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묘 (Exhuma), 2024 [결말 스포] :: 꿈과 갈망의 틈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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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

 

원래 공포 영화를 좋아하고 오컬트도 좋아해서 보러 가게 되었다. 근데 후기를 보면 호불호가 심하게 갈려서 조금 걱정됐다. 중후반부에서 장르가 판타지로 바뀐다는 말까지 있어서 그게 특히 걱정되었다. 판타지를 싫어하는 건 아닌데 자주 찾아보는 장르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근데 애초에 감독은 공포 영화로 영화를 만든 게 아니라고 하기도 했고 해서 일단 그냥 봐보기로 했다. 영화는 6장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은 4장부터 인 것 같다. 중간이 갑자기 끊기는 느낌이 살짝 드는데 이건 감독이 일부러 의도한 거라고 하니 의도한 대로 영화는 만들어진 것 같다. 이 영화에서 나온 대사가 생각나는 대목이다. 여우가 범의 허리를 끊었다.

 

1. 음양오행

영화의 처음 장면은 무당 화림과 봉길이 비행기에 탄 장면부터 시작한다. 승무원은 화림에게 일본어로 말을 걸고 화림은 일본어로 자신은 일본인이 아니라 한국인이라고 말을 해준다. 여러 의미를 생각할 수 있겠지만 감독 인터뷰를 읽어보니 이 장면을 넣은 건 화림이 일본어를 할 줄 안다는 걸 보여주려고 한 것 같았다. 화림과 봉길이 비행기를 탄 건 로스앤젤레스에 살고 있는 의뢰인 박지용을 만나러 가기 위해서였다. 지용이 화림과 봉길을 부른 건 당연히 보통 사람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현상들 때문이었다. 자신의 형은 정신병원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했고 현재는 자신의 아버지마저 환각과 환청을 듣는 상태다. 그뿐만 아니라 신생아 아들까지 상태가 안 좋아 병원에 입원한 상태라고 한다. 집을 둘러 본 화림은 묫바람 때문인 것 같다고 한다. 화림은 지용에게 이장할 것을 제안한다.

 

화림은 실력 있는 풍수사인 지관 김상덕과 전직 대통령까지 염했다는 실력 있는 장의사 고영근을 불러 돈을 줄 테니 같이 일을 하자고 제안한다. 이 제안 얘기가 나오기 전에 또 하나의 이장 이야기가 잠깐 나온다. 상덕은 이장을 위해 무덤을 판 뒤 흙을 먹어보고 향기롭다며 정말 좋은 자리라고 한다. 하지만 영근이 꺼낸 유골을 맞춰보고 틀니가 없다는 걸 알게 된다. 가족들 꿈에 할머니가 나왔던 건 틀니가 없어서 못 먹어서 그런 거라 하며 혹시 누가 가져갔냐고 물어본다. 그러자 손자가 울면서 할머니를 기억하고 싶어서 가져온 거라며 운다. 그러자 다른 가족들이 손자를 껴안으며 함께 운다. 이상적인 가족의 모습이었다.

 

2. 이름 없는 묘

화림과 봉길을 만난 상덕과 영근은 거액의 돈을 만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안 그래도 화림은 의뢰자가 엄청난 부자라면서 5억을 주겠다고 했고 상덕은 아마 화림이 더 많은 돈을 받았을 거라 생각한다. 세 사람이 차를 타고 지용을 따라간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넘어 찾아간 곳은 음산함이 감도는 산이었다. 상덕은 산을 올라가는 도중 여우를 여러 마리 보았고 이를 심상치 않게 여긴다. 거기다 무덤 상태를 보니 상태가 정말 안 좋았다. 심지어 비석에 이름조차 없었다. 알 수 없는 숫자만 나열되어 있을 뿐. 상덕은 흙을 먹어보는데 맛이 안 좋았는지 내뱉어버린다. 여긴 악지 중에 악지라면서 대체 이런 곳에 누가 묫자리로 선택한 건지 모르겠다고 하는데 지용은 기순애(기수네)라는 스님이 지정해 준 거라고 한다. 상덕은 이렇게 여우가 돌아다니는 곳에는 절대로 묫자리로 삼지 않는다며 괜히 건드렸다가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고 하며 이장을 거부한다.

 

그렇게 해서 일단 그 장소에서 벗어나고 지용은 다시 네 사람과 함께 모여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다 지용은 은근슬쩍 자식 이야기를 꺼낸다. 상덕은 독일인과 결혼을 앞둔 임신한 딸이 있다면서 우주 과학 쪽을 전공했다고 딸 자랑을 한다. 지용은 그 이야기를 놓칠 새라 자신의 아들 사진을 보여주며 몇 번의 유산 끝에 낳은 아이라면서 꼭 도와달라고 한다. 지용은 그 사진이 마음에 걸려 결국 이 일을 해주기로 마음먹는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지용은 관을 뜯지 말고 (염을 하지 말고) 그냥 관 채로 화장을 해달라고 부탁한다. 일단 그러기로 하고 안 좋은 일이 일어나는 묫자리인 만큼 대살굿과 파묘를 동시에 진행하기로 한다. 이때 지용의 고모도 굿을 구경하러 온다. 고모는 무덤을 파는 것 자체를 꺼리는 느낌이었지만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동참하게 된 거였다.

 

화림은 5개의 돼지 시체를 꺼내고 돼지띠의 인부들에게 피를 묻히고 대살 굿을 시작한다. 대살 굿은 화를 돼지에게 옮기는 굿이었다. 이때 가족들이 파묘의 시작을 알리고 굿과 동시에 무덤을 파기 시작한다. 화림은 칼로 자신의 얼굴을 긋거나 다리를 긋는 등의 행위를 하며 굿을 진행했고 봉길은 옆에서 악기를 치고 장단을 맞추며 굿을 진행했다. 영근은 묘에서 나온 관이 향나무라면서 꽤 높은 사람의 관이라고 생각한다. 굿과 파묘가 끝나자 관이 운구차에 이동된다. 지용은 관을 열지 말라고 신신당부하고 돌아간다. 원래 화장을 하려면 여러 절차가 필요한데 상덕이 인맥을 동원해 그런 절차 없이 일을 끝낼 수 있게 해주겠다고 한다. 화림, 봉길, 상덕, 영근이 자리를 떠난 뒤 묫자리에는 돼지띠 인부들이 남아 정리를 하고 있었는데 창민이라는 인부가 여자 얼굴 모양의 뱀을 보고 화들짝 놀라 삽으로 목을 잘라 죽여버린다. 그와 동시에 여자의 비명소리가 울려 퍼지고 하늘에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한다. 참고로 일본에는 누레 온나라는 여자 얼굴의 뱀 요괴가 있다고 한다.

 

갑자기 비가 쏟아져내리자 상덕은 지용에게 전화해 이렇게 비가 오는 날에는 화장을 할 수 없다며 (고인이 좋은 곳으로 못 간다고) 비가 오지 않을 때 화장을 하겠다고 한다. 그래서 관은 영근의 인맥이 닿는 영안실에 놔두기로 한다. 이때 영안실을 관리하는 사람이 밥이라도 먹고 오라며 영근이 밖으로 나가게 만든다. 관 채로 안에 넣기는 애매하니까 영안실 자체의 습도를 관리해놓기로 했다. 그런데 영근이 자리를 비우자 관리인은 기다렸다는 듯 관을 열려고 시도했다.

 

이때쯤이었나? 상덕은 산으로 올라가던 도중 발견한 보국사에 가본다. 보국사 푯말에 풍수사를 상징하는 무늬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곳에는 보살이 한 명 있었는데 풍수사는 보국사를 만든 원봉 스님이었다고 한다. 상덕은 보살에게 저 산 위에 있는 묘지에 대해 아는 게 있냐 물었다. 보살은 여러 소문을 들었다고 하며 엄청난 부자여서 묘 안에 보물들이 들어있다는 소문도 있고 숨겨진 왕릉이라는 소문도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도굴꾼들도 많았다고 하는데 절 안에는 도굴꾼들의 물건도 보관되어 있었다. 그 안엔 말뚝 같은 것들이 여러 개 들어있었다.

 

3. 혼령

화림과 봉길이 관이 있던 곳으로 돌아왔을 땐 관리인이 관을 뜯고 있던 도중이었고 그들을 보고도 도망가지 않고 관을 굳이 뜯어놓고 도망친다. 다른 사람이 쓴 글 중에 혹시 홀려서 사람이 있는 걸 알고도 뜯은 게 아니냐는 글이 있었는데 일리가 있는 말 같다. 관이 열림과 동시에 무언가가 화림을 지나쳐갔고 화림은 그대로 쓰러져 버린다. 이후 화림은 병원에 입원하게 되는데 타격이 컸는지 코피까지 쏟는다. 영화 대사 그대로 관 안에서 겁나 험한 것이 나와버린 것이다. 100년 정도 그런 악지에서 묻혀있으면서 남은 건 한뿐이라 가족들을 해할 거라는 걸 안 화림은 그 관을 바로 불태워야 한다고 한다. 할아버지 귀신은 재빠르게 LA에 있는 가족들에게 바로 날아간다. 우선적으로는 자신의 아들. 이미 환청과 환각으로 시달리고 있던 휠체어 탄 지용의 아버지는 문을 열어달라는 할아버지 귀신의 말에 창문을 열어버렸다. 귀신은 들어오자마자 식탁에서 허겁지겁 무언가를 게걸스럽게 먹고 나서 자기는 배고프게 있었는데 너는 편하게 잘 살았네? 같은 뉘앙스의 말을 하고 지용의 아버지의 몸에 손을 넣어 심장을 잡고 죽여버린다.

 

거실 같은 곳에서는 지용의 어머니가 티비를 보면서 혼자 춤을 추고 있었는데 할아버지 귀신이 같이 춤을 추기도 한다. 영화 볼 때는 특이하네 이러고 말았는데 나중에 글을 좀 읽어보니 친일파 이완용의 소문 중에 아들이 자살한 것이 이완용 하고 며느리가 불륜을 저질러서라는 말이 있어서 그걸 넣은 게 아니냐는 게 있었다. 어쨌든 할아버지의 기준에서 며느리인 이 여자도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나뒹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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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의 심각성을 안 화림과 봉길은 혼 부르기 의식을 치른다. 화림이 징을 치며 경문을 외우는데 평소 목소리랑 되게 다른 느낌으로 노래 부르듯 읽어서 좀 신기했다. 개인적으로는 이 장면이 꽤 마음에 들었다. 이때 혼이 실릴 사람은 봉길이었다. 영근은 봉길이 묶인 금줄을 잡고 끌어당기는 역할을 했다. 화림은 할아버지 귀신에게 한을 풀고 가라고 했지만 할아버지 귀신은 자기 가족을 다 죽일 거라며 낄낄댔고 결국 도망쳐버렸다. 도망 친 할아버지 귀신이 향한 건 의뢰자인 지용이었다. 지용은 옷을 입은 채로 물이 든 욕조에 들어가 있는 꿈을 꿨다가 귀신 소리를 듣고 깨어났다. 이때 상덕이 전화해서 관이 열리는 바람에 큰일 난 상황이라 지금 그쪽으로 가고 있다고 말한다. 지용은 불안해하는데 갑자기 호텔 바깥에서 상덕의 목소리가 들려오며 빨리 열어달라고 문을 두드린다.

 

전화 너머의 상덕은 그건 자신이 아니라면서 문 쪽으로 가지도 말고 얘기도 하지 말라고 하며 창문 쪽으로 가라고 한다. 창문을 열면 할아버지가 지켜줄 거라 하고 지용이 창문으로 손을 댈 때 빨리 창문을 열라면서 찢어질 듯한 소리를 낸다. 바깥에 있는 상덕이 진짜였고 창문 밖에 있는 게 할아버지 귀신이었다. 할아버지 귀신은 창문을 열자마자 지용의 몸에 빙의 되었다. 상덕은 호텔 직원을 불러 문을 열었는데 그땐 지용에게 이미 빙의가 완전히 되어버린 상태였다. 지용은 꼿꼿하게 서서 팔을 들어 올렸는데 그건 흡사 군인의 모습이었고 그는 대동아공영권에 대해 말한다. 다른 사람들 글을 보니 이때 창문에 광화문이 아니라 조선 총독부가 보인다고 한다. 내가 영화 볼 땐 이 장면은 놓친 것 같다; 할아버지 귀신은 뼛속 깊이 친일파였던 것 같다.

 

이후 지용이 피를 토하며 빙의에서 풀려나고 상덕은 호텔 직원에게 구급차를 불러달라고 한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지용이 물을 벌컥벌컥 마시더니 일본어로 여우가 범의 허리를 끊었다고 말하는 것이다. 상덕이 못 알아듣자 한국말로 다시 말하고는 고개를 180도로 돌려 죽고 만다. 이때 귀신이 고개를 돌린 게 비췄다고 하는데 귀신 나올 때 꽤나 희미하게 나오는 터라 내가 또 놓친 것 같다; 할아버지 귀신의 다음 타깃은 증손자였다. 상덕이 이 일을 나머지 사람들에게 알렸고 사태의 위험성을 알고 바로 관을 태우기로 한다. 하지만 의뢰자의 동의가 있어야 했기에 바로 태우지는 못한다. 버튼만 누르면 바로 화장을 할 수 있게 준비를 했는데 지용의 고모가 망설이는 바람에 누르지 못한다. 그 사이 할아버지 귀신은 하얀 한복을 입고 나타나 아기의 앞에 손을 왔다 갔다 거리며 죽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기의 심박수는 점점 더 올라가고 고모는 말을 쉽게 꺼내지 못했다. 할아버지가 친일파인 것을 숨기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기가 죽을 수도 있다는 말에 화장을 허락했고 관이 불타는 것과 동시에 할아버지 귀신은 사라진다. 그렇게 해서 아기는 다시 정상 맥박으로 돌아왔고 아기는 살아남을 수 있었다. 며느리는 아기가 정상으로 돌아와 기뻐한다.

 

4. 동티

모든 것이 일단락되는 듯 보였으나 끝나지 않았다. 돼지띠 인부였던 창민이 이불을 꽁꽁 싸매고 상덕과 만난다. 그는 동티가 난 것 같다고 하며 자신이 잘라버렸던 여자 얼굴의 뱀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 무덤에 그대로 있으니 그 뱀 시체로 치성을 올려달라고 하는데 창민의 눈에서는 피눈물이 나온다. 상덕은 그런 모습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없었기에 다시 그 산으로 올라가 (자물쇠는 그냥 부숴버렸다) 다시 무덤을 판다. 그러자 정말 사람 얼굴의 뱀 시체가 나왔다. 문제는 그 밑에 또 하나의 무언가가 있다는 거였다. 그건 바로 첩장이었다. 처음엔 이 단어의 뜻을 몰라서 첩의 무덤인가? 했는데 첩장은 중첩되어 있는 관을 뜻하는 거였다. 보통은 명당자리에 묻히고 싶어서 본 주인 무덤에 몰래 넣는 경우가 있다는데 여긴 악지였으므로 매우 이상한 상황이었다. 그 무덤을 약간 파 본 결과 보통 사람의 관 보다 훨씬 큰 크기의 관이 나왔고 가로가 아닌 세로로 묻혀있었다. 상덕은 나머지 세 사람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지용의 가족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 한다.

 

5. 도깨비불

다른 건 한글+한자로 나왔는데 이건 한자 대신 히라가나로 오니라고 쓰여있길래 왜 그럴까 싶었다. 보통 도깨비불이면 鬼火라고 쓰기 때문이다. 근데 후반부 내용을 보니 오니 그 자체 이야기라서 그런 것 같았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나머지 사람들도 전부 모여 이 관에 대해 상의하게 된다. 화림은 느낌이 안 좋다고 하며 그냥 이건 뽑지 말자고 하는데 의외로 상덕이 뽑자고 의견을 낸다. 그래서 일단 그 커다란 관을 뽑아내고 차에 실어서 보국사로 향한다. 운구차에도 다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커다란 관이었기에 딱히 놓을만한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보살은 흔쾌히 창고의 물건들을 빼내고 관을 놓을 수 있게 해주었다. 혹시 몰라 찹쌀을 관 주위에 뿌리고 말 피도 뿌려두었다.

 

이후 지용의 고모에게 연락해 관에 대해 물어보았고 (관은 밖에서도 열지 못하도록 철조망 같은 것이 쳐져 있었다) 고모는 이 관에서 대해 아는 게 없다고 한다. 상덕은 묘 주인인 할아버지가 친일파였고 그에 대한 벌로 이런 악지에 묻힌 것 같다고 말하니 고모가 기순애에 대해서 얘기해 준다. 평생 일본에 충성하며 살아온 아버지라서 일본의 풍수사인 기순애에게 묫자리를 받은 건데 왜 그런 악지를 준 건지 모르겠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관을 알아서 처리하라 하고 고모는 돌아간다. 일행은 그 관을 날이 밝는 대로 화장하기로 했다.

 

보살은 상덕과 화림 일행에게 국수도 끓여주고 술도 준다. 그렇게 훈훈한 시간을 보내고 잠을 청하는 일행들. 화림은 자동차에서 잠을 청하려 하는데 이때 광심이라는 다른 무당에게 기순애에 대해서 물어본다. 광심은 기순애의 본명이 무라야마 쥰지고 여우 음양사라는 별명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얘기해 준다. 화림의 스승이 이 음양사를 만난 적이 있다고 한다. 참고로 기순애는 일본어 발음인 키츠네(여우)를 뜻하는 거였다. 화림은 기분이 이상하다고 말을 하는데 이때 할머니 귀신이 비친다. 아마 화림이 모시는 몸주신인 듯했다.

 

한밤중에 관이 놓여있던 자리에서 들려오는 이상한 소리에 보살이 나가본다. 봉길은 잠을 자다가 가위에 눌려 깨게 되는데 이때 영근도 가위에 눌린 듯한 행동을 취한다. 봉길의 배 위에서 통통 튀며 보살은 자기 간이 없어졌다고 중얼거린다. 옷 이야기도 했었다. 모습은 보통 모습이 아니라 배가 찢기고 다친 모습이었다. 봉길은 바닥에 무언가 한자 같은 걸 써서 깨어난다. 봉길은 보살을 찾아 나갔다가 돼지들 소리 때문에 축사 쪽으로 갔고 그곳에서 몸이 찢겨 죽은 돼지들과 몸이 찢겨 죽어나가는 외국인 노동자를 보게 된다. 근처에는 이미 죽어버린 보살의 시체도 있었다. 놀란 봉길은 화림을 깨우고 관을 놓아두었던 창고로 들어가는데 관이 찢겨 있었고 천장이 뚫려있었다. 찹쌀과 말 피는 차마 건드리지 못해서 하늘로 솟구친 듯했다. 화림은 관 안에서 투구 하나를 발견했고 봉길은 나머지 사람들을 깨우러 갔다.

 

화림이 안에서 살펴보는 동안 바깥에서 엄청나게 큰 소리가 들려왔고 그 소리의 출처를 확인해 보니 거구의 사무라이 갑옷을 입은 무언가였다. 사무라이는 화림이 안에 있다는 걸 깨닫고 말을 건다. 인간이냐 묻자 화림은 그렇지 않다고 하며 고개를 바닥에 조아리고 부하라고 말한다. 사무라이는 은어와 참외를 준비했냐고 물으며 적장의 머리를 잘라왔다며 바닥에 잘린 사람의 머리를 내던진다. 화림은 겁을 먹었고 사무라이는 화림의 행동이 이상하다 생각했는지 창고 위쪽 구멍으로 화림을 확인하고 인간이라는 걸 눈치챈다.

 

인간이라는 걸 알자마자 사무라이는 화림을 죽이려 한다. 그러자 봉길이 쇠막대기를 들고 찾아와서 사무라이를 찌르려 하지만 전혀 타격이 없었다. 오히려 봉길이 사무라이에게 잡혀 보살처럼 간이 뜯겨 죽을 위험에 처했다. 이때 사무라이의 얼굴이 자세히 보이는데 머리 위에 두 개의 뿔이 돋아나 있었다. 이 사무라이 거인은 바로 오니였던 것이다. 화림에게도 공격하려고 다가가려 하는데 닭 울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오니는 걷다가 승탑을 발견하더니 승탑! 이러더니 합장하고 경을 외우기 시작한다. 갑자기 오니의 온몸에 불이 붙더니 말 그대로 도깨비불이 된다. 불덩이가 돼서 하늘 위를 막 날아다닌다. 개인적으로 도깨비불이 상당히 멋지다고 생각했는데 (뭐, 오니긴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CG가 아니고 진짜 불이었다고 한다! 어쩐지 CG 특유의 느낌이 안 들었다. 솔직히 아무리 잘 해도 아직까지 CG는 뭔가 좀 어색한 느낌이 없지 않아 있는데 확실히 진짜는 진짜구나 싶었다.

 

도깨비불은 한참을 하늘에서 춤을 추다가 다시 자신이 묻혀있었던 땅 안으로 들어가 버린다. 이때 세 사람은 홀린 듯 불을 지켜봤고 나중에서야 정신을 차리고 봉길을 병원으로 데려간다. 봉길은 내장을 심하게 다쳤고 척추마저 다쳐서 큰 병원으로 옮기라는 말을 듣는다. 수술을 기다릴 때 화림은 봉길과 자신이 함께 하게 된 (봉길은 원래 야구 선수였는데 이 일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야기를 하며 자신이 무서워서 아무것도 못했다며 자책한다. 보통 귀신은 사람을 해할 수 없지만 정령은 실체가 있기에 이렇게 공격할 수 있었던 거라 한다. 상덕은 병원 액자에서 산 그림을 보다가 한반도의 척추, 백두대간이라는 글귀를 읽고 무언가 깨닫는다. 봉길이 척추를 다치게 된 것도 우연은 아니었을 것이다.

 

6. 쇠말뚝

봉길은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축사의 보살과 외국인 노동자가 죽은 것은 야생 곰이 저지른 일이라고 발표가 났다. 화림은 봉길의 병실에 무당 광심, 어린 무당 자혜를 불러서 도깨비 놀이를 하기로 한다. 상덕은 다시 보국사로 가서 창고를 뒤져보는데 그곳에서 도굴꾼들의 물건을 보게 되었고 사실 이들은 도굴꾼이 아니라 철혈단이라는 무리로 한반도에 박힌 쇠말뚝을 뽑는 사람들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들은 일본이 박아놓은 쇠말뚝을 찾아 뽑는 일을 하고 있었는데 이곳 한 군데에서 막힌 거였다. 그건 바로 한반도의 척추 부분. 이걸 깨달은 상덕은 그 쇠말뚝을 뽑아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묫자리에 한번 다시 찾아가는데 그곳엔 오니의 시체가 떡하니 박혀있었다.

 

화림, 광심, 자혜는 시루떡과 수육을 놓고 꼭 연극을 하듯 셋이서 돌아가면서 사투리로 얘기하며 봉길의 몸속에 있는 것에게 말을 건다. 봉길의 몸에 들어간 건 말하는 내용상 오니의 부하인 것 같았다. 세 사람의 이야기를 듣다 웃음을 터트린 그는 오니에 대해 찬사를 한다. 전쟁에서 만 명을 베어 죽였네 어쩌네 이런 이야기를 하고 광심의 뱃속의 아기를 바칠 거라는 흉한 소리도 한다. 그리고 자꾸 이상한 숫자를 일본어로 말하는데 그건 한반도의 척추가 되는 부분의 위도와 경도를 말하는 것이었다. 셋 다 죽을 거라는 오니 부하의 말을 끝으로 일단 도깨비 놀이는 끝을 낸다. 광심은 일본 귀신은 건드리는 거 모두 다 죽이지 않냐며 질색을 하지만 화림은 그럼 봉길이를 이대로 둘 거냐며 화를 낸다.

 

상덕은 화림과 영근과 다시 만났고 쇠 말뚝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여우가 범의 허리를 끊었다는 말의 의미는 이거였다. 상덕은 아무래도 그 오니가 묻혀있는 곳에 쇠말뚝이 있을 거 같다며, 그걸 뽑으면 봉길이 살 방도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였다. 영근은 일본이 쇠말뚝을 민족정기를 끊기 위해 꽂았다고 하는 건 잘못된 가설이고 현재는 측량할 때 쓴 거라 여긴다며 이건 99%라고 한다. 그러자 상덕은 1%는 어떻게 되는 거냐며 자신들도 그렇지만 앞으로 이 땅을 밟고 자랄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그건 뽑아버려야겠다고 한다. 화림은 오니를 없앨 수는 없어도 시선을 끌 수는 있을 것 같다며 30분 안에 쇠말뚝을 찾아 말 피로 씻어내야 한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화림은 광심과 자혜에게 이 일에 대해 말해주고 봉길이 위험해질 수 있으니 봐달라고 한다. 그래서 광심과 자혜는 봉길 대신 죽을 수 있게 닭도 한 마리 준비해 놓고 부적도 붙여놓았다.

 

화림은 상덕, 영근과 함께 은어를 잔뜩 싣고 묫자리가 있는 곳으로 향한다. 봉길의 살이 찢긴 곳이 금강이 안 써져 있는 곳이라서 온몸에 금강을 새기고 들어간다. 중간에 곰을 수색하던 군인들에게 걸리는데 대충 벌초하러 간다고 하고 통과된다. 그냥 보내주는 게 좀 의아하긴 했지만 어쨌든 쉽게 들어갔다. 화림은 오니가 나올 시간이 되자 산에 있던 커다란 당산나무에 연기를 피우고 묫자리부터 당산나무까지 은어를 놓아 오니를 유인한다. 오니가 은어를 주워 먹을 때 병실에 있던 봉길은 꼭 자신이 은어를 씹는 것처럼 입을 오물거린다. 그 사이 상덕과 영근은 오니가 있던 자리로 가서 쇠말뚝을 찾기 위해 땅을 열심히 판다. 이때 쓴 도구는 보국사에 있던 철혈단원의 이름이 새겨진 곡괭이였다. 상덕은 파다가 곡괭이가 빠지자 곡괭이 머리로도 열심히 판다.

 

그 사이 화림은 자신이 당산나무이자 산 주인인 것처럼 오니와 대화한다. 오니는 왜 지금 전쟁 소리가 안 들리냐는 식으로 얘기하고 화림은 전쟁이 이미 끝났다고 얘기한다. 오니는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면서 계속 전진! 전진! 거린다. 화림이 오니에게 왜 여기에 있는 거냐 질문하니 여우가 자신을 남산 신당에 모신다 해놓고 여기다 가둬버렸다고 한다. 이 오니는 무라야마 쥰지에 의해 본의 아니게 여기에 묻히게 된 거였다. 대화 도중 오니는 뭔가 눈치를 챈 건지 다시 묫자리로 향하려는 낌새를 보였고 마음이 급해진 화림은 봉길을 놓아달라는 식으로 얘기한다. 그러자 오니는 인간이라는 걸 깨닫고 간을 달라며 화림에게 다가간다. 이때 화림의 몸주신 할머니가 나타나 가로막는다. 화림은 도망치다가 영근을 만나고 쇠말뚝을 못 찾았다는 말을 듣게 된다.

 

이때도 상덕은 열심히 부러진 곡괭이로 흙을 파고 있었다. 이때 오니가 다시 불덩이가 되어 묫자리로 들어간다. 이때 상덕에게 보인 건지 어쩐 건지 오니가 이 땅에 묻히게 된 환영이 보인다. 사무라이는 죽은 뒤에 목이 잘렸고 커다란 몸에 불타는 칼이 꽂혔다. 그 뒤 머리는 다시 몸과 봉합되었고 쇠말뚝 그 자체가 되어서 무라야마 쥰지의 관리하에 친일파의 무덤 아래에 꽂히게 된 거였다. 철혈단 같이 쇠말뚝을 뽑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쉽사리 건드리지 못하도록 오니 쇠말뚝 위에 계급이 높은 친일파의 무덤을 묻은 거였다. 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상덕 앞에 또다시 오니가 나타나 자신의 부하가 될 거냐 간을 내놓을 거냐 말을 건다. 오니는 상덕의 얼굴을 보더니 금강을 외운 건 500년도 넘었다고 말하며 몸에 손을 찔러 넣는다. 공격 위치와 금강은 별 상관이 없었던 것이다.

 

화림은 공격을 멈추기 위해 말 피를 오니에게 들이부었고 오니는 괴로워한다. 이때 병원에 있던 봉길도 백마 피라면서 괴로워한다. 몸에서 연기도 난다. 오니는 이젠 화림과 영근을 죽이려 드는데 이때 상덕이 아픈 와중에도 풍수사 다운 기지를 발휘한다. 그건 바로 음양오행이었다. 뭐, 인터넷 찾아보니 틀렸다는 말도 있던데 어찌 됐든 상덕은 불타는 철에 대응할 만한 것으로 젖은 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피에 젖은 곡괭이의 손잡이로 오니를 공격하기 시작한다. 그냥 나무로는 안 되고 피에 젖은 것만 공격이 통하는 듯했다. 여러 번의 공격 끝에 오니는 칼에 잘린 것처럼 몸이 잘려 사라졌고 봉길은 병실에서 검은 피를 토하며 제정신을 차리게 된다. 광심은 봉길이 공격당하는 줄 알고 닭을 죽이려다가 자혜가 검은 피라고 해서 닭을 죽이지 않고 끝낸다.

 

그렇게 오니는 사라졌고 모든 것이 끝이 났다. 상덕은 심하게 다쳤기 때문에 구급차에서 이송되는 도중 자신은 이렇게 흙으로 돌아가겠구나.. 생각하며 죽음을 받아들이려고 하다가 아, 딸내미 결혼식! 하면서 정신을 퍼뜩 차리게 되고 살아남게 되었다. 다친 부위 때문인지 상덕은 밥을 못 먹고 있었는데 화림, 봉길, 영근은 죄다 상덕의 병실에서 밥을 먹어서 상덕이 여기가 맛집이냐! 하고 짜증을 내기도 한다. 시간이 지나 모두들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게 된다. 화림과 봉길은 굿을 하는데 화림은 굿을 하던 도중 오니가 생각나 깃발을 떨어트리기도 한다. 영근은 장례식장에서 시체 앞에서 찬송가를 부르던 도중 시체 얼굴을 제대로 못 보기도 하고 상덕은 건설 현장에서 왜 맘대로 건물 위치를 바꿨냐며 타박하는데 다쳤던 배에서 피가 배어 나온다.

 

그리고 또다시 시간이 흘러 상덕의 딸 결혼식이 되었다. 단체 사진을 찍는데 상덕은 딸에게 딸 배가 아빠만 하면 어쩌냐면서 신호 위반을 한 것에 대해 툴툴 거린다. 결혼식장에 화림, 봉길, 영근이 와있었는데 단체 사진 찍을 때 멀찍이 서있고 찍지 않으려 한다. 그러자 상덕은 가족 같은 사이 아니냐며 모두를 불러 같이 사진을 찍는다. 사진을 찍는 것을 마지막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내용을 좀 짧게 쓸 생각이었는데 쓰다 보니 길어졌다. 쓰기 전에 다른 사람들의 해석 같은 걸 엄청나게 읽었다. 솔직히 영화 다 보고 나서는 엄~청 재밌는 건 아닌데 그렇다고 재미없는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전체적으로 무난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몰입도 면에서는 꽤 좋았다. 두 시간이 넘는 영화인데도 몰입하고 봐서 그런지 시간이 금방 지나갔기 때문이다. 우려했던 후반부의 판타지스러운 부분은 살짝 깨는 부분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이 정도는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이었기 때문에 나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영화 보면서 의미나 해석 읽는 걸 매우 좋아하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는 많이 재밌었던 것 같다. 영화는 전반부의 음산한 분위기가 더 마음에 들긴 했는데 후반부도 생각보다는 괜찮았다.

 

줄거리 부분에 굳이 안 썼지만 주인공들이 타고 다니는 자동차 번호표에 의미가 있다든지 주인공들 이름이 독립운동가들의 이름이라든지 여러 의미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것저것 의미가 있는 것들이 많아서 나중에 영화를 다시 보게 된다면 놓쳤던 부분을 다시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컬트물을 좋아하면 봐도 괜찮을 거 같긴 한데 후반부에서는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을 거 같아서 누군가에게 추천하기는 애매하려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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