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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그림 왼쪽부터 순서대로 쿠노사토 미오, 아리무라 히나에, 쿠루스 노노, 미야시로 타쿠루, 오노에 세리카, 야마조에 우키, 히나미사와 센리, 카즈키 하나


2018.7.14. 클리어 [플래티넘 달성] (스포일러 주의)

 

최근에 카오스 차일드를 올클리어했다. 원래 노벨 게임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지만 게임이 좀 잔혹하다는 것과 망상 트리거라는 시스템이 흥미로워보여서 하게 되었다. 하지만 망상 트리거 시스템이 게임의 엔딩이 미치는 영향이 상당히 애매하다는 점이 아쉬웠다. 그래서 1회차는 내키는대로 망상 트리거를 당겨서 봤지만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네거티브 망상이 재밌었다) 그 후부터는 그냥 모든 엔딩을 보기 위해서 공략을 보고 모든 트리거를 봤다.

 

1회차에서 트리거를 어떻게 당기든 간에 노멀 엔딩으로 빠지기 때문에 1회차에서 트리거를 마음대로 봤어도 엔딩에 영향이 가지 않아서 그것도 조금 아쉬웠다. 원래 1회차는 마음대로 해보자는 주의라서 더욱 그랬다. 아, 번역 중에 조금 아쉬웠던 건 역사씰. 처음엔 역사 관련 스티커인건가 했는데 알고보니 스모선수를 일본에서 레키시라고 하는데 그걸 그냥 한자 그대로 역사(力士)라고 써서 그렇게 나온 거였다. 게임에서 기가로매니악스들에게 영향을 주는 스티커가 역사씰로 불리우며 계속 나와서 초반에는 이게 뭔가 싶었다. 차라리 조금 더 풀어썼으면 이해가 더 쉽지 않았을까.


카오스 차일드 이전에 카오스 헤드라는 전작이 있다는 걸로 알고 있으나 아쉽게도 하지 못 했다. 일본판으로 해도 되긴 하지만 방대한 텍스트량을 일일이 번역해가며 읽는 게 너무 귀찮고, 결국 제대로 안할 것 같아서 그냥 따로 플레이 하지 않고 한글판으로 나온 카오스 차일드를 플레이한 것이다. 그런데 카오스 차일드에서 카오스 헤드에 나왔던 인물의 얘기나, 카오스 헤드에서 나온 사건 얘기가 나오기 때문에 아무래도 카오스 헤드를 플레이하고 나서 했으면 조금 더 이해가 쉽거나 재밌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카오스 차일드에서는 카오스 헤드(카오스 헤드에서 6년전 시점)에서 일어났던 사건인 뉴제네레이션의 광기를 모방하는 듯한 엽기 살인 사건이 6년전 사건 날짜에 맞춰서 일어나게 된다. 그 이후 이 사건은 뉴제네레이션의 광기 재래라 불리운다. 그리고 헤키호우 학원의 신문부 부장인 타쿠루를 중심으로 신문부 부원들이 그 사건을 쫓게 되는 것이 주 내용이다. 물론 타쿠루는 그 사건을 쫓으며 점점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처음엔 그냥 단순히 살인사건을 쫓는 추리게임에 속하나 싶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판타지스러운 부분이 상당부분 늘어난다. 뭐, 그 부분이 나쁘지는 않았는데 좀 괴리감이 약간 들기도 했다. 기가로매니악스라는 능력자들이 있어서 알고보니 주위 상당 부분 인간들이 그 능력자들이라서 얘도 능력자였어? 하기도 했다.


게임 진행상 엔딩이 많이 갈리는데 노멀+진엔딩이 정식 느낌이 들고 그 외에는 뭔가 이런 느낌의 엔딩도 존재한다 그런 느낌. 개인적으로 제일 좋았던 건 어떻게 보면 그냥 노멀 엔딩이었던 것 같다. 다른 엔딩들이 너무 꿈도 희망도 없어서.. 사실 그런 꿈도 희망도 없는 엔딩을 싫어한다기보다 좋아하는 편이지만 엔딩의 주인공들이 너무 불쌍하게 느껴졌다. 근데 슬픈 건 어떤 엔딩으로 가도 타쿠루의 주위 사람들이 죽는 건 어쩔 수가 없어서 타쿠루가 참 안타까웠다. 특히 요양원 식구인 유이가 타쿠루의 절친 이토 신지에게 토막 살해 당하는 부분이 충격적이었는데 게임을 하며 신지가 상당히 친근하게 느껴졌던 터라 충격도 크고 신지도 엄청 안타까웠다. 자신의 의도가 아니라 사고 유도를 당해서 그렇게 된 것인데 알고보니 이게 다 타쿠루를 위해서야!라고 하는 세리카가 있어서 더 충격이었다.


특히 세리카는 초반부터 중반까지 정말 그냥 약간 얼빵한 여자애로 나와서 사건과 전혀 상관 없을 거라 생각 했는데 알고보니 능력자들이 생겨나게 된 시부야 지진이 일어난 날 타쿠루의 망상에 의해 생겨난 여자애였고 세리카는 타쿠루가 원하는 삶을 살게 해주기 위해 사람을 죽이는 등 인정사정 없는 면모를 가진 여자애였다. 세리카는 타쿠루가 살인 사건을 해결하고 영웅이 되길 바라고 있었다. 그래서 일부러 뉴제네레이션의 광기 사건 날짜에 맞춰서 사람들을 죽였고 타쿠루의 주위에서 사건이 터질 수 밖에 없었다. 세리카는 시종일관 타쿠루의 즐거움만을 위해서 철저히 행동한다. 심지어 나중엔 타쿠루가 자신을 죽여달라고, 그게 원하는 거라고 말하니 정말로 죽이려고 한다. 그 정도로 세리카는 타쿠루만을 위해 움직이지만 어느순간 그 행동이 점점 빗나갔다고 느껴졌다. 오히려 자신이 타쿠루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게 없으면 자신의 존재가 사라질거라고 하며 어떻게든 목적을 늘리려는 그런 느낌도 든다.


처음엔 몰랐지만 타쿠루 본인을 포함해 주위 사람들은 거의 다 기가로매니악스(능력자)였다. 

아리무라 히나에, 쿠루스 노노, 미야시로 타쿠루, 오노에 세리카, 야마조에 우키, 히나미사와 센리, 카즈키 하나.

각자 능력은 다르며 능력 때문에 성격이나 행동이 변화한 경우도 많다. 아리무라 히나에는 겉으로 보기엔 상당히 밝고 유쾌한 아이지만 사실은 현실에 지쳐있다. 그녀의 능력은 거짓말 간파다. 상대가 거짓말을 하는지 아닌지 알아낼 수 있는데 겉과 속이 다른 사람들을 많이 만나오며 인간관계에 염증을 느낀 상태다. 아리무라가 이런 능력을 가지게 된 건 자신에게 거짓말을 한 가족들 때문이었는데 결론적으로는 이런 능력을 얻어서 사는 게 더 피곤하게 되었다.

 

하지만 타쿠루는 상당히 솔직한 편에 속해서 좋아한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캐릭터는 히나에였다. 일단 원래 양갈래 머리를 좋아하는 편이기도 해서 그런 것도 있지만 밝은 성격이 좋았다. 거짓말을 매우 싫어한다는 점도 상당히 마음에 들었는데 모든 진실을 알고 사는 건 참 피곤하겠다 느껴졌다.

히나에의 개별 엔딩에서 히나에 엄마가 타쿠루를 죽여버리자 히나에가 죽은 타쿠루의 시체를 안고 망상 속에서 살아가며 끝이 났는데 이 엔딩 되게 꿈도 희망도 없는데 무척 마음에 들었다. 어째선지 타쿠루의 영혼(?)은 이 상황을 나쁘게 생각 안했던 것 같고... 세리카도 그런 타쿠루를 보며 마음에 들어하는 것이 조금 소름이었지만.


쿠루스 노노의 능력과 정체는 쿠루스 노노 루트에서 밝혀진다. 타쿠루와 함께 요양원에서 같이 살던 누나와 같은 존재였다. 항상 타쿠루와 요양원 가족들 (유이, 유우토, 나중에 추가된 우키, 그리고 양아버지와 같은 존재인 사쿠마)을 챙기며 학교에서는 학생 회장을 하면서 아주 다양한 방면으로 활약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에게도 비밀이 있었다. 그녀는 쿠루스 노노이자 쿠루스 노노가 아니었다. 노노의 정체는 히나미사와 센리였다. 원래 센리였던 노노는 매우 내성적이었고 반애들에게 은근히 따돌림을 받는 아이였다. 거기다가 어느 단체의 실험까지 받고 있어서 힘든 나날을 보내는 불쌍한 아이였다.

 

하지만 그런 그녀에게 쿠루스 노노가 다가오며 함께 사이좋게 지내게 되었고 센리는 노노를 동경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시부야 지진이 일어났고 센리의 앞에서 노노는 죽게 되었다. 센리는 노노가 되고 싶다고까지 생각을 했었기에 시부야 지진 때 얻은 능력이 복사였다. 그렇게 해서 그 때부터 센리는 복사 능력으로 노노의 모습으로 살아가게 됐다. 타쿠루에게는 가족끼리 비밀이 없어야 된다고 말을 해놓고 정작 자신은 계속 타쿠루와 모두를 속여왔기 때문에 이 비밀을 털어놓기 힘들어했고 세리카에 의해서 이 비밀이 밝혀졌을 때는 상당히 괴로워했다. 루트에 따라서는 노노가 죽기도 하는데 이 때 정말 슬펐던 기억이 난다. 결론적으로는 타쿠루와 주위 사람들에게 자신의 정체를 밝히고 센리로서 살아갈 수 있게 되어서 좋았다.


미야시로 타쿠루는 이 게임의 중심 주인공이다. 초반에 사람들 앞에서 너무 말을 더듬고 힘들어해서 보는 나도 좀 힘들었다. 원래 게임 할 때 성우가 말하는 부분은 다 듣고 넘기는 편이라 더욱 그랬다. 나중엔 지쳐서 후반부엔 글만 읽으면서 하긴 했지만. 어쨌든 주인공답게 능력도 상당히 좋다. 망상을 현실화 할 수 있다! 문제는 제대로 제어를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능력을 진짜 제대로만 쓸 수 있으면 엄청나게 좋은 능력인데 제대로 쓸 수가 없어서 마지막까지도 이 능력으로 엄청나게 활약한다거나 하는 모습은 볼 수가 없다. 그리고 정말 불쌍한 주인공이다.

 

자신이 망상으로 만들어낸 세리카가 있는 것 까지는 좋았는데 세리카가 타쿠루를 즐겁게 해주겠다고 저지른 짓들이 타쿠루를 불행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캐릭터 개별 엔딩들이 끝날 때마다 세리카가 하는 말이 "타쿠, 즐거웠어?" 이 말이다. 세리카는 남이 죽든 말든 타쿠루가 즐거우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타쿠루는 범인이 아니지만 진엔딩에서 모두를 위해 자신이 뉴제네레이션의 광기 재래 사건의 범인이라고 자처하며 구치소 신세를 지게 되는데 그건 그것대로 참 안타까웠다. 서로의 상황상 세리카와도 함께 할 수가 없는 상태이고... 타쿠루가 세리카를 위해 해줄 수 있었던 일은 이것 뿐이어서 더 슬펐다. 진짜 너무나도 안타까운 주인공!!!


오노에 세리카는 타쿠루의 망상으로 인해 태어난 존재이다. 그랬기에 어렸을 때부터 함께 해왔고 항상 곁에 있었다.

하지만 알고보니 세리카는 타쿠루의 즐거움만을 위해 움직이는 존재였고 그 때문에 나중엔 위원회의 수하인 악덕한 사쿠마 (좋은 사람인 줄 알았지만 정체가 밝혀지고 정말 짜증났다) 와 손을 잡고 행동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세리카도 세리카대로 안타까움이 느껴지는 캐릭터이기도 했다. 타쿠루를 위한 행동이 올바른 것은 아니었지만 세리카는 세리카대로 타쿠루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서 그렇게 움직였을 테니 말이다. 어떻게 보면 얀데레인가... 세리카의 능력은 사고유도였기 때문에 사람을 자기가 하고 싶은대로 유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모든 사건을 일으킬 수 있었다.

 

노멀+진엔딩에서 타쿠루는 세리카가 평범한 여자애로 살아가길 바랐기에 자신이 범인이 되기를 자처하며 세리카의 기억을 지워버리는데 (역시 타쿠루의 능력은 제대로 발휘하면 엄청난 능력이다) 진엔딩 루트에서 기억을 잃어버린 세리카가 타쿠루를 알아보지 못하고 살인마라고 욕하는 장면에서 상당히 타쿠루가 불쌍했다. 타쿠루는 뭔가 세상 다 산 표정으로 다 받아들인다는 느낌이었는데 세리카가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두사람은 함께 있고 싶어도 함께 있을 수 없다고 해야하나. 세리카가 기억을 전부 되찾아버리면 타쿠루를 위해서 무슨 짓이든 할테고.. 그렇지 않기 위해서는 세리카의 기억을 봉인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진엔딩 마지막 부분에 세리카가 얼핏 타쿠루에 대한 기억을 되찾은 것 같았고 타쿠루의 마음을 이해한 것 같아서 그나마 좀 나았다. 뭔가 좋기도 하면서 슬펐던 엔딩. 


개인적으로 개별 엔딩 중에 야마조에 우키 편이 좀 지루했었다. 이미 난 상황을 다 알고 있는데 타쿠루는 그 상황을 모르고 망상을 반복하며 살아가는 그 모습이 마음에 안 들었다고 해야하나. 근데 그 와는 별개로 우키 개별 엔딩 자체는 마음에 들었다. 우키는 유이가 죽었을 때 신지를 공격하려고 하는데 이 때 타쿠루가 대신 디소드를 맞으며 빈사 상태에 빠진다. 그리고 그 뒤부터는 우키가 보여주는 행복한 망상 속에서 살아간다. 중간 중간 타쿠루의 친구들이 그곳은 망상이라고 깨어나라고 하지만 그 때마다 우키가 나타나 다시 망상 속으로 빠져들어가게 한다.

 

망상 속에서는 모든 것이 타쿠루가 행복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사람들에게 인정 받거나 미소녀에게 고백을 받거나 하는 등의 일들. 하지만 또 다른 우키가 나타나 타쿠루가 지금 살아가는 건 망상 속이고 사실 타쿠루가 죽어가는 상태가 아니라 우키 자신이 죽어가는 상태라 말해준다. 망상 속에서 타쿠루를 망상으로 빠져들게 하고 있는 우키는 이런 생활을 동경하던 우키 자신이라고 하면서 우키가 신지를 공격하려 했을 때 타쿠루가 우키를 공격해버렸고 그 바람에 우키가 빈사상태인 상태라고 한다. 그 때 우키는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능력을 무의식적으로 실행 시켰고 그 능력에 타쿠루까지 휘말려 망상 속에 같이 들어가버린 것이다. 결국 타쿠루는 망상 속에서 빠져나오게 되었고 식물인간 상태인 우키를 돌보며 살아가게 되는데 엔딩 마지막 부분에서 우키가 타쿠루와의 추억이 담긴 화분을 산 꽃집 앞에서 약간 반응을 보인 것으로 보아 우키가 정상적인 인간으로 돌아올 수 있는 희망이 약간은 있다는 걸 보여주면서 끝이 난다. 



마지막으로 카즈키 하나의 엔딩은 제일 판타지스러웠지만 좀 재밌었다. 게임에서 시종일관 하나는 "응, 으응.." 이런 식으로 말을 안하고 대답을 하거나 고개만 흔드는 등 행동으로만 표현을 했는데 개별 엔딩에서 그 이유가 밝혀진다. 하나의 능력은 망상 감염?이었다. 이게 엄청난 능력 중 하나인데 문제는 제어를 못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하나가 아무말이나 막 내뱉었는데 그 단어를 듣고 어떤 사람이 그 단어에 대해 뭔가를 망상하고 또 다른 사람들도 그 단어를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망상하면 그게 현실화 된다. 그래서 하이다 리코에게 쫓겼을 때 하나가 어떻게든 막기 위해서 마구 단어를 내뱉는데 그것 중 하나가 실현된 것이 하나가 자주 하는 게임인 엔스2에 나오는 포탈. 하이다 리코는 그 포탈에 닿자마자 산산조각 나고 그 이후 사람들의 망상은 계속해서 퍼져나가 포탈이 계속해서 등장하는데 그 포탈에서 엔스2에 나오는 몬스터들이 튀어나오게 된다. 그 바람에 세상은 엉망이 되었고 위원회 수하였던 와쿠이가 세상의 질서를 무너트리네 어쩌네 하면서 타쿠루를 제거하고 하나를 데려가 실험체로 쓰려고 한다. 결론적으로는 하나가 사람들 앞에서 '힘센 역사씰'라고 외쳐대서 와쿠이를 해치울 역사씰 거인이 나타나서 그를 쓰러트리고 세상은 혼란 상태가 되었다~라는 게 끝이었지만 역사씰 거인이 나타나서 와쿠이를 패버리는 게 좀 통쾌해서 재밌었다.


진엔딩에서 카오스 차일드 증후군자들이 사실 망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고 카오스 차일드 증후군자들은 노화 상태가 되어서 다른 사람들 눈에는 늙은 노인으로 보인다는 게 좀 충격이었다. 세리카가 기억을 잃고 자신의 기억을 찾기 위해서 부실에 들렀을 때 노노 사진이 늙은 할머니였을 때의 충격이란... 타쿠루는 카오스 차일드 증후군을 회복해서 원래의 젊은 상태로 돌아간 상태였고 (특이 케이스) 그 뇌파를 이용해서 카오스 차일드 증후군에 걸린 사람들을 치료하고 난 뒤 구치소로 들어가는 타쿠루와 그런 타쿠루를 배웅하는 세리카... 모두가 늙은 모습에서 다시 원래의 상태로 돌아간 것까지는 좋았지만 타쿠루가 모든 걸 짊어져야 한다는 현실이 슬펐다.


뭔가 의식의 흐름으로 후기를 쓴 감이 있어서 뒤죽박죽인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일단 내용을 썼으니 됐다.

아, 몇가지 아쉬웠던 건 쿠노사토 미오의 과거를 알 수 없었다는 점(위원회에게 뭔가 원한이 있는 것 같은데 안 나와서 궁금하다), 300 위원회의 정체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는 점 정도... 위원회라고 계속 말이 나오긴 하는데 이 사람들은 대체 어떤 사람들인지 확실하게 명확히 나오는 게 없어서 아쉬웠다. 후속작이 나와야 정체가 더 나오려나. 솔직히 초반엔 좀 지루하긴 했는데 각 캐릭터 개별 엔딩 보면서는 나름 재밌었던 것 같다. 또 하라고 하면 못 하겠지만. 한번쯤 해봐도 나쁘지는 않을 게임이라고 생각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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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가 준 발렌타인 초콜렛

 

대학생 때,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져오는데 솔로라는 것에 위기감을 느낀 저는 안이하게 여자 친구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 했습니다.

 

“어이, ○○대학 사람하고 한잔하러 가자!”

 

그런 시기에 친구가 알바 하는 곳에서 친해진 다른 대학생과 술자리를 하게 된다는 걸 들은 저는 “이거다!”하고 덤벼들었습니다.

이 베스트 타이밍을 놓치지 않을 거라며 참가하게 된 겁니다.

 

술자리 당일. 

행운도 찾아왔습니다.

상대는 3명 있었는데 어느 아이도 모두 귀여워서, 과장이지만 그 날 만큼 신에게 감사한 날은 없었습니다ㅋ

특히 Y라는 애가 신경 쓰였습니다. Y는 피부가 희고 눈이 시원스러워서 누구나 무심코 넋을 잃고 바라볼 정도의 미인이었습니다.

나 같은 거랑 사귀어주지 않겠지…라고 생각하면서도 어택해보니 의외로 깔끔하게 OK 해줘서 정말 기뻤던 기억이 있습니다.

 

Y와 사귀기 시작한 지 며칠 뒤.

“Y를 조심해.”

친구에게서 갑자기 충고를 들었습니다.

저는 미인인 여자 친구가 생겨서 질투심에 놀리는 건가 싶었습니다만, 아무래도 그다지 좋지 않은 소문을 여자들 측에서 들은 모양이었습니다.


완전히 기고만장 했던 저는 자세히 듣지 못했습니다만, 친구는 “무슨 일 생기면 말해.”라고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그 당시에는 사귀면서 이렇다 할 이상한 모습은 없다고 생각 했던 Y이였습니다만, 차근차근 생각해보니 두 가지 신경 쓰이는 점이 있었습니다.

첫 번째로 Y에게는 몸 어딘가에 이상한 상처가 있었습니다.

 

“어쩌다 다친 거야?”라고 물으니 “자주 넘어져∼”라고 대답 했습니다만, 그 때는 덜렁대는 게 귀엽네, 정도로 밖에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두 번째는 Y와 데이트를 할 때 자주 제 팔에 상처가 생겼습니다. 뭔가 아프다 싶어서 팔을 보면 그녀가 달라붙어있었던 팔에서 피가 나오고 있는 겁니다.

“미안, 손톱으로 할퀴어버렸어.” Y는 그렇게 말했습니다만 확실히 Y의 손톱은 길었기에 별로 이상하게는 생각 못했습니다.

상처가 생겨서 나을 때쯤에는 또 상처가 생기는 일이 반복 되었습니다.

 

Y는 상처가 생길 때마다 “아프겠다, 괜찮아?”라고 걱정해주고 상처를 핥아주었습니다.

남의 상처를 핥다니…라고 생각합니다만 그 당시에는 연인이 손가락이 다치면 핥아준다는 게 심쿵 시추에이션으로서 유행 했었던? 일도 있어서 그다지 기분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남의 피를 핥다니 흡혈귀 같네…) 그런 생각을 하며 저는 Y를 보고 있었습니다.

 

“나, 초콜렛 만드는 거 특기야.”

세간에서는 발렌타인이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Y는 만들 의욕이 가득 해서 저도 당일을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발렌타인 데이 당일은 볼일이 있었기 때문에 Y가 집까지 초콜렛을 보내줬습니다.

볼일도 끝나고 집에 돌아오니 Y가 준 초콜렛이 현관에 있었기에 즉시 감사 전화를 걸었습니다.

 

“초콜렛 고마워! 기뻐.”

“다행이다! 맛있어?”

“아니 방금 집에 온 참이니까 지금부터 먹을게.”

“그렇구나. 감상 듣고 싶으니까 전화 하면서 먹어.”

“좋아, 알았어!”

 

Y에게 재촉 받으며 초콜렛의 포장을 풀자 하트 모양의 초콜렛이 나왔습니다.

 

열심히 나를 위해서 Y가 만들어줬다고 생각하니 이루 말할 수 없는 감동이 있었습니다.

한입 먹으니 입 안에서 달콤함이 스며들었습니다.

 

“어때, 맛있어?”

“응! 맛있어! 고마워!”

 

하지만 먹는 중에 아무리 생각해도 입에 위화감이 남았습니다.

초콜렛에 뭔가를 넣은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Y에게 “이거 뭔가 특별한 거 넣었지?”라고 묻자 “응. 내 머리카락이야.” 라고 대답해왔습니다.

뭐?저는 귀를 의심 했습니다. 머리카락? “응? 지금 뭐라고 했어?”라고 하자 Y는 “머리카락. 다른 것도 여러 가지 넣었어∼”
즐거운 듯이 말하는 Y였습니다만 제 머리는 충격으로 완전히 혼란스러웠습니다.

 

그러자 거듭 Y는 이어서 말하는 겁니다.

 

“있잖아… 어제 내가 꾼 꿈, 들어줄래? 나, 너에게 목을 졸리는 꿈을 꿨어.  엄청나게 행복 했어어어…”

다음 순간 저는 휴대폰을 벽에 내던지고 화장실로 달려가 구토 했습니다.

휴대폰은 그 충격으로 부서져서 쓸 수 없게 됐습니다.

 

그 뒤로 저는 Y가 무서워져서 만나는 걸 피하기 위해서 친구 집에서 기거하며 졸업 때까지 지냈습니다.


후에 들은 얘기로는, Y에게는 좋아하는 사람을 다치게 하는 버릇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 버릇 때문에 미인인데도 사귀는 게 오래 가지 않았다던가.

Y랑 친한 여자 말에 따르면 몸에 있는 상처도 스스로 내고 있었다고 합니다.

 

Y와는 완전히 소식을 끊었기 때문에 어디서 어떻게 지내는지 지금은 모릅니다.

그저 무서운 것을 봤다고 할까, 너무나도 충격이 강했던 걸까요.

왠지 모르게 제 머리 한구석에서 Y에 대한 일이 떠나가질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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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내의 상태가 이상해

(의미를 알면 무서운 이야기)

 

먼 곳을 보며 생각에 잠기는 시간이 늘었고 나와의 대화에도 쌀쌀맞은 대답을 할 뿐인데다가 어딘가 멍한 느낌이야.

 

―――대학시절,

농구부 에이스였던 나와, 매니저였던 아내와 사귀기 시작해서 5년간의 교제를 거쳐 결혼.

게다가 그로부터 3년간의 결혼생활은 아무런 부족함이 없었고 오래 알고 지낸 친구들에게 키 차이 때문인지 ‘불균형 부부’ 등의 놀림을 받으면서도 금슬 좋게 지내온 터였다.

 

그녀가 우울한 상태가 되기 시작한 건 이 집으로 이사 온 뒤부터인가.

높은 천장, 그리고 넓은 마당에 창고까지 있는 게 마음에 들어서 교외에 있는 고풍스러운 오래된 집을 사들여서 살기 시작하긴 했으나 평소엔 일 때문에 외출하는 나와 달리, 집에 있는 일이 많은 아내에게 있어서 이 동네는 자극이 없고 지루한 나날이었는지도 모른다.

 

 

오늘은 몸 상태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회사를 조퇴하고 왔는데 아무래도 아내는 외출한 것 같다.

차고에 그녀의 차는 없고 테이블 위를 보니 랩이 씌워진 요리와 남겨놓은 메모가 있었다.

 

“히로미네 집에 갔다 올게요. 귀가가 늦어질 것 같으니까 저녁은 히로미랑 먹고 올게요. 당신이 좋아하는 햄버그 만들어뒀으니까 데워 드세요.”

 

지인이 전혀 없는 이 땅에서 옆 동네 미용실에서 알게 되어 의기투합한 히로미 씨에 대해서는 아내에게 들었었다.

나는 아직 만난 적은 없지만 아내의 유일한 친구이다. 뭐, 기분 전환이라도 된다면 좋을 것이다.

 

아쉽지만 몸 상태 때문인지 좋아하는 햄버그임에도 불구하고 식욕은 전혀 생기지 않았다. 나는 냉장고에 요리를 넣었다.

 

“아내는 한동안 안 와…”

 

 

요사이 아내의 이변이 걱정 됐던 나는 뭐가 원인인지 알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아내의 방을 조사해보기로 했다.

아내의 방에 가보자 책장에 생소한 책이 있었다.

 

“이건 ‘완전 자살 매뉴얼’인가… 이런 걸 왜…”

 

십몇 년 전엔가 유행했던 책인데 굳이 헌책방에 가서라도 찾아온 것일까.

나는 그걸 쓰레기통에 버리고 달리 뭔가 아내의 이변은 없는지 찾기로 했다.

그래서 아내와 공유해서 쓰고 있던 PC를 보니 이미 파일은 삭제가 끝난 상태였지만

워드 프로세서의 사용 이력에 ‘유서.doc’라는 이름을 발견해버렸다.

 

그러고 보니 최근 밤중에 찾을 물건이 있다고 그녀가 마당에 있는 창고로 향하는 일이 많았다.

 

문득 불길한 예감이 든 나는 찬장에서 창고 열쇠를 꺼내 황급히 창고로 향했다.

자물쇠를 열고 조명 스위치는 어디 있었나 생각하면서 어둠 속을 손으로 더듬어 나가자 다리에 뭔가가 부딪쳤다.

 

 

“있다, 있어…” 라며 조명 스위치를 누른 뒤 내 눈에 날아든 것은 끝이 묶여 원이 만들어져 있는 들보에서 늘어트려진 두꺼운 로프와 발판 대신인지 원예용으로 구입한 작은 접사다리가 놓여있었다.

 

“이게 무슨 일이야… 이런 물건까지 준비할 정도로 깊이 고민하고 있었다니…”

 

나는 접사다리의 제일 위에 올라가 정확히 얼굴 앞에 늘어트려진 로프의 원을 손으로 잡아 그 매듭을 풀면서 아내가 돌아왔을 때 이런 아내의 일련의 행동에 관해서 어떻게 얘기할까 그녀의 고민을 어떻게 알아낼까 생각하고 있었다…

 

 

해설

 

화자는 아내가 자살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지만 ‘나는 접사다리의 제일 위에 올라가 정확히 얼굴 앞에 늘어트려진 로프의 원을 손으로 잡아’ 그러면 이 부분이 이상해진다.

 

‘키 차이 때문인지 ‘불균형 부부’ 등의 놀림을 받으면서도 ’화자가 농구부의 에이스였다는 걸 봐도 화자의 키는 크고, 아내와의 키 차이가 꽤 있다고 생각 된다. 그러므로 아내의 기에 맞춰져있었다면 좀 더 낮은 위치에 와있어야 한다.

 

즉, 이 로프 고리는 아내가 남편을 자살로 꾸며 살해하려고 한 것이고, ‘완전 자살 매뉴얼’로 그 방법을 찾아, 남편의 유서로서 '유서.doc'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워드 프로세서의 사용 이력에 '유서.doc'라는 이름을 발견해버렸다.'라는 것으로 봐도 사용 이력을 발견한 것 뿐이고, 파일은 열지 않아 눈치 채지못한 것 같다.

 

그러나 키가 작은 아내가 로프를 써서 그렇게 높은 위치에 설치할 수 없다.

 

 

(화자가 접사다리 제일 위에 올라가서야 딱 맞을 장소니까)

 

그렇다면 누가 그 위치에 달아놓았는가? 그건 친구인 ‘히로미’일 것이다.

이름은 여자든, 남자든 어느쪽도 존재한다.

즉, 아내는 애인인 히로미와 화자를 자살로 꾸며 죽이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화자가 몸 상태가 안 좋아 먹지 못했던 햄버그에 수면제 등이 들어있어서 오늘밤 살해를 실행하려고 했던 건 아닐까.

그러나 수면제가 들어있다고 해도 어떻게 로프가 있는 창고에 데려가려는 걸까...

 

잠든 상태에서는 살아있는 상태보다도 무겁게 느껴질 것이다.

게다가 키가 큰 사람을 창고까지 데려가 목을 매달게 하는 건 꽤 힘들 것이다.

과연 어떻게 화자를 자살로 꾸며 죽일 생각이었을까?

 

어쩌면 화자는 농구부의 에이스였던 것뿐이고 키는 딱히 크지 않았던 것일까 (모 만화처럼)

 

그리고 아내는 ‘불균형 부부’라 불릴 정도로 키가 컸고...

그렇게 되면 애인과 둘이서 자고 있는 화자를 창고까지 데려가 로프에 목을 걸게 하는 건 어떻게든 가능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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