하는 민서를 보며 진우는 민서를 돕기로 했고 같이 전단지를 만들어 뿌리게 된다. 물론 이때 그냥 한 건 아니고 민서가 자신을 도우면 어느 정도 돈을 주기로 하긴 했다. 진우는 민서의 집에 들어갔다가 집이 엄청나게 큰 걸 보고 놀라면서도 이런 집에 혼자 사는 것에 대해 의문을 가진다. 민서의 아들은 뉴질랜드에 살고 있었는데 아픈 아버지 병수발을 들다가 이제서야 정상적으로 살게 되었는데, 자신이 수술하면 또 병수발을 들어야 하지 않냐며 말하기 싫다고 했다. 민서는 자신이 아픈 걸 말하고 싶지 않아 했다. 어느 날은 진우의 집에서 민서가 같이 라면을 끓여먹게 되기도 하는데 그곳은 고시원이었다. 이때 민서는 진우가 꾸며놓은 방을 보고 조각에 소질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이 두 사람의 사이는 한번 틀어지게 된다. 진우가 다른 배달 라이더들과 함께 노는 걸 보고 시간을 헛되이 쓰지 말란 식으로 민서가 잔소리를 했기 때문이었다. 진우는 잔소리를 듣다가 욱해버렸고 엄마가 아픈데도 한국에 오지 않는 아들에게나 자식 교육을 잘 시키라는 식으로 말해버린다. 성공한 사람의 말을 들어서 나쁠 거 없다는 민서의 말에는 성공한 사람이 그 큰 집에서 혼자 맨날 배달이나 시켜 먹냐고 반박한다. 결국 민서는 그 말을 듣고 아무말 없이 가버렸다.

 

민상은 진영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함께 완다를 찾으러 갔다가 들른 유기견 보호소에서 봉사활동을 하기도 한다. 구역질하면서도 끝까지 봉사활동을 마치는 민상. 이후 진영은 길에서 차장님을 구하게 되었고 몸 상태를 보는데 엑스레이를 찍어보니 머리에 금이 가있었다. 진영은 차장님의 머리에 모자를 씌워준다. 근데 진영이 자신이 너무 바쁘니 하루만 차장님을 맡아달라고 민상에게 부탁을 한다. 민상은 물론 거절했지만 딱히 거절권이 없었던 민상은 차장님을 맡게 되었고 처음엔 싫어했지만 나중엔 회사에까지 데려가서 돌본다. 일부러 차장님과 사진을 찍기도 하는데 그건 나중에 민서에게 잘 보이기 위한 일 중 하나였다.

 

암이 퍼져 손을 쓸 수 없었던 코코는 결국 안락사를 하게 되었다. 코코의 주인은 코코가 눈을 감지 않았다며 절규하고 진영도 자신의 손으로 보내야만 했던 코코 때문에 마음이 안 좋았다. 병원에서 심란해하는 진영을 보고 민상이 말을 걸었고 안락사 얘기를 들은 민상은 사실은 정말 살고 싶었는데 주인이 멋대로 죽인 거 아니냐며 그 죽음의 권리를 누가 갖고 있냐는 말을 꺼낸다. 민상은 그렇게 가버리고 진영은 이미 진통제도 듣지 않는 상황이었다며 자신도 이 상황이 너무 힘들다고 말한다.

 

이후 민상은 진영과 함께 식사를 함께 하게 되었는데 민상이 옛날에 키웠던 강아지에 대한 얘기를 해주었다. 어렸을 때 시골 강아지를 키웠었는데 강아지가 아프게 되었고 그 강아지는 그대로 팔려가 죽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 뒤로 강아지를 키우게 되지 않았다는 이야기였다. 그렇게 강아지를 좋아했었는데 지금은 개 밥그릇도 차버리는 이런 인간이 되었다며 민상은 자기 자신을 부끄러워했다. 진영은 그런 그를 이해해 주었다.

 

선용은 길거리를 지나던 중 완다를 찾는 전단지를 보게 되었고 완다를 가족에게 보내줘야 하지 않겠냐며 정아에게 보여준다. 하지만 정아는 이제야 민서가 마음을 열게 됐는데 완다가 가버리면 어떻게 되겠냐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길 가다 주인을 마주칠 수도 있는 거고 애초에 이러면 안 되는 거기에 지유에게 직접 물어보기로 한다. 지유는 완다를 가족에게 돌려보내 주고 싶다고 했고, 울면서 작별을 고하게 된다. 지유는 완다가 좋아한 거라면서 인형을 민서에게 건네준다. 지유는 한 번씩 완다를 보러 가기로 했다.

 

진영의 도움으로 민상은 민서와 만나게 되었다. 리조트 계획에 대해 도움을 받기 위해서였다. 민서는 민상의 계획 보고서를 읽고 자신은 도움을 줄 수 없다고 한다. 그러면서 민상에게는 없고 진영에게는 있는 게 무엇인지 생각해 보라고 한다. 민상은 자신에게 없는 게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리고 리조트 계획 발표날 민상은 자신에게 없었던, 그리고 회사 사람들에게도 없었던 그것을 찾아내 발표한다. 그건 바로 진심과 배려였다. 보통의 리조트에서 반려동물 동반 리조트라 말했지만 10kg 이상은 입실 금지, 바깥에서는 케이지에 있어야 한다는 등 모두 사람을 위한 규칙이었지 반려동물들을 위한 배려는 없었다. 민상은 이러한 것들을 고려해 배려 있는 리조트를 만들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하지만 민서의 도움은 받지 못한다는 것도 이야기했다. 그래도 회장은 민상이 발표한 계획이 마음에 들었는지 추진해 보라고 했고 민상은 뛸 듯이 기뻤한다. 민상은 기쁜 마음에 자신에게 도움을 준 진영을 위한 옷을 샀다. 그리고 진영이 계획하는 유기견 입양 캠페인에 도움을 주기로 했다.

 

진우는 자신이 민서에게 말한 게 심했다 생각해서 민서가 좋아하는 초밥을 사들고 집으로 찾아갔고 민서는 진우의 사과를 받아준다. 그리고 진우에게 낮 2시까지 가보라면서 명함 하나를 건네준다. 진우는 그게 뭔지 몰랐지만 일단 찾아가 본다. 알고 보니 그곳은 조각을 배울 수 있는 장소였다. 진우는 나무만 보고도 좋은 나무인지 알아볼 정도로 조각에 애정을 갖고 있었다. 민서는 이곳에서 아르바이트 정도의 돈을 받을 수는 있을 테니 돈을 벌며 배우라 했다. 진우는 고마워하면서 왜 자신에게 이렇게 도움을 주냐 질문한다. 그러자 민서는 젊은 사람 모두에게 도움을 줄 수는 없지만 이렇게라도 도움을 주고 싶다면서 자신은 이미 젊은 시절을 보낸 사람이고 젊은 사람들이 좀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길 원한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해준다. 대사를 전부 다 기억하진 못했지만 이때 민서가 얘기해 준 대사에 위로 받는 느낌이 들었다.

 

진영이 여는 유기견 입양 캠페인이 열린 날, 위에서 나온 등장인물들이 전부 참여한다. 이때 민서와 지유 가족이 다시 만나게 되는데 완다가 지유를 보고 매우 좋아한다. 민서는 완다가 지유를 선택했다면서 지유가 완다와 함께 살아달라고 부탁한다. 자신은 조만간 수술을 받아야 해서 완다를 돌봐줄 수 없다는 말도 했다. 선용과 정아는 그럼 수술이 끝나고 회복하면 다시 데려가는 거냐 하는데 민서는 그렇지 않다면서 완다를 잘 키워달라고 부탁한다. 물론 지유는 엄청나게 기뻐한다.

 

현은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게 되었는데 이때 예전에 함께 밴드를 했었던 선용이 베이스를 쳐주기로 한다. (이 시점에 현의 밴드는 해산한 상태) 이때 스팅은 다니엘이 미국에 데려가기로 한 상황이었는데 다니엘이 스팅을 데려온다. 다니엘이 스팅을 데려가려 했을 때 수정이 죽고 스팅이 우울증에 걸렸을 때와 비슷한 모습을 보여주었고, 다니엘은 스팅이 자신보다 현과 함께 사는 게 행복해 보인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다니엘이 스팅을 현에게 데려다준 거였다. 현은 스팅을 다시 보고 매우 기뻐한다. 그렇게 현과 선용은 무대에서 노래를 불렀고 지유는 그런 선용을 보고 기뻐한다.

 

그 무대를 민서와 진우도 지켜보는데 이때 진우가 민서에게 선물 하나를 건네준다. 민서가 신문지를 열어 보니 그 안에 든 건 나무 조각상이었다. 진우가 자신이 처음 조각한 거라 했는데 그건 완다의 조각상이었다. 민서는 그걸 보고 고마워한다. 진영이 민상에게 차장님이 입양될 거 같다고 말해주는데 민상은 입양하겠다는 사람들에게 온갖 질문을 던지며 입양을 못 하게 한다. 결론적으로 민상은 자신이 차장님을 입양해서 키우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어느 타이밍이었는지 기억은 좀 불확실한데 민상이 진영에게 좋아한다고 고백하려고 머뭇거린다. 진영은 그런 민상을 답답해하면서 좋아한다는 말을 그렇게 하기 힘드냐면서 저돌적으로 키스(?)를 한다. 그렇게 두 사람은 사귀게 되었다. 영화는 유기견 입양 캠페인에 온 사람들 모두가 행복하게 즐기는 모습으로 끝이 난다. 영화가 끝난 후 NG 장면 같은 게 살짝 지나가는데 다들 귀여웠던 것 같다.

 

강아지를 키워서 그런지 공감 가는 부분들도 많았던 것 같다. 근데 강아지만 중점적으로 나온 게 아니라 강아지를 통해 따뜻한 인간사를 보여줬다는 느낌이라 더 좋았던 거 같다. 약간 아쉬웠던 점이라면 뭔가 보면서 이 장면에서 갑자기 이 장면으로 넘어간다고? 하는 장면이 몇몇 있었던 거 같다. 편집이 좀 아쉬운 느낌;; 그래도 두 시간이 금방 지나갔을 정도로 재밌게 봤다. 앞으로 다가올 설날에 가족들이랑 같이 보면 딱 좋은 그런 영화인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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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1부 스포 포함)

 

작년에 외계+인 1부를 아무런 기대 없이 (오히려 재미없을까 봐 좀 걱정이 됐다) 보러 갔었는데 생각보다 재밌어서 이번에 외계+인 2부도 보러 가게 되었다. 1부에서 현대 시대랑 고려 시대를 많이 왔다 갔다 거려서 좀 정신 산만했었는데 2부에서는 그 부분은 좀 나아진 것 같다. 정신 산만한 부분은 여전히 많긴 한데 그게 이 영화의 매력 같기도 하다. 2부인만큼 1부와 이야기가 이어지고 초반에 대강 1부의 핵심 내용을 간추려서 보여준다. 그리고 영화 중간중간에도 이어져서 나오는 부분이 있다. 난 일부러 2부 보기 전에 1부도 다시 보긴 했는데 안 보고 가도 이해는 될 것 같다. 단지 1부 보고 2부 보면 세계관을 좀 더 잘 알 수 있고 등장인물들이 좀 더 정겹게 느껴진다.

 

2부의 상황은 서울에서 하바가 하나 터지고 외계의 죄수들이 깨어난 시점이다. 이때 무륵은 정신을 잃은 상태로 나왔는데 흑설과 청운이 무륵 안에 요괴가 들어있지 않을까 의심한다. 이래서 어렸을 적 (무륵이 설계자 만난 시점) 무륵이 도술을 익히기 전에 죽였어야 했다고 둘이 티격태격했다. 일단 흑설이 직접 무륵의 몸을 만져서 알아내보려 한다. 흑설이 무륵의 몸을 만져본 결과 무륵의 한쪽 손에서 기가 막히고 있다며 이상함을 느낀다. 1부에서는 무륵의 몸에 설계자가 들어간 것처럼 묘사했기 때문에 저러면 어떻게 되는 건가 싶었다. 흑설의 영향으로 무륵은 몸이 자기 멋대로 움직여서 여기저기 공격하고 다니는데 다행히 흑설과 청운이 막아준다.

 

이 와중에도 신검을 쫓는 자들은 계속해서 있었다. 이 상황에 무륵의 고양이들 우왕이와 좌왕이는 이안을 뒤쫓고 있었다. 이안은 자장의 밀본 사람들에게 미행당하고 있었고 그걸 우왕이와 좌왕이가 눈치채서 이안을 도와준다. 이안은 더 이상 자신을 쫓아오지 말라고 하지만 우왕이와 좌왕이는 계속 함께 한다. 참고로 자장은 10년 전 고려로 왔을 때 밀본 사람에 의해 물에서 건져졌고 깨어나자마자 은혜를 원수로 갚는다. 밀본 사람이 깨어난 자장에게 뜬금없이 밀본 가면을 들이밀며 이 가면은 자장인데 쓰시겠소? 이런 식으로 말을 건다. 그러자 자장은 그 사람을 촉수로 죽여버리며 순식간에 밀본 사람들을 제압한다. 이후 자장은 밀본의 수장이 되었다. 이 과정에서 밀본의 검객 능파가 눈을 다치게 된다. 그는 이후 밀본에서 쫓겨나게 되며 눈을 고치려는 목적으로 신검을 찾아다닌다. 눈은 안 보이지만 검술 실력이 뛰어나서 꽤 멋진 모습을 보여준다.

 

현대 파트도 나오는데 우선적으로 나오는 건 민개인의 시점이다. 1부의 쿠키 영상에서 총을 들고 나타나 무슨 역할인가 했던 민개인은 관세청 소속 경찰이었는데 특이하게도 그녀의 조상이 능파였다. 능파는 민개인에게 무언가 물건을 유산으로 남겼고 그걸 대대로 지켜온 듯했다. 바깥에서 요가하던 민개인은 우연히 밀수범을 잡게 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밀수범 삼식이가 1부에서 외계인 죄수들이 인간에게 수감됐던 지산 병원으로 입원한다. 삼식이는 병동에서 탈출하던 도중 외계인이 몸에 수감되었고 다른 범죄자들과 거래를 하던 도중 하바가 터져 외계인이 몸에서 튀어나오게 된다. 민개인은 조카 민선이가 어린 지안이와 보던 지산 병원 영상을 몰래 보게 되었고 능파가 말하던 일이 현대에 터지게 되었다는 걸 깨닫는다. 거기다 하바가 들어있는 거대한 우주선까지 보았으니 상황이 위험하다는 건 확실한 사실이었다. 그래서 하바 연기 안으로 경찰이나 구급 대원들을 보내지 못하게 하기 위해 사람들에게 촉수 영상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애초에 관세청 소속인데다가 말도 안 되는 영상이라며 무시당하다가 테이저건까지 맞고 자동차에 가둬지게 된다.

 

어느 타이밍에 나왔는지는 좀 헷갈리는데 무륵은 이안이 어렸을 때 구해준 게 자신이라는 걸 밝히게 된다. 이안은 그때까지 무륵이 자신을 구해준 걸 모르고 있었던 터라 매우 기뻐하며 끌어안는다. 처음에 무륵은 그저 이안이 가진 신검을 빼앗으려고 혈안이 되어있었지만 이런 상황에 얼떨떨해하기도 한다. 이안의 목적은 신검을 찾아 다시 미래로 가는 것이었기에 무륵과의 재회도 그리 길지 않았다. 이것도 다른 사람 리뷰 보다가 이제서야 생각난 건데 무륵은 자신 안에 요괴가 있다고 생각하고 이안에게 자신은 죽어야 한다고 하는데 이안은 무륵의 몸속에 뭐가 들어가 있더라도 무륵은 무륵이라며 그냥 조용히 무륵으로 살라고 말한다. 참고로 무륵은 1부에서 날아오는 자동차를 봤던 개동이에게 썬더를 찾아달라고 부탁했었는데 덕분에 썬더와 이안이 재회할 수 있게 된다. 무륵 덕분에 썬더와 재회하게 된 이안은 썬더를 가지고 또다시 홀로 우주선을 찾으러 간다. 그런데 썬더는 그냥 빈 깡통 로봇처럼 에너지가 없는 상태여서 말조차 걸 수 없는 상태였다.

 

이런 와중 좌왕이와 우왕이가 자신과 똑같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 그들은 나무꾼이었는데 우왕좌왕을 무서워하며 도망치고 우왕좌왕은 두 사람을 뒤쫓는다. 그 와중에 자장이 밀본 사람들을 시켜 설계자가 들어가 있을 수도 있는 개동이를 납치해오라고 시켰고 이때 좌왕이가 활에 찔려 죽게 된다. 이 와중에 좌왕이는 얼떨떨한 모습으로 산산이 조각나서 사라졌고 우왕이는 무륵에게 개동이가 벽란정으로 납치되었다는 것을 알려준다. 여기서 반전이 하나 나오는데 알고 보니 우왕좌왕이는 썬더의 에너지원이었다. 10년 전 썬더는 로봇의 몸체로 우왕좌왕과 똑같이 생긴 사람 두 명과 고양이 두 마리를 스캔했고 그대로 복제해서 무륵의 곁에서 살아갔던 것이다.

 

무륵이나 이안이나 제각각의 이유로 벽란정에 찾아가야만 했다. 벽란정에는 많은 사람들이 죽어있었는데 위쪽에서는 누군가의 힘겨운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 능파는 그 소리가 함정이라는 걸 알고 있다며 어느 한쪽에 숨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함정이든지 말든지 무륵은 소리가 나는 위층으로 올라갔고 거기엔 죽어가는 개동이가 있었다. 개동이는 도망가라고 했다. 무륵은 여기서 현감의 제자에게 요괴가 들어갔다는 문서를 읽게 된다. 여기서 또 밀본과의 싸움이 시작되고 우왕이 마저 죽는다. 이 과정에서 능파는 신검으로 자신의 눈을 고치게 된다. 하지만 신검은 자장의 손에 들어가 무륵의 몸에 꽂히고 만다. 이렇게 설계자가 몸 안에서 나오는 건가 싶었는데 외계인이 바로 튀어나오지 않았다. 이안은 무륵의 몸에 꽂힌 신검을 있는 힘을 다해 뽑다가 손이 베였고 그날의 진실을 기억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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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무륵과 이안이 처음으로 만났던 날. 무륵은 문도석 안의 죽어가는 설계자를 만났고 두려움에 떨었다. 이때 누군가가 설계자를 공격했는데 그건 죽어가는 가드였다. 가드는 마지막 힘을 쥐어짜 내 설계자를 공격한 뒤 자신의 남은 생명 에너지를 무륵에게 맡긴다며 한쪽 팔 안에 에너지를 전부 넣어주었다. 그렇게 가드는 소멸했다. 근데 문제는 다른 쪽에 있던 이안의 앞에 설계자가 굴러떨어졌고 결국 설계자 외계인은 어린 이안의 몸속에 들어가게 되었다. 신검으로 손이 베인 바람에 이안의 기억이 떠오른 동시에 설계자도 눈을 뜨고 말았다. 이안은 총으로 머리를 쏘려 했지만 촉수가 튀어나와 탄환을 잡았고 결국 이안은 설계자에게 지배 당하게 된다.

 

무륵은 신검에 찔린 덕분인지 가드의 공격형 로봇 모습으로 변신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신검은 흑설과 청운의 손에 들어오게 되었다. 두 사람은 불안정하게 열린 시간 포탈을 통해 미래로 갈 수 있었고 뒤이어 설계자와 자장도 남은 하바를 터트리기 위해 미래로 향한다. 난 처음에 능파도 따라갈 줄 알았는데 능파는 민개인에게 무기를 남기는 역할을 맡았다. 미래에 일어날 일들과 무기를 받아야 할 사람들에게 전해주기를 바라면서 그는 그림과 글을 남겼다. 모두 미래로 가버린 시점에 무륵만 고려에 남게 되었다. 다시 정신 차린 무륵은 우왕의 죽음으로 인해 에너지를 되찾은 썬더와 함께 다시 미래로 향하게 된다. 물가에 박혀있던 우주선의 모습이 평소 썬더가 변신하던 자동차의 모습으로 변한다.

 

흑설과 청운은 웬 헬스장에 떨어졌고 이안과 자장은 하바가 있는 우주선으로 가려 한다. 1부에 나왔던 빨간 외계인은 설계자가 드디어 왔다며 설계자를 방해하려는 자를 모두 없애라고 명령한다. 흑설과 청운은 러닝머신 화면에 나온 외계인을 보고 무작정 뛰어들어 화면을 부수고 멈추지 않는 기계 때문에 계속 달리다가 경찰들에 의해 붙잡혀간다. 이때 흑설과 청운은 잡혀있던 민개인과 같은 차에 타게 된다. 외계인이 풀려난 삼식이는 신검을 쫓아 세 사람이 탄 차를 공격한다. 차는 지하철 같은 곳으로 굴러가게 됐는데 그 바람에 세 사람은 아래로 빠져서 도망치다가 화물 기차를 타게 된다.

 

한편 무륵과 썬더는 신검의 행방을 찾아 쫓아가게 되고 무륵은 가드의 모습을 하고 외계인들과 사투를 벌이게 된다. 흑설과 청운도 얼마 남지 않은 분신술 부적으로 외계인들과 싸우기도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무륵은 설계자에게 지배당한 이안을 다시 만나게 되었고 자신의 힘을 건네주겠다며 이안에게 가드의 힘을 넘겨준다. 그러자 이안의 얼굴 아래가 가드와 같은 모습이 되었고 설계자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손이 설계자를 빨아들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설계자가 다 빨려 들어가기 전에 삼식이의 몸으로 이동해버렸다. 삼식이의 몸으로 들어간 설계자는 삼식이 몸에 있던 외계인과 융합되면서 엄청나게 촉수를 퍼트렸고 화물 기차는 전복하고 만다. 개인적으로 이때 액션신이 꽤 멋졌다.

 

그렇게 해서 이안은 제정신을 되찾긴 했지만 설계자는 여전히 날뛰는 상황이 되었다. 설계자는 무작정 하바가 들어있는 우주선으로 향했고 나머지 일행들도 모두 그곳으로 향한다. 민개인은 자신이 보관하고 있던 고려의 무기들을 각자에게 나눠주었고 무륵&검, 흑설, 청운&갖가지 요술 도구, 민개인&능파 검으로 맞서 싸우고 이안은 신검으로 하바를 퍼트리는 걸 막는데 치중한다. 1부에서 나왔던 거울 기술(?)이 또 나와서 반갑기도 했다. 근데 외계인 생김새가 설계자보다 자장이 더 세 보여서 조금 아쉬웠다. 설계자 외계인은 좀 크기만 하고 단순하게 생긴 느낌. 이안은 우주선의 빨간 부분에 신검을 던져 넣으라는 말을 듣고 달려나가고 나머지 일행들이 설계자를 총공격해 반 토막 내는데 성공한다. 신검은 우주선에 꽂혔고 하바는 다시 우주선 안으로 빨려 들어간다.

 

그렇게 설계자까지 수감시키는데 성공했지만 설계자가 가둬진 빨간 물방울 모양 구슬 같은 것에 금이 간다. 썬더는 설계자를 오랫동안 가둬놓을 수 없을 거고 다시 튀어나올 거라며 먼 우주에 가서 폭발을 시킬 거라 한다. 이안은 그러면 못 돌아오지 않냐 하는데 썬더는 이 방법밖에 없다는 식으로 얘길 한다. 그렇게 이안과 썬더는 이별을 해야 했고 그전에 썬더는 나머지 일행들을 원래의 고려 시대로 보내준다. 그렇게 이안은 현대에 남게 되었다.

 

고려로 돌아간 일행들은 분주하게 자신들의 일화를 이야기하고 즐겼지만 무륵만큼은 그럴 수가 없었다. 이안을 다시 만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결국 무륵은 벽란정 헛간의 불안정한 시간 포탈을 발견하고 다시 미래로 향하게 된다. 근데 무륵이 튀어나온 곳은 남대문이었다. 이전에 썬더와 함께 이곳에 도착했을 때 무륵은 택시~!하고 어떤 사람이 차를 타는 걸 보고 저게 뭐냐 물어봤었는데 그 질문은 여기에서 쓰인다. 주황색 택시를 보자마자 나가서 가로막더니 택시!!! 하고 힘차게 외치며 영화는 끝이 났다. 사실 그 모습 보고 이안이 어딨는지도 모르면서 어떻게 찾으려고 하지? 돈도 없는데? 결국 흑설하고 청운처럼 경찰서로 가려나?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무륵은 이안과 어떻게든 만나겠지! 싶다. 그리고 또 다른 쓸데없는 걱정으로는 이안이 10년을 뛰어넘어버려서 초등학생에서 20대가 되어버렸는데 주민등록은 어떻게 되는 거지? 하는 생각들. 이래저래 생각하면 걸릴 부분들은 많지만 뭐, 여기서 크게 신경쓸 부분은 아닌 것 같다. 영화 자체는 1부에서 나왔던 떡밥들이 잘 회수된 거 같았고 재밌었다.

 

이번엔 1부보다 개그 요소를 더 많이 넣은 느낌이었는데 (뭐, 나도 웃기긴 했지만 그렇게 폭소할 정도는 아니었다) 뒤쪽 아주머니들이 엄청나게 깔깔대면서 보셔서 웃음 타율이 좋은 사람한테는 엄청 웃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상영 시간이 2시간이었는데 같이 본 엄마도 영화가 생각보다 금방 끝난 거 같다고 그러셨다. 확실히 순식간에 보게 된 영화인 거 같다. 물론 이것도 호불호는 많이 갈릴 것 같지만 나한테는 재밌는 영화였다. 예전에 내가 써놓은 1부 후기글을 보니 궁금한 점이 꽤 많았었는데 거기서 풀린 건 이안이 사당패들에게 주워져 자랐다는 것 정도였다. 내가 1부 봤을 때 너무 세세하게 파고들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이후의 무륵과 이안이 현대에서 어떻게 살아갈지도 좀 궁금하긴 하지만 이대로 끝나는 게 깔끔하겠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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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우 시리즈, 쏘우X 쿠키 스포 포함)
 
예전부터 쏘우 시리즈를 좋아했기 때문에 나왔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좀 더 따뜻해지면 보러 가고 싶었는데 다른 영화들이 더 인기 있어서 그런지 (쏘우는 매니아층만 보기도 하고) 내일부터 상영을 안 하길래 부랴부랴 오늘 보게 되었다. 나는 스파이럴 빼고 쏘우 시리즈는 다 봤었는데 쏘우 1편은 워낙 나온 지 오래돼서 제일 중요한 반전 빼면 거의 기억이 안 나는 상태라서 쏘우X를 보러 가기 전에 미리 보고 갔다. 2편도 아만다 얘기 빼면 기억이 잘 안 나서 다시 봤는데 주요 스토리는 기억 안 나도 등장인물이 어떤 식으로 죽어나가는지는 영화 보면서 기억이 떠올랐다. 예를 들면 문 열면 권총이 자동으로 발사돼서 사람이 죽는다든가 하는 장면. 그리고 아만다가 존 후계자라는 것 정도는 기억이 났다.
 
어쨌든 쏘우 시리즈가 후반으로 갈수록 스토리보다는 사람이 어떤 트랩으로 어떻게 죽냐가 중점적이어서 그런지 평가가 점점 안 좋아졌는데 쏘우X가 다른 쏘우 시리즈들보다 점수가 높은 편이라 궁금해졌다. 그나마 초창기와 비슷한 느낌의 쏘우라고 해서 기대를 안 하려야 안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여전히 들려오는(?) 잔인도 얘기 때문에 더더욱 기대가 됐는데 너무 기대를 해서 그런지 내 기준에서 잔인도는 그냥 보통 쏘우 수준보다 살짝 아래 같은 느낌도 들었다. 잔인함에 면역이 없는 사람이 보면 엄청 잔인하다 느낄 수 있긴 하겠지만 고어 영화에 어느 정도 면역이 있는 사람은 그냥 볼만하다 느낌일 것이다. 오히려 후반부는 잔인도가 떨어지는 편이다. 그래도 영화 자체는 재밌게 봤다.
 
존 크레이머가 병원에서 뇌 검사를 받는 것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1편에서도 나왔지만 존은 이미 손쓸 수 없는 상태의 뇌 상태를 가지고 있었다. 존은 암 센터의 다른 환자들과 함께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이곳에서 어떤 여자는 자신이 맞이하는 오늘은 선물과도 같다 말했다. 이 과정에서 존은 췌장암 4기라는 헨리라는 남자를 보게 된다. 그는 다들 얼마 안 남았다고 하지만 어떻게든 싸워나갈 거라며 살아나갈 의지를 보였다. 존의 의사는 앞으로 존이 살 날이 최대 1년 혹은 몇 달이라고 했다. 의사는 그냥 은퇴하고 조용히 살라는 식으로 말했지만 존은 그 말이 거슬렸다.
 
존은 병원에서 우연히 옴짝달싹 못 하는 상태의 환자가 누워있는 병실 앞을 지나게 되는데 한 동양인(알고 보니 쏘우 최초 한국인 배우라고 한다) 청소부가 그 환자의 귀중품을 만지작거리는 걸 보게 된다. 청소부는 그 물건을 훔치려 하고 있었다. 이후 화면이 바뀌며 존은 그 청소부에게 병원의 청결을 유지해 환자들의 생명을 지키는 청소부는 고귀한 직업임에도 불구하고 물건을 훔치려 했다며 그게 불쾌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제한 시간을 주고 트랩에서 빠져나가라고 한다. 이게 바로 포스터에 나온 트랩이었는데 제한 시간 내에 손가락 다섯 개를 부러트리지 않으면 청소기처럼 진공으로 눈알을 빨아들여 뽑아버리는 거였다. 손가락 열 개도 아니고 다섯 개만 부러트리는 거여서 생각보다 약하네 싶었다. 고정되어 있지 않은 다른 한 손으로 다이얼을 돌리면 그때마다 손가락 하나가 직각으로 꺾여서 부러지는 방식이었다.
 
청소부는 손가락 2갠가를 부러트리고 나서 못 하겠다고 소리치다가 결국 시간이 다 되어 두 눈알이 쏙쏙 뽑히고 말았다. 물론 손가락이 하나씩 꺾이는 거니 엄청 고통스러운 일이었겠지만 눈알 뽑히면 저건 회복 불가지 않나 하는 생각이 영화 보면서 자꾸 들었었다. 그동안 나온 트랩 희생자(?)들에 비하면 꽤 약한 편이었다는 생각도 잠시 들었는데 알고 보니 이건 존의 망상이었다. 청소부는 존과 눈이 마주치자 훔치려던 물건을 다시 제자리에 놓았고 존은 잘 생각했다고 한다. 아마 그가 그냥 훔쳐버렸다면 존의 망상대로 손가락이 부러지고 눈알이 뽑혔을 것이다.
 
병원에서 나온 존은 자신이 살 날이 얼마 안 남았기에 유언장을 작성하려 했는데, 이때 암 환자들과의 대화 시간에 만났던 헨리가 존을 보고 반가워한다. 췌장암 4기였던 그는 매우 건강해 보였다. 건강해 보인다고 하니 그는 핀 피더슨 박사가 만들어낸 수술과 약물 치료로 병을 고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그 증거라며 자신의 배에 있는 수술 자국을 보여주기도 한다. 헨리는 미국에서는 이 치료가 불가능하다면서 자신이 알고 있는 사이트 하나를 알려준다. 존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헨리가 알려준 사이트로 들어가 본다. 사이트에는 핀 피더슨 박사의 딸인 세실리아라는 여자가 자신들이 하는 일에 대한 설명을 하는 영상이 있었다. 핀 피더슨이 만들어낸 의술은 너무 획기적이고 많은 사람들이 치료받을 수 있는 일이라 정부와 제약사들에게 압박을 받아서 비밀리에 참가자들을 모아 치료 중이라고 했다.
 
존은 헨리에게 소개를 받았고, 그 프로젝트에 관심이 있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자 발신 제한 번호로 존에게 연락이 왔다. 세실리아는 3개월 뒤에 자리가 날 것 같다는 식으로 얘기하는데 존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식으로 행동하자 1주일 뒤에 있는 치료에 한자리 정도는 넣어줄 수 있을 거라 말한다. 치료는 멕시코시티의 외딴곳에서 진행될 거라 했다. 멕시코에 도착하면 택시 기사가 기다리고 있을 테니 그걸 타고 오라고 했다. 디에고라는 택시 기사의 차를 탄 존은 창문 밖으로 멕시코를 둘러보며 세실리아에게 향하게 되는데 갑자기 복면 쓴 남자들이 나타나 무작정 존을 꺼내고 이름을 묻는다. 협박하듯 진짜 이름이 존이냐고 물은 그 남자들은 진짜 존이라는 걸 알고 난 뒤엔 걱정하지 말라면서 그를 다른 차로 태워서 데리고 간다.
 
존이 도착한 곳은 정말 외딴곳에 있는 건물이었다. 존을 안내해 준 건 가브리엘라라는 여자였는데 그녀도 암 환자였고 치료를 받아 새 삶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존은 가브리엘라의 안내로 세실리아와 만나게 되었고 세실리아와 기본적인 대화를 한다. 세실리아는 존의 직업에 대해 물었고 존은 평생 토목 기사를 했고 건축가 일을 해왔다고 한다. 가브리엘라는 환영 선물이라며 존에게 테킬라를 주기도 하는데 존은 수술을 앞두고 있어서 마실 수 없었다. 세실리아는 그 주위에서 공 차고 놀던 카를로스라는 애에 대해 말해주기도 한다. 카를로스는 이곳을 관리하는 아버지를 따라서 온 듯했다. 어느 날 존은 자전거가 고장 나 바퀴를 고쳐보려 노력하던 카를로스에게 다가간다. 존은 손재주가 좋아서 그런지 금방 바퀴를 고쳐주는데 이 과정에서 영어를 모르는 카를로스에게 '당기다'라는 뜻이 스페인어로 뭐라 말하냐 묻기도 한다. 카를로스는 '할라'라고 알려준다.
 
세실리아는 수술을 하기 전 의료진을 소개해 준다. 집도의 코르테즈, 간호사 발렌티나, 마취의 마테오. 그때 먼저 수술을 받은 파커 시어스라는 남자가 있었는데 그는 갑상선암 종양 제거 수술을 막 받은 상태라고 했다. 존은 자신도 머지않아 뇌종양을 제거하고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을 거란 희망을 품게 된다. 존은 수술 당일 정신이 깨어있는 상태로 수술을 받게 된다. 여러 가지 체크를 하기 위해서 그런 거라 하는데 대놓고 뇌 화면을 그대로 보여주길래 저런 화면 환자한테 그냥 보여줘도 되는 건가? 싶을 때 세실리아가 일부러 화면을 존에게 안 보이도록 각도를 바꾼다. 이후 존은 마취에 의해 잠이 들었고 다시 깨어났을 땐 모든 수술이 끝난 상태였다. 세실리아는 이제 아침저녁으로 약물을 복용하면 치료가 끝난다는 식으로 말한다.
 
수술이 끝나고 일어났을 때 존은 완전히 다른 건물로 이동이 되어 있어서 다른 사람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 아쉬움을 느낀다. 세실리아가 채혈 검사지를 보여주는데 정상적으로 나왔다. 병이 완치됨에 기뻤던 존은 자신에게 잘해줬던 가브리엘라를 떠올리며 테킬라를 한 병 사서 자신이 머물렀던 그 건물로 찾아간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가브리엘라의 가족사진이라던 액자들은 전부 깨져있고 존이 수술을 받았던 수술방도 엉망진창이 되어 있었다. 자세히 방을 살펴보던 도중 존은 비디오테이프를 하나 발견하게 된다. 그건 뇌 수술에 관한 비디오였다. 알고 보니 존이 봤던 뇌 수술 화면은 직접 수술하는 화면이 아니라 비디오 영상의 한 장면이었다. 이상함을 감지한 존은 자신의 머리에 둘러져 있던 살균 붕대를 풀었고 깨진 거울을 이용해 뒤통수를 확인해 보았다. 머리에는 수술의 흔적 따위 전혀 없었다. 분노한 존은 선물로 가져왔던 테킬라를 바닥에 던져 깨트린다.
 
존은 암 환자들의 희망을 절망으로 바꿔버린 그들을 응징하기로 마음먹는다. 사실 존은 응징이 아니라 그들을 각성시킨다고 말했지만 내 눈엔 응징으로 보였다. 우선 자신을 그곳으로 데려다준 택시 기사 디에고를 찾아서 납치한다. 알고 보니 수술 집도를 한 남자는 택시 기사였던 디에고였기 때문이다. 깨어난 그의 양손에는 메스가 붙어있었고 양 팔에는 폭탄이 붙어있었다. 폭탄이 연결된 쇠는 메스로는 자를 수 없는 재질이었다. 디에고가 선택할 수 있는 건 폭탄이 터져 죽거나 메스로 근육과 살점 채로 폭탄을 뜯어내는 거였다. 디에고는 존이 찾는 사람들을 다 알려주지 않았냐며 원망하면서도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폭탄을 뜯어내는 것 밖에 없다는 현실을 깨닫는다. 결국 엄청나게 피를 흘리며 팔을 난도질해 폭탄을 뜯어낸다. 보면서 저렇게 뜯어내면 아파서 다른 한쪽 팔 폭탄 뜯을 때는 어떻게 하지 싶었는데 살아야겠다는 집념이 강해서 그런 건지 나머지 팔을 뜯을 땐 아예 입으로 물어뜯어서 폭탄을 제거한다. 두 개의 폭탄은 전부 다른 쪽에 던져놨는데 얼마 안 가 엄청난 굉음을 내며 폭발한다. 존은 그가 살 의지가 충분하다고 느꼈던 건지 게임이 끝나자마자 구급상자를 가져와 치료해 준다.
 
디에고의 정보를 토대로 존은 차례차례 이번 수술과 관련 있었던 사람들을 찾아가 납치한다. 이때 쏘우 시리즈에서 납치할 때 쓰고 나오는 돼지 가면이 등장한다. 클럽 같은 곳에서 남자 하나를 잡은 발렌티나는 돈을 안 주면 잠자리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가 차 안에서 겁탈을 당할뻔하는데 이때 돼지 가면이 나타나 차 창문을 깨버리고 남자를 제압한 뒤 발렌티나를 납치한다. 동물 병원으로 보이는 곳에 마테오가 일하고 있었는데 한창 시끄럽게 짖던 강아지들이 순식간에 조용해졌고 이상해서 그곳으로 찾아간 마테오는 전기 충격을 받고 납치당한다. 가브리엘라 같은 경우는 마약을 사서 화장실에서 먹었는데 이상함을 감지하고 도망치려다가 고의적으로 열린 화장실 문에 얼굴을 부딪쳐 기절하고 쓰러지고 후추 스프레이 같은 걸 꺼냈다가 오히려 자신이 맞고 납치당한다. 세실리아는 자신의 집에서부터 돼지 가면에게 위협을 당한다. 기척이 느껴져 CCTV를 확인하는데 돼지 가면이 건물 위에서 아래로 뭔가를 던졌다. 도망쳐 나온 세실리아는 차 안에서 앞에 서 있는 돼지 가면을 목격하고 놀란다. 하지만 이미 차 안에는 또 다른 돼지 가면이 세실리아의 목에 마취 주사를 놓았다.
 
존과 아만다가 협력해서 모두를 납치한 것이었다. 여기서 아만다는 존의 조수라고 소개되며 대놓고 등장해서 트랩을 작동시킨다. 납치된 인물들은 같은 안에서 깨어나게 되는데 발렌티나는 앉혀있었고 다른 사람들은 거의 족쇄에 묶여있는 상태였다. 어리둥절한 사람들은 존을 보고 이게 무슨 상황이냐는 식으로 말한다. 존에게 도움을 주려고 했던 것뿐이라면서 끝까지 착한 척을 하려 한다. 하지만 그것도 얼마 안 가 본성이 드러난다. 존은 조사 결과 34명이 세실리아에게 돈을 주고 수술을 받았지만 전부 다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800만 달러 이상 돈을 받아냈다고 하길래 영화 볼 때는 얼마인지 감이 잘 안 왔는데 환율 계산해 보니 현재 환율로 104억! 진짜 사람 목숨 간절한 걸 이용해서 이딴 식으로 돈을 뜯어내다니 악질이다. 솔직히 존의 철학(?)이 마음에 드는 건 아니지만 이때만큼은 존을 좀 응원하게 되는 느낌이었다.
 
첫 번째로 게임을 하게 된 건 발렌티나였다. 딱 봐도 뭔가 엄청난 일이 터질 거 같은 트랩 위에 앉아있었다. 발렌티나 앞에는 쇠줄이 있었는데 트랩이 작동하면 그게 목을 관통하는 구조였다. 살려달라는 발렌티나에게 살고 싶으면 쇠줄을 이용해서 한쪽 허벅지를 잘라내고 척수를 일정 무게 이상 흡입시켜 기계를 멈추라 했다. 시간은 3분인가 그랬다. 못 하겠어!!!라며 시간을 허비하기엔 시간이 매우 짧았다. 결국 발렌티나는 주위 사기꾼들의 응원 아닌 응원을 받으며 지혈대를 허벅지에 두르고 쇠줄로 슬근슬근 톱질을 하기 시작한다. 그에 따른 비명은 덤이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겨우 허벅지를 잘라내고 흡입기로 척수를 뽑아내는데 피에 비해서 척수는 생각보다 많이 나오지 않았다. 결국 기계는 얄짤없이 작동되었고 발렌티나의 목은 뎅강 잘려 바닥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아만다와 존은 위층의 사무실 같은 곳에서 그걸 지켜보고 대화를 나누는데 존은 다음 타자로 가브리엘라를 고른다. 그러자 아만다는 마약이라는 게 악질적이어서 그만큼 끊기 힘든 거라면서 가브리엘라를 좀 감싸주려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 아무래도 자신이 마약에 손을 댔다가 빠져나온 만큼 가브리엘라가 신경 쓰인 듯했다. 존은 지금 이 정도로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할 거냐는 식으로 말한다. 그 사이 사기꾼들 가운데에 놓았던 옷가지에서 전화가 울렸다. 그건 세실리아의 핸드폰이었다. 하지만 가운데에 있어서 손이 안 닿는 상태였다. 참고로 뭔가 끈이 있다면 걸어서 이동시킬 수 있는 바퀴 받침대였다. 세실리아는 아무렇지 않게 토막 난 발렌티나의 몸뚱이를 가져와서 배를 갈라버린다. 그러고는 창자를 꺼내서 (실제로 인간 창자가 상당히 긴 것으로 알고 있다) 여러 사람들에게 던져서 그 받침대에 창자를 걸어 자신 쪽으로 끌어오는데 성공한다. 그리고 어딘가에 전화를 거는데 때마침 찾아온 아만다가 전기 충격을 줘서 핸드폰을 빼앗는다.
 
이번엔 마테오 차례였다. 아만다가 마음대로 순서를 바꾼 거였다. 아만다가 마테오를 트랩에 세팅한다. 마테오의 얼굴 부근에 양쪽으로 갈린 (열선이 달린) 멕시코 유물 모양의 가면이 있었다. 시간 내에 두개골을 가르고 뇌를 잘라서 필요한 무게대로 뇌를 녹여야 풀려 날 수 있는 게임이었다. 뇌를 잘라야 한다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것처럼 보이자 (어느 부위든 거부감 느껴지겠지만;) 존은 뇌는 회복이 빠른 부위 중 하나라면서 잘라내도 재생(?)이 될 거라는 것을 강조해 말한다. 우물쭈물해봤자 시간만 갈 뿐이었다. 결국 마테오는 기계로 머리뼈를 동그랗게 잘라내고 뇌를 잘라내서 비커에 집어넣는다. 하지만 뇌가 녹는 속도가 느려서 결국 시간 내에 트랩을 푸는 게 불가능했고 그대로 조개껍질 닫히듯 열선 달린 가면이 닫혀버린다. 가면이 열려서 얼굴이 녹아내리는 게 나오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그냥 닫히고 끝났다.
 
이제 남은 사람은 가브리엘라와 세실리아뿐이었다. 세실리아는 존을 설득하려 한다. 자신은 사기꾼이었지만 자기 아버지인 핀 피더슨은 진짜 의사이니 그에게 치료를 받게 해주겠다고 한다. 하지만 존은 세실리아의 말을 믿지 않았다. (설정상 세실리아의 아버지는 저명한 외과의가 맞다고 한다) 그런데 이때 한 손님이 찾아온다. 그건 바로 파커 시어스였다. 존이 뇌 수술을 받기 전에 갑상선암 수술을 받았다는 남자였다. 그는 총을 들고 찾아와 돈을 내놓으라며 분노했다. 그런 그를 맞이한 아만다는 시체로 놀라게
하고 친절하게 막대기로 후려 패 쇠사슬로 그를 묶어놓는다. 파커는 자신이 죽으면 가족에게 줄 재산을 전부 수술비에 썼다며 돈을 받아야 한다고 한다. 존은 파커에게도 게임을 하겠다고 하며 총만 쓰지 않으면 사기당한 돈을 모두 돌려받게 해주겠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파커는 그에 동의했고 파커를 풀어주게 되었다.
 
이번 차례는 가브리엘라였는데 가브리엘라의 트랩이 작동하자 한쪽 팔과 한쪽 다리에 묶인 쇠사슬이 팽팽하게 끌어당겨져 공중에 떠오르게 되었다. 거열형 같은 거라도 하는 건가 싶었는데 그건 아니었고 빨간 열을 내뿜는 방사선 기기가 가브리엘라의 얼굴 앞에 켜졌다. 시간 내에 망치로 발목과 손목을 부러트려서 수갑에서 벗어나야 하는 게 이 게임의 규칙이었다. 가브리엘라는 처음엔 손목을 부러트리려 했는데 세실리아가 발을 먼저 뺀 뒤 움직임을 이용해서 열에서 벗어나라 했다. 그래서 고통 끝에 발목을 부수고 다른 자리로 움직이는데 성공하지만 기기는 또다시 가브리엘라의 얼굴 앞으로 이동됐다. 열이 점점 강해지자 가브리엘라의 얼굴은 화상으로 벗겨지기 시작했다. 가브리엘라는 열심히 자신의 손목을 부수고 게임에서 성공할 수 있었다. 이때 파커가 본색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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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커는 이건 미친 짓이라고 하며 존에게 총을 들이댔고 세실리아의 수갑 열쇠를 풀어주라고 했다. 파커와 세실리아는 만나자마자 키스를 한다. 알고 보니 두 사람은 커플이었고 같은 사기꾼이었던 것이다. 세실리아는 풀려나자마자 아만다를 때린다. 존은 가브리엘라가 응급 처치를 받아야 한다고, 게임에 이긴 사람은 살 자격이 있다고 하는데 세실리아는 그럴 필요가 없단 식으로 말하고는 가브리엘라의 목 뼈를 밟아 죽여버린다. 존이 다른 인간들이 죽여봤자 별 타격이 없었다는 식으로 말하며, 그건 그냥 자신에게 있어서는 증거물을 없애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한다. 그러고는 아만다와 존을 트랩에 묶는다. 존과 세실리아는 서로 도덕적 우월성에 관해 이야기하는데 결론적으로 존이 한 짓도 잘한 짓은 아니라서 딱히 세실리아는 존의 말에 타격을 받지 않는다. 이때 벽 외관에서 탕탕하는 소리가 나는데 알고 보니 그건 카를로스가 공을 벽에 차며 노는 소리였다.
 
세실리아는 존이 직쏘 살인마라는 걸 인지하고 있었고 그의 규칙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의 철학에 어긋나는 짓을 해서 괴롭게 만들고 싶으니 무고한 사람을 죽이겠다고 한다. 세실리아는 카를로스를 데려왔고 아만다가 누구냐 하자 존은 '친구'라고 대답한다. 세실리아는 아랑곳 않고 카를로스를 존과 함께 트랩에 눕힌다. 아만다는 따로 다른 족쇄에 채워졌다. 본격적으로 트랩이 실행되고 존과 카를로스의 얼굴에 핏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존이 레버를 당기자 판이 시소처럼 아래로 내려갔고 존의 얼굴에만 핏물이 쏟아졌다. 그러자 그걸 본 카를로스가 레버를 당겨서 자신의 판이 아래로 내려가게 만들어 존이 숨을 쉴 수 있도록 해줬다. 그러자 존은 "no 할라!(초반에 말했던 당긴다는 뜻의 스페인어)"라고 말하며 자신이 레버를 당긴다. 말 그대로 핏물 고문이었는데 이걸 지켜보던 파커는 돈이나 챙겨야겠다면서 위층 사무실로 들어간다. 존이 당기지 말라고 외쳐도 카를로스는 존을 살리기 위해 레버를 당긴다. 그러자 존은 더 이상 카를로스가 레버를 당기지 못하도록 자신 쪽으로 레버를 당긴 뒤 힘을 꽉 준다. 그렇게 존은 계속 핏물을 맞게 되었다.
 
사무실에 파커와 세실리아가 들어가는데 파커는 문득 이런 말을 한다. 세실리아만 마지막으로 남았는데 왜 마지막 트랩은 판이 두 개 일까?라고. 그런 의문도 잠시 세실리아는 돈을 찾았다며 가방을 꺼내든다. 그러자 뒤쪽에 있던 10분의 시간제한 전광판이 나타나며 사무실의 문이 잠겨버렸다. 진짜 마지막 트랩이 시작된 거였다. 사무실의 문이 잠김과 동시에 핏물 고문 트랩의 작동이 멈췄다. 존은 스스로 족쇄를 풀고 아만다도 풀어서 카를로스를 풀어준다. 마지막 트랩은 방사능 가스에서 10분 버티기였다. 세실리아는 총을 쏴보려 했지만 총알이 나가지 않았다. 알고 보니 존은 이미 파커가 사기꾼이라는 걸 알고 총알의 화약을 몰래 다 빼버렸던 것이다.
 
존은 디에고에게 사기꾼 목록을 들은 뒤 누군가에게 정보들을 알아냈는데 못 알아낸 한 명이 바로 파커였었다. 근데 세실리아가 핸드폰으로 전화를 건 게 파커여서 그도 이 게임에 끌어들일 수 있었던 거였다. 존은 이런 상황도 포함해서 여러 상황에 대비했던 거 같은데 카를로스가 끌려오는 상황은 예상 못 했던 모양이었다. 참고로 사무실에는 숨을 쉴 수 있는 구멍이 하나 있었는데 그 구멍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세실리아나 파커 둘 중 하나는 죽어야 했다. 언제는 세실리아를 위해 죽을 수도 있다던 파커가 세실리아를 죽이기 위해 칼처럼 날카로운 쇠붙이를 집어 들었다. 아만다는 그 모습을 보게 된 카를로스의 눈을 가려준다.
 
세실리아와 파커는 몸싸움을 했고 결국 세실리아가 파커의 몸에 쇠붙이를 찔러 죽였다. 그리고 제한 시간이 다 될 때까지 구멍 밖으로 얼굴을 내밀어 숨을 쉬었다. 그 사이 존은 사기꾼들이 모은 돈을 카를로스에게 건네주었다. 카를로스가 돈 받아들고 고맙다며 활짝 웃는데 왠지 모르게 되게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존, 아만다, 카를로스는 서로를 부축하며 바깥으로 나갔고 영화는 끝이 났다. 솔직히 세실리아는 좀 더 고통스럽게 죽길 바랐는데 생각보다 싱겁게 (방사능 가스라 앞으로의 삶이 힘들긴 하겠지만) 끝난 거 같아서 아쉬웠다. 발렌티나 급으로 고통받았으면 더 좋았을 거 같기도 하고.
 
엔딩 크레딧 후 쿠키 영상이 나온다. 매우 매우 익숙한 1편의 푸르딩딩한 조명의 지하실이 등장한다. 트랩에 매달린 헨리를 보며 존은 배에 있던 상처가 왜 없냐고 질문한다. 그리고 옆에 있던 호프만 형사에게 헨리를 찾아줘서 고맙다고 한다. 아무래도 사기꾼들의 정보를 알려준 건 호프만이었던 거 같다. 호프만도 직쏘의 후계자 중 한 명인데 이렇게 나오니 좀 반가웠다. 호프만은 하필 사기를 쳐도 직쏘한테 치냐고 헨리에게 말한다. 헨리는 살려달라 하고 존은 그건 걱정할 필요 없다고 (죽을 만큼 고통받고 살 수도 있으니까) 하며 게임을 하자고 한다. 트랩을 작동 시키자 배 부근에서 칼날이 움직이고 헨리가 비명을 지른다. 그렇게 쿠키 영상도 끝!
 
정말 기대 많이 하고 영화를 봤는데, 아주 만족스럽게 본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실망한 것도 아니어서 좋았다. 후반부로 갈수록 트랩의 강도가 좀 약해지는 느낌이 든 게 좀 아쉬웠다. 다른 시리즈보다 드라마적인 요소를 좀 더 강조해서 그렇게 됐나 싶긴 한데... 근데 역시 아무리 생각해도 세실리아의 마무리가 마음에 안 들어서 다른 속편에서 재등장해서 좀 더 악랄하게 고통받다가 죽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존과 아만다 대화하는 거 보면서 애초에 아만다는 직쏘의 후계자가 되기엔 자질이 좀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 없어 하는 것도 그렇고 가브리엘라의 순서를 바꿔준 것도 그렇고. 근데 이러나저러나 후계자보다는 원조(?) 직쏘가 좋은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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