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 동네 시에 폐허가 된 동물병원이 있습니다. 근처에 조금 넓은 공원도 있지만, 옛날부터 가끔 동물 령이나 괴물을 봤다는 소문이 있었습니다. 이건 지난달 얘기인데, 약간 영감이 있는 A씨와 옛날부터 자주 놀던 B, 세 명이서 담력 시험을 하러 갔습니다.
막상 그 동물 병원에 가보니 근처에 공원이나 주택은 있지만 아직 추워서 지나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었습니다. 건물은 바로 폐허라고 알 수 있을 정도로 황폐해져 있었습니다. 이 건물은 뒷문 열쇠가 부서져 있어서 담력 시험을 하러 오는 사람 대부분이 여기서 들어간다고 합니다. 안에 들어가니 안에는 그럭저럭 정리되어 있어서 먼지와 의자나 책상 이외에는 딱히 없었습니다.
폐허 자체는 그렇게 크지 않았기 때문에 담력 시험은 바로 끝나버렸고, 이대로 집에 가는 것도 재미없었기 때문에 근처에 있는 공원이라도 가자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공원은 그럭저럭 넓었고 여기저기 커다란 돌이나 구리로 만들어진 오브제가 있었습니다.
공원 안을 산책하니 안쪽에서 뭔가가 움직이는 걸 B가 발견했습니다. 개인 것 같았지만 어딘가 움직임이 어색하고 형태도 뭔가 이상하다고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그 모습이 공원 불빛으로 드러났을 때, 저희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확실히 개는 맞지만 머리가 두 개로 나누어져 있는 겁니다. 그것도 왼쪽은 평범한 개의 머리지만 오른쪽 머리는 두 갈래로 나뉘려 하는 모습이어서 상당히 뒤틀려 있었습니다. 몸이나 발의 크기가 제각각이어서 제대로 걸을 수 없는 것 같았습니다.
그때 간신히 A씨의 목소리가 나왔고 도망치자고 말한 순간, 저도 B도 쏜살같이 공원 출구까지 달렸습니다. 다행히 그 개는 쫓아오지 않았습니다. 출구에 도착해 겨우 진정됐을 때 A씨가 B에게 다가가 갑자기 등을 때렸습니다. 저도 B도 놀라서 이유를 물으니 B에게 동물 령이 2마리 씌어있었다고 합니다. 공원을 나가기 전에 떼어놓는 편이 좋기 때문에 그런 것이었고 지금도 저희들 주변에 동물의 령이 몇 마리 있다고 합니다.
후에 A씨에게 그 개에 대해서 얘기를 물어보니 그건 평범한 개의 령이 몇 마리 모여서 달라붙어 버린 상태였다고 합니다. 동물 령은 자아가 그다지 강하지 않기 때문에 달라붙기 쉽다고 합니다.
또 공원에 꽤 많은 수의 령이 있었다고 합니다. 공원에서 평소 아이들이 놀기 때문에 동물 병원에 있던 령들이 아이들의 즐거워하는 소리에 이끌려서 모여 버린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악한 령은 없었기 때문에 딱히 문제는 없다고 합니다.
졸업식 시즌이 되면 가끔 생각나는 일이 있다. 최근에 문득 떠올랐기 때문에 써보려 한다. 뭐, 여러 가지 프라이버시 문제 등이 있기 때문에 자세한 건 묻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고등학교 입시도 끝나고 후에는 졸업식을 기다릴 뿐인 나날들. 교실 여자애들 패거리가 사인첩 교환으로 들떠있었다. 남자는 절반 정도 했으려나. 나는 꺼려져서 돌아온 사인첩에도 한결같이 적당히 형식적인 얘기만 써댔다. 반의 다른 애들은 뭘 썼는지 팔랑팔랑 페이지를 넘겨보니 누가 했는지 악질적인 글이 있었다.
‘네가 죽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무도 쓰지 않은 페이지 구석에 볼펜으로 작은 글자로 그렇게 써있었다.
이거 뭔가 난리 나겠다 싶으면서도 사인첩 주인에게 한마디 해둘까, 아니면 아무렇지 않게 지울까 망설였다. 하지만 사인첩 주인은 그렇게 친하지 않은 여자애였고 그다지 말 한 적도 없었다. 일단 조금 사이좋은 다른 여자애에게 상담해보니
“어쩌면 반 애들 전부한테 썼을지도 몰라”
이미 난리난 상태였다. 그리고 시끄러운 유형의 여자 그룹이 은근슬쩍 염탐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우와아, 여자애들끼리 음침한 따돌림이냐 하며 갈구니 그 여자애가 귀띔을 해줬다.
“성실하고 수수한 T코지만, 그 여자애한테만 장난 글이 써있지 않은 모양이야.”
그렇다고 범인 취급하는 건 아니지 않냐 말하니 그녀도 그 말엔 동의 했다. 뭐, 반 애들 전원이 무사히 졸업할 수 있을 것 같으니까 그다지 재수 없는 일로 시끄러워질 필요도 없겠지 그런 식으로 차분 했던 것 같다.
스무 살이 되어서 그 당시 반 애들의 동창회가 있었다. 참가 하지 않았던 나에게도 명부가 왔다. T코의 칸만 공백이었다. 동급생에게 전화 해보니 병사했다고 한다.
그 아이는 막 20살이 됐는데, 대학에 다니기 위해서 카바레 클럽에서 일을 한다는 흔한 여대생 캬바레 아가씨였다. 그 당시, 요코하마에 있는 카바레 클럽의 헤어 메이크업 일을 해서 그때 얘기를 들은 것이다.
“최근에 귀찮은 손님이 들러붙어서, 관둘까~”
자주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가게의 아이들은 가게 측 (웨이터)도 손님도 아닌 미용사에게는 말하기 편한 모양이라, 여자애의 푸념이나 상담 등을 자주 들었다. 그 아이 (가명으로 A씨)의 얘기를 들어보니 선배 카바레 아가씨를 지명해오던 사장의 부하에게 A씨가 붙게 되었는데, 그 사람이 집착이 심한 손님이라는 것이었다.
집착이 심한 손님은 자주 있는 모양이다. 단지, “말도 안 된다구.”라고 A씨는 말했다. 웨이터에게도 상담을 한 모양이지만 자신이 관리할 수 없어서 미안하다고 하며 진지하게 들어주지 않았다고 한다.
그로부터 2일 정도 뒤.
A씨가 점장과 말다툼하며 울고 있는 걸 목격 했다. 그 뒤, 메이크업을 고치고, 머리모양을 어떻게 할까 물어보는 와중에도 평소처럼 밝은 모습은 없었고 딴 사람 같아 보였다. 그때 들은 그녀의 이야기에 의하면.
2일 전에 집에 돌아가니 현관 손잡이에 봉투가 걸어져 있었고, 그 안에 남성의 국부 사진과 푸 봉제 인형이 들어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푸 봉제 인형의 배 주위가 찢어져 있고 그 안에서 정자 같은 액체가 흘러나와 있었다고 한다. 직감적으로 그 집착이 심한 손님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리고 어제, 휴일이었던 A씨는 친구와 쇼핑을 가기로 약속을 해서 주차장에 세워져 있던 차에 타려고 했더니 또 같은 종이봉투에 이번엔 A씨의 속옷이 들어있었다고 한다. 그 속옷 안에 엉망진창이 된 A씨의 사진과 이번엔 피투성이인 면도칼이 들어있었다고 한다.
“이제 관둘 거니까 이게 마지막일지도 몰라~”
A씨의 메이크업을 한 건 그날이 마지막이었다.
다음날, 자택에서 자살한 A씨를 발견한 건 신인 웨이터였다. 출근 확인 전화를 받지 않은 A씨를 걱정한 점장이 그 웨이터에게 기숙사까지 데리러 가달라고 한바, 손잡이로 목을 매단 A씨를 발견했다는 것이다. 주변에서, 그것도 거의 매일 만났던 아이가 갑자기 죽는 건 뭐라 말할 수 없는 감각이었다.
장례식 후, 점장에게서 회식 자리에서 얘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점장이 말하기에는 그런 손님은 없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A씨는 가끔 있지도 않은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자주 있는 일이야⋯.”라고 말한 게 정말로 인상적이었다.
도시에서의 홀로 자취, 맨션, 고독. 현대 사회에 관해서. 타인과의 접점을 느끼는 일이 적어진 요즘. 커뮤니케이션을 취하는 것에 익숙하지 못한 세대 중에서 고독감. 주목을 받고 싶다는 소망, 선망, 희망. 그로 인해 최종적으로는 죽음을 선택하는 시대에 허망함을 느꼈다⋯.
단, 그로부터 1주일 후.
점장이 체포되었다. 죽은 A씨의 뱃속에는 점장 사이에서 생긴 아이가 있었다고 한다. 점장에게는 결혼을 전제로 교제하고 있는 사람이 있어서 A씨와는 아이 일로 격하게 다투다가 속수무책으로 목을 졸라 죽여 버렸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무서워져서 자살로 꾸미고 누군가가 발견하게 만들었다. 바로 떠올린 계획이었다고 한다.
“자주 있는 일이야⋯” 점장이 말했던 걸 생각해보니 눈물이 흘러넘친다. 돌이킬 수 없는 짓을 저질렀을 때, 인간의 도리에 어긋난 일을 저질렀다 자각한 인간은 이상해진다고들 자주 듣지만 실제로 그 고독감이나 절망감은 상상할 수 없다.
단지, 그런 인간은 자살조차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자신 안에서 절대로 떼어낼 수 없는 절대적인 존재가 처음으로 생기고. 뭔가를 위해서 살아가는 실감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봉제 인형, 정액, 면도칼, 피, 사진, A씨가 말했던 말에는 뭔가의 메시지가 있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