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
우리나라에서 개봉 날짜가 나오기 전부터 영화 소식을 접했던 터라 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그렇다고 엄청 자세한 내용을 아는 건 아니었고 그냥 다른 나라에서 호평받았다는 거만 대충 알고 있는 상태였다. 개봉 이후 영화평 중에 후반부가 아쉽다거나 내용이 생각보다 잔잔하다고 하는 사람이 있길래 기대감이 처음보다 떨어졌다. 뭐, 그래도 공포 영화는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편이다 보니 일단 보고 나서 생각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참고로 포스터에 나오는 장면은 안 나오니 포스터 장면을 기대하면 안 된다. 개인적으로는 포스터가 엄청 멋져서 저 장면도 기대할 뻔했는데 다행히(?) 영화 보러 가기 직전에 저 장면이 안 나온다는 사실을 알고 가게 돼서 기대는 접었다.
영화 시작에서는 1970년대의 혼란한 미국을 잠깐 보여주고 '잭 델루이'의 일생을 조명한다. 그는 점점 사회자로서 명성을 얻다가 심야 토크쇼 올빼미 쇼의 MC를 맡게 된다. 나름 선방하는 듯 보였으나 항상 라이벌 프로그램에 밀려 빛을 보지 못했다. 그 와중에 더 그로브라는 남자들의 비밀 사교 집단에 잭이 참여하고 있다는 소문도 돈다. 숲속에서 부엉이를 숭배하는 사이비 집단 같은 느낌이었는데 나름대로 권력 있는 자들이 모인 장소 같았다. 잭이 시청률을 상승시키고 싶어서 그 집단에 동참한 게 아닌가 하는 의문점도 제기한다. 잭에게는 아내 매들린이 있었는데 비흡연자임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폐암 말기에 걸려버린다.
이후 시청률에 눈이 먼 건지 잭은 시청률이 부진한 올빼미 쇼에 산소를 수시로 들이마셔야 할 정도로 폐 상태가 매우 안 좋은 아내 매들린을 게스트로 초대해 토크쇼를 진행했다. 매들린은 그 방송 이후 2주 후 사망했다. 매들린이 출연했던 방송은 시청률이 높았지만 그 이후 방송은 부진했고 잭은 아내의 죽음을 슬퍼하며 1년간 휴식을 취하게 되었다. 그렇게 1년 뒤 잭은 다시 올빼미 쇼에 출연하게 되었는데 그게 바로 문제의 1977년의 할로윈 전날 밤 특집이었다. 이 생방송은 초유의 사태를 불러일으켰고 47년 만에 비디오로 발견돼 공개되는 거라 나온다. 이 비디오의 제목은 바로 악마와의 토크쇼였고 카운트다운을 센 뒤 영상이 재생된다.
영상은 옛날 브라운관 티비 비율로 나오고 화질조차 약간 흐려 보이는 옛날 화질로 나온다. 토크쇼 본방은 컬러로 나오고 방송이 잠시 멈추는 쉬는 시간의 타이밍에는 흑백으로 진행이 된다. 영화 결말부에서는 가로로 길쭉한 영화 비율과 선명한 화질의 영상이 나오게 된다. 이게 나름대로 신선한 느낌을 주었다. 카메라는 관객들도 간간이 비춰주는데 할로윈 시즌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할로윈 코스튬을 하고 있는 걸 볼 수 있다. 토크쇼가 본격적으로 시작 전 오늘의 게스트 소개도 잠깐 해주고 잭이 사람들과 유머러스한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무대 오른쪽에는 광고 끝나고 토크쇼가 재개할 때마다 악기를 연주하는 밴드가 있었고 잭의 보조 MC를 맡는 거스라는 남자도 있었다. 거스는 중간중간 개그로 분위기를 환기시켜주는 역할을 했다. 그는 진공관으로 손대지 않고 연주하는 악기 테레민으로 으스스한 소리를 내며 토크쇼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첫 번째 게스트로는 크리스투라는 영매사가 초대된다. 딱 봐도 사짜 느낌이 풀풀 풍기는 남자였다. 이 남자는 자신이 영혼과 주파수가 맞으면 영혼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했다. 잭이 그러면 맨날 시끄러운 거 아니냐 하니 라디오를 끄는 것처럼 그냥 전원을 내려버리면 주파수는 들려오지 않기 때문에 괜찮다고 했다. 크리스투는 갑자기 집중하는 것처럼 행동을 취하더니 P로 시작하는 게 들려온다고 한다. 피터, 피터슨? 이런 식으로 말을 하는데 관객 중 한 명이 우리 가족 중에 그런 이름이 있다며 놀라워하는 반응을 보인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이름은 바람 나서 집 나간 부인의 이름이었고 관객들은 어이없어하며 웃었다. 그 남자 옆에는 전신을 해골로 코스튬 한 사람이 있었는데 왠지 모르게 영화 내내 시선을 강탈하는 존재였다. 영화에서 딱히 의미 있게 나오진 않았지만 후반부를 생각했을 땐 잭과 관련이 있는 사람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토크쇼는 중간중간 쉬는 시간을 갖는데 이럴 때마다 옛날 방송 특유의 '잠시 후 다시 방송이 이어집니다' 같은 문구가 그림과 함께 흘러나온다. 이때는 화면이 흑백으로 전환되며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는 잭과 프로듀서의 대화가 자주 나온다. 사실 관객석에 있던 바람 난 아내가 있다고 말한 남자는 방송사가 고용한 사람이었다. 한 마디로 크리스투는 가짜 영매사가 맞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 인기가 있었던 것 같지만 말이다. 촬영은 다시 재개되고 이번엔 크리스투가 에드워드라는 이름이 들린다고 했었나? 뭔가가 들리는 척하는데 앞쪽 관객석에서 반응을 보인다.
관객석엔 모녀가 있었는데 자기 아들의 이름이라며 안 좋은 일로 죽음을 맞이하게 됐다는 걸 암시하는 표정을 짓는다. 알고 보니 아들은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고 한다. 크리스투는 아들이 이제 걱정하지 말라는 식으로 말을 했다며 가족들을 안심하게 해주는 말을 한다. 그러더니 '파파'라는 단어를 들었다 한다. 딸은 아빠를 그런 식으로 부르지 않았다며 의아해 하지만 엄마는 그 단어에 반응을 보인다. 아들이 어렸을 때 가지고 놀던 인형에게 그 이름을 붙여줬다는 것이다. 아직도 아들의 유품을 가지고 있다며 그 인형을 잘 갖고 있다고 전해달라 한다. 크리스투는 자신이 따로 말해줄 필요 없다며 이 자리에 아들이 있다는 식으로 얘기하고 순식간에 진짜 영매사인 것처럼 분위기가 달아오른다. 그리고 이뿐만이 아니었다. 크리스투는 갑자기 눈이 뒤집어져 흰자위만 보이며 엄청나게 고통스러워하더니 슬퍼하는 영혼이 있다면서 '미니'라는 사람을 아는 사람이 있냐고 질문한다. 하지만 관객석엔 아무도 없었다. 총각인 사람이 결혼반지를 끼고 있다고도 말했다.
뒤이어서 두 번째 게스트가 등장하게 되는데 그의 이름은 카마이클 헤이그였다. 잭은 크리스투에게 헤이그라는 녀석이 오는데 허풍쟁이니까 그의 말을 그다지 신경 쓰지 말라고 경고했다. 왜냐하면 카마이클은 초현실적 사건들을 박살 내는 회의론자였기 때문이다. 그는 초현실적 현상을 자신에게 직접 증명하면 돈을 주겠다고 했는데 아직까지 증명한 사람이 없다면서 즉석으로 50만 달러를 주겠다고 백지 수표를 적는다. 그는 말로만 초현실적 사건들을 의심하는 게 아니라 나름대로 자신만의 증명을 내보이며 깨부수는 사람이었다. 원래 마술사였는데 최면도 가능한 사람이어서 이 토크쇼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단순한 초현실적 사건이라 믿지 않는다.
쉬는 시간 이후 '미니'의 정체에 대해 밝혀진다. 잭은 미니가 매들린과 둘만 있을 때 부르던 애칭이라 아무도 몰랐을 거라 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왼손에 낀 결혼반지를 보여주기도 한다. 총각인데 결혼반지를 하고 있다(는 번역이 좀 애매하긴 하지만)는 말의 의미를 상기시켜주는 것이었다. 카마이클은 설령 둘만 아는 애칭이었다고 해도 사전에 알리고 짜고 친 것일 수 있다며 믿지 않는다. 그러자 잭은 크리스투가 죽은 아들의 이름을 알아맞힌 것은 어떻게 증명할 거냐 한다. 카마이클은 크리스투가 한 일에 대해서 고장 난 시계도 한두 번은 맞을 때가 있는 거라며 믿지 않는다. 쉬는 시간이 되었을 때 카마이클은 죽은 아들에 관해 말했던 모녀에게 질문을 던진다. 혹시 방송이 시작되기 전에 누군가가 이것저것 질문하지 않았냐, 따로 적어낸 게 없었냐 하는 것들이었다. 그러자 모녀는 크리스투를 돕는 여자가 자신들에게 이것저것 물어봤다고도 했고, 모르는 사람이 이것저것 물어봤다고 말을 했다. 사전 질문을 통해 크리스투가 정보를 알아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미니'의 이름을 알려준 뒤로 크리스투의 상태는 점점 안 좋아졌다. 호흡이 가빴고 속이 안 좋은 것처럼 보였다. 카마이클은 전부 크리스투가 가짜로 연기하는 것뿐이라며 말하는 족족 비아냥댔고 그렇게 말싸움을 벌이다 분노한 크리스투가 나가려 한다. 잭은 크리스투의 공연 일정이 방송 아래에 나갈 거라고 발표하고 크리스투는 나가려 하는데 갑자기 검붉은 액체를 토해낸다. 그냥 토한 것도 아니고 먹물 쏘아대듯 토해대서 카마이클이 옷을 갈아입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방송은 잠시 중단되고 크리스투는 방송에서 퇴장하게 되었다. 방송이 중단될 때까지 엄청난 양의 검붉은 액체를 쏟아냈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병원에 실려가게 되었다. 프로듀서는 사람들에게 비난 전화가 빗발치고 있긴 하지만 시청률이 엄청나게 올라가고 있다며 잭과 대화하며 흥분했다. 이번 일은 방송국 측에서 벌인 일은 아닌 것 같았다.
카마이클은 이런 것도 일종의 연기라면서 일부러 피를 뿜어낸 것이라며 믿지 않는다. 잭은 관객들에게 크리스투는 무대 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말하며 진정시키는데 그 말이 무색하게도 구급차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진다. 어쨌든 잭은 또 다른 게스트를 불러들이며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세 번째 게스트는 바로 초심리학자 준 로스 미첼 박사였다. 그녀는 악마와의 대화라는 책을 집필했는데 그건 사탄 숭배 집단에서 구출해낸 소녀 릴리와의 대화를 바탕으로 쓴 책이었다. 게스트로는 준뿐만 아니라 릴리도 함께 한다. 우선 관객들에게 영상 자료로 당시 10살이던 릴리를 구출하던 영상을 보여준다. 아브락사스라는 이름의 악마를 섬기던 집단이었는데 손을 칼로 그어서 서로의 피를 섞는 등 이상한 행동을 많이 하는 집단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납치 혐의도 있었다. 아이들을 제물로 삼는 악마 집단이었기 때문이다. 그 집단의 수장인 디아보는 이런 여러 가지 이유들로 FBI에게 잡혀가게 될 상황이 오자 모든 악마 숭배자들에게 스스로 불타죽도록 명령했고 모두 죽게 되었다. 그런데 모두가 죽은 와중에 살아남은 한 아이가 바로 릴리였던 것이다.
토크쇼에 나온 릴리는 13살이었고 준은 그런 릴리의 후견인이 되어 있었다. 준은 릴리를 초심리학 내에서 실험하고 안에 있는 악마를 통제하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 통제가 완벽하게 되는 건 아니라서 아무 때나 악마를 소환하거나 하면 안 되는 것 같았다. 물론 카마이클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초심리학이라는 학문이 있긴 있냐며 비웃었고 준은 나름대로 이름 있는 연구소에서 학문을 배웠다는 걸 어필한다. 릴리는 자신 속의 악마를 꿈틀 씨라고 칭한다고 했는데 그 이유는 꿈틀거리면서 자신의 속을 돌아다니거나 사라져서 그런 거라 한다. 잠시 쉬는 시간이 왔을 때 준은 이곳에서 악마를 소환할 수 없다며 반대한다. 잭은 스태프인지 프로듀서 인지에게 병원에 실려가던 크리스투가 계속 그렇게 피를 토해내다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잭은 그 말을 듣고는 이 사실을 거스에게 알리지 말라고 하는데 방송가 소문이 빠르니 금세 알게 될 거라는 말만 듣게 된다.
어느 타이밍에 나왔는지 기억은 잘 안 나는데 방송 도중 갑자기 으스스한 테레민의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한다. 잭은 거스를 보며 이 타이밍에 이 소리를 내는 건 아니지 않냐 하는데 거스는 자신이 한 게 아니라며 꺼보려고 하지만 스파크가 튀어서 손을 대지 못한다. 너무 커다란 소리에 관객들과 무대 위의 사람들이 전부 괴로워하고, 유리컵마저 깨져버린다. 그러자 카마이클은 테레민과 연결되어 있던 전기 코드를 뽑아버린 뒤 이건 소프라노가 고음을 냈을 때 유리가 깨지는 것과 같은 현상이라며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넘어간다. 쉬는 시간 도중에 거스는 크리스투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면서 이 토크쇼를 그만두지 않으면 끔찍한 일이 벌어질 거라고 중단해야 된다고 한다. 잭은 예수쟁이 같은 소리 하지 말라면서 거스를 무시한다.
카마이클은 악마의 존재를 믿지 못하며 악마를 직접 소환해 보자고 한다. 준은 당황해하며 이렇게 통제하기 어려운 환경에서는 너무 위험하다고 극구 반대한다. 잭은 일부러 관객들을 부추겨서 악마를 소환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한다. 관객들도 카마이클처럼 진짜인지 아닌지 보여줘야 믿지 않겠냐면서 준을 닦달하기 시작했다. 결국 준은 소환을 하겠다고 승낙했고 팔목 억제대를 가져다 달라고 한다. 그렇게 해서 준비를 하는 동안 준은 다시 잭과 대화하게 된다. 준은 이렇게 될 걸 예상하고 사람들을 부추긴 잭에게 원망의 눈빛을 내비치는데 둘 사이가 꽤 가까워 보인다.
방송이 다시 시작됐을 땐 양 팔목이 의자에 묶인 채 앉은 릴리와 마주 보고 앉은 준의 모습이 있었다. 준은 릴리에게 최면을 걸어 잠들게 한 뒤 릴리 안의 악마를 깨운다. 누가 말했는지는 잘 기억 안 나지만 릴리 안의 악마는 아브락사스는 아니고 그의 수하 같은 존재라고 했다. 고개를 떨구고 있어서 긴 머리카락에 얼굴이 가려진 릴리는 괴상한 숨소리를 내더니 고개를 들어 본색을 드러낸다. 얼굴을 드러냈을 땐 13살의 릴리가 아닌 험상궂어 보이는 상처 자국이 있는 남자의 얼굴이었다. 목소리도 릴리만의 목소리가 아닌 남자의 목소리가 뒤섞여서 나온다. 준이 악마에게 이곳에 온 목적에 대해 물어봤던 거 같은데 생각보다 별 목적 아니었는지 내 기억에는 안 남았다;
악마는 오히려 준보다는 잭에게 관심이 있어 보였다. 잭을 보더니 옛날에 보고 또 본다면서 오랜만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물론 잭은 악마를 본 적이 없다면서 의아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잭이 그런 반응을 보이자 준은 매들린에 대해서 얘기를 하더니 이미 썩어서 벌레들에게 먹혔겠다며, 매들린이 죽어야 준 같은 여자와도 사랑을 나눌 수 있지 않냐는 식으로 말을 한다. 그러더니 잭과 준이 들판에서 서로를 탐했다는 식의 이상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노래를 듣고 화가 난 준은 릴리의 뺨을 때려버렸고 릴리는 자신이 하고 싶어서 한 게 아니라면서 슬퍼하지만 이것도 악마의 농간이었다. 거기다 이번엔 악마의 목소리가 아닌 여자의 목소리로 잭에게 어떻게 그냥 둘 수가 있냐며 원망의 말을 내뱉는다. 릴리는 갑자기 의자에 묶인 채로 공중 부양을 한다. 조명에 전기가 타고 흐르는 등 사태가 심각해지자 준은 자신이 갖고 있던 목걸이로 준을 제어하기 시작했고 의자가 다시 내려앉으며 일단락이 된다.
쉬는 시간이 되자 잭은 릴리가 냈던 여자의 목소리가 마치 죽은 매들린 같았다며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인다. 정비를 하는 동안 준이 릴리의 팔목 억제대를 풀려고 하는데 잘 안 풀리자 릴리가 괴로워하며 빨리 풀어달라고 한다. 그 모습을 본 잭은 악마 숭배에 쓰였다던 칼로 릴리의 팔목 억제대 벨트를 잘라준다. 방송이 다시 시작되자 카마이클은 릴리의 정신 상태가 의심된다는 발언을 한다. 준은 그 말은 선을 넘었다면서 방송 도중 나가려고까지 하는데 여차여차해서 나가는 건 저지했다. 카마이클은 이런 건 자신도 할 수 있다면서 모두에게 최면을 걸겠다고 한다. 실험 대상체는 거스였다. 거스는 겁이 많아서 나서고 싶지 않아 했지만 지목이 돼서 어쩔 수 없이 의자에 앉게 되었다. 카마이클은 분위기를 살려야 된다며 조명을 어둡게 하고 바닥에 연기가 피어오르게 만든 뒤 관객들과 시청자, 무대 위의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갖고 있는 회중시계에 집중하게 만든다. 그 회중시계에는 빙글빙글 화면이 돌아가는 장치가 있어서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이후 갑자기 카마이클이 거스에게 벌레를 무서워하지 않냐 묻는다. 거스는 어떻게 게 알았냐면서 놀라워한다. 갑자기 거스는 덥다고 하며 옷을 벗더니 몸 안에서 벌레가 기어다니는 것 같다고 한다. 옷깃을 풀더니 오른쪽 목에서 지렁이 한 마리를 꺼냈다. 모두들 경악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엔 배를 찢어내 엄청난 양의 기다란 검은 벌레를 쏟기 시작했다. 흡사 불은 짜장면 같아 보였다. 심지어 한 쪽 눈에서 눈알이 튀어나오고 커다란 벌레가 튀어나오기까지 했다. 이 와중에 릴리는 빙글거리며 웃고 있어서 괴기하게 느껴졌다. 상황이 점점 악화하자 카마이클도 당황하며 최면을 끝냈다. 그러자 이 모든 것은 말끔하게 사라졌다. 전부 카마이클의 집단 최면이었던 것이다. 거스는 당황해하며 자신의 모습을 보고 부끄러워한다.
모두가 경악을 금치 못하는 가운데 영상을 되돌려 방금 전 상황이 어땠는지 확인해 보자는 말이 나왔고 카마이클은 영상은 진실만을 찍는다며 바로 봐보자며 흔쾌히 승낙한다. 녹화된 영상에서는 카마이클이 앉아있는 거스에게 덥지 않냐 하며 상황을 유도하는 장면이 나왔다. 그 말을 들은 거스는 갑자기 덥다면서 겉옷을 벗어던지고 벌레가 있다는 카마이클의 말에 벌레를 뽑아내는 시늉을 하기 시작했다. 최면에 걸린 사람들 눈에는 경악할 만한 장면이었지만 걸리지 않은 사람 눈에는 그저 웃긴 장면일 뿐이었다. 그래서 최면에 걸리지 않았던 릴리가 웃으면서 거스와 사람들의 반응을 지켜본 것이었다. 관객 중에서도 최면에 안 걸린 사람이 있다고 했는데 2명인가 그랬다. 카마이클은 화면을 보며 자신은 이렇게 증명했다면서 릴리의 악마 들림도 가짜일 거라 비아냥댄다. 그러자 릴리는 준에게 우리도 화면을 돌려보자며 조르기 시작한다.
준은 릴리가 지금 불안정한 상태라 돌려보는 것도 안 좋을 것 같다고 하지만 사람들의 성화와 카마이클의 조롱에 못 이겨 결국 녹화 화면을 다시 보기로 한다. 그러자 이번엔 카마이클 때와는 달리 모든 것이 그대로 드러났다. 릴리의 목소리에 겹쳐진 남자 목소리와 릴리의 얼굴이 아닌 남자의 얼굴, 모든 것이 진짜였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화면에 자꾸 노이즈가 끼며 지지직거리는데 찰나의 순간 잭이 무언가를 감지한 듯 1프레임씩 돌려서 화면을 정지시켜달라고 한다. 방송사에서는 잭의 요청대로 프레임마다 끊어서 정지를 시키는데 놀랍게도 한 장면에서 매들린의 유령이 하얗게 나타난 게 보인다. 카마이클은 그런 장면에도 아랑곳 않고 방송사에서 영상을 조작한 것이라 말한다. 그런데 갑자기 문제가 생긴다.
앉아있던 릴리가 갑자기 서서 괴로워하더니 양 팔에서 하얀색 전기 에너지가 모이기 시작했다. 양쪽으로 뻗은 전기는 점점 온몸을 휘감기 시작했고 릴리의 몸이 마치 오래된 텔레비전 화면 속 노이즈같이 변한다. 그러다 릴리의 얼굴이 양쪽으로 갈라지기 시작했다. 심지어 눈에서는 하얀 불빛을 뿜어대며 도저히 사람이라 할 수 없는 형체가 되어있었다. 대충 릴리의 형상을 한 전기 덩어리 같았다. 거스가 자신의 십자가 목걸이로 나름 악마를 제압한다고 다가갔으나 초능력으로 목이 꺾여 죽어버린다.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고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기 시작했다. 방송에서는 화면 조정 중이라며 방송을 중단시켰다. 준은 자신의 목걸이로 릴리 안의 악마를 제압하려 하는데 제압은커녕 목걸이 채로 공중으로 들어올려진다. 결국 공중에 매달려 있던 준은 목걸이가 목을 통과하면서 목이 베여 죽게 된다. 그 모습을 모두 지켜본 카마이클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베엘제붑인지 바알인지 악마의 이름을 대면서 무릎을 꿇고 충성을 맹세했다. 여태까지의 모습과는 상반된 모습이라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악마는 그딴 것 아랑곳 않고 바로 카마이클을 산 채로 뜨거운 온도로 녹여 죽여버린다. 이 모습을 문 중간에 서서 지켜보던 잭. 프로듀서는 빨리 나가자며 잭을 끌어당기는데 그 모습을 릴리가 지켜보고 있었다.
화면은 갑자기 컬러에 보편적인 영화 비율로 바뀌며 잭의 모습을 보여준다. 잭은 평소와 다름없이 토크쇼를 진행하고 있었다. 죽었던 거스도 살아있었고 다른 게스트는 없었다. 잭이 혼란스러워하는 와중 갑자기 또 다른 토크쇼의 한 장면으로 넘어간다. 잭이 욕을 하며 무대 밖으로 나가자 다른 연기자는 생방송 중인데 이래도 되냐며 당황해한다. 그렇게 혼란스러운 장면들이 여러 번 지나간다. 잭이 방송사와 계약하는 모습, 토크쇼에서 이상한 돌림판을 돌리는 모습 등 알 수 없는 장면들이 지나갔다. 심지어 잭은 티비 화면을 당장 끄라며 시청자들에게 소리치기도 했다. 이후 잭은 병들어 죽어가는 매들린의 모습과 마주하게 된다. 침대에 누워 힘겨워하는 매들린은 너무 고통스럽다고 하면서 잭에게 자신을 죽여달라고 애원한다. 눈물을 흘리던 잭은 아브락사스 악마 숭배자들이 사용했다던 검은 단검으로 매들린의 가슴팍에 칼을 꽂아 넣기 시작했다. 이후 정신이 든 잭의 눈앞에 있는 건 죽은 매들린이 아닌 죽은 릴리였다. 주위에는 악마에 의해 죽은 사람들의 시체가 널브러져 있었다. 모든 것이 망상이나 꿈일 거라 생각하는지 잭은 자꾸 꿈에서 깨어야 한다고 외쳤고 이렇게 할로윈 전날 밤의 올빼미 토크쇼 영상은 끝났다.
같이 영화를 본 엄마는 하다만 것처럼 끝났다고 아쉬워하셨지만 개인적으로는 결말이 나름 마음에 들었다. 사람들이 후반부가 아쉬웠다고 하길래 걱정이 됐는데 난 오히려 초반보다 후반부가 매우 마음에 들었다. 앞부분은 후반을 위해 달려온 느낌이었다. 릴리 얼굴이 갈라지는 등 좀 판타지스러운 면이 사람들에게 불호평을 받은 것 같은데 난 막판에 살육의 현장이 벌어진 게 나쁘지 않아서 괜찮았다. 솔직히 그냥 빙의된 악마 모습으로 사람들을 죽였으면 별 감흥 없었을 거 같은데 말 그대로 초현실적인 모습이라 더 마음에 들었다. 영화 정보를 검색하면 실화인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이는데, 영화 보면 알겠지만 실화는 아니고 파운드 푸티지 영화다. 그것도 영화 후반 가서 깨지는 느낌이지만...
영화 결론 부분의 해석을 찾는 사람들도 많아 보이는데 내 생각은 더 그로브의 일원이었던 잭이 아내 매들린을 제물로 바치고 올빼미쇼의 시청률 1위를 탈환하게 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원숭이 손이 왜곡된 상태로 소원을 들어주는 것처럼 악마도 잭의 소원을 불행한 방법으로 들어준 것이다. 더 그로브에서는 무언가 이루기 위해서 대가를 바쳐야 한다는 식의 말이 있었는데 결국 잭 자신도 그 악마의 제물이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릴리가 있던 악마 숭배 집단이 섬기던 악마도 사실은 더 그로브에서 숭배하던 악마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 악마가 예전에 잭을 본 적이 있다고 말한 거고 악마에 의해 매들린이 죽었기 때문에 악마가 나타났을 때 죽은 매들린의 형상이 나타난 게 아닌가 싶다. 매들린은 잭의 토크쇼 시청률 때문에 죽었으니 억울해서 원망할만하기도 했고. 개인적으로는 초반에 말했던 해골 코스튬의 남자는 어쩌면 더 그로브의 일원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부러 관객으로 숨어들어서 이 참극을 직접 지켜보려고 했던 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영화는 어떻게 보면 뻔한 스토리지만 토크쇼 연출이 좋아서 몰입도가 좋았던 것 같다.
영화가 나름대로 실제 인물을 모티브로 삼아서 찾아보는 재미가 있었다. 카마이클은 초현실적인 것을 증명하면 돈을 주겠다고 한 제임스 랜디를 모티브로 했고, 크리스투는 영성가 도리스 스톡스를 모티브로 삼았다고 한다. 도리스는 토크쇼 생방송 중 유리겔라와 말다툼하다 나간 일화가 유명한 듯하다. 캐릭터 모티브도 그랬지만 개인적으로 제일 흥미로웠던 건 보헤미안 그로브라는 비밀 사교 집단이었다. 더 그로브라는 비밀 집단이 나올 때 프리메이슨이 떠오르긴 했는데 보헤미안 그로브라는 집단이 진짜로 존재하는지는 모르고 있었기에 별게 다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부엉이를 섬기는 집단인 듯하고 나름 권력자들이 모였던 집단이었다고 한다. 물론 그보다 더한 이야기들도 많았다.
결론적으로 난 이 영화를 재밌게 봤다. 솔직히 초반에 크리스투가 나올 때까지만 해도 생각보다 그냥 그런데... 하면서 봤다가 검붉은 액체를 쏟아내는 장면부터 흥미가 가기 시작했다. 옛날 토크쇼 방식으로 화면을 보여줘서 집중이 잘 안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있었는데 그 시대를 살지 않았어도 충분히 집중할 만한 화면과 연출이었다. 그리고 공포 영화로서는 공포도가 거의 없다시피 해서 무서운 거 못 보는 사람도 볼만한 영화라고 생각된다. 단지 약간 잔인하다 생각되는 장면이 있으니까 고어 한 걸 못 보는 사람은 좀 애매하려나. 잔인하다기보다는 징그러운 게 더 강했던 거 같다. 오컬트 물 좋아하는데 약간 판타지스러운 것도 괜찮다 싶은 사람에게는 추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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