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번역 괴담 - 인형을 낚았다 :: 꿈과 갈망의 틈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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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번역 괴담 - 인형을 낚았다

 

나는 도쿄에서 일하며 가정을 꾸리고 있었지만, 2년 전부터 조금 심각한 병에 걸려서 입·퇴원을 반복한 끝에 회사에서 잘렸다. 그게 주원인이지만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이유로 마누라와 이혼했다. 아이는 딸이 두 명 있지만 내가 생활 능력이 없어서 마누라가 키우고 있다. 미안하다 생각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양육비 따위도 주지 못하고 있다.

 

간신히 병세가 조금 나아져서 지금은 고향으로 돌아가 요양하고 있다. 요양이라 하면 듣기엔 좋지만, 실제로는 연로하신 부모님 밑에 빈털터리로 돌아온 애물단지니까 당연히 이웃이나 친척의 평판도 좋지 않다. 이쪽에 오고 나서 빠칭코에 갈 돈조차 없으니까, 한가한 시간에는 낚시하며 보냈다. 낚싯대는 중학교 때 쓰던 파이버이고 채비도 그대로 남아있었다. 그래서 근처 강에서 계속 붕어 낚시를 했었다.

 

저번 달에 생긴 일이다. 그날도 아침부터 낚시를 했는데, 채비는 잉어용으로 바꿔서 성과는 없었다. 해가 저물어서 집에 갈까 싶어 낚싯대를 올렸더니 바늘에 뭔가가 걸려 있었다. 가까이 가져다 보니 흠뻑 젖은 15센티 정도의 인형이었고, 플라스틱 따위로 만들어진 게 아니라 안에 솜을 채운 봉제 인형으로, 머리카락이 털실로 만들어진 여자 인형이었다.

 

나는 그걸 보고 순식간에 떠올렸다. 이미 30년도 더 된 기억이 한순간에 되살아났다.

 

 

 

내가 유치원에 다닐 무렵인데, 근처에 미키쨩이라는 한 살 아래의 여자애가 있어서 자주 놀았었다. 그 아이의 집은 내 본가에서 100미터 정도 떨어진 길 건너편 쪽이었고, 판잣집에 가까운 낡아빠진 집이었다. 지금은 슈퍼의 주차장이 돼서 없어졌지만 말이다.

 

그 아이는 편부모 가정으로, 알콜 중독자인 아버지와 살고 있었기 때문에, 모습도 더럽고 머리도 푸석푸석하고 장난감도 거의 가지고 있지 않았다. 집에서 거의 돌봐주지 않았을 것이다. 유치원에도 보육원에도 가지 않아서, 내가 유치원에서 돌아오는 걸 계속 우리 집 앞에서 기다렸고 “오빠 놀자” 하고 말을 걸어왔다.

 

그런데, 낚아 올린 인형은 그 아이가 언제나 옆에 끼고 있던 녀석과 아주 닮았다. 어떻게 이 인형에 대해 바로 떠올렸냐면, 사실은 그걸 내가 강에 던져버렸기 때문이다. 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미키쨩과는 거의 놀지 않게 되었다. 이건 미키쨩과 놀면 새로 사귄 초등학교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는다는 이유가 컸다.

 

그러니까 평소처럼 미키쨩이 우리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어도, 말없이 무시하고 집에 들어갔다. 그 무렵에 미키쨩은 너덜하고 거지 같은 모습이 되어 있었고, 알콜 중독 아버지가 술집 등에서 여기저기 민폐를 끼친 탓에 우리 부모님도 미키쨩과 노는 걸 환영하지 않았고 말이다.

 

어느 날, 내가 하천 부지에서 친구와 야구인가 뭔가를 하며 놀고 있으니, 미키쨩이 다가와서 그 인형을 풀숲에 두고 무릎을 끌어안고 우리들이 놀고 있는 걸 봤다. 나는 친구에게 놀림 받는 게 싫었기 때문에 미키쨩에게 “집에 가!”하고 화냈다. 하지만 그게 들리지 않는 것처럼 역시 싱글거리며 이쪽을 봤다. 나는 왠지 괜히 화가 나서 미키쨩 쪽으로 달려가서 풀숲에 올려둔 인형을 잡아서 강에 던졌다.

 

인형은 둑 아래 숲에 떨어져 강까지 떨어졌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었다. 미키쨩은 내가 한 짓을 보고 깜짝 놀라 숨을 삼키고, 너무나 슬픈 듯한 표정을 짓고 터벅터벅 집으로 돌아갔다. 그로부터 1개월 정도 지나 미키쨩은 알콜 중독 아버지에게 맞아 죽었다.

 

낚아 올린 인형을 보고 그때의 일들을 확하고 떠올린 것이다. 하지만 말도 안 되잖아. 30년도 더 된 봉제 인형이 이렇게 남아있다니. 그래서 정말 닮았지만, 전혀 다른 물건이라 생각하기로 하고, 다시 한번 잘 봐보려 했더니 귓가에서 “오빠 놀자”라는 목소리가 확실히 들려왔다. 뒤돌아 주위를 둘러봐도 아무도 없다.

 

나는 물을 끼얹은 듯이 으스스해져서 그 인형을 강에 버렸다. 그랬더니 물을 흡수한 탓인지 인형은 돌처럼 가라앉아 바로 보이지 않게 됐다. 나는 도망치듯 그 장소를 떠났지만, 홀로 이것저것 생각하는 동안에 너무나 애달픈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계속 잊고 있었던 미키쨩의 성묘를 하러 가기로 했다.

 

그래서 어머니에게 장소를 물어서 가보았다. 미키쨩의 무덤은 일가의 무덤 옆에 작은 자연석이 놓여 있을 뿐이었다. 아버지는 경찰에 잡혀갔고, 무덤이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합장하니, 갑자기 해가 그늘지며 매미의 울음소리가 멈추고 그 이끼가 낀 무덤 그늘에서 검고 작은 그림자가 일어났다.

 

그리고 “오빠 힘내”하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 작은 목소리가 들려온 듯한 느낌이 든 것뿐, 검은 그림자를 본 듯한 기분이 든 것뿐. 모든 건 환각이었다고 생각한다. 돌아가는 도중 마누라에게 맡긴 두 딸이 생각났다. 힘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 미키쨩의 무덤에 커다란 인형을 사서 올려야겠다 생각했다. 뭐, 이것뿐인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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