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갈망의 틈새 :: 꿈과 갈망의 틈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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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결말 포함)

 

호불호가 엄~청나게 갈리는 영화 같아서 보기 전에 좀 걱정이 됐다. 영화는 예고편 안 보고 가는 게 제일 좋은데 앱에선가 어디에선가 자동으로 뜨는 걸 몇 장면만 본 기억이 있다. 그저 총 들고 어디 돌아다니는 모습만 잠깐 보고 껐는데 스포를 SNS 글에서 꽤 당해서 외계인이 나온다는 걸 알고 봐서 아쉬웠다. 같이 본 엄마 같은 경우는 아예 정보 없이 보셔서 그런지 초반부를 더 흥미진진하게 보신 것 같았다. 나 같은 경우는 일단 외계인이 나온다는 건 아니까 어떻게 생긴 외계인일까?를 더 궁금해하면서 봤던 거 같다.

 

인터넷에서는 하도 욕이 많이 나온다, 쓸데없이 똥 얘기가 많이 나온다 이래서 욕설을 듣기 싫어하는 나로서는 상당히 꺼려지는 요소로 다가왔는데 막상 영화 보고 나서는 뭐, 욕할만한 상황으로 욕이 나오긴 했네(?)였다. 생각보다 엄청나게 거슬리게 욕이 많이 나왔다고 느껴지지는 않았다. 참고로 나는 욕을 거의 안 하고 사는 인간이다. 그냥 영화적 상황에서 많이 나올만하다 싶어서 욕이 대사의 80% 이것까진 아니라고 느껴졌다. 불호 후기 중에 좀 과장된 면도 많구나 싶었다. 역시 영화는 사람마다 느끼는 게 다르니까 직접 가서 보고 평가해야 한다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들었다. 똥 얘기 같은 경우도 그 상황을 설명할 때 들어갈 수밖에 없었던 요소여서 (물론 다른 소재로 넣었어도 상관없긴 했지만) 나쁘지 않았다. 좀 더럽긴 했지만 일종의 유머 같기도 했고.

 

근데 일단 신경 쓰였던 건 역시 개연성과 대사.. 욕하는 건 그래도 어색하진 않았는데 "세상에!" 이런 식의 감탄사는 좀 어색하게 느껴졌다. 외국인들을 노리고 만든 대사인가? 한다면 그럴만 하긴 한데 그래도 좀... 개연성은.. 여러모로 설명되지 않는 부분들이 많아서 더 그렇게 느껴진 거 같다. 사람들이 자꾸만 외계인 아니냐고 몰아가는 고성기의 경우도 인간의 강인함을 보여주려다가 과하게 된 것뿐이었고.. (진짜 인간 아니다 싶을 정도로 안 죽는다) 제일 의문인 건 바미기르 (이름은 인터넷에서 찾아야 나온다)가 왜 호포 마을을 죄다 쑥대밭으로 만들었냐는 점이다. 개인적으로는 영화가 흥행해서 2편도 나왔으면 좋겠는데 호불호가 너무 심해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점이 아쉽다.

 

영화의 줄거리는 간단하다면 간단한데 뭔가 생각하면 할수록 이래저래 파고들게 되는 그런 느낌이다. 왜냐면 영화가 끝나고 나서는 약간 이게 끝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영화는 2시간 40분가량인데 몰입도가 꽤 좋아서 생각보다 시간이 금방 갔다. 일단 영화는 초반 1시간 정도는 호포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든 존재를 의도적으로 보여주지 않으면서 폐허가 되어버린 마을을 보여주는데 집중한다. 이후 마을을 뒤흔든 존재가 외계인이라는 게 밝혀지면서 좀 더 직접적으로 인간과 외계인이 맞닥트려 추격하는 장면들이 이어진다.

 

영화의 맨 처음은 성기 일행이 길 한복판에 쓰러져 죽어있는 소를 발견하면서 시작된다. 성기는 파출소장인 고범석을 부른다. 범석은 소의 사체를 보며 대체 뭐가 이렇게 한 거냐며 당황스러워한다. 왜냐면 아주 커다란 발톱 자국이 나있었기 때문이다. 누가 봐도 엄청난 무언가에 의해 죽은 느낌. 거기다 동네 할아버지인 해술의 말에 의하면 한번씩 마을에 호랑이가 내려오기도 한다고 하니 호랑이가 한 짓일 수도 있다고 한다. 어째서인지 이 해술 할아버지의 말은 마을 사람들이 모두 신뢰하는데 나중에 나오는 얘기를 들어보면 완전 신뢰할 수는 없다. 어쨌든 마을이 위험한 상황인 거 같아서 범석이 파출소에 있던 경찰 성애에게 무전을 하는데 동원할 수 있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적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왜냐면 다들 다른 동네로 산불을 끄러 갔기 때문이다.

 

경찰차를 타고 마을을 이동하던 도중 건물 외벽이 뻥 뚫린 걸 보고 마을에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났다는 걸 깨닫게 된다. 이때부터는 무언가가 갑자기 튀어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범석이 마을을 움직이게 된다. 돌아다니면서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건 마을이 무언가 엄청난 것에 의해 초토화됐다는 것. 여기저기 사람들이 죽어있었다. 한편 다른 쪽에서 움직이던 성기 일행은 소들이 있는 축사에서 잘린 팔이 나무에 매달려 있는 걸 발견하게 된다. 이쪽에 있던 소 한 마리는 먹힌 흔적이 있었다. 그래서 성기 일행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를 찾기 위해 숲속을 배회하게 되고 어촌계 사람들도 숲으로 불러낸다.

 

범석은 마을 여기저기를 다니다가 무언가가 돌아다니는 걸 알고 쫓아가던 도중 인기척에 무작정 총을 쏘아댄다. 그런데 알고 보니 다리 밑에 있는 건 괴물이 아니라 낙연이었다. 그는 활을 갖고 있었고 괴물을 봤다고 한다. 이때부터는 둘이서 괴물을 뒤쫓기 시작하는데 한 초토화된 정육점에서 문 너머로 무언가가 움직이는 걸 보고 둘 다 같이 총을 쏴댄다. 이곳으로 들어가기 전에 범석이 무서워서 잘 안 들어가는 장면이 나온다. 영화 곳곳마다 좀 웃긴 장면이 나오는데 피식거리기에 나쁘지 않았다. 개그 코드가 잘 맞는 사람들은 꽤 웃으면서 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 개인적으로는 긴장감 속에 환기를 시켜주는 역할이라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범석과 낙연이 총을 쏘고 나서 문이 열리는데 나온 건 괴물이 아니라 경석이었다. 얼떨결에 두 사람은 무작정 사람을 쏘게 된 거였다. 이때 두 사람은 괜히 살인죄가 될까 봐 전전긍긍한다. 앞에 사람이 죽어가는데 저러도 되는 건가 싶었지만. 범석은 낙연에게 경석을 메고 가라고 하는데 딱 봐도 낙연이 경석보다 훨씬 체구가 작아서 저게 가능한 거야? 싶은데 또 일이 생겨서 범석은 그를 두고 그냥 가버린다. 보건소까지 어떻게 잘 이동해 보라는 말만 남기고 그렇게 낙연과 경석은 남겨지게 된다.

 

중간에 괴물의 포효 같은 소리도 나오고 총성도 들리고 여기저기 불이 나는 건지 연기까지 피어오르고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게 느껴진다. 근데 좀 신기할 정도로 마을에 살아있는 사람들이 없다. 그나마 총기 잔뜩 넣고 차 타고 가던 마을 주민들 정도가 나온 사람들인데 이 사람들이 범석을 태우고 가다가 범석이 차에서 떨어져서 먼저 나서는데 멀~리서 괴물의 공격을 받고 차가 날아가고 사람도 죽고 난리가 난다. 그러던 중 자기 동생 덕구가 사라졌다며 덕기가 마을 안을 뒤지는데 이때 낚시 가게 내부에서 괴물, 드디어 외계인의 실체가 드러난다. 보자마자 든 생각은 약간 진격의 거인에서 에렌이 거인화됐을 때 모습 같은 느낌.

 

이전까지는 범석의 입장에서 외계인을 전혀 보지 못하는 상태에서 도망가고 쫓아가고 난리여서 약간 답답했는데 드러나니까 오히려 좀 속 시원한 느낌이었다. 덕구는 외계인 바미기르에 의해 잡혀갔고 이후 덕기에게 덕구의 시체를 던져버린다. (처음에 덕구 불러댈 때 강아지 이름인 줄 알았다;) 덕구의 시체를 맞은 덕기는 머리가 터져 죽고 범석도 맞아서 꽤나 멀리 날아가기도 한다.

 

이후 범석은 죽어라 도망가는데 바미기르가 이것저것 던지면서 쫓아와서 목숨에 큰 위협을 느끼며 도망간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또 다른 경찰인 성애가 찾아와서 유탄을 바미기르에게 쏘아댔고 그 결과 다리 하나를 날리는데 성공한다. 그래서 네 발로 달리기 시작한다. 처음엔 모두가 바미기르에게 쫓겼다면 이번엔 범석과 성애가 바미기르를 뒤쫓기 시작한다. 피부가 엄청 단단해서 그런 건지 총을 쏴도 그다지 효과가 없는 느낌이었다. 상처가 나긴 나는데 죽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안 드는 느낌. 그래도 쫓아가서 계속 총을 쏴대는데 범석이 순간 바미기르가 우는 모습을 보고 멈칫한다. 슬로모션 걸어주면서까지 강조하는데 처음엔 왜 저런가 싶었다. 눈물 흩날리는 거 보고 울어서 저렇구나 싶긴 했는데..

 

사람들을 죄다 죽여놨는데 우는 모습 보고 저럴 수가 있나 싶긴 했지만 좀 감성적인 인간이면 그 표정에 잠시는 찡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성애가 죽어라 자동차로 바미기르를 뒤쫓는데 범석이 앞에 트럭이 온다고 말려서 겨우 멈춘다. 이후 바미기르는 그대로 트럭에 치여서 무지개색 같은 피를 남기며 죽게 된다. 그 시체를 어딘가로 옮겨서 해부를 하게 되는데 결과적으로 사람이 아닌 외계인이라는 결론이 나오게 된다. 영화를 같이 본 엄마는 처음엔 외계인 나왔을 때 사람을 인체 실험해서 저렇게 된 거 아니냐고 하셨는데 사정 정보 없이 봐야만 나올 수 있는 감상이었다. 어쨌든 전기톱으로 썰어야 할 만큼 피부가 매우 단단했고 내장은 인간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해부하는데 자꾸 바미기르가 움직일 거 같이 보여줘서 약간 불안했는데 다시 살아나진 않았다.

 

성애는 보건소인가로 가서 사람들을 치료해 주는데 거기서 해술 할아버지의 외계인 얘기를 듣게 된다. 자기네가 죽였으니 안심하라고 말하는데 해술이 본 외계인은 3명이라고 했다. 사실 손가락으로는 네 개를 폈다가 세 개로 접는데 회상 같은 장면에서는 4명이 나와서 좀 애매한 감이 있다. 근데 하필 외계인을 목격한 게 똥을 싸러 가려다가 생긴 일이라서 계속 이 내용을 강조해서 어이가 없는데 좀 웃겼다. 외계인들은 곰을 발견하고 싸웠다는데 중간에 숲속에서 곰 시체가 나온 걸로 보아 외계인들은 곰을 죽이고 어디론가 이동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소식을 듣고 성애는 범석에게 알려주기 위해서 파출소로 가지만 범석은 다른 곳에 가있었다.

 

왜냐하면 파출소에 갔다가 양배가 외계인을 쏴 죽였다는 말을 듣고 양배의 집으로 찾아갔기 때문이다. 이때 낙연과도 만났는데 경석은 그냥 치료받고 있다는 식으로 얼버무려버리고 경석이 더 이상 나오지 않아서 그의 생사는 불명. 근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런 상황에 낙연이 경석을 보건소에 데려다줬을 것 같지는 않다. 자꾸 죽었을 때를 대비해서 입을 맞춰보자고 하는 것도 그렇고. 범석은 양배가 외계인을 쏴 죽였다는 말을 믿지 않는다. 왜냐하면 양배가 말한 외계인은 초록색이고 (영화상에서도 그다지 초록색 같이는 안 보였지만;) 작았고, 총알 한 방에 죽었다고 했기 때문이다. 바미기르와는 전혀 다른 생김새를 말하는 것이기에 범석은 믿을 수 없었다.

 

양배의 집은 꽤나 특이했다. 직업이 목수라고는 했으나 여기저기 이상한 마네킹들과 박제된 동물들이 보였다. 거기다 그가 외계인을 잡은 이유가 넘기면 80만 원을 쳐준다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라 했다. 시대 배경이 꽤 오래전 같은 느낌인 걸로 보아 낮은 가격은 아닐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근데 감독이 설정상 여기가 지구는 아니라는 식으로 말해서 뭔가 다 애매모호하다. 성기는 자기가 지구인이라 말해서 더더욱;) 냉동고에 넣어놨다고 해서 꺼내게 하는데 겉으로는 크기도 작고 애 같은 생김새였다. 그래서 범석은 의문을 가지는데 발가락이 4개인 것과 다리 모양이 꺾여있는 것 등으로 외계인인 걸 확인하게 된다. 참고로 이 외계인의 정체는 나중에서야 나오지만 외계인 왕자(?) 같은 것이었다. 이름은 칼리인데 어쩌다 양배와 마주치게 된 것인지는 나오는 게 없다.

 

범석은 바미기르가 울었던 이유가 칼리 때문이었다고 생각하고 (이건 착각이긴 하다) 양배를 나무란다. 이때 자전거를 타고 겨우겨우 찾아온 성애가 외계인이 더 있다는 얘기를 범석에게 알려준다. 이 말을 들은 범석은 성기가 위험하다 생각하고 숲으로 가려 한다. 낙연이 굳이 걔네를 구해야 되냐는 식으로 말하는데 범석은 자신과 성기가 6촌 관계라 말한다. 그러자 낙연은 납득하고 범석을 따라나선다.

 

성기네 일행은 숲속에서 또 다른 사람 시체를 발견한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서 주먹밥에 총각김치도 먹는데 은근 맛있게 잘 먹는다. 그 상황에 밥이 넘어가냐? 싶을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체력 보충을 해야 싸우는 것도 할 수 있기에... 밥을 먹고 난 뒤엔 웬 우주선 같은 걸 발견한다. 검은 구체로 된 거였는데 입구가 열려있고 계단이 내려와 있었다. 다른 일행들은 좀 무서워하지만 성기는 돈이 될 거라며 안으로 들어간다. 그 안에는 누가 봐도 외계 생물체의 물건이라 느껴지는 풍경이 있었고 의자 개수는 6개였다. 외계인이 최소 6명일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일행 중 한 명이 자기 멋대로 조종석에 무언가를 만졌다가 가운데 동그란 바닥 같은 게 아래로 내려가는데 생각보다 엄청 큰 공간이 나왔고 또 다른 외계인 같은 게 입을 벌리며 위협했는데 (귀여운 느낌) 나중에 찾아보니 이건 외계인들의 애완동물이라고 한다.

 

그렇게 구경하던 중 밖에 외계인이 있다는 말에 모두들 나오게 된다. 거기엔 아이도보르가 있었다. 딱히 공격도 안 하고 쳐다보고 있는 모습에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성기는 자신들이 유인당한 거 같다고 하는데 아니나 다를까 또 한 명의 외계인이 등장한다. 처음엔 목소리로만 나오는데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었다. 딱 봐도 여성형인 외계인은 조르였다. 바미기르와는 달리 바로 공격하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고 성기는 일단 공격을 하지 말라고 다른 일행들에게 말을 하지만 겁을 먹었던 일행 중 한 명이 공격하기 시작했고 외계인들도 인간들을 공격하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사람들이 죽어나간다. 서로 공격해도 인간들이 한참 밀릴 수밖에 없다. 거기다 도마뱀도 공룡도 아닌 거대한 모양의 마베이요까지 나타난다.

 

승산이 없어 보이자 모두 도망치기 시작하는데 성기가 마베이요에게 물릴 찰나 백마를 탄 어촌계 사람이 와서 구해준다. 이때 꽤 멋졌는데 아쉽게도 이후에 살아서 등장하지 않는다. 나중엔 백마 위에 하반신만 있는 채로 재등장하는데 어디선가 보니 옷이 달라져서 다른 사람이 아니냐는 말이 있던데 확실히는 모르겠다. 어촌계 사람들은 처음 숲속에 도착했을 때 강아지를 풀어서 사람들을 찾아다녔는데 재등장 했을 때는 아예 공격 태세를 하고 있다가 성기 일행을 구해준다. 하지만 아쉽게도 모두 죽어나가게 된다. 성기만 겨우 살아남아서 말을 타고 도망 다니는데 마베이요가 집요하게 쫓아온다. 성기가 가다가 말에서 굴러떨어져 버리고 바닥에서 필사적으로 인기척을 숨긴다. 마베이요는 눈이 잘 안 보이는 건지 대놓고 있는 성기를 못 보고 지나치는데, 총을 집는 소리를 듣자마자 자리에 멈춰 서더니 인간형으로 변신을 한다.

 

뭐라 뭐라 말을 하지만 외계인 말이니 성기는 알아듣지 못하고 무작정 총을 쏘고 본다. 화가 난(?) 마베이요는 성기를 때려서 날려버리는데 진짜 엄청나게 높이까지 날아갔다가 떨어지지만 놀라운 생존력으로 성기는 죽지 않는다. 성기는 이판사판으로 마베이요와 어떻게든 싸워보려 하지만 도저히 승산이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때 범석 일행이 찾아와서 마베이요에게 공격을 하기 시작한다. 성기는 이때다 싶어 다시 갈색 말을 타고 마베이요를 유인하기에 이른다. 범석 일행(범석, 성애, 낙연)이 경찰차를 타러 돌아가니 양배가 혼자 도망가려는 중이었다. 변명을 늘어놓긴 했지만 누가 봐도 변명일 뿐. 상황이 급하니 양배에게 운전을 맡기고 성기를 뒤쫓는다.

 

아이도보르와 마베이요가 계속해서 범석을 뒤쫓는데 범석 일행의 총질 끝에 아이도보르는 뒤쫓는 걸 포기하고 이어서 조르가 마베이요를 쫓아가고, 마베이요는 성기를 뒤쫓는다. 고속도로를 다시 동물형(?)으로 변해서 진짜 죽어라 달려가는데 쟤네는 체력이 끝이 없나? 싶을 정도로 계속해서 달려나간다. 원래도 속도가 엄청 빨라서 금방 뒤쫓아오는데 그럴 때마다 유탄을 쏘거나 총을 쏴서 조금씩 속도를 늦추게 만들었다. 성기가 계속 말을 타고 가는 건 안되겠다고 생각했던 건지 범석이 경찰차 쪽으로 들어오라 하고 양배에게 범석 쪽으로 차를 더 밀어붙이라고 하는데 이상하게 말을 안 듣는다. 영화 초반부터 약간 사이코 기질이 있던 양배라 그런지 왠지 일부러 가까이 안 붙었던 게 아닐까 싶다.

 

성기는 다리를 차에 겨우 걸치고 아슬아슬하게 계속 나아간다. 그러다 마베이요에게 쫓겨 머리가 먹힐 뻔할 때 범석이 공격을 하는 동시에 성기도 겨우 경찰차를 붙드는데 성공한다. 이후 화가 난 성기는 차에 다리만 껴놓은 채 몸을 내민다. 유탄 발사기를 달라고 하더니 차 속도를 늦추라 한다. 일부러 마베이요가 가까이 오면 쏠 심산으로 그런 것이었다. 양배가 차를 늦추자 마베이요가 가까이 오는데 입을 쫙 벌리는 타이밍에 유탄 발사기를 입안에 발사한다. 입 안도 겉만큼 단단한 건지 입안에 맞았는데도 불구하고 마베이요는 또 쫓아온다. 그래서 유탄 발사기를 더 쏴서 더 이상 쫓아오지 못하게 만든다.

 

성기는 자신이 해냈다는(?) 것에 기뻐하고 성애도 오빠 사랑해를 외치며 모두가 기뻐하는데... 갑자기!!!! 성기는 표지판에 얼굴을 맞고 차에서 떨어져 나가고 성애의 얼굴엔 핏자국이 튀겼다. 낙연은 양배가 핸들을 꺾어서 이렇게 된 거라 하고 범석이 다그치자 양배는 고양이가 나와서 꺾었다고 한다.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 고속도로에 고양이가 갑자기 튀어나올 리는 만무한 느낌이라 처음부터 협조적이지 않았던 양배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었나 하는 의심이 들었다. 어찌 됐든 그런 허망한 그의 죽음에 다들 말을 잇지 못한다. 그런데 그때 하늘에서 엄청나게 거대한 함선이 추락하기 시작한다. 불타는 함선은 산과 정면충돌하는데 얼마나 크고 무게가 무거운 건지 산이 갈라져버린다.

 

마베이요와 재회한 조르는 추락하는 함선을 보며 재앙이 보이냐고 한다. 함선은 쿠얼의 함선이라 했는데 (쿠얼은 외계인들의 왕 같은 존재라고 감독이 말했다고 한다) 침몰 중이었다. 마베이요는 칼리에게 시간이 3몰리(시간 단위라고 한다) 밖에 남지 않았다고 하며 지체해서는 안 된다고, 게르투의 이름을 걸고 조르의 아들을 찾아내겠다면서 자신의 심장이 칼리를 부활시킬 것이라 한다. 이게 운명을 바꿔놓을 거라면서 자신의 심장을 꺼낸다. 심장은 약간 은색 빛이 나는 무지개 빛(포스터에 쓰여있는 호프 글씨 색과 비슷)이었고 심장을 꺼내도 마베이요는 죽지 않았다. 조르는 꿈속에서 쿠얼을 봤다고 하면서 그가 믿음은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라고 말했다고 한다. 자신에게 보이는 것들은 증거가 아니고, 자신이 바라는 건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조르는 마베이요에게 운명을 바꾸라 한다. 성경 구절에 '믿음은 바라는 것의 실상이요, 보이지 않는 것의 증거다.'라는 내용이 있는데 이걸 바탕으로 대사가 나온 것 같다.

 

부활 얘기가 나오는 것도 약간 성경적인 느낌이 있는 거 같고 영화 중간에 나귀가 지나가는 모습도 보였었는데 이것도 뭔가 의미가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어쨌든 그들은 칼리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거 같은데 이미 죽었다는 걸 알고 있는 거 같은 느낌이었다. 그러고 보니 3몰리 밖에 시간이 남지 않았다고 했는데 예수님이 사흘 만에 부활하신 것과 뭔가 관련이 있는 건가? 싶기도 하다. 굳이 부활이라는 단어와 3이라는 숫자가 나오는 걸 보니.. 뭐, 이런 건 감독만이 알겠지만.

 

한편 경찰차를 타고 가던 도중 함선이 침몰하며 생긴 폭발과 충격파의 영향으로 더 이상 차를 타고 가지 못하게 되자 범석, 성애, 낙연, 양배는 무작정 고속도로를 달려가게 된다. 함선이 폭발하면서 파편들도 이리저리 날아다니고 위험천만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성애는 성기가 죽은 건 운명의 장난 같은 것이라 하며 위로 아닌 위로를 던져보지만 범석은 숨차니까 말하지 말라 한다. 성애는 사람들을 대피 시킬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범석은 그저 머릿속이 뭐가 뭔지 모르겠고 마음이 이상하다고 한다. 그렇게 네 사람은 마을로 향해 뛰어가고 영화는 끝이 난다.

 

엔딩 크레딧이 조금 지나간 뒤 다시 고속도로의 모습이 보인다. 이건 쿠키 영상인데 죽은 줄 알았던 성기가 재등장 한다! 다리를 절뚝거리며 (신발 한 짝도 경찰차에 남겨져 있어서 더 그럴 수밖에 없었다) 걸어나간다. 그리고 호프라는 제목이 뜨며 완전히 끝. 성기는 인간들의 희망인가?! 하는 생각도 약간 들고..

 

영화 다 보고 난 다음에는 추격전이 재밌어서 그저 재밌다고 생각했었는데 줄거리를 좀 정리해 보려니 이래저래 궁금한 것들도 많이 생기고 해서 다른 사람들 리뷰도 많이 읽어보고 인터뷰도 읽어보고 그랬다. 개인적으로는 2편이 나와서 안 풀린 떡밥들을 회수해 줬으면 좋겠는데 흥행 결과에 따라 제작 여부가 갈릴 수밖에 없으니 영화가 흥행했으면 한다. 생각보다 CG도 볼만했고 영화 음악도 꽤 좋았다.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는 영화라서 쉽사리 추천은 못하겠지만 영화는 역시 직접 보고 확인해 보는 게 최고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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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원작 스포일러 포함)

 

원작인 지구를 지켜라를 워낙 인상 깊게 봤기 때문에 리메이크작인 부고니아가 궁금했다. 원작은 10년도 더 전에 봤는데 엔딩이 너무나 충격적이었던 나머지 다른 건 진짜 대충 기억나고 엔딩만 유일하게 제대로 기억에 남았다. 웬만한 영화는 엔딩까지 기억 못 하는 경우가 많은 터라 원작이 얼마나 충격적으로 다가왔는지 다시 한번 깨달았다. 그래서 그런지 영화에서 제일 중요한 내용을 알고 영화를 보는 거라 부고니아는 생각보다 재밌지 않았다. 원작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봤다면 그래도 누구의 얘기가 맞는 건지 머리 굴리면서 볼 수 있었을 텐데, 원작의 흐름대로 가다 보니 내용이 미국식으로 바뀌었을 뿐이라 스토리에 대한 기대 없이 영화를 보게 되었다.

 

영화의 배경 같은 건 2025년에 맞는 상황을 보여줬지만 그래도 이미 내용을 알고 보니 김빠진 콜라를 마시는 것과 다름없는 상황이 되었다. 원작을 모르고 보면 훨씬 좋았을 거 같다. 한국 거는 뭔가 더 웃겼던 거 같은데 부고니아는 시종일관 진지한 편이라 솔직히 좀 지루했다. 원작에서는 물파스 장면도 꽤 인상적이었는데 부고니아에서는 그냥 항히스타민 연고로 바꿔서 나와서 임팩트는 사라졌다. 그 외에 원작에서 특이한 게 더 많았던 거 같은데 부고니아는 이런 부분에서 좀 더 밋밋해진 거 같다.

 

벌이 사라지고, 지구가 병들어가는 건 전부 외계인 때문이고 그들의 목적은 결국 지구 침공이라고 생각하는 테디와 사촌 동생 돈이 이 영화의 주인공이다. 그들은 아주 큰 제약 회사의 CEO 미셸이 안드로메다의 외계인이라 생각한다. 얼마나 심각하게 생각하냐면 테디는 그들에게 정신적 지배를 받으면 안 되니까 화학적 거세를 하고서라도 이 일에 임해야 한다고 한다. 그들은 미셸이 외계인이라 하지만 미셸의 일상을 보여주는 건 상당히 평범하다. 그냥 돈이 많은 CEO의 일상. 회사에 가서는 모두 자율이라고 하면서 실적 없으면 안 되고, 일을 다 처리하면 가도 된다는 말을 남기면서 은근히 사람들에게 압박감을 주는 그다지 좋지 않은 인상의 CEO였다. 그러면서 자신은 유유히 정시에 퇴근한다.

 

그렇게 다른 날처럼 평범하게 집으로 돌아간 미셸은 자동차에서 내리자마자 테디와 돈에게 붙잡히게 된다. 평소에 격투기 같은 것도 배워서 그런지 엄청나게 저항해서 도망치는데 결국 테디의 마취 주사기에 의해 잠들어 잡히게 된다. 테디는 잡자마자 머리카락이 외계인들과 소통하는 GPS 기능을 하니 잘라야 한다면서 돈에게 삭발을 부탁한다. 그렇게 삭발을 시키고 항히스타민 연고를 온몸에 바르고 미셸을 지하실에 가둔다. 미셸은 처음엔 자신의 위상을 설명하며 빨리 보내주지 않으면 FBI가 자신을 찾아내서 감옥에 갈 거라고 침착하게 말하지만 테디에게는 전혀 먹히지 않았다. 테디의 요구는 안드로메다 함선이 월식에 찾아오는 걸 알고 있으니, 황제에게 자신을 데려가달라는 거였다. 황제를 만나 지구를 침공하지 않도록 설득하겠는 게 목적이었다. 그러니 그에 대한 성명을 녹음기에 저장하라 하는데 미셸은 그냥 해달라는 대로의 내용으로 평범하게 녹음만 해놓는다. 물론 이런 건 테디에게 먹히지 않았다. 나중엔 미셸이 테디의 성질을 긁어서 뺨을 맞기도 한다.

 

테디는 좀 더 제대로 확인하겠다고 하며 전기 고문을 시작한다. 100볼트부터 해서 400볼트까지 올리는데 그때까지 버티는 걸 보고 오히려 테디가 당황한다. 여태까지와는 달랐다는 것이다. 그 모습을 보고 견디지 못한 돈은 이 정도만 하라며 전기를 뽑아버린다. 돈은 자폐를 갖고 있고 거의 테디의 말을 순하게 듣는 편이었는데 이 모습만큼은 견디기 힘들었던 모양이다. 전기 고문 이후 테디는 미셸이 외계인 중에서도 고위 관직자인 거 같다며 몰라봐서 죄송하다고 한다. 그러더니 묶은 걸 풀어주고 병든 엄마가 입었던 옷과 가발을 빌려준다. 참고로 테디의 엄마는 미셸의 회사에서 테스트한 약 때문에 혼수상태에 빠진 상태였다.

 

가발로 인해 테디의 엄마를 눈치챈 미셸은 식사를 하며 대화 도중 테디의 엄마 얘기를 꺼내며 돈을 더 지불했어야 했다느니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겠다느니 자꾸 엄마 얘기를 꺼내고 테디는 분노한다. 감정이 격해진 테디는 미셸을 목졸라 죽이려는 상황까지 간다. 미셸은 반격에 성공해 테디를 반대로 죽이려는 상황이 오는데 총을 들고 지켜보고 있던 돈이 미셸의 머리를 총으로 내려쳐 상황은 일단락된다. 미셸이 기절한 사이 집으로 보안관 케이시가 온다. 테디가 어린 시절 보모로 있으면서 테디에게 몹쓸 짓을 했던 인간인데 그거에 대해 사과하면서도 미셸과 관련해 아는 게 없냐 묻는다. 미셸의 핸드폰 전파가 집 근처에서 잡혔기 때문이었다. 테디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시치미를 뗐고 지하에서는 돈이 미셸을 지키고 있었다.

 

테디는 일부러 자신의 양봉장을 보여주겠다며 케이시를 밖으로 데리고 나가고 그 사이 미셸은 돈을 설득하기 시작한다. 자신만 풀어주면 모든 게 잘 해결될 거고 경찰에 잡혀갈 일도 없다고 한다. 하지만 돈은 자신에게는 테디밖에 없다면서 그가 없으면 안 된다는 식으로 말한다. 그리고 진짜 외계인이라면 자신도 꼭 함선에 데려다 달라고 한다. 미셸은 자기가 외계인이 아니라고 말하지만 설득이 통하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 자신이 외계인이길 바라는 돈에게 꼭 그렇게 해줄 테니 자신을 풀어달라고 한다. 그러자 돈은 형에게 고맙고 사랑한다는 식으로 말을 전해 달라 하더니 갑자기 총으로 자기 머리를 쏴버린다. 테디는 총 소리에 놀라는 한편 케이시를 밀쳐서 벌에 쏘이게 하고 갖고 있던 삽으로 머리를 내리쳐 살해해버린다.

 

바로 지하로 내려가니 미셸은 돈이 중압감을 견디지 못해 자살한 거라 한다. 테디는 분노해서 미셸을 죽이려 하는데 그를 가로막으며 엄마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겠다고 한다. 자기 차 안에 부동액이 있는데 겉만 부동액이고 사실은 외계인들이 연구하던 완성된 약이라서 엄마를 살릴 수 있다고 한다. 엄마는 외계인들의 테스트를 받는 사람 중 한 명이었고 이제 그게 성공한 거니 그걸 가져와서 엄마에게 주면 살아날 거라 한다. 그 말을 철석같이 믿은 테디는 부동액을 가져가 엄마가 입원한 병실에 가서 링거에 주입한다. 하지만 정말로 부동액이었고 엄마는 죽고 만다. 이 사실에 분노한 테디는 바로 창문으로 도망쳐 집으로 향한다. 이때 미셸은 돈의 옷에서 열쇠를 빼돌려 도망치려다가 테디가 잡아서 실험했던 사람들의 자료를 확인한다. 외계인이라 생각하고 잡았던 사람들의 표본 같은 걸 모아놨고 시체도 있었다.

 

미셸은 테디와 마주치자 여태까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테디를 대하기 시작한다. 테디가 오자마자 실험했던 사람 중 진짜 안드로메다인은 몇 명이었냐 묻는데, 테디는 두 명이라 답한다. 미셸은 화난 듯하면서도 자신은 진짜 안드로메다인이라는 말부터 시작해서 자신이 왜 인간들과 비슷하게 생겼는지까지 설명해 준다. 인간들과 섞여 살면서 자신도 모르게 인간처럼 되어가고 있었다는 말도 한다. 원래 지구에 공룡만 있던 시절에 자신들이 잘못해서 모두 멸종하게 되어서 인간을 만들었는데, 인간들이 폭력적인 행동을 하다가 서로 죽여서 겨우 살아남은 사람들만 방주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때 방주 안에서 퇴화한 인간들이 유인원이라는 것이다. 인간들은 살아남기 위해 폭력적인 유전자가 몸에 각인되어 있어서 외계인들은 그 유전자(자살 충동 유전자)를 없애기 위해 테스트를 해왔다고 한다. 테디의 엄마도 그런 사람들 중 하나였고 지금은 몇 명 남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미 테디의 엄마는 죽어버렸다. 사실 미셸은 그렇게 부동액을 주입하려는 걸 다른 사람에게 걸려서 테디가 잡혀가길 바라고 시킨 거였으나 어이없게도 테디는 부동액 주입에 성공하고 엄마까지 죽이고 와버린 거였다. 시간이 지나 이날이 월식 당일이었는데 테디가 외계인 황제를 만나고 싶어 하는 건 변함이 없었으므로 총으로 미셸을 위협해 함선까지 같이 가기로 한다.

 

미셸 실종으로 뉴스에서 떠들썩했지만 미셸이 (다쳐서 약간은 부자연스럽게) 회사에 들어와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았다. 미셸은 사장실에 들어가서 블라인드를 쳐서 아무도 못 보게 만든 뒤 함선으로 가려면 옷장 안으로 들어가야 하고,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계산기에 58자의 암호를 적어야 한다며 시간을 끈다. 테디는 여차하면 터트릴 거라며 몸에 있는 폭탄 장치를 보여준다. 미셸은 알았다고 하며 우선 옷장 안에 먼저 들어가라 한다. 하지만 테디가 옷장 안에 들어간 지 얼마 되지도 않아 폭발음이 들리고(버튼을 누른다며 3초를 센 뒤 터진 걸 보면 미셸이 손을 쓴 게 아닐까 싶다) 테디의 머리가 잘려서 미셸에게 날아온다. 미셸은 그걸 맞고 기절해서 구급차에 실려가는데, 실려가던 도중 정신을 차리더니 다짜고짜 내려서 다시 사건 현장으로 돌아간다.

 

아직 현장은 아무것도 수습되지 않아 옷장 안은 테디의 남은 시체와 피로 물들어있었다. 미셸은 역겨워하면서도 정말로 옷장을 통해 함선으로 이동한다. 외계인 함선은 솔직히 허접하기 짝이 없었는데 그 안에는 또 다른 외계인들(생긴 건 외계인 보다 유인원)이 있었다. 옷도 꽤나 우스꽝스러웠다. 알고 보니 미셸이 정말로 외계인 황제였다. 머리카락으로 통신을 하는 것도 사실이었다. 미셸은 인류를 구하려고 테스트를 했으나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며 다른 외계인들과 회의를 했고 결국 인간을 없애기로 한다. 지구 미니어처 같은 게 있었는데 음모론을 풍자하는 건지 지구는 평평하게 되어 있었고 그 위엔 타원형으로 막이 씌워져 있었다. 미셸은 인간을 없애버린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안 됐다는 듯이 지그시 바라보다가 그 막을 터트려버린다.

 

이후 지구의 모든 사람들이 죽는다. 그날 한날한시에 모든 사람이 죽어버렸다. 공룡 뼈가 전시되어 있는 박물관, 요트 위, 한국어 공부를 하고 있는 교실, 이슬람 사원, 결혼식장 등 인간들이 있던 곳은 모두 인간의 시체로 도배되었다. 그래서 공기를 없애서 모든 생명체를 죽인 건가 싶었는데 그건 아니었고 강아지도 살아있었고 새들도 살아있었다. 정말 말 그대로 인간만 죽은 것이었다. 영화의 맨 마지막에서는 꿀을 채취하는 벌의 모습을 보여준다. 테디가 살리고 싶어 했던 벌들은 살아남았다. 지구를 지켜라 원작에서는 아예 지구가 폭발되며 지구 자체를 지키지 못했다면, 부고니아에서는 모든 인간이 죽었지만 지구만큼은 오히려 인간이 사라짐으로써 다시 자연 상태로 돌아가게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도 새소리나 자연소리 같은 게 들려오며 더 이상 지구에는 인간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알려준다.

 

원작을 모르고 봤으면 훨씬 재밌지 않았을까 싶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테디의 엄마가 제약 실험으로 인해 고통받는 모습을 수십 개의 바늘을 꽂아놓은 형상으로 표현한 것과 테디가 제약 실험 피해자로서 미셸과 만났을 때 자꾸 하늘로 올라가려는 엄마를 겨우겨우 붙잡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냥 아픈 모습으로 표현할 수도 있었을 텐데 약간은 몽환적이고 비유적인 그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연기자들의 연기도 좋았던 거 같다. 하지만 호불호가 많이 갈릴 거 같은 영화고 사람에 따라서는 좀 지루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참고로 부고니아의 뜻은 고대 죽은 소에서 벌들이 태어난다고 믿었던 고대 사람들의 잘못된 믿음을 뜻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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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 결말 포함)

솔직히 이 영화 예고편을 살짝 봤을 때 재미가 있을까 싶긴 했는데 나름 이름 있는 감독이 제작한 거고 내용도 살인과 관련된 거라서 궁금해서 보게 됐다. 근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도 저도 아닌 느낌이었다. 엄청 재미가 없는 건 아닌데 그렇다고 재미가 있는 것 같지도 않았다. 일단 주인공에게 그다지 공감이 안 가서 더 그런 느낌이 드는 게 아닌가 싶다. 그 행동으로 치달은 상황 자체는 이해가 가긴 하지만 보통  그렇게까지 일을 벌이나 싶은 느낌. 대체 왜 어쩔 수가 없다고 합리화를 시키는 결론이 나지? 싶은 느낌이었다. 보통은 그런 발상을 안 할 테니 주인공이 그렇게까지 극단적으로 치닫는 걸 약간이라도 이해하게 만들어야 되는데 그게 좀 부족한 느낌이었다.

영화는 만수의 화목한 가족을 보여주며 시작한다. 2층의 단독 주택에 넓은 마당까지 딸린 집. 바베큐를 구워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넓고 대형견 두 마리의 집도 각각 놓여있다. 만수는 회사에서 보내온 장어를 구워 먹는다. 열심히 일한 보답으로 받은 거라 생각하며 기분 좋게 식사를 하고 온 가족은 서로를 껴안으며 행복한 한때를 보낸다. 만수는 이제 부족할 것이 없는 생활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생활은 얼마 가지 않아 금이 가버린다. 외국 기업이 만수가 다니는 태양 제지를 인수하면서 구조조정이 시작된 것이다. 만수가 받은 장어의 의미는 잘렸다는 의미와도 같았다. 모든 게 완벽했던 생활은 해고로 인해 무너져내리기 시작한다.

회사에서는 실직자들에게 당신의 책임이 아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가족은 당신을 이해할 것이다 등등 세뇌 같은 심리 치료를 병행하지만 현실은 현실이었다. 아내인 미리는 세 달 안에 만수가 재취업한다고 했으니 그 말을 믿겠다며 위로해 줬지만 역시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세 달은커녕 1년이 지났는데도 만수가 재취업을 하지 못한 것이다. 그간 만수가 마트에서 알바를 하는 등 어떻게든 생활을 이어나가 보려 했지만 날아온 건 억 단위의 체납 독촉장이었다. 이미 세 달이 지난 시점에서 미리는 아들 시원이 보는 넷플릭스는 끊고 반려견 시투와 리투는 부모님에게 보내고 테니스와 댄스학원은 관둔다. 그리고 치위생사 일을 시작했다. 딸 리원은 첼로 레슨을 받고 있었는데 그나마 이건 유지시켰다. 자폐증이 있는 리원이 독립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건 재능이 있는 음악이었기 때문이다. 미리는 집을 팔자고 하는데 만수는 이 집을 다시 되찾으려고 얼마나 노력했는데 다시 팔 수 없다며 우울함을 비친다. 하지만 결국 집을 내놓게 된다.

그 사이 만수는 면접을 보며 어떻게든 제지 회사에 취직해 보려 했지만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 화장실까지 찾아가서 받아달라고 사정사정도 해봤지만 날아온 건 그 회사 반장인 선출의 무시였다. 그는 만수의 주머니에 돈을 꽂아주며 근처 좋은 위스키 집에 가서 술을 마시라 한다. 만수는 고민하다 거기에 가서 사과 주스를 마시는데 이때 미리에게 영상통화가 와서 (항상 영상 통화로 전화를 건다) 술집에 있는 걸 들키고 엄청 혼이 난다. 이후 만수는 선출의 유튜브를 지켜보며 그의 생활을 엿본다. 선출은 유튜브만 보면 그냥 잘 먹고 잘 사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그런지 만수는 선출을 미행하다 옥상으로 올라가 화분을 떨어트려 죽일까 한다.

작은 화분으로는 안 죽겠다 싶어서 큰 고추 화분을 들어 올리는데 이때 화분에서 물이 줄줄 새 얼굴로 떨어진다. 만수는 그러다 선출을 죽인다고 자신이 그 자리에 들어가는 것도 아닌데... 하고 한탄한다. 이 모습을 지켜본 화분의 주인은 그 화분이 있는 자리가 좋다는 식으로 말한다. 고추 화분이 있던 자리는 그 화분이 없어지지 않는 한 다른 화분이 차지할 수 없다는 사실에 힌트를 얻은 만수는 경쟁자를 제거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렇게 해서 생각한 것이 자신과 비슷한 스펙을 가진 제지 회사 사람들을 추려서 죽이는 것이었다. 고추 화분에 착안을 얻어 레드 페퍼 컴퍼니라는 가짜 회사를 내세워 제지 회사 사람들의 사진과 이력서를 우편으로 받기로 한다.

만수는 가족들에게는 면접을 보러 간다 말하고 구범모를 죽이기 위한 작업에 착수한다. 우선 참전유공자인 아버지의 유품인 북한식 64 권총을 빼서 (원래 있던 자리엔 모형으로 대체) 들고 간다. 범모의 집에 찾아가 보니 CCTV도 있고 집이 생각보다 넓고 좋다. 우선은 그냥 감시만 하는데 이 과정에서 어느 젊은 남자가 CCTV의 사각지대를 통해 드나드는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한번은 범모와 아라가 집 근처 산에서 피크닉 비슷하게 하는 모습도 보게 된다. 아라는 젊은 시절 첫 만남을 얘기하며 추억을 떠올리지만 이러나저러나 현실은 보잘 것이 없었다. 거기다 그렇게 옛 추억이라도 하고 있는 상황에 범모가 만수가 가짜로 올린 공고를 떠올리며 면접 결과도 우편으로 올 거라 생각하며 쌩하니 가버린다. 만수는 두 사람을 몰래 지켜보고 있다가 뱀에 물려서 당황하는데 이 모습을 발견한 아라가 연극 연습하며 배웠다며 다리를 심장보다 올리고 다리의 독을 뺀다며 피를 빠는데 누가 봐도 이상한 상황이었다.

나중에 집 가서 보니 아라가 다리를 묶어준 걸 제외하면 원래 해야 하는 행동과는 죄다 반대로 행동하고 있었다. 나는 뱀이 왜 나왔을까 생각했었는데 나중에 나오는 사과나무 얘기도 그렇고 시원이 장어를 보고 뱀이냐고 물은 것도 그렇고.. 약간 선악과를 먹으라 유혹하는 뱀 얘기가 생각났다. 결론적으로 만수가 안 좋은 길로 빠지게 된 계기가 해고였고, 해고 때 받은 게 장어, 살인 계획의 대상인 범모를 감시하러 갔을 때 완전히 뱀에 물린 게 나쁜 길로 빠지는 것의 확정이었나 싶기도 하고. 뭐, 그냥 이건 내 멋대로의 생각이다. 어쨌든 이후 만수는 범모를 죽이려 집에 몰래 들어갔다가 아라가 젊은 남자와 불륜을 저지르고 있는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놀라서 집 밖으로 나온 뒤 집을 지켜보다가, 범모가 집 안으로 들어가려는 모습을 보게 된다. 만수는 범모에게 전화를 해서 사장이 외국으로 나가기 전에 면접을 봐보는 게 어떠냐는 식으로 말한다.

만수는 일부러 집에 못 들어가도록 밖에서 전화를 하게 유도한다. 죽기 전에 아내의 외도를 모르고 지나가게 하려는 나름의 배려였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범모는 면접에 그냥 갈 수 없다며 옷을 갈아입고 가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얼마 안 있어 집 밖으로 나온 범모는 아내의 불륜 사실에 통탄하며 말 그대로 바닥을 뒹굴뒹굴 구른다. 범모는 면접을 보러 가지 못한다고 하려는 건지 만수에게 전화를 거는데 일부러 받지 않는다. 그러자 범모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술이나 마시러 가자고 한다. 이후 다시 등장한 범모는 집안에서 크게 음악을 틀어놓고 자포자기 상태의 모습이었다.

만수는 만수대로 그를 죽이러 들어가는데 범모는 만수가 아라의 불륜 상대인 줄 알고 뭐라 한다. 이때 음악소리가 너무 커서 대화가 잘 안 들리는 터라 자막이 나와서 그나마 알아들을 정도인데 그냥 그 모습 자체가 어이가 없다. 만수는 범모와 대화를 하다가 그러게 아내 말처럼 장인이 차려주는 카페나 하지 그랬냐! 이런 말을 하는데 (이건 피크닉 때 얘기한 걸 몰래 들은 거였다) 범모는 아내가 그런 말까지 했냐며 더 슬퍼한다. 근데 그렇게 대화를 하던 도중 몰래 들어온 아라가 트로피로 만수를 때리려고 대기한다. 범모에게 만수가 총을 겨누고 있는 걸 봤기 때문이다. 몸싸움 끝에 만수는 범모의 어깨에 총을 쏴버렸고 아라의 공격으로 총을 놓친 만수는 총을 주우려고 애쓴다. 그렇게 세 사람이 바닥을 기고 뒹굴며 싸우다가 결국 총은 아라의 손에 들어가게 된다.

만수는 도망치고 상황을 지켜보는데 총을 빼앗은 아라가 범모와 말다툼을 한다. 범모는 아라의 제의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25년간 해 온 제지 회사 말고는 다른 일을 할 수 없다, 어쩔 수 없다 말했었는데 아라는 그 말에 화가 나 있는 상태였다. 실직을 한 건 나쁜 게 아니지만 실직을 하고 나서의 행동이 문제였다는 것이다. 살아가려면 일을 해야 하는데 제지 회사 말고는 다른 일을 하려 하지 않는 게 아라 입장에서는 화가 났었다. 그래서 그런지 말다툼을 하며 분노하다가 결국 총으로 쏴버리고 말았다. 두 번째로 총을 맞은 범모는 죽고 말았고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만수와 아라가 눈이 마주치자 아라는 총을 쏘며 만수를 쫓아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만수와 아라의 거리가 좀 있던 터라 자동차를 타고 도망친다.

그렇게 범모는 제거되었다. 첫 번째 대상이 죽게 되자 만수는 불안해하면서도 총을 다시 되찾아올 생각을 한다. 비가 오는 날 밤, 만수는 다시 범모의 집에 찾아가는데 시체는 묻다 만 상태였던 거 같고 총도 그대로 바닥에 놓여있었다. 건물 안에서는 불륜남과 아라가 뭐가 그렇게 신난 건지 종이 같은 걸 휘날리고 있었다. 덕분에 만수는 손쉽게 총을 다시 가져갈 수 있었다. 다음 대상은 고시조였다. 그도 만수처럼 제지 회사에 다니다가 해고당한 이후로 현재는 구두 판매점에서 직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만수가 죽이는 사람들은 만수와 같은 상황과 처지에 놓인 사람들이었다. 범모만 해도 만수처럼 펄프맨으로 선정됐었고, 종이에 대한 애정이 있는 사람이었다. 시조도 비슷했다. 그는 딸을 키우고 있었고 종이에 대한 깊은 애정이 있었다. 만수는 이 점을 파악하고 일부러 8시까지 딸을 데리고 다시 와 구두를 산다고 했다가 차가 고장 나 못 간 척을 해서 시조를 붙잡는데 성공한다.

시조는 기계를 수리하는데도 실력이 있던 사람이라 만수의 차를 고쳐주려 하는데 만수는 그런 시조를 총으로 쏴 죽여버린다. 상당히 어설프게 공격함에도 불구하고 한번에 죽였다. 이때 탄피를 바닥에 그냥 놔두고 오는 허점도 보인다. 시조의 시체는 부랴부랴 트렁크에 구겨 넣고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한다. 그 사이 아들 시원은 도둑질을 해서 엄마의 도움이 되고자(이건 시원의 생각이었다) 친구 동호의 아빠가 운영하는 핸드폰 대리점에서 핸드폰을 훔쳐 팔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털자마자 바로 경찰에 걸려버린다. 다음 날 집에 경찰이 찾아오자 만수는 자신을 잡으러 온 줄 알고 바로 자신의 죄를 고백하려고 하는데 동호가 잡혀가는 걸 보고 당황한다. 거기다 집 근처에는 시조의 시체를 파묻으려고 땅까지 살짝 파놨던 상태였지만 아들만 잡혀간다.

만수는 잡혀가는 시원에게 이 일을 시원이 하자고 한 게 아니라 동호가 하자고 한 거라고 말을 맞추자고 한다. 시원은 자신이 그런 거라 하지만 만수는 자신이 살기 위해서는 상대를 죽일 수밖에 없다는 식의 얘기를 해준다. 할아버지가 가진 총은 베트콩을 죽이고 나서 그 일을 기억하기 위해서 빼앗아 온 거라며, 적을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 이런 식으로 얘기를 해준다. 결국 시원은 만수의 말대로 진술을 하고 동호 아빠는 동호가 그렇게 얘기하지 않았다며 이 일을 합의하려 하지 않는데 미리는 일부러 화장실에서 속옷을 안 입고 가슴의 실루엣이 드러나는 모습을 동호 아빠에게 보이며 이 일을 없었던 일로 해달라고 좀 유혹으로 넘기려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다행히도 만수가 찾아와 동호 아빠가 CCTV를 꺼놓고 밤마다 여자들을 불러서 논 걸 아내에게 까발리기 전에 이 일을 없었던 일로 마무리하라고 협박해서 사건은 일단락된다. 이렇게 바로 만수가 협박으로 쓴 걸 보면 동호 아빠는 예전부터 그런 행동을 했던 모양이다.

미리와 만수는 시원이 훔쳐서 숨겨놓은 핸드폰을 꺼내서 원래는 시체를 묻으려 했던 땅에 묻는다. 핸드폰을 찾다가 숨겨놓은 담배도 찾아냈는데 만수는 몰래 자신의 주머니에 넣어뒀다가 시원에게 알아서 처리하라고 준다. 시원은 담배를 끊었다고 말했으면서 한밤중에 만수의 온실 위로 올라가 담배를 피우려 한다. 그런데 하필 그때 만수가 시조의 시체를 처리하려고 하던 때였다. 만수는 천장은 생각 못 하고 사방의 벽만 천으로 가렸던 터라 위쪽에 있던 시원이 이 모습을 보고 놀란다. 만수는 처음엔 시원의 시체를 톱으로 처리하려고 했으나 그렇게 하지 못하고 분재를 만들 때 쓰는 철사를 이용해 시조의 시체를 둥글게 말아 접는다. 흡사 공 같은 상태로 만들어 땅속에 넣고 사과나무를 심는다. 참고로 만수는 핸드폰 사건 때 시원에게 할아버지에 관한 얘기를 해줬었다. 만수의 아버지는 돼지 농장을 했었는데 돼지들이 병에 걸려 땅에 묻어야 했다고 한다. 이 사건을 계기로 치매가 더 심해진 건지 창고 (현재는 온실 자리)에서 목을 매 돌아가셨다고 한다.

중간에 딸 리원에 대한 얘기도 나온다. 리원은 시투와 리투를 키우지 못하게 된 것에 대해 엄청 슬퍼했다. 아이를 보면 항상 다른 사람의 말만 반복해서 따라 하는 장면들이 많이 나오는데 알고 보니 자폐증을 앓고 있어서 그런 거였다. 근데 첼로 선생님은 리원에게 엄청난 소질이 있어서 자신 말고 교수에게 레슨을 받게 할 것을 권유한다. 특히 리원이 음악으로 독립적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더더욱 그렇게 해야 한다고 한다. 미리와 만수는 리원이 음을 끊어서 첼로를 연주하기만 하지 한 곡을 제대로 연주하는 걸 본 적이 없다고 하는데 첼로 선생님은 리원의 실력을 확신하고 있었다.

미리가 다니던 댄스 학원에서 댄스파티가 열렸다. 파티는 매년 있었는데 학원을 안 다닌다고 안 가는 건 아쉬워서 미리도 참가하기로 한다. 원래 짝으로 춤추는 거라 만수도 가야 했는데, 만수가 살인하고 다니느라 정신없어서 제시간에 파티에 가질 못했다. 짝끼리 옷을 맞춰 입고 춤을 추는 거였는데 미리는 남편이 오질 않자 그냥 멍하니 서있는다. 이때 미리가 일하는 치과의 의사가 연습했을 텐데 못하는 건 아쉽지 않냐며, 춤을 같이 추자고 해서 함께 춤을 추게 된다. 뒤늦게 찾아온 만수는 이 모습을 보고 뭔가 어설픈 춤을 추며 다가가다가 미리가 자신을 보고도 신경 안 쓰는 모습을 보고 등을 돌려 나가버린다. 이후 집에 돌아온 미리에게 만수는 자신에게는 왜 이런 옷이나 주냐고 하며 화를 낸다. 왜냐면 미리와 의사는 같은 인디언복을 입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미리는 자신은 포카혼타스고 만수가 입은 건 제독의 옷이었다면서 원래 둘이 한 쌍으로 입는 옷이라고 한다. 의사는 미리가 인디언복을 입는다고 하자 다른 직원들에게 다 같이 인디언복을 입자고 해서 그렇게 입은 것뿐이라 한다.

하지만 만수는 아라의 불륜을 보고 난 후부터 혹시 미리도 치과 의사와 뭔가 관계가 있는 건 아닌가 하고 의심을 했던 터라 미리가 입은 속옷이 뭐냐고 대놓고 의심하기까지 한다. 미리는 그런 만수의 행동을 보고 술이라도 마신 거 아니냐 한다. 알고 보니 과거에 만수는 술을 먹고 시원을 때린 전적이 있었고, 그 이후로 금주를 했기 때문이었다. 참고로 미리는 시원이 2살일 때 만수와 재혼을 했기 때문에 시원은 만수의 진짜 아들이 아니었다. 그래서 만수가 때렸을 때 일을 더 잊지 못하고 기억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어쨌든 두 사람은 서로의 오해(만수는 술 안 마셨음)를 풀긴 했지만 상처만이 남았다.

구범모에 이어 고시조까지 실종되자 경찰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회사에서는 범모가 합격해 전화를 했더니 받지 않아서 고시조를 합격시켰는데 고시조까지 전화를 받지 않았다며 두 사람 다 실종된 거에 의아해한다. 경찰은 만수의 집에 찾아와 이것저것 물어보고 만수는 두 사람이 죽었다고 확정해서 말했다가 실종이면 보통 그런 거니까 그렇게 말했다고 얼버무린다. 경찰이 찾아오든 말든 만수는 이제 마지막 대상을 죽이기로 마음먹는다. 일부러 선출의 집에 위스키를 들고 찾아가 유튜브 얘기를 꺼냈다. 술을 좋아하는 선출은 만수와 대화하기 시작했고 술을 계속 마셨는데 만수는 일부러 술을 마시지 않고 (겨우 끊은 거였기에) 버린다. 하지만 선출이 거나하게 취했음에도 폭탄주까지 만들어 오는 바람에 결국 만수도 술을 마시게 된다. 선출은 홀로 살고 있었는데 집 문제로 아내와 다투다가 헤어지게 되었다고 한다. 유튜브에서는 되게 호화롭고 즐겁게 생활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외로운 사람이었다. 바베큐도 매일 해먹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못했고 불멍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며 만수와 함께 불멍을 하며 즐거워한다.

만수는 그런 그가 안쓰러웠는지 회사에 자리 하나를 더 만들 수 없냐고, 같이 일하면 정말 좋겠다고 하지만 선출은 윗선에서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며 안된다고 한다. 만수는 술이 취한 이후로 계속해서 자신을 괴롭히던 썩은 이빨을 펜치로 빼내버린다. 이후 술을 진탕 마신 뒤 곯아떨어진 선출을 꽁꽁 묶어 땅에 얼굴만 보이게 묻은 뒤 다진 고기와 물을 섞어서 억지로 먹여서 죽인다. 술에 너무 취한 나머지 구토를 하다가 토사물에 목이 막혀 죽은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서였다. 죽이기 직전에 미리에게 영상 통화가 걸려온다. 그동안 시원이 시체 처리 현장을 보고 고민하다가 자신이 본 걸 미리에게 털어놨기 때문이었다. 미리는 시체를 묻은 자리를 파면서 만수에게 전화를 건 거였는데 선출의 거친 숨소리를 듣고 또 뭔가 일을 저지르고 있다는 걸 깨닫는다. 미리는 만수에게 어떤 일이든 혼자서 해결하려 하지 말고 같이 해나가자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다. 결론적으로 미리는 공범이 되었다. 사과나무 밑에 묻힌 것이 무엇인지 알았기 때문이다.

시원은 그 사건 이후로 톱 소리가 나는 악몽을 꿨었는데 (아마 시체인 걸 알았을 것 같다) 미리에게 사람이 아니라 돼지를 묻은 거라고 듣고 어정쩡하게 납득한다. 그렇게 선출이 죽고 난 뒤 또다시 경찰이 집에 찾아오는데 아라에게 총에 관한 진술을 듣고 범모가 시조를 죽이고 사라진 거라 추측한다. 경찰이 탄피를 줍고 그 총에 대해 아라에게 물어봤었는데 아라가 그 총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만수는 용의선상에서도 벗어나게 된다. 만수는 돼지 통구이 바베큐를 해먹을까? 하고 시원과 미리에게 묻는데 두 사람 질색하며 거절한다. 사과나무 밑에 묻힌 게 무엇인지 떠올라서 그랬을 것이다. 중간에 리원은 만수가 범모 집에 갔다가 했던 말인 ‘배나무에 벌레가 들끓어 죽어간다’는 말을 한다. 아마 리원은 만수가 했던 말 중에서 살인과 관련된 말도 기억하고 있는 듯했다. 리원이 다른 사람들의 말을 곧잘 따라 한다는 대사가 나왔을 때 그게 좀 불안하긴 했는데 리원도 살인과 관련해 불안 요소로 남게 된 것이었다.

선출도 죽은 이후 만수는 문 제지 회사에 면접을 봤는데 처음 면접과는 달리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이며 합격에 성공했다. 만수는 출근을 했고 그 덕분에 가족은 다시 원래의 생활을 되찾을 수 있게 되어서 시투와 리투도 집에 돌아오게 되었고 집도 팔지 않아도 됐다. 만수가 출근하려는데 갑자기 첼로 선율이 들려온다. 여태까지 한 곡을 친 적이 없었던 리원이 자신만이 알아볼 수 있는 악보를 완성하고 첼로를 켜기 시작했던 것이다. 첼로 선율은 슬펐지만 아름다웠다. 하지만 만수가 제지 공장에 들어서서 기계를 가동한 이후 선율은 끊기고 시끄러운 소음만이 남게 되었다. 그리고 만수는 그 소음을 차단하기 위해 귀를 막았다. 영화 오프닝 때만 해도 사람들로 가득 찬 제지 공장이 나왔었는데 이제는 사람들이 AI와 로봇으로 대체되어 관리하는 만수만이 남았다. 원래라면 사람이 직접 종이를 두드려야 했을 부분들도 전부 로봇이 했다. 덕분에 굳이 두드려보지 않아도 되지만 만수는 굳이 로봇과 함께 종이를 두드려보기도 한다. 만수는 출근한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사람이 로봇으로 대체된 공허한 공장을 보니 만수도 머지않아 AI와 로봇들에게 대체될 것만 같아 씁쓸함이 남았다. 영화가 끝난 후 나무가 벌목되는 장면이 흘러나오며 배우들의 이름이 등장하고 엔딩 크레딧이 흘러나왔다.

영화는 사회 풍자 블랙 코미디이지만 개인적으로 영화 자체는 웃기지 않았다. 영화 곳곳에 웃으라고 넣은 장면들이 보이긴 했는데 난 무덤덤하게 본 편이었고 내가 본 영화관에서도 웃음소리는 나지 않았다. 같이 보신 엄마는 세 사람이 뒹굴면서 난투할 때 장면이 웃겼다고 하셨다. 확실히 그 장면은 그나마 웃긴 장면에 속했던 것 같긴 하다. 문제는 그 이후로는 정말로 웃긴 장면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아, 댄스파티 장면도 살짝 웃겼다. 다른 사람들 리뷰 중에 간혹 정말 웃겼다는 사람들도 있었던 걸 보면 웃음 코드는 역시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는 거 같다. 나는 집에 가는 길에 엄마가 “~해서 어쩔 수가 없어”라고 말하는 걸 듣고 제목이 생각나 웃은 게 제일 크게 웃은 거였다. 이 영화 제목이 사람들이 자주 하는 말을 골라서 넣은 거라는 기사를 봤었는데 영화 본 바로 당일 들을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확실히 어쩔 수 없다는 말은 현대 사람들이 자주 하는 말 같다.

어쨌든 배우들의 연기는 진짜 좋았는데 영화 내용 자체가 그다지 재밌는 내용은 아니었던 것 같다. 영화에 대한 부정적인 느낌은 첫 문단에서 말했던 것처럼 만수가 극단적으로 하는 행동이 그다지 공감이 가지 않아서 그랬던 것 같다. 몇 번 나온 어쩔 수 없다는 대사같이 그 상황이 과연 어쩔 수 없나? 싶은 생각이 들어서일 거다. 자신이 죽이려는 대상이 자신과 너무나도 비슷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었고 그에 대해 공감도 했으면서 내가 살아야 하니까 죽여야지! 하는 그 마음으로 옮겨간다는 게 매끄럽지 않아서 그랬던 것 같다. 원작이 다른 나라 소설이라는데 원작은 어쩌려나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는 누군가에게 추천할 만한 영화는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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