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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

 

우리나라에서 개봉 날짜가 나오기 전부터 영화 소식을 접했던 터라 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그렇다고 엄청 자세한 내용을 아는 건 아니었고 그냥 다른 나라에서 호평받았다는 거만 대충 알고 있는 상태였다. 개봉 이후 영화평 중에 후반부가 아쉽다거나 내용이 생각보다 잔잔하다고 하는 사람이 있길래 기대감이 처음보다 떨어졌다. 뭐, 그래도 공포 영화는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편이다 보니 일단 보고 나서 생각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참고로 포스터에 나오는 장면은 안 나오니 포스터 장면을 기대하면 안 된다. 개인적으로는 포스터가 엄청 멋져서 저 장면도 기대할 뻔했는데 다행히(?) 영화 보러 가기 직전에 저 장면이 안 나온다는 사실을 알고 가게 돼서 기대는 접었다.

 

영화 시작에서는 1970년대의 혼란한 미국을 잠깐 보여주고 '잭 델루이'의 일생을 조명한다. 그는 점점 사회자로서 명성을 얻다가 심야 토크쇼 올빼미 쇼의 MC를 맡게 된다. 나름 선방하는 듯 보였으나 항상 라이벌 프로그램에 밀려 빛을 보지 못했다. 그 와중에 더 그로브라는 남자들의 비밀 사교 집단에 잭이 참여하고 있다는 소문도 돈다. 숲속에서 부엉이를 숭배하는 사이비 집단 같은 느낌이었는데 나름대로 권력 있는 자들이 모인 장소 같았다. 잭이 시청률을 상승시키고 싶어서 그 집단에 동참한 게 아닌가 하는 의문점도 제기한다. 잭에게는 아내 매들린이 있었는데 비흡연자임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폐암 말기에 걸려버린다.

 

이후 시청률에 눈이 먼 건지 잭은 시청률이 부진한 올빼미 쇼에 산소를 수시로 들이마셔야 할 정도로 폐 상태가 매우 안 좋은 아내 매들린을 게스트로 초대해 토크쇼를 진행했다. 매들린은 그 방송 이후 2주 후 사망했다. 매들린이 출연했던 방송은 시청률이 높았지만 그 이후 방송은 부진했고 잭은 아내의 죽음을 슬퍼하며 1년간 휴식을 취하게 되었다. 그렇게 1년 뒤 잭은 다시 올빼미 쇼에 출연하게 되었는데 그게 바로 문제의 1977년의 할로윈 전날 밤 특집이었다. 이 생방송은 초유의 사태를 불러일으켰고 47년 만에 비디오로 발견돼 공개되는 거라 나온다. 이 비디오의 제목은 바로 악마와의 토크쇼였고 카운트다운을 센 뒤 영상이 재생된다.

 

영상은 옛날 브라운관 티비 비율로 나오고 화질조차 약간 흐려 보이는 옛날 화질로 나온다. 토크쇼 본방은 컬러로 나오고 방송이 잠시 멈추는 쉬는 시간의 타이밍에는 흑백으로 진행이 된다. 영화 결말부에서는 가로로 길쭉한 영화 비율과 선명한 화질의 영상이 나오게 된다. 이게 나름대로 신선한 느낌을 주었다. 카메라는 관객들도 간간이 비춰주는데 할로윈 시즌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할로윈 코스튬을 하고 있는 걸 볼 수 있다. 토크쇼가 본격적으로 시작 전 오늘의 게스트 소개도 잠깐 해주고 잭이 사람들과 유머러스한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무대 오른쪽에는 광고 끝나고 토크쇼가 재개할 때마다 악기를 연주하는 밴드가 있었고 잭의 보조 MC를 맡는 거스라는 남자도 있었다. 거스는 중간중간 개그로 분위기를 환기시켜주는 역할을 했다. 그는 진공관으로 손대지 않고 연주하는 악기 테레민으로 으스스한 소리를 내며 토크쇼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첫 번째 게스트로는 크리스투라는 영매사가 초대된다. 딱 봐도 사짜 느낌이 풀풀 풍기는 남자였다. 이 남자는 자신이 영혼과 주파수가 맞으면 영혼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했다. 잭이 그러면 맨날 시끄러운 거 아니냐 하니 라디오를 끄는 것처럼 그냥 전원을 내려버리면 주파수는 들려오지 않기 때문에 괜찮다고 했다. 크리스투는 갑자기 집중하는 것처럼 행동을 취하더니 P로 시작하는 게 들려온다고 한다. 피터, 피터슨? 이런 식으로 말을 하는데 관객 중 한 명이 우리 가족 중에 그런 이름이 있다며 놀라워하는 반응을 보인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이름은 바람 나서 집 나간 부인의 이름이었고 관객들은 어이없어하며 웃었다. 그 남자 옆에는 전신을 해골로 코스튬 한 사람이 있었는데 왠지 모르게 영화 내내 시선을 강탈하는 존재였다. 영화에서 딱히 의미 있게 나오진 않았지만 후반부를 생각했을 땐 잭과 관련이 있는 사람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토크쇼는 중간중간 쉬는 시간을 갖는데 이럴 때마다 옛날 방송 특유의 '잠시 후 다시 방송이 이어집니다' 같은 문구가 그림과 함께 흘러나온다. 이때는 화면이 흑백으로 전환되며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는 잭과 프로듀서의 대화가 자주 나온다. 사실 관객석에 있던 바람 난 아내가 있다고 말한 남자는 방송사가 고용한 사람이었다. 한 마디로 크리스투는 가짜 영매사가 맞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 인기가 있었던 것 같지만 말이다. 촬영은 다시 재개되고 이번엔 크리스투가 에드워드라는 이름이 들린다고 했었나? 뭔가가 들리는 척하는데 앞쪽 관객석에서 반응을 보인다.

관객석엔 모녀가 있었는데 자기 아들의 이름이라며 안 좋은 일로 죽음을 맞이하게 됐다는 걸 암시하는 표정을 짓는다. 알고 보니 아들은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고 한다. 크리스투는 아들이 이제 걱정하지 말라는 식으로 말을 했다며 가족들을 안심하게 해주는 말을 한다. 그러더니 '파파'라는 단어를 들었다 한다. 딸은 아빠를 그런 식으로 부르지 않았다며 의아해 하지만 엄마는 그 단어에 반응을 보인다. 아들이 어렸을 때 가지고 놀던 인형에게 그 이름을 붙여줬다는 것이다. 아직도 아들의 유품을 가지고 있다며 그 인형을 잘 갖고 있다고 전해달라 한다. 크리스투는 자신이 따로 말해줄 필요 없다며 이 자리에 아들이 있다는 식으로 얘기하고 순식간에 진짜 영매사인 것처럼 분위기가 달아오른다. 그리고 이뿐만이 아니었다. 크리스투는 갑자기 눈이 뒤집어져 흰자위만 보이며 엄청나게 고통스러워하더니 슬퍼하는 영혼이 있다면서 '미니'라는 사람을 아는 사람이 있냐고 질문한다. 하지만 관객석엔 아무도 없었다. 총각인 사람이 결혼반지를 끼고 있다고도 말했다.

 

뒤이어서 두 번째 게스트가 등장하게 되는데 그의 이름은 카마이클 헤이그였다. 잭은 크리스투에게 헤이그라는 녀석이 오는데 허풍쟁이니까 그의 말을 그다지 신경 쓰지 말라고 경고했다. 왜냐하면 카마이클은 초현실적 사건들을 박살 내는 회의론자였기 때문이다. 그는 초현실적 현상을 자신에게 직접 증명하면 돈을 주겠다고 했는데 아직까지 증명한 사람이 없다면서 즉석으로 50만 달러를 주겠다고 백지 수표를 적는다. 그는 말로만 초현실적 사건들을 의심하는 게 아니라 나름대로 자신만의 증명을 내보이며 깨부수는 사람이었다. 원래 마술사였는데 최면도 가능한 사람이어서 이 토크쇼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단순한 초현실적 사건이라 믿지 않는다.

 

쉬는 시간 이후 '미니'의 정체에 대해 밝혀진다. 잭은 미니가 매들린과 둘만 있을 때 부르던 애칭이라 아무도 몰랐을 거라 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왼손에 낀 결혼반지를 보여주기도 한다. 총각인데 결혼반지를 하고 있다(는 번역이 좀 애매하긴 하지만)는 말의 의미를 상기시켜주는 것이었다. 카마이클은 설령 둘만 아는 애칭이었다고 해도 사전에 알리고 짜고 친 것일 수 있다며 믿지 않는다. 그러자 잭은 크리스투가 죽은 아들의 이름을 알아맞힌 것은 어떻게 증명할 거냐 한다. 카마이클은 크리스투가 한 일에 대해서 고장 난 시계도 한두 번은 맞을 때가 있는 거라며 믿지 않는다. 쉬는 시간이 되었을 때 카마이클은 죽은 아들에 관해 말했던 모녀에게 질문을 던진다. 혹시 방송이 시작되기 전에 누군가가 이것저것 질문하지 않았냐, 따로 적어낸 게 없었냐 하는 것들이었다. 그러자 모녀는 크리스투를 돕는 여자가 자신들에게 이것저것 물어봤다고도 했고, 모르는 사람이 이것저것 물어봤다고 말을 했다. 사전 질문을 통해 크리스투가 정보를 알아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미니'의 이름을 알려준 뒤로 크리스투의 상태는 점점 안 좋아졌다. 호흡이 가빴고 속이 안 좋은 것처럼 보였다. 카마이클은 전부 크리스투가 가짜로 연기하는 것뿐이라며 말하는 족족 비아냥댔고 그렇게 말싸움을 벌이다 분노한 크리스투가 나가려 한다. 잭은 크리스투의 공연 일정이 방송 아래에 나갈 거라고 발표하고 크리스투는 나가려 하는데 갑자기 검붉은 액체를 토해낸다. 그냥 토한 것도 아니고 먹물 쏘아대듯 토해대서 카마이클이 옷을 갈아입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방송은 잠시 중단되고 크리스투는 방송에서 퇴장하게 되었다. 방송이 중단될 때까지 엄청난 양의 검붉은 액체를 쏟아냈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병원에 실려가게 되었다. 프로듀서는 사람들에게 비난 전화가 빗발치고 있긴 하지만 시청률이 엄청나게 올라가고 있다며 잭과 대화하며 흥분했다. 이번 일은 방송국 측에서 벌인 일은 아닌 것 같았다.

 

카마이클은 이런 것도 일종의 연기라면서 일부러 피를 뿜어낸 것이라며 믿지 않는다. 잭은 관객들에게 크리스투는 무대 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말하며 진정시키는데 그 말이 무색하게도 구급차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진다. 어쨌든 잭은 또 다른 게스트를 불러들이며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세 번째 게스트는 바로 초심리학자 준 로스 미첼 박사였다. 그녀는 악마와의 대화라는 책을 집필했는데 그건 사탄 숭배 집단에서 구출해낸 소녀 릴리와의 대화를 바탕으로 쓴 책이었다. 게스트로는 준뿐만 아니라 릴리도 함께 한다. 우선 관객들에게 영상 자료로 당시 10살이던 릴리를 구출하던 영상을 보여준다. 아브락사스라는 이름의 악마를 섬기던 집단이었는데 손을 칼로 그어서 서로의 피를 섞는 등 이상한 행동을 많이 하는 집단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납치 혐의도 있었다. 아이들을 제물로 삼는 악마 집단이었기 때문이다. 그 집단의 수장인 디아보는 이런 여러 가지 이유들로 FBI에게 잡혀가게 될 상황이 오자 모든 악마 숭배자들에게 스스로 불타죽도록 명령했고 모두 죽게 되었다. 그런데 모두가 죽은 와중에 살아남은 한 아이가 바로 릴리였던 것이다.

 

토크쇼에 나온 릴리는 13살이었고 준은 그런 릴리의 후견인이 되어 있었다. 준은 릴리를 초심리학 내에서 실험하고 안에 있는 악마를 통제하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 통제가 완벽하게 되는 건 아니라서 아무 때나 악마를 소환하거나 하면 안 되는 것 같았다. 물론 카마이클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초심리학이라는 학문이 있긴 있냐며 비웃었고 준은 나름대로 이름 있는 연구소에서 학문을 배웠다는 걸 어필한다. 릴리는 자신 속의 악마를 꿈틀 씨라고 칭한다고 했는데 그 이유는 꿈틀거리면서 자신의 속을 돌아다니거나 사라져서 그런 거라 한다. 잠시 쉬는 시간이 왔을 때 준은 이곳에서 악마를 소환할 수 없다며 반대한다. 잭은 스태프인지 프로듀서 인지에게 병원에 실려가던 크리스투가 계속 그렇게 피를 토해내다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잭은 그 말을 듣고는 이 사실을 거스에게 알리지 말라고 하는데 방송가 소문이 빠르니 금세 알게 될 거라는 말만 듣게 된다.

 

어느 타이밍에 나왔는지 기억은 잘 안 나는데 방송 도중 갑자기 으스스한 테레민의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한다. 잭은 거스를 보며 이 타이밍에 이 소리를 내는 건 아니지 않냐 하는데 거스는 자신이 한 게 아니라며 꺼보려고 하지만 스파크가 튀어서 손을 대지 못한다. 너무 커다란 소리에 관객들과 무대 위의 사람들이 전부 괴로워하고, 유리컵마저 깨져버린다. 그러자 카마이클은 테레민과 연결되어 있던 전기 코드를 뽑아버린 뒤 이건 소프라노가 고음을 냈을 때 유리가 깨지는 것과 같은 현상이라며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넘어간다. 쉬는 시간 도중에 거스는 크리스투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면서 이 토크쇼를 그만두지 않으면 끔찍한 일이 벌어질 거라고 중단해야 된다고 한다. 잭은 예수쟁이 같은 소리 하지 말라면서 거스를 무시한다.

 

카마이클은 악마의 존재를 믿지 못하며 악마를 직접 소환해 보자고 한다. 준은 당황해하며 이렇게 통제하기 어려운 환경에서는 너무 위험하다고 극구 반대한다. 잭은 일부러 관객들을 부추겨서 악마를 소환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한다. 관객들도 카마이클처럼 진짜인지 아닌지 보여줘야 믿지 않겠냐면서 준을 닦달하기 시작했다. 결국 준은 소환을 하겠다고 승낙했고 팔목 억제대를 가져다 달라고 한다. 그렇게 해서 준비를 하는 동안 준은 다시 잭과 대화하게 된다. 준은 이렇게 될 걸 예상하고 사람들을 부추긴 잭에게 원망의 눈빛을 내비치는데 둘 사이가 꽤 가까워 보인다.

 

방송이 다시 시작됐을 땐 양 팔목이 의자에 묶인 채 앉은 릴리와 마주 보고 앉은 준의 모습이 있었다. 준은 릴리에게 최면을 걸어 잠들게 한 뒤 릴리 안의 악마를 깨운다. 누가 말했는지는 잘 기억 안 나지만 릴리 안의 악마는 아브락사스는 아니고 그의 수하 같은 존재라고 했다. 고개를 떨구고 있어서 긴 머리카락에 얼굴이 가려진 릴리는 괴상한 숨소리를 내더니 고개를 들어 본색을 드러낸다. 얼굴을 드러냈을 땐 13살의 릴리가 아닌 험상궂어 보이는 상처 자국이 있는 남자의 얼굴이었다. 목소리도 릴리만의 목소리가 아닌 남자의 목소리가 뒤섞여서 나온다. 준이 악마에게 이곳에 온 목적에 대해 물어봤던 거 같은데 생각보다 별 목적 아니었는지 내 기억에는 안 남았다;

악마는 오히려 준보다는 잭에게 관심이 있어 보였다. 잭을 보더니 옛날에 보고 또 본다면서 오랜만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물론 잭은 악마를 본 적이 없다면서 의아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잭이 그런 반응을 보이자 준은 매들린에 대해서 얘기를 하더니 이미 썩어서 벌레들에게 먹혔겠다며, 매들린이 죽어야 준 같은 여자와도 사랑을 나눌 수 있지 않냐는 식으로 말을 한다. 그러더니 잭과 준이 들판에서 서로를 탐했다는 식의 이상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노래를 듣고 화가 난 준은 릴리의 뺨을 때려버렸고 릴리는 자신이 하고 싶어서 한 게 아니라면서 슬퍼하지만 이것도 악마의 농간이었다. 거기다 이번엔 악마의 목소리가 아닌 여자의 목소리로 잭에게 어떻게 그냥 둘 수가 있냐며 원망의 말을 내뱉는다. 릴리는 갑자기 의자에 묶인 채로 공중 부양을 한다. 조명에 전기가 타고 흐르는 등 사태가 심각해지자 준은 자신이 갖고 있던 목걸이로 준을 제어하기 시작했고 의자가 다시 내려앉으며 일단락이 된다.

 

쉬는 시간이 되자 잭은 릴리가 냈던 여자의 목소리가 마치 죽은 매들린 같았다며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인다. 정비를 하는 동안 준이 릴리의 팔목 억제대를 풀려고 하는데 잘 안 풀리자 릴리가 괴로워하며 빨리 풀어달라고 한다. 그 모습을 본 잭은 악마 숭배에 쓰였다던 칼로 릴리의 팔목 억제대 벨트를 잘라준다. 방송이 다시 시작되자 카마이클은 릴리의 정신 상태가 의심된다는 발언을 한다. 준은 그 말은 선을 넘었다면서 방송 도중 나가려고까지 하는데 여차여차해서 나가는 건 저지했다. 카마이클은 이런 건 자신도 할 수 있다면서 모두에게 최면을 걸겠다고 한다. 실험 대상체는 거스였다. 거스는 겁이 많아서 나서고 싶지 않아 했지만 지목이 돼서 어쩔 수 없이 의자에 앉게 되었다. 카마이클은 분위기를 살려야 된다며 조명을 어둡게 하고 바닥에 연기가 피어오르게 만든 뒤 관객들과 시청자, 무대 위의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갖고 있는 회중시계에 집중하게 만든다. 그 회중시계에는 빙글빙글 화면이 돌아가는 장치가 있어서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이후 갑자기 카마이클이 거스에게 벌레를 무서워하지 않냐 묻는다. 거스는 어떻게 게 알았냐면서 놀라워한다. 갑자기 거스는 덥다고 하며 옷을 벗더니 몸 안에서 벌레가 기어다니는 것 같다고 한다. 옷깃을 풀더니 오른쪽 목에서 지렁이 한 마리를 꺼냈다. 모두들 경악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엔 배를 찢어내 엄청난 양의 기다란 검은 벌레를 쏟기 시작했다. 흡사 불은 짜장면 같아 보였다. 심지어 한 쪽 눈에서 눈알이 튀어나오고 커다란 벌레가 튀어나오기까지 했다. 이 와중에 릴리는 빙글거리며 웃고 있어서 괴기하게 느껴졌다. 상황이 점점 악화하자 카마이클도 당황하며 최면을 끝냈다. 그러자 이 모든 것은 말끔하게 사라졌다. 전부 카마이클의 집단 최면이었던 것이다. 거스는 당황해하며 자신의 모습을 보고 부끄러워한다.

 

모두가 경악을 금치 못하는 가운데 영상을 되돌려 방금 전 상황이 어땠는지 확인해 보자는 말이 나왔고 카마이클은 영상은 진실만을 찍는다며 바로 봐보자며 흔쾌히 승낙한다. 녹화된 영상에서는 카마이클이 앉아있는 거스에게 덥지 않냐 하며 상황을 유도하는 장면이 나왔다. 그 말을 들은 거스는 갑자기 덥다면서 겉옷을 벗어던지고 벌레가 있다는 카마이클의 말에 벌레를 뽑아내는 시늉을 하기 시작했다. 최면에 걸린 사람들 눈에는 경악할 만한 장면이었지만 걸리지 않은 사람 눈에는 그저 웃긴 장면일 뿐이었다. 그래서 최면에 걸리지 않았던 릴리가 웃으면서 거스와 사람들의 반응을 지켜본 것이었다. 관객 중에서도 최면에 안 걸린 사람이 있다고 했는데 2명인가 그랬다. 카마이클은 화면을 보며 자신은 이렇게 증명했다면서 릴리의 악마 들림도 가짜일 거라 비아냥댄다. 그러자 릴리는 준에게 우리도 화면을 돌려보자며 조르기 시작한다.

 

준은 릴리가 지금 불안정한 상태라 돌려보는 것도 안 좋을 것 같다고 하지만 사람들의 성화와 카마이클의 조롱에 못 이겨 결국 녹화 화면을 다시 보기로 한다. 그러자 이번엔 카마이클 때와는 달리 모든 것이 그대로 드러났다. 릴리의 목소리에 겹쳐진 남자 목소리와 릴리의 얼굴이 아닌 남자의 얼굴, 모든 것이 진짜였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화면에 자꾸 노이즈가 끼며 지지직거리는데 찰나의 순간 잭이 무언가를 감지한 듯 1프레임씩 돌려서 화면을 정지시켜달라고 한다. 방송사에서는 잭의 요청대로 프레임마다 끊어서 정지를 시키는데 놀랍게도 한 장면에서 매들린의 유령이 하얗게 나타난 게 보인다. 카마이클은 그런 장면에도 아랑곳 않고 방송사에서 영상을 조작한 것이라 말한다. 그런데 갑자기 문제가 생긴다.

 

앉아있던 릴리가 갑자기 서서 괴로워하더니 양 팔에서 하얀색 전기 에너지가 모이기 시작했다. 양쪽으로 뻗은 전기는 점점 온몸을 휘감기 시작했고 릴리의 몸이 마치 오래된 텔레비전 화면 속 노이즈같이 변한다. 그러다 릴리의 얼굴이 양쪽으로 갈라지기 시작했다. 심지어 눈에서는 하얀 불빛을 뿜어대며 도저히 사람이라 할 수 없는 형체가 되어있었다. 대충 릴리의 형상을 한 전기 덩어리 같았다. 거스가 자신의 십자가 목걸이로 나름 악마를 제압한다고 다가갔으나 초능력으로 목이 꺾여 죽어버린다.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고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기 시작했다. 방송에서는 화면 조정 중이라며 방송을 중단시켰다. 준은 자신의 목걸이로 릴리 안의 악마를 제압하려 하는데 제압은커녕 목걸이 채로 공중으로 들어올려진다. 결국 공중에 매달려 있던 준은 목걸이가 목을 통과하면서 목이 베여 죽게 된다. 그 모습을 모두 지켜본 카마이클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베엘제붑인지 바알인지 악마의 이름을 대면서 무릎을 꿇고 충성을 맹세했다. 여태까지의 모습과는 상반된 모습이라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악마는 그딴 것 아랑곳 않고 바로 카마이클을 산 채로 뜨거운 온도로 녹여 죽여버린다. 이 모습을 문 중간에 서서 지켜보던 잭. 프로듀서는 빨리 나가자며 잭을 끌어당기는데 그 모습을 릴리가 지켜보고 있었다.

 

화면은 갑자기 컬러에 보편적인 영화 비율로 바뀌며 잭의 모습을 보여준다. 잭은 평소와 다름없이 토크쇼를 진행하고 있었다. 죽었던 거스도 살아있었고 다른 게스트는 없었다. 잭이 혼란스러워하는 와중 갑자기 또 다른 토크쇼의 한 장면으로 넘어간다. 잭이 욕을 하며 무대 밖으로 나가자 다른 연기자는 생방송 중인데 이래도 되냐며 당황해한다. 그렇게 혼란스러운 장면들이 여러 번 지나간다. 잭이 방송사와 계약하는 모습, 토크쇼에서 이상한 돌림판을 돌리는 모습 등 알 수 없는 장면들이 지나갔다. 심지어 잭은 티비 화면을 당장 끄라며 시청자들에게 소리치기도 했다. 이후 잭은 병들어 죽어가는 매들린의 모습과 마주하게 된다. 침대에 누워 힘겨워하는 매들린은 너무 고통스럽다고 하면서 잭에게 자신을 죽여달라고 애원한다. 눈물을 흘리던 잭은 아브락사스 악마 숭배자들이 사용했다던 검은 단검으로 매들린의 가슴팍에 칼을 꽂아 넣기 시작했다. 이후 정신이 든 잭의 눈앞에 있는 건 죽은 매들린이 아닌 죽은 릴리였다. 주위에는 악마에 의해 죽은 사람들의 시체가 널브러져 있었다. 모든 것이 망상이나 꿈일 거라 생각하는지 잭은 자꾸 꿈에서 깨어야 한다고 외쳤고 이렇게 할로윈 전날 밤의 올빼미 토크쇼 영상은 끝났다.

 

같이 영화를 본 엄마는 하다만 것처럼 끝났다고 아쉬워하셨지만 개인적으로는 결말이 나름 마음에 들었다. 사람들이 후반부가 아쉬웠다고 하길래 걱정이 됐는데 난 오히려 초반보다 후반부가 매우 마음에 들었다. 앞부분은 후반을 위해 달려온 느낌이었다. 릴리 얼굴이 갈라지는 등 좀 판타지스러운 면이 사람들에게 불호평을 받은 것 같은데 난 막판에 살육의 현장이 벌어진 게 나쁘지 않아서 괜찮았다. 솔직히 그냥 빙의된 악마 모습으로 사람들을 죽였으면 별 감흥 없었을 거 같은데 말 그대로 초현실적인 모습이라 더 마음에 들었다. 영화 정보를 검색하면 실화인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이는데, 영화 보면 알겠지만 실화는 아니고 파운드 푸티지 영화다. 그것도 영화 후반 가서 깨지는 느낌이지만...

 

영화 결론 부분의 해석을 찾는 사람들도 많아 보이는데 내 생각은 더 그로브의 일원이었던 잭이 아내 매들린을 제물로 바치고 올빼미쇼의 시청률 1위를 탈환하게 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원숭이 손이 왜곡된 상태로 소원을 들어주는 것처럼 악마도 잭의 소원을 불행한 방법으로 들어준 것이다. 더 그로브에서는 무언가 이루기 위해서 대가를 바쳐야 한다는 식의 말이 있었는데 결국 잭 자신도 그 악마의 제물이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릴리가 있던 악마 숭배 집단이 섬기던 악마도 사실은 더 그로브에서 숭배하던 악마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 악마가 예전에 잭을 본 적이 있다고 말한 거고 악마에 의해 매들린이 죽었기 때문에 악마가 나타났을 때 죽은 매들린의 형상이 나타난 게 아닌가 싶다. 매들린은 잭의 토크쇼 시청률 때문에 죽었으니 억울해서 원망할만하기도 했고. 개인적으로는 초반에 말했던 해골 코스튬의 남자는 어쩌면 더 그로브의 일원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부러 관객으로 숨어들어서 이 참극을 직접 지켜보려고 했던 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영화는 어떻게 보면 뻔한 스토리지만 토크쇼 연출이 좋아서 몰입도가 좋았던 것 같다.

 

영화가 나름대로 실제 인물을 모티브로 삼아서 찾아보는 재미가 있었다. 카마이클은 초현실적인 것을 증명하면 돈을 주겠다고 한 제임스 랜디를 모티브로 했고, 크리스투는 영성가 도리스 스톡스를 모티브로 삼았다고 한다. 도리스는 토크쇼 생방송 중 유리겔라와 말다툼하다 나간 일화가 유명한 듯하다. 캐릭터 모티브도 그랬지만 개인적으로 제일 흥미로웠던 건 보헤미안 그로브라는 비밀 사교 집단이었다. 더 그로브라는 비밀 집단이 나올 때 프리메이슨이 떠오르긴 했는데 보헤미안 그로브라는 집단이 진짜로 존재하는지는 모르고 있었기에 별게 다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부엉이를 섬기는 집단인 듯하고 나름 권력자들이 모였던 집단이었다고 한다. 물론 그보다 더한 이야기들도 많았다.

 

결론적으로 난 이 영화를 재밌게 봤다. 솔직히 초반에 크리스투가 나올 때까지만 해도 생각보다 그냥 그런데... 하면서 봤다가 검붉은 액체를 쏟아내는 장면부터 흥미가 가기 시작했다. 옛날 토크쇼 방식으로 화면을 보여줘서 집중이 잘 안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있었는데 그 시대를 살지 않았어도 충분히 집중할 만한 화면과 연출이었다. 그리고 공포 영화로서는 공포도가 거의 없다시피 해서 무서운 거 못 보는 사람도 볼만한 영화라고 생각된다. 단지 약간 잔인하다 생각되는 장면이 있으니까 고어 한 걸 못 보는 사람은 좀 애매하려나. 잔인하다기보다는 징그러운 게 더 강했던 거 같다. 오컬트 물 좋아하는데 약간 판타지스러운 것도 괜찮다 싶은 사람에게는 추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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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에서 본 리뷰에 광기가 느껴진다 하고 후반이 현실 공포라는 얘기도 있어서 영화 보기 전에 해서는 안 되는 기대를 해버리고 말았다. 기대를 하면 실망도 커지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 기대에는 못 미치는 영화였던 터라 아쉽다. 영화 자체를 못 만들었다거나 그런 건 아닌데 줄거리가 좀 뻔한 느낌이었다. 초중반까지는 분위기가 나름 좋았는데 후반부에서 갑자기 급하게 진행되는 느낌을 받았다. 이 영화의 중점적 인물인 두 엄마 셀린과 앨리스의 배우들 (외국 배우들 잘 모르는데 그나마 눈에 익숙한 배우들)의 연기력은 인지도만큼이나 좋았다. 그래도 60년대 시절의 패션을 보는 재미는 좀 있었다.

 

(여기부터 스포일러)

 

영화의 시작은 수풀에 119 구급차 모형이 떨어져 있고 꽃다발을 들고 있던 셀린이 그걸 줍는 걸 보여준다. 그 뒤 아이들인 맥스랑 테오를 학교에 데려다줬다가 수업이 끝난 뒤 다시 집 앞으로 데려다준다. 장난감은 둘 중 한 명이 주인이라 돌려줬다. 영화 정보를 대충 읽어서 별생각 없이 아들이 둘인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앨리스의 아들은 테오였고 맥스는 셀린의 아들이었다. 앨리스와 셀린은 옆집인데다가 울타리로 막고 있는 건 장미 울타리뿐이었다. 거기다 개구멍이 하나 있는데 테오가 자기 맘대로 셀린네 정원으로 기어 들어가기도 할 정도 막역한 사이였다. 그래서 그런지 테오와 맥스는 매우 친했고 엄마들도 사이가 매우 좋았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기 전에 앨리스가 셀린의 집(인 줄 몰랐는데 셀린이 오고 나서 알았다)에서 커튼을 다 치고 칼을 들길래 초반부터 무슨 사건이 일어나는 건가 싶었는데 그건 아니었다. 셀린이 집에 와서 커튼을 펼치자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파티를 즐기며 기다리고 있었다. 셀린의 생일이라 모두가 축하해 주러 온 것이었다. 셀린은 놀라면서도 자신을 축하해 주러 온 사람들을 보며 기뻐했다. 그곳엔 앨리스의 남편 사이먼도 있었다. 앨리스의 시어머니인 진 할머니도 찾아와 셀린은 가족과 다름없다고 하며 축하해 주었다. 앨리스는 셀린에게 진주 목걸이를 선물해 주고 목에 걸어준다. 그 뒤 셀린은 계속 그 진주 목걸이를 하고 다닌다. 앨리스가 셀린의 집에 들어갈 수 있었던 건 서로의 집 비상 열쇠를 갖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모두가 생일 파티를 즐기던 중 테오가 안 보여 앨리스가 찾아다닌다. 찾아다닌 끝에 본 건 울타리 개구멍으로 넘어가 맥스와 함께 놀고 있는 테오였다. 둘에게는 쿠키가 있었는데 그걸 보자마자 앨리스는 쿠키를 먹은 거 아니냐며 다그친다. 이때 셀린도 찾아와 이 상황을 지켜보게 된다. 다행히 맥스는 쿠키를 먹지 않았다. 앨리스가 쿠키에 민감한 건 테오에게는 견과류 알레르기가 있어서 먹기만 해도 생명이 위독해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쿠키를 먹지 않은 것에 안도하면서도 자신의 행동이 너무 나쁜 엄마 같다고 생각한다. 셀린은 그렇지 않다며 앨리스를 격려해 준다.

 

애들을 재우고 밤중에 부부들은 서로 술을 마시며 또다시 파티를 즐긴다. 이때까지 시대가 몇 년도인지 안 나오는데 남편 중 한 명이 케네디는 너무 어린데 대통령이 됐다며 투덜대는 걸 보고 60년대라는 걸 알게 되었다. 이때 나름대로의 갈등 요소가 나온다. 사이먼은 앨리스가 애를 하나 더 낳았으면 하는 생각이 있었고 앨리스가 테오를 쉽게 가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앨리스는 기자 일을 다시 하고 싶어 했다. 셀린의 남편 데이먼은 약사였고 셀린은 간호사였는데 셀린 역시 애를 키우며 간호사 일을 관둔 상태였다. 남편들의 이야기에 지친 셀린과 앨리스는 따로 나와 대화를 나눈다. 앨리스가 셀린에게 일을 하고 싶다는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으며 생활이 괜찮냐 질문하는데 셀린은 맥스 동생을 낳을까 싶었지만 지금 이대로로 만족한다고 한다. 간호사를 관둔 것까지도. 그래도 셀린은 앨리스가 다시 일을 한다면 자신이 테오도 돌봐주겠다고 하며 꼭 다시 일을 시작하라고 응원해 준다.

 

어느 날 앨리스는 장미 울타리의 시든 장미들을 자르고 있었다. 장미엔 가시가 많아서 손이 찔리면서도 다듬고 있었는데 위험한 상황을 목격하게 된다. 학교에서 만들어왔던 새집을 나무에 걸겠다면서 맥스가 2층 발코니에 아슬하게 올라가 서있었다. 깜짝 놀란 앨리스는 맥스가 위험하다고 외쳤지만 청소기를 돌리고 있던 셀린은 그 목소리를 듣지 못한다. 앨리스는 아이들이 들어가던 개구멍으로 들어가 보려 했지만 가시 덤불인데다가 좁아서 들어가려다 포기하고 앞문으로 달려서 셀린의 집으로 들어간다. 2층으로 올라가서 발코니로 나가봤지만 상황은 이미 종료된 상황... 어디에도 맥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그 모습을 본 셀린은 소리를 지르며 아래층으로 뛰어내려간다. 앨리스가 정원으로 갔을 땐 머리가 피투성이가 되어 죽어버린 맥스를 안고 슬퍼하는 셀린의 모습이 있었다.

 

이후 셀린은 앨리스를 회피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한밤중 가족들 사이에서 히스테리를 부리며 셀린이 소리 지르는 모습도 목격되었다. 물론 앨리스도 자신이 조금만 더 빨리 갔으면 맥스를 구하지 않았을까 죄책감을 갖고 있었다. 테오가 집에서 안 보여서 찾아다니다가 울타리 너머로 셀린과 테오가 대화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이때는 아직 맥스의 장례식을 치르지 않은 상황이었다. 테오는 셀린을 위로해 주고 있었다. 앨리스는 뭐 하는 거냐며 테오를 다그치며 집으로 다시 오게 했지만 셀린의 눈빛은 왠지 모르게 앨리스를 원망하는 것처럼 차가워 보였다. 그날 밤 테오는 토끼 인형을 셀린네 정원에 두고 와버렸다며 가지러 가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미 늦은 시간이었다. 테오가 그 인형이 없으면 잠을 못 잔다고 해서 앨리스는 테오와 함께 잠을 자기로 한다.

 

장례식 날이 되었고 성당에서 장례식이 치러진다. 침통한 분위기 속에서 앨리스가 문득 셀린을 보게 된다. 검은 망사 너머 셀린의 눈빛에는 분노가 가득 차 보였다. 장례식이 끝나갈 무렵 관 속에 누운 맥스를 직접 가서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앨리스는 테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할 거냐 묻고 테오는 그러겠다고 했다. 근데 맥스의 관 안에는 테오의 토끼 인형이 들어가 있었다. 테오는 인형을 보자마자 자기 인형이라면서 시끄럽게 떼쓰기 시작했고 앨리스는 테오를 데리고 허겁지겁 나올 수밖에 없었다. 앨리스는 사이먼에게 토끼 인형이 테오의 애착 인형이라는 걸 셀린이 이미 알고 있는데 자기 맘대로 말도 안 하고 관 속에 넣은 거라며 일부러 그런 것 같다고 분노한다. 그렇게 사이가 돈독하던 앨리스와 셀린의 사이가 멀어지기 시작한다.

 

시간이 흘러 한 달 뒤, 학교에서 아이들의 학예회가 열렸고 엄마들은 학예회 준비를 도와주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셀린이 말끔하게 차려입고 학교에 나타난다. 다른 엄마들은 애가 멀리 떠나지 않았냐며, 학교에 올 일이 없을 텐데 무슨 일인가 하는 눈빛을 보낸다. 셀린은 미소를 지으며 주위를 둘러보다가 테오를 보자마자 쓰러져 버린다. 셀린은 아직 맥스를 잃은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기절했던 셀린이 일어나자 앨리스가 온다. 약간 냉랭한 분위기였지만 셀린이 앨리스를 피했던 걸 사과하며 자신의 불안정함을 털어놓는다. 셀린이 앨리스가 자신의 곁에 있어줬으면 좋겠다고 하자 앨리스는 그 마음을 받아들여준다. 그날 셀린의 초대로 앨리스 부부는 셀린의 집에 가게 된다. 응접실에는 앨리스만 나와있었고 음식이 준비되어 있었다. 앨리스가 2층으로 데이먼을 부르러 가긴 하는데 "나가기 싫다고!!!" 하며 소리 지르는 소리가 1층까지 들려온다. 어색한 분위기 속에 대화를 나누는데 셀린은 관 속에 테오의 인형을 넣은 것에 대해 사과한다. 자신이 앨리스를 원망했었다며 미안해한다.

 

이때 그랬나 좀 헷갈리는데 앨리스가 2층에 갔다가 데이먼의 방 문이 열려 있어서 안에 슬쩍 들어가 보는데 딱 봐도 술도 많고 방이 어지럽혀 있어서 심난한 마음 상태가 보였다. 앨리스가 나가려는 찰나 데이먼과 마주치게 되었고 데이먼은 앨리스를 문으로 밀어붙이더니 어깨에 얼굴을 기댄다. 그러면서 힘들고 지친 듯한 목소리로 테오의 죽음을 슬퍼하냐는 식으로 질문하고 앨리스는 그렇다 대답하며 공포를 느끼면서도 위로해 준다. 그 뒤 데이먼은 자기 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가버린다. 테오의 죽음 후 셀린네 가족은 삶이 무너져내렸다. 그 사이 테오는 셀린에게 질문 공세를 펼치고 있었는데 하필 내용이 아기에 관한 거였다. 테오는 셀린에게 애를 다시 가질 생각이 없냐는 식으로 물었고 셀린은 자신이 맥스 출산 과정 중 병을 발견해 더 이상 아기를 가질 수 없게 되었다는 걸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해 준다. 앨리스는 테오를 저지하고 셀린과 함께 발코니로 나가 담배를 피우며 대화한다. 앨리스는 셀린을 위로해 주기 위해 아무에게도 말한 적이 없었던 자신의 과거사와 죄책감에 대해 털어놓는다.

 

그건 앨리스가 어렸을 때 교통사고로 인해 가족들이 모두 죽었는데 자신만이 살아남았다는 이야기였다. 그때 이후로 불안증이 생겼다고 한다. 불안증은 시간이 지나며 없어진 줄 알았는데 테오가 태어났을 때 불안증이 심해졌고, 테오를 떨어트릴까 봐 한 달 동안 안지도 못했다고 한다. 결국엔 남편의 권유에 따라 정신 병원에 입원해서 치료를 받고 나왔다고 한다. 그러니 슬픔과 죄책감을 분리할 줄 알아야 한다고 한다. 이 말을 들은 셀린은 앨리스의 경우는 자신과 다르다고 한다. 그때 앨리스는 자동차 뒷좌석에서 잠을 자고 있었지만 자신은 맥스를 보고 있지 않았다며 자신의 잘못이 크다고 한다. 앨리스가 아픈 과거사를 밝혔지만 이건 셀린에게 그다지 도움이 되지 못했다.

 

셀린이 테오에게 선물이 있다며 자신의 집으로 초대한다. 테오는 셀린에게 우호적인 편이라 셀린을 금방 따라갔고 앨리스는 울타리를 걷다가 위에서 내려오는 비눗방울을 보게 된다. 이게 어디서 오는 건가 확인한 앨리스는 경악하고 만다. 맥스가 떨어져 죽었던 바로 그 발코니에서 테오가 비눗방울을 불고 있었기 때문이다. 놀란 셀린은 개구멍을 어떻게든 뚫고 나가 셀린의 정원으로 들어간다. 앨리스가 거기 있지 말라고 소리치자 셀린이 나와서 자기도 옆에 있었다며 위험하게 둘 생각은 아니었다고 한다. 앨리스는 이 사건이 셀린이 자신을 시험한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불안감에 휩싸이게 된다. 맥스가 위험할 때 덤불을 뚫고 들어갔다면 맥스를 구할 시간이 있었을지도 모르고, 테오가 위험해 보일 때만 덤불을 뚫고 왔다는 사실이 셀린에게 있어서 원망의 이유가 추가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찜찜한 사건 뒤 앨리스는 셀린을 경계하며 피하게 되었다.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생겼다. 곧 있을 테오 생일 파티에 셀린을 초대하고 싶다고 테오가 말했기 때문이다. 앨리스는 셀린을 초대하고 싶지 않았지만 테오가 계속 셀린을 부르고 싶어 해서 할 수 없이 생일 파티에 셀린을 초대한다. 셀린은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며 복잡한 감정을 느끼는 듯했다. 이때 진 할머니가 와서 셀린에게 말을 건다. 대화의 내용은 셀린이 이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거였다. 테오는 친구를 잃었고, 셀린은 아들을 잃었는데 셀린의 존재 자체가 앨리스 가족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면서 이런 자리에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셀린은 자신을 가족처럼 생각한다고 하지 않았냐며 서운함을 내비친다.

 

셀린이 앨리스와 맞닥트리자 자신이 뭔가 잘못한 게 있냐고 질문한다. 셀린도 앨리스가 자신을 피한다는 걸 느꼈기 때문이다. 그러자 앨리스는 셀린이 테오를 일부러 발코니에서 비눗방울을 불도록 놔둔 거 아니냐며 자신을 테스트 한 거냐고 질문한다. 그러자 셀린은 어떻게 그렇게 생각할 수 있냐며 테오와 자신은 서로 위안이 되는 존재라고 한다. 그런 아이를 위험한 일을 빠트릴 리 있겠냐 한다. 앨리스는 뭔가 찜찜했지만 그래도 셀린에게 진심이 느껴지는 거 같아 넘어간다. 앨리스는 창문 너머로 밖을 보다가 진 할머니의 거동이 뭔가 이상한 걸 발견한다. 그래서 정원으로 뛰쳐나가니 할머니가 몇 걸음 걷다가 쓰러져 버린다. 숨을 쉬지 않았고, 뒤이어 앨리스가 찾아와 맥을 짚더니 이미 숨을 거두었다고 한다.

 

 

이 청천벽력 같은 일을 앨리스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시어머니는 꾸준히 심장마비 약을 먹고 계셨기 때문에 심장마비로 돌아가실 리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진 할머니가 매일 심장마비 약을 먹는 것은 셀린도 알고 있었다. 앨리스는 이 일도 셀린이 꾸민 일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사이먼의 동의가 있는 것처럼 거짓말을 쳐서 부검 요청을 진행했다. 앨리스는 진 할머니가 죽은 울타리 근처에서 무언가를 찾아내는데 그건 바로 약통이었다. 하필 그 모습을 셀린이 지켜보고 있었고 앨리스는 약통을 숨기며 아무렇지 않은 듯 집 안으로 들어가 서랍에 있는 손수건 안쪽에 약통을 숨겨두었다. 그날 밤 아래층에서 쿠당탕하는 소리가 들려와 테오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까 앨리스가 테오 방으로 간다. 테오는 자리에 없었고 놀란 앨리스가 잠든 사이먼에게 찾아가 테오가 없어졌다며 소리치는데 알고 보니 테오는 사이먼과 함께 자고 있었다. 사이먼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빨리 자라고 한다.

 

부검 결과 진 할머니는 심장마비 약을 먹지 않았다는 것으로 판정되었다. 그 외에 다른 약물이 검출되거나 한 건 없었다. 앨리스는 셀린이 심장마비 약과 위약을 바꿔치기 해 진 할머니가 약을 먹지 못하도록 만든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약통을 찾아 증거를 찾아내려 하는데 서랍에 넣었던 약통이 사라지고 없었다. 셀린네 가족은 진 할머니의 죽음을 위로하며 앨리스 부부를 집으로 초대했다. 이때 테오도 함께 갔다. 셀린은 테오에게 맥스와 진 할머니는 둘 다 같은 곳에 있고 좋은 곳으로 간 거라며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위로해 준다. 셀린이 마실 걸 가지러 간 사이 테오가 셀린이 준비한 음식을 먹으려 하자 앨리스는 이따가 먹으라며 먹지 못하게 했다. 그러자 자리에 돌아온 셀린이 부엌에 또 다른 음식이 있다며 찾아서 먹어도 된다고 한다. 앨리스는 테오가 부엌에 못 가게 하려는데 도리어 사이먼이 테오에게 부엌에 가보라 한다. 테오는 부엌에 갔다가 호흡곤란을 일으킨다. 앨리스가 화들짝 놀라 가보니 테오가 땅콩 쿠키를 먹고 알레르기를 일으킨 거였다.

 

급하게 테오를 병원에 입원시켰지만 상태가 위독해서 중환자실에 입원하게 되었다. 테오의 생명이 위험해지자 앨리스는 셀린이 테오를 죽여서 자신에게 복수하려고 한 거라고 소리치며 병원에 찾아온 셀린을 공격한다. 사이먼은 그런 앨리스를 제지하고 둘만 있는 공간으로 가서 대화를 하게 된다. 앨리스는 진 할머니를 부검해 봤더니 심장마비 약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며 셀린이 이 모든 걸 꾸민 거라 한다. 서랍에 약통도 숨겨놨었는데 사라졌다고 하며 셀린이 몰래 집 안으로 들어와서 가져간 것 같다고 한다. 사이먼은 어떻게 자신의 동의 없이 부검을 진행했냐고 하면서도 앨리스의 말을 전혀 믿어주지 않는다.

 

앨리스는 땅콩 쿠키도 그 집에 들락날락할만한 애는 테오밖에 없는데 일부러 둔 거라며 셀린을 의심하자 사이먼은 테오를 부엌에 가라고 다시 말한 건 자신이었다고 한다. 대화 도중 사이먼은 병원 밖으로 앨리스를 끌고 나와 차 안으로 밀어 넣더니 사라졌던 진 할머니의 약통을 꺼내서 보여준다. 사이먼은 자신이 진 할머니가 죽은 장소에서 약통을 찾았다고 한다. 사이먼은 이 모든 걸 앨리스의 망상이라고 생각했다. 앨리스가 테오를 낳고 불안증을 겪었을 때 가족이 무너져내릴 뻔했다며 이번에도 그렇게 되는 꼴을 볼 수 없다고 한다. 사이먼은 앨리스를 다시 병원에 입원시키겠다고 협박까지 한다. 앨리스는 자신의 생각이 망상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사이먼은 앨리스를 믿어주지 않았다.

 

앨리스의 의심은 사라지지 않았다. 셀린이 자동차를 타고 외출한 걸 몰래 지켜본 앨리스는 비상 열쇠로 셀린의 집 안에 들어가 지하실에 간다. 분명 숨겨놓은 약이 있을 거라 생각해서였다. 하지만 약이 들어가 있을 보관함은 잠겨있어서 앨리스가 열 수 없었다. 타이밍이 안 좋게도 집 안에 무언가를 두고 나온 셀린이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지하실 문이 살짝 열린 걸 발견한 셀린이 지하실에 들어갔다가 형광등 줄이 흔들거리는 걸 보고 (줄을 당겨서 불을 끄고 켜는 구조) 다시 지하실 밖으로 나간다. 이때 앨리스는 숨어있었다. 시간이 조금 지난 뒤 앨리스가 다시 밖으로 나오자 기다리고 있던 셀린이 자기 집에서 무슨 짓을 하는 거냐 묻는다. 앨리스는 셀린에게 진 할머니의 약을 빼돌려 못 먹게 해서 죽인 거 아니냐 대놓고 말한다. 그러자 셀린은 어떻게 자신을 그런 괴물 취급하냐 한다. 셀린은 분노하며 집 열쇠를 빼앗고 앨리스를 내쫓는다.

 

그런 사건이 있었음에도 셀린은 보란 듯이 앨리스의 집 앞에 테오를 향한 커다란 선물 상자를 가져다 놓는다. 테오는 신나서 선물 상자를 뜯어보려 하지만 앨리스는 독 든 상자 가져가라며 셀린의 집 앞에 던져버린다. 그런 장면에 충격을 받은 것인지 테오는 사라져버렸다. 놀란 앨리스가 셀린의 집으로 쳐들어갔고 셀린은 무슨 일이냐며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행동한다. 앨리스는 2층 발코니로 올라갔고 그곳엔 맥스가 죽었던 자리에 선 테오가 자신도 진 할머니와 맥스가 있었다. 맥스는 평화로운 곳으로 가겠다고 한다. 맥스와 진 할머니가 좋은 곳으로 갔다는 셀린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죽으려 든 것이다. 그러면서 앨리스와 셀린이 싸우는 게 싫다고 한다. 다가가려 하자 테오는 오지 말라고 소리치고 셀린은 눈물을 글썽이며 테오에게 사과하기 시작한다. 자신이 땅콩 쿠키를 먹게 해서 미안하고, 그것 때문에 엄마가 화난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걱정해서 그런 거라며 테오를 잘 달랜다. 테오에게 다가가 발코니 난간에서 내려오게 하려는 순간 테오가 삐끗했고 셀린이 가까스로 붙잡는다. 테오, 셀린, 앨리스 세 사람은 서로 부둥켜안고 안도감을 느낀다.

 

셀린이 테오에게 위협적이라 생각했던 앨리스는 이 사건을 계기로 모든 것을 자신의 과대망상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다시 정신과 약을 복용하며 마음을 추스르는데 신경을 쏟는다. 기자 일을 하겠다는 마음도 접고 둘째를 낳겠다고 사이먼에게 말했다. 사이먼은 그런 앨리스를 보고 기뻐하며 회사 사람이 집을 내놔서 다른 곳으로 이사 갈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해준다. 이사는 2주 뒤에 가능하다고 했다. 앨리스는 이사를 간다는 말에 기뻐한다. 그렇게 두 사람이 안정을 되찾고 평화로워졌다. 앨리스는 셀린에게 2주 뒤에 이사 가게 되었다는 소식을 알렸고 셀린도 그게 당연한 거란 식으로 말해주지만 사실 다른 마음가짐을 갖고 있었다.

 

그날 밤 셀린은 데이먼에게 앨리스가 2주 뒤에 이사 가게 되었다는 소식을 전한다. 그러자 데이먼은 당연한 거 아니냐며, 맥스가 죽은 뒤 셀린이 테오에게 너무 집착하고 있었다고 말한다. 셀린은 데이먼과의 대화에서 분노를 느낀 게 틀림없었다. 맥스를 칭하는데 '내' 아들이라 말해서 '우리' 아들이라고 정정해 주기도 한다. 이건 누가 들어도 거슬릴만한 말이었다. 셀린은 연거푸 데이먼에게 술을 권했고 얼마 안 있어 데이먼은 완전히 곯아떨어진다. 사실 이건 술에 취한 게 아니라 약물에 취한 거였다. 셀린은 데이먼을 침대에 눕히고 왼쪽 손목을 칼로 스윽 그어버린다. 그리고 오른쪽 손 위에 피 묻은 칼을 올려두었다. 마치 스스로 죽은 것처럼... 솔직히 이 장면 나왔을 때 너무 갑작스럽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되게 뻔하게 줄거리가 흘러간다고 느껴졌다. 바로 다음 날 데이먼의 자살 소식이 들려왔고 앨리스는 그럴 리가 없다며 놀란다.

 

앨리스는 슬퍼하는 셀린을 데려와 방 안에 머물게 해준다. 이 상태에서 셀린이 혼자 있을 수 없을 거라며 며칠 자기 집에서 묵게 해줄 생각이었다. 갑작스레 셀린이 찾아온 거라 아무런 짐도 가지고 오지 않았기 때문에 앨리스는 셀린의 집에서 옷가지 등을 가져오기로 한다. 이때 셀린의 계략으로 사이먼은 약이 든 술을 먹고 데이먼처럼 잠들어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앨리스는 셀린의 집에서 옷가지를 챙기다가 지하실 보관함의 열쇠를 발견하고 지하실로 내려가 본다. 그 사이 셀린은 잠자기 전에 인사를 하러 왔다는 테오에게 잠 잘 오는 마법의 약이라며 클로로폼을 흡입하게 만든다. 앨리스는 지하실에 들어가 보관함을 열어보았고 빽빽한 약들과 클로로폼이 있는 걸 보고 바로 자신의 집으로 달려간다. 앨리스가 사이먼을 깨워보지만 약에 취해 꿈쩍도 하지 않았다.

 

테오가 걱정된 앨리스는 2층으로 올라가는데 숨어있던 셀린이 나타나 앨리스를 클로로폼으로 마취하려 한다. 앨리스는 셀린과 몸싸움을 벌이며 마취를 거부하다가 트로피 같은 걸로 앨리스를 내리치고 계단에서 구르게 만든다. 이 과정에서 셀린과 앨리스의 파탄 난 사이를 보여주듯 진주 목걸이가 끊어져 흩어졌다. 앨리스는 클로로폼을 흡입하는 걸 최대한 피해보려 했지만 약 효과를 느끼기 시작했고 무거운 몸을 이끌어 테오가 있는 방 안으로 들어갔다. 앨리스는 테오를 침대에서 끌어내려 데려가려 한다. 하지만 이때 제정신을 차린 셀린이 찾아와 테오를 끌어안고 있는 앨리스의 입에 또다시 클로로폼을 가져다 댄다. 그렇게 앨리스는 잠에 빠져들게 되었다. 셀린은 흩어진 진주 목걸이를 줍고, 약 성분이 묻은 컵을 설거지하고 모든 흔적을 없앤 뒤 가스 배기구를 일부러 옆으로 틀어서 가스가 유출되게 만든다. 보면서 아들 빼앗겠구나 싶었는데 결국 그렇게 되었다.

 

앨리스 부부는 불행한 가스 유출 사고로 인한 죽음으로 처리되었다. 법원에서 판사가 테오에게 셀린을 양모로 받아들일 것이냐는 질문을 한다. 앨리스는 이미 양모가 될 준비가 되어있었다. 테오는 셀린을 양모로 받아들이겠다고 하였고 두 사람은 법적으로 가족이 되었다. 셀린은 테오를 바닷가로 데려갔고 어떻게 할 거냐 질문한다. 그러자 테오는 바닷가에서 웃으며 빙글빙글 돌더니 모래사장을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달려가는 테오의 뒤를 셀린이 뒤쫓아 달려가며 영화는 끝이 난다. 부모를 잃고 시간이 얼마나 지난지 모르겠지만 테오가 쉽게 셀린에게 웃음을 보이는 게 별로 이해가 안 갔다. 애한테는 더 큰 충격일 것 같은데. 어쨌든 매우 찝찝하게 영화가 끝났다.

 

초반에 셀린이 이상하다는 걸 많이 보여줬었기 때문에 셀린의 행동이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닌데 극 후반부에서 갑자기 남편 죽이고 바로 앨리스 부부까지 죽여버리니까 개연성도 조금 떨어져 보이고 갑자기 후다닥 끝내버린 느낌이라 아쉬웠다. 줄거리도 생각보다 뻔하게 진행이 된 느낌. 진짜로 앨리스의 과대망상이 심해진 거고, 셀린은 나쁜 짓을 하지 않았고, 앨리스가 모든 행동을 다 해놓고 셀린의 탓을 하며 광기가 느껴지는 위험한 행동을 펼치게 되지 않을까? 하면서 내 나름대로 상상의 나래를 펼쳤는데 (뭐, 이것도 뻔하다면 뻔하긴 하다) 생각보다 후반부에 쉽사리 빠른 시간 내에 셀린의 범죄 행각을 보여주니 밋밋하다 느껴져서 실망했던 것 같다. 자극적인 영화를 많이 봐 온 편이라 그런지 셀린의 행동이 그렇게 광기 서린 느낌으로 느껴지지도 않았다. 물론 셀린이 한 행동이 정상은 아니었다. 그래도 영화의 몰입도 자체는 좋았고 배우들의 연기는 출중하니 취향에 맞는 사람은 괜찮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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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영화인데 오컬트물에다 좀비가 나온다는 얘기가 있어서 궁금해서 보게 되었다. 예고편도 안 봤고 스토리 정보는 엄청 대충 읽어서 뭔가를 촬영한다는 내용밖에 몰랐다. 영화 카페에서 스틸컷으로 보이는 걸 봤는데(알고 보니 포스터용 사진이었다) 좀비가 뭔가 허접하게 보여서 영화 속에서 촬영하는 영화의 내용인가? 싶었다. 근데 생각과는 전혀 다르게 진행됐다. 개인 취향이긴 한데 스토리적으로 파묘보다 더 재밌었다. 후반부가 살짝 늘어지는 감이 없지 않아 있긴 한데 그래도 몰입해서 봤다.

 

영화 보기 전에는 씬이 뜻하는 게 촬영할 때 00씬 처럼 영화 장면을 의미하는 건 줄 알았는데 죄를 뜻하는 씬이었다. 장르가 좀 뒤섞여 있어서 호불호는 갈리는 거 같긴 한데 난 좋았다. 참고로 그냥 오컬트 물이라고 할 수는 없고 정통 좀비물이라고 할 수도 없다. 근데 좀비 같은 건 나오긴 한다. 점프 스케어도 초반에 좀 있다. 난 갑툭튀에 좀 약한 편이라 초반 장면에서 약간 놀랐다. 별거 아닌 장면에서 놀라게 하는 부분도 약간 있다. 배우는 한 명 말고는 거의 처음 본 느낌이었는데 다들 연기를 잘해서 좋았던 것 같다. 주인공으로 나오는 여배우들도 매력적인 느낌이었다. 아래부터는 평소 쓰는 것처럼 스포일러 잔뜩 쓸 테니 영화 볼 사람은 안 읽었으면 좋겠다. 이 영화는 내용을 모르고 봐야 진짜 재밌을 거라 생각한다. 영화는 중간중간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부제목처럼 나온다.

 

(스포일러 주의)

 

시작엔 자막이 하나 나온다. 죄는 자신이 낳은 자식과도 같아서 부모를 잃어버린 아이가 부모를 찾아가듯이 죄가 죄를 지은 사람에게 다시 찾아간다는 이야기. 이게 왜 나왔나 싶었는데 애초에 죄와 관련된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근데 생각보다 영화상에서는 죄에 대한 걸 그다지 많이 강조하는 편은 아니다. 한밤중에 경찰차 두 대가 어딘가로 향해 가고 있고 상사로 보이는 경찰이 뒤차에게 경고등을 끄라고 한다. 차를 타고 한참 달리던 중 총소리가 난다. 시영은 유명한 영화감독 휘욱의 영화에 캐스팅이 되고 싶어서 오디션을 보러 간다. 근데 특이하게도 감독은 시영의 연기 테스트조차 보지 않고 그냥 합격을 시켜버린다. 시영은 얼떨떨하긴 했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은 시영이고 모든 걸 다 이끌어간다는 말에 그저 기분이 좋을 뿐이었다.

 

시영

시영은 버스를 타고 촬영지인 순천까지 간다. 반사된 버스 창문에 시영 얼굴 말고 다른 얼굴이 보였던 거 같기도 한데 잘 모르겠다. 시영은 버스에서 내린 뒤에 택시를 타고 더 깊은 곳에 있는 폐교로 들어가야 했다. 갑자기 택시가 멈춰서 미터기를 보니 가격이 찍혀있지 않았다. 범죄라도 일어날 듯한 뭔가 묘한 분위기라 다 도착 한 거냐 물어보며 왜 미터기를 안 찍었냐 하니 택시 기사는 여기까지 왕복 얼마나 걸리는 줄 아냐면서 높은 택시비를 부르려 한다. 이때 영화 스탭이 찾아와서 택시비를 내주려고 했던 거 같다. 카드 안 되냐고 물어본 거 보니 현금만 된다고 했던 모양이다. 또 다른 스탭은 시영에게 미안해한다. 원래 배우를 직접 데리러 가야 하는데 사정상 그렇게 못하게 됐다고 한다. 시영은 일단 영화 촬영장의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며 안으로 들어가는데 순간적으로 무언가를 느낀다. 보이지 않는 장벽을 통과하는 느낌이었다.

 

그러다 건물 위쪽 창문에서 사람 실루엣을 언 듯 보게 된다. 그때 시영은 다른 사람이 불러서 그랬던가 다른 곳을 보게 되는데 갑자기 그 창문 쪽에서 무언가가 뚝 떨어졌다. 사람인 줄 알았는데 그건 사람 모양의 더미였다. 원래 촬영하기 전에 테스트로 떨어트려 보려고 한 건데 타이밍이 안 맞아서 이렇게 된 거라 한다. 영화 스탭은 무전기 건전지가 다 닳아서 이런 사달이 났다면서 서로 티격태격하기도 한다. 시영은 너무 놀라서 폐교의 강의실 안에서 마음을 추스르고 있었다. 영화 스탭은 휘욱에게 배우가 너무 놀랐으니 나중에 촬영을 하자고 하는데 휘욱은 이 건물 하루 빌리는데 500만 원이 들었다면서 이 돈을 내줄 생각이 있으면 촬영을 진행 안 해도 된다고 한다. 영화는 주연 없이는 촬영 자체를 못 하는 상황이었다.

 

휘욱과 영화 스탭들이 복도에서 하는 대화가 시영에게도 전부 들렸기 때문에 시영은 그냥 촬영을 진행하기로 한다. 옷 갈아입을 곳을 안내해달라고 하는데 탈의실도 준비되어 있지 않아서 학교 화장실 내부에서 옷을 갈아입어야 했다. 옷을 갈아입는 도중 누군가가 화장실 문을 열었고 놀라며 다시 나갔는데 나간 여자가 시영에게 시영 언니 아니냐며 아는 척을 했다. 그래서 옥상으로 올라가 다시 만났는데 그건 채윤이었다. 그 사이 한 여자 촬영 스탭이 지하(?)의 배전반에서 환풍기를 끄려고 했다. 촬영에 소음이 들어가면 안 돼서 그런 거였는데 스탭은 어두운 와중에 배전반을 찾았으나 뭔가 묘한 분위기를 느낀다. 거기다 딸랑 하는 무당 방울 같은 소리까지 듣는다. 더 경악했던 건 벽면에 무언가 주술적인 느낌의 글씨들과 문양이 빨간색으로 그려져있었다. 시영이 화장실 안에 있었을 때였나? 비명 소리 같은 게 나자 어이없다는 식의 반응을 했었던 거 같다.

 

채윤

탈의한 시영은 옥상으로 올라갔고 채윤과 함께 서로 담배를 피우며 대화한다. 두 사람은 구면인 듯했다. 이때 대화 부분이 잘 기억 안 나는데 시영이 누군가가 죽은 이후로 갑자기 학교에 안 나와서 걱정했었다고 했다. 이 얘기가 화재 사건 얘기였던 건지도 모르겠다. 시영을 둘러싼 사고들이 몇몇 개 있었는데 그중 강조해서 나온 게 화재 사고로 여러 명이 죽은 사건이랑 차 사고로 인해 엄마가 죽은 사건이었다. 그 외에도 과거 시점으로 학생 시절에 어떤 여자애가 남자애에게 고백을 하고 키스를 하는 장면이 나오기도 한다. 시영은 채윤에게 사고 이후로 기억이 잘 안 난다고 한다. 불타는 건물에서 시영만 혼자 나왔던 장면도 나왔다. 어떤 여자가 시영에게 "사람들이 널 죽이러 갈 거야" 이런 식으로 말했던 걸 보면 이와 관련해서 뭔가 있는 듯했다.

 

촬영에서 시영이 해야 하는 건 춤이었다. 시영은 동영상대로 연습을 해오긴 했지만 춤에 감독이 원하는 무언가가 담겨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면서 지시사항 같은 게 없냐고 질문한다. 하지만 휘욱은 그냥 연습한 대로만 하면 된다는 식으로 말할 뿐이었다. 다른 촬영 스탭들은 잘했다고 칭찬해 주는데 휘욱은 뭔가 표정도 떨떠름하고 별 반응이 없어서 시영은 자신이 잘 하고 있는 건가 의문이 든다. 춤은 뭔가 괴기스러운 느낌이 물씬 풍겼는데 묘한 OST까지 깔려서 더 인상적으로 느껴졌다. 서스페리아 리메이크판에 나오는 춤도 약간 생각났다. 근데 인터뷰 찾아보니 실제 영화감독이 서스페리아 원작에서 영감을 받았고 분위기도 많이 참고했다고 한다.

 

점심시간 동안 시영과 채윤이 또다시 얘기를 하게 된다. 채윤은 시영의 춤이 정말 멋졌다면서 정말 잘 춘다고 칭찬해 준다. 하지만 시영은 주인공이 자기 혼자뿐인 줄 알았는데 아닌 데다가 휘욱이 대체 무슨 생각인지 잘 모르겠다는 식으로 하소연을 한다. 그러면서 채윤의 마음에 들어봤자 뭐 하냐, 감독 마음에 들어야 되지 않냐 이렇게 냉소적으로 말했다가 말실수라 깨닫고 채윤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한다. 채윤은 괜찮다고 했고 촬영을 하러 간다. 채윤은 옥상에서 시영처럼 춤을 추는데 역시나 뭔가 기묘한 느낌의 춤이었다. 이때 시영도 연습실에서 춤을 춘다. 어느 타이밍에서 나왔는지 좀 애매한데 시영이 연습실의 전면 거울을 보다가 무언가 잔상들이 지나가고 시영이 피를 토하며 소리를 지르는 장면이 잠깐 나온다. 눈 색깔도 바래있었다. 이때 방심하고 있었는데 갑툭튀라 좀 놀랐다. 잔상으로 스쳐 지나간 건 과거 회상 같았다. 시영은 이때부턴가 종종 코피를 흘리게 된다.

 

나중엔 시영과 채윤이 함께 옥상 위에서 춤을 추는 장면을 찍게 된다. 감독은 뭔가 아는 것처럼 혼자 "바라가 온다"라고 말을 하는데 그게 무슨 뜻인지 말해주지는 않는다. 촬영 순서는 잘 기억이 안 나긴 하는데 시영이 옥상 난간에서 팔을 벌리고 뛰어내리는 장면도 찍었었다. 근데 시영은 이 장면을 찍자마자 구토를 마구 해댔다. 이때 다른 촬영 스탭들은 건물 아래에서 더미로 사람이 떨어진 것처럼 꾸며놓고 CG로 처리하자, 너무 티 난다 이런 말을 하면서 멀리서 촬영을 하자 이런 말을 했다. 시영의 몸 상태 때문에 인형 같은 걸로 대체해서 찍는 건가 싶었다. 그중 한 스탭이 왜 환풍기 끄러 간 애가 안 오냐며 찾아오라고 시킨다. 찾으러 가는 스탭은 구시렁거리며 내려가다가 환풍기를 끄러 갔던 스탭과 마주친다. 남자가 말을 걸자 스탭이 갑자기 목에 송곳 같은 걸 찔렀고 난도질하기 시작했다.

 

시영은 몸 상태가 안 좋아 괴로워하고 채윤이 걱정해 주는 상황에 다른 스탭들이 이상한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어떤 이상한 사람들이 학교 건너편 건물 옥상에서 지하에 있던 빨간색 주술 그림을 그리고 있었던 것이다. 사람들이 저게 뭐 하는 건가 웅성거리는 와중에 피투성이가 된 스탭이 옥상으로 올라왔다. 사람들은 다친 거냐며, 당황하면서 수건 가져다주라고 허둥지둥 대는데 스탭은 옥상 난간에 올라가더니 팔을 벌리고 그대로 아래로 뛰어내려버린다. 이때 시영의 눈에는 스탭의 눈알이 사시처럼 돌아간 게 보였다. 아래에 더미와 함께 있던 남자 스탭은 죽은 스탭을 보고 놀란다. 흡사 그 스탭이 죽은 모습이 떨어져 있는 더미 같았다. 시영은 옥상 건너편의 주술 그림 같은 것에서 일렁거림을 느낀다.

 

아래를 내려다본 사람들은 큰일 났다고 하며 119를 불러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하는데 어째서인지 핸드폰이 권외 지역으로 뜨며 전화가 되지 않는다. 다들 어안이 벙벙한 사이에 또 다른 사건이 발생했다. 죽은 줄 알았던 여스탭이 갑자기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딱 좀비 영화의 그것이었다. 물론 다시 살아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근처에 있던 스탭을 물어버렸다.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고 공포를 느끼며 옥상에 남는 부류와 도망가는 부류로 나뉘게 되었다. 시영은 멍하게 그 자리에 서있었는데 채윤이 말을 걸어 정신을 차리고 함께 건물 아래로 내려가게 된다. 아래로 내려가는 사람들은 휘욱이 이끌었다. 가던 도중 좀비 소리가 나서 사람들이 무서워하자 휘욱은 고프로를 꺼내들어 사람들의 표정을 찍는다. 그러면서 생각보다 밋밋하다고 아쉬워하고 시영은 그 모습에 화를 낸다. 계단 위쪽에는 작동하는 CCTV가 있었는데 그걸 보고 이 상황이 애초에 계획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폐교에 작동되는 CCTV가 있다는 것 자체가 이상했기 때문이다.

 

한 군데 문을 열어봤다가 여 스탭에게 난도질당했던 스탭이 좀비가 되어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문을 닫자 머리로 쾅쾅 문을 두드려댄다. 손으로는 못 여는 거 같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아래쪽에 사물함으로 막혀있는 복도를 지나가기로 한다. 사물함이 꽤 높아서 여자들은 남자가 올려주고 남자들은 뒤이어 올라갔는데 어째선지 문을 못 여는 줄 알았던 좀비가 문을 열고 나왔다. 휘욱은 맨 뒤에 있어서 공격당할 찰나였고 앞서 먼저 가던 사람들은 죽어라 사물함 위를 기어간다. 그렇게 해서 바깥으로 나오긴 했으나 좀비의 수가 생각보다 많아졌다. 옥상에 있던 사람들이 문을 막다가 결국 돌파 돼서 다 좀비가 됐기 때문이다.

 

건물에서 나온 사람들은 일단 문밖으로 나가기로 한다. 죽어라 달려서 도착한 정문은 일부러 못 나가게 막아져있는 상태였다. 그뿐만 아니라 주술 의식이라도 한 건지 죽은 까마귀도 걸려있고 정상이 아닌 상태였다. 일행 중 한 명은 이까짓 것 넘어가면 그만이라며 담으로 달려나갔다가 쇠사슬에 묶여있던 좀비에게 습격당한다. 이때 어디서 난 건지 남자는 지렛대로 좀비를 패서 빠져나오긴 하지만 이미 물려버렸다. 또 다른 스탭은 언제 저런 좀비가 될 줄 모른다며 물려버린 남자를 지렛대로 완전히 죽여버린다. 일반 좀비들처럼 머리를 심하게 공격하면 죽는 듯했다.

 

이제 남은 건 지렛대를 가진 남자 스탭, 시영, 채윤이었다. 남자는 차를 가지고 와서 좀비들과 함께 문을 밀어버리겠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주차장으로 죽어라 뛰어나간다. 주차장으로 향해 달려가던 도중 채윤이 넘어져 버렸고 달려가던 나머지 두 사람은 그대로 달려나가버린다. 그렇게 채윤은 버려졌고 남자와 시영은 차를 탈 수 있게 된다. 채윤은 사람을 데리러 가야 하는 거 아니냐 하지만 남자는 이런 상황에 누가 누굴 챙기냐며 지금 조수석에 앉은 것만 해도 감사해야 할 판이라고 한다. 그렇게 해서 두 사람은 차를 타고 뒷문으로 가보려고 하는데 좀비가 나타나 차에 매달린다. 좀비를 겨우 떨어트리고 도로를 통해 도망가려고 하는데 어디선가 눈에만 빨간색이 칠해진 두건을 쓴 남자가 나타나 운전석을 향해 총을 쐈고 그대로 사고가 나버린다.

 

남자는 사고로 심하게 다쳐서 몸을 못 움직이는 상황이었고 근처엔 좀비가 뭉쳐서 다니는 상태였다. 남자는 살려달라고 하는데 시영은 남자가 말했던 것처럼 누가 누굴 챙기냐고 하며 도망가 버린다. 그러자 어디선가 좀비들이 나타나 사고가 난 남자를 뜯어먹어버린다. 시영은 컨테이너 건물 뒤에 숨었는데 나뭇가지를 잘못 밟아 소리를 내자 좀비 하나가 찾아와서 기웃거린다. 시영은 컨테이너 박스 안에 들어가 입을 막고 숨을 죽이며 좀비가 갈 때까지 기다렸는데 어디선가 염불 같은 주문을 외우는 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울려 퍼졌고 좀비들은 전부 그 소리를 듣고 어딘가로 향해 달려간다. 살았다 안도하는 시영의 뒤에 누군가가 나타났는데 그건 죽은 줄 알았던 감독 휘욱이었다.

 

휘욱

시영은 이 모든 일의 발단이 휘욱이라 생각한다. 전부 휘욱이 만든 일 아니냐 하자 휘욱은 자신도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다고 한다.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시영은 엄청나게 경멸하면서 휘욱에게 침을 뱉고 욕을 한다. 휘욱도 화가 나서 시영을 때리려다 참고, 상황이 이렇게 된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우리와는 다른 세계에 사는 듯한 나이 많은 여자가 자신에게 엄청난 돈을 주며 제안을 했다고 한다. 그것은 바로 구마 의식 같은 거였는데 정확히 말하면 죽은 자를 되살리는 의식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게 바로 시영과 채윤이 낮 동안 춘 춤이었다고 한다. 휘욱이 이 일을 받아들이게 된 건 돈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가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죽은 사람이 다시 되살아나는 영상 때문이었다. 빨간 두건을 쓴 사람들은 죽은 사람을 주술로 되살리고 목을 쳐서 완전히 죽였다고 한다. 휘욱은 그런 날 것을 찍을 기회가 얼마나 되겠냐며 딱 한 시간만 촬영을 도와주면 도망가게 해주겠다고 제안한다. 시영은 어쩔 도리가 없어서 휘욱을 따라나서려고 하는데 휘욱이 문을 열자마자 머리에 총을 맞는다.

 

휘욱을 쏜 경찰은 컨테이너 안에 들어오더니 휘욱의 고프로를 보고 영상까지 찍었다며 투덜댄다. 경찰은 휘욱만 있을 줄 알고 있었던 건지 여자도 있는데 어떻게 하냐고 한다. 일단 시영은 끌려나간다. 시영은 제발 그냥 이곳에서 나가게 해달라고 자신은 아무것도 모른다고 한다. 경찰은 진짜 민간인인 거 같다며 어떻게 해야 하나 하고 있는데 다른 경찰이 차 사고가 난 뒤 자동차 안에서 좀비에게 남자가 죽었던 자동차를 발견한다. 물론 그 남자는 좀비가 되었다. 시영은 경찰들이 어리둥절할 때 도망쳐버린다. 귓가에서 도망가라는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숲속으로 도망쳤는데 경찰 한 명이 시영을 뒤쫓는다. 이때 두 명의 경찰은 눈 부분만 빨간색으로 칠해진 두건을 쓴 총 든 집단과 마주하게 된다. 경찰들은 다른 용건으로 온 거 같았는데 두건 패거리랑 맞닥트리게 된 것이다.

 

이 와중에 시영을 쫓아간 경찰은 시영을 붙잡는데 성공했고 그도 빨간 두건 패거리랑 대치한다. 빨간 두건과 경찰은 대치 끝에 서로 쏘게 되었는데 경찰이 죽자 빨간 두건 쓴 남자는 두건을 벗더니 "너였구나. 평범하게 생겼는데..."라고 말하며 숨을 거둔다. 빨간 두건 패거리는 총소리를 듣더니 우리 총이 아닌데?라면서 바로 알아차린다. 시영은 바로 도망치는데 가던 도중 채윤과 맞닥트리게 된다. 시영은 아까 두고 와서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채윤은 이런 상황에 그럴 수 있다고 하며 함께 도망가려 한다. 그런데 그동안 힘들었던 게 북받쳤던 건지 울음을 터트린다. 이때 채윤은 시영을 달래주면서도 멀리서 빛나는 불빛을 발견한다. 그렇게 두 사람은 불빛을 따라 주유소에 도착하게 되었다. 주유소 화장실에서 시영이 세수하는데 갑자기 "엄마가 지켜줄게"라는 소리가 들리더니 피투성이의 엄마가 웃는 모습이 거울에 비친다.

 

과거 시점 이야기가 나오는데 시영의 엄마는 교통사고로 죽었다. 시영의 엄마는 이전에 정신 문제로 병원에 입원한 건지 병원에서 울다 웃으며 시영에게 "사람들이 알게 되면 널 죽이려고 할 거야. 엄마가 지켜줄게"라는 말을 했었다. 하지만 시영은 그런 엄마에게 차가운 목소리로 "지켜준다면서 왜 나를 죽이려고 했어?"라고 말을 한다. 시영은 엄마에게 살해당할 뻔한 전적이 있었던 것 같다.

 

시영은 목이 말랐는지 작은 생수 한 통을 비웠고 채윤은 주유소 사장에게 말해서 경찰에 신고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점점 시영의 눈이 감기기 시작한다. 채윤이 약 탄 물을 먹인 것이다. 시영이 눈을 뜨자 의자에 포박되어 있었고 얼굴에는 주술에 쓰일 법한 빨간 문구의 불빛이 비치고 있었다. 앞에는 아까처럼 눈에만 빨간 칠이 칠해진 두건을 쓴 사람들이 서있었다. 그중 한 명은 두건을 벗고 나서는데 그 사람은 시영에게 왜 이런 상황이 된 건지 설명을 해주기 시작한다. 이렇게 된 건 모두 시영 때문이라고 한다. 시영 때문에 모두가 괴물이 되었다고 하며 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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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회장

학창 시절 시영은 준희(조금 헷갈린데 이렇게 들었다. 틀리면 나중에 수정)라는 남자애를 좋아했다. 러브레터를 건넸지만 거절당했고 시영은 앙심을 품었다. 그 때문인지 준희는 얼마 안 가 교통사고로 죽게 됐다. 택시 기사는 음주를 한 상태도 아니었고 자신조차 뭔가에 홀린 것 같았다고 말했다. 심지어 택시 기사는 무사고 경력을 가졌다. 아들을 잃은 슬픔에 준희의 엄마는 장례 도중 자살을 해 죽고 말았다. 준희를 좋아하던 다른 여자애마저 자살로 목숨을 잃고 말았다. 모든 걸 지켜본 윤회장은 분노했다. 여동생과 조카를 둘 다 잃은 슬픔에 분노한 윤회장은 택시 기사에게 합의를 해주고 따로 찾아내 총으로 죽여버렸다. 그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 자신이 홀로 살아남은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건 바로 진짜 복수를 위해서였다. 진상을 알게 된 건 윤회장을 찾아온 무당 채윤 때문이었다.

 

윤회장은 시영에 대해 더 자세히 알게 되었다. 시영은 이상한 존재였다. 시영이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죽어나갔다. 준희가 죽었던 학교에서도 26명이 죽었던가 그랬다. 시영 주변에서 사람들이 죽어나가자 학교에서도 소문이 퍼져 시영은 일이 터질 때마다 옮겨 다니며 살게 되었다. 시영이 가진 능력은 생각만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시영의 엄마는 시영이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는 것을 알고 약물을 투약해 죽이려 했다. 하지만 시영은 보통 사람들과 달리 약물 같은 게 먹히지 않았다. 시영은 인간보다 악마에 가까운 존재였기 때문이다. 이 사건으로 시영의 엄마는 병원에 입원했다.

 

어느 날 입원한 엄마는 무슨 이유에선지 병원에서 나올 수 있었다. 엄마는 시영에게 찾아가 같이 차를 타고 얘기를 하자고 하게 된다. 시영은 달갑지 않았지만 차를 타고 간다. 하지만 엄마는 이때의 목표도 시영을 죽이는 것이었고 일부러 차 사고를 낸 것이었다. 인간(?)을 죽이는 것처럼 죽이는 게 불가한 시영은 멀쩡하게 살아남았다. 시영은 이 사고로 기억을 잃어버렸다고 했었는데 진짜 잃어버린 건지도 좀 의문이다. 이때 시영의 엄마는 시영에게 사람들이 없는 곳에서 살라며 악마라고 외쳤다.

 

채윤은 윤회장에게 도움을 주기로 했다. 채윤은 보통 방법으로 죽이지 못하는 시영을 죽이는 방법을 찾아냈다. 윤회장은 시영에게 왜 자신을 도와주냐 하는데 채윤은 죄를 지었으니 벌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라 말한다. 채윤이 찾은 시영을 죽이는 방법은 죽은 자를 되살려서 그 죽은 자들이 시영을 죽이는 것이었다. 촬영을 빌미로 결계를 친 학교로 시영을 끌어들였다. 그래서 시영이 자꾸 코피를 흘리고 속이 안 좋았던 것이다. 이 방법엔 많은 돈과 인력이 필요했으므로 채윤은 윤회장 밖에 할 수 없는 일이라 했다. 윤회장은 가족의 복수를 위해 이 일에 동참했고 휘욱에게 큰돈을 주며 이 일을 꾸민 것이었다. 학교에 CCTV가 있었던 것도 전부 윤회장이 설치한 거였다. 참고로 시영을 보고 평범하게 생겼다 말했던 남자는 준희의 아빠였다. 이 모든 걸 들은 시영은 그저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이때 옥상에서는 채윤이 무복을 입고 무언가 의식을 하고 있었다. 윤회장은 시영에게 총을 쏘기도 하는데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다. 이후 시영은 계속해서 피를 토하는 등 괴로워했다.

 

윤회장은 주문 소리로 좀비들을 끌어모은 뒤 빨간 두건 패거리에게 좀비를 유인 시킨다. 두건 패거리에게 간 좀비는 사살 당했다. 이내 좀비들은 의자에 시영이 있다는 걸 알고 몰려들었고 물어뜯기 시작했다. 얼마 안 있어 시영의 머리가 뜯겨 바닥을 굴렀다. 그렇게 시영이 죽자 윤회장은 모든 걸 체념한 듯 옥상에 올라가 권총으로 자살을 했고 채윤은 굽이진 길을 따라 차를 몰아 집으로 돌아간다. 이때 뉴스에서 택시 기사가 사고로 죽었다는 등 시영과 관련됐던 사람들의 사고 소식이 나온다. 처음엔 이 시점에서 이렇게 끝나는 건가 싶었는데 또 이어져서 뭐지 싶었다. 채윤의 집에는 여러 무구들과 성경 책이 하나 놓여있었다. 조합이 좀 특이하네 싶었다. 근데 채윤이 거울을 보며 얼굴을 만지는데 어째서인지 거울엔 채윤의 얼굴이 아니라 시영의 얼굴이 있었다.

 

그러면서 다시 시영의 과거 시점이 나온다. 학창 시절 준희에게 고백을 거절당한 시영은 준희가 좋아하는 여자애의 모습으로 나타나 준희와 키스를 했다. 진짜 그 사람 얼굴로 변한 건 아닌 것 같고 홀린 것으로 보인다. 키스 뒤 제정신을 차린 준희는 시영을 밀치고 도망가 버렸다. 이후 앙심을 품은 시영은 준희의 몸에 빙의라도 한 건지(거울에 준희로 보인다) 집에서 준희를 조종해 사고가 나도록 만들었다. 준희의 죽음으로 준희가 좋아하던 여자애가 죽자 시영은 엄마 품에 얼굴을 묻고 울었다. 하지만 알고 보니 시영은 기쁨에 차 웃고 있었다. 엄마는 죽은 애가 친구지 않았냐며,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한다. 그래서 시영의 엄마는 다시 한번 시영을 죽여야겠다고 결심을 하게 된다.

 

다시 주유소 시점으로 돌아가자면 시영이 기절했을 때 채윤은 시영이 결계 안에서 힘이 약해져 약이 먹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윤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그다음 플랜을 실행시키려고 했는데 기절한 척했던 시영이 쓰러진 채로 채윤을 비웃으며 그렇게 된 거였구나? 하며 모든 계획을 알게 되어버린다. 채윤은 그 근처에 있던 물건으로 시영을 때리려고 했지만 무슨 보호막이라도 있는 것처럼 물건이 몸에 닿지도 않았고 오히려 시영의 힘으로 채윤이 날아가 버렸다. 그렇게 쓰러진 채윤의 손목을 시영은 삽으로 찍어버렸다. 채윤이 힘을 못 쓰는 사이 시영은 자신이 채윤인 것처럼 사람들을 홀렸고 윤회장의 수족들(경찰들과 대치했었던 두건 남자들)이 찾아와 채윤이 시영인 줄 알고 차에 실어갔다. 그렇게 채윤은 학교 의자에 시영 대신 묶이게 되었다. 채윤은 피를 흘리며 속고 있다고 외쳤지만 윤회장의 눈에는 그저 시영이 애원하는 것처럼 보였다.

 

옥상에서 무복을 입은 시영이 채윤인 것처럼 연기를 하고 있었다. 살려달라고 애원을 했다. 아마 그동안 시영은 이런 식으로 다른 사람을 홀리거나 죽여온 것 같았다. 채윤은 결국 좀비들에게 뜯어먹혀 죽게 되었다. 시영은 채윤의 집에 돌아와 모든 걸 흡족하게 여기고 있었다.

 

경화

무복을 입은 여러 무당들과 제일 급이 높아 보이는 무당이 있었다. 그 무당은 바로 채윤의 신어머니였다. 경화는 채윤의 유골 가루를 강에 뿌리며 죽는 것도 다 순리라며 죽음엔 휴일도 없다고 농담 같은 걸 던지자 다른 무당은 그래도 신딸이었는데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냐고 한다. 경화와 채윤이 대화하던 과거 회상 씬도 나오는데 경화는 채윤이 시영을 죽이려는 것에 대해 반대했다. 죽은 자를 되살리는 것부터 섭리에 거스르는 것이고, 때가 되면 방법이 생길 거라 했다. 하지만 채윤은 지금 그대로 있으면 오히려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될 거라며 시영을 죽이는 걸 물러서지 않겠다고 했다. 채윤이 "어머님의 길을 걷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말한 거 보면 뭔가 예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경화는 구마 사제로 추정되는 신부들과도 대화를 한다. 아마 시영 때문에 만난 거 같은데 만나는 게 영화의 거의 끝부분이라 자세하게 안 나와서 내막은 알 수 없다. 만약에 2편이 나온다면 뭔가 풀어나갈 수도 있겠지만... 경화가 그 자리를 떠나는 것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다른 영화들에 비하면 저예산이고, 저예산 공포 영화치고 재밌는 영화는 거의 전무했던 거 같아서 기대를 전혀 안 하고 보러 갔는데 정말 재밌었다. 나름 신선한 장르 혼합에다 반전도 있고 배우들 연기도 좋았다. 완전 완벽한 영화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봐서 좋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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