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
일단 제목이 좀 흥미가 갔고 재밌게 봤다는 사람들이 은근히 있는 것 같아서 어떤 내용일지가 궁금했다. 이 영화가 개봉하기 며칠 전엔가 배우 인터뷰를 읽은 적이 있어서 비정상적인 인물들이 나온다는 내용만 언뜻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서 얼마나 이상한 등장인물들이 나올까 좀 기대가 된 것도 있었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든 생각은 또라이와 사이코패스의 만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냥 둘 다 또라이 같았다. 개연성이 약간 부족한 부분이 없지 않아 있긴 했지만 그래도 재밌게 봤다.
공인중개사인 구정태의 나레이션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정태는 관찰하기가 취미인 남자였다. 그는 공인중개사 카페에서 ‘개미 아빠’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며 사람들에게 착실히 좋은 평판을 쌓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는 남들이 상상도 못할 이면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남들을 훔쳐보는 변태였다는 것이다. 심지어 자신은 나쁜 짓을 하고 있다고 생각조차 안 한다. 그저 다른 사람의 집에 들어가 구경할 뿐이라 생각한다. 그는 자신의 직업을 이용해 손님들의 열쇠로 서슴없이 집안을 들여다본다. 자기 딴에는 착한 짓이라고 고장 난 경첩을 고쳐주거나 잘 안 내려가는 세면대의 수도관을 뚫어주는 등의 일도 한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그는 집에 사는 사람들을 관찰하며 동선 파악이나 사생활을 엿듣기도 했고 집안에 있는 물건 중 쓸모없어 보이는 물건을 하나 꺼내서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찍은 뒤 자신의 숨겨진 비밀 창고에 물건과 함께 붙여놓았다. 마치 엄숙하고 장대한 일을 하듯이 음악도 틀어놓고 와인까지 마시며 자신의 수집품을 바라보기도 한다. 어느 날 그에게 매우 훔쳐보고 싶은 상대가 생겼다. 정태는 편의점에서 사람들을 관찰하고 있었는데, 옆자리에서 소세지를 먹으며 SNS에 비건인 척 글을 올리는 여자를 보게 된 것이다. 왜 그런 짓을 하는 건지 그 여자에게 호기심이 생긴 정태는 그녀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정태가 새로 스토킹하게 된 여자의 이름은 ‘한소라’였다. SNS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는 여자였는데 무척이나 관심받는 걸 좋아하는 여자로 보였다. 수시로 명품 사진을 올리거나 맛집에 가서 음식 사진을 올리곤 했다. 그래서 그저 사람들에게 관심받는 걸 좋아하는 여자구나 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사람이 바뀌더니 유기견 센터 봉사나 그 외 봉사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사실 이런 것도 모두 남들에게 보여주기에 가까웠다. 정태는 소라의 진짜 모습을 포착하고 싶어서 계속해서 따라다녔다. 심지어 새끼 길고양이에게 먹을 걸 주려는 소라의 모습을 보면서도 과연 그 모습이 진짜일까 끊임없이 의심을 한다.
정태는 소라의 집이 보고 싶어서 어쩔 줄을 몰랐다. 소라의 집 근처엔 CCTV도 없고 딱히 자신에게 방해될 만한 게 없었다. 그래서 소라가 집에 없는 틈을 타 문을 따보기로 한다. SNS에서 모은 정보를 바탕으로 비밀번호를 알아내려 했지만 생각보다 쉽게 집 비밀번호를 알아낼 수 없었다. 인터넷에서 도어락 풀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 시도해 보기도 한다. 테이프 같은 걸 붙여서 지문을 뜨고 비밀번호를 알아내는 거였는데 숫자판에 전부 지문이 묻어있어서 문 여는데 실패하게 되었다. 그렇게 전전긍긍하고 있는 동안 정태에게 기쁨을 감추지 못할 일이 생긴다. 그건 바로 자신이 운영하는 한빛 부동산에 소라가 찾아온 것! 그는 애써 기쁨을 억누르며 무슨 일로 부동산에 찾아온 건지 묻는다.
소라는 자신이 이래저래 한 이유로 (정태에게는 소라가 왜 이사 가는지에 대한 건 관심이 없었다) 지역을 이동하게 돼서 빨리 방을 빼야 하는데 집주인 허락을 맡고 자신이 직접 오게 되었다고 한다. 소라는 원래라면 여자분에게 맡기려 했지만 정태를 맡기는 거라며 집 카드 키를 건넨다. 자신이 집에 없을 경우에도 손님들에게 방을 보여주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이때다 싶었던 정태는 바로 소라의 집안에 침입하기로 한다. 처음 가서 그가 챙긴 건 소라의 다 쓴 핸드크림이었다. 이후로도 그는 여러 번 소라의 집에 들어갔는데 한번은 세면대 수도관을 열어 잘 안 내려가는 물길을 뚫어주었다. 세면대 안에서 꽤나 많은 머리카락들과 여러 개의 렌즈를 뽑아냈다. 물이 잘 내려가자 개운해하며 다음엔 전등을 고쳐주겠다며 나가는 정태였다.
관찰 152일째... 정태는 고장 난 전등을 고쳐주기 위해 물건들을 사 왔다. 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놀라서 물건을 떨어트린다. 소파 위에서 가슴이 난도질당해 피를 철철 흘리며 죽어있는 소라가 있었기 때문이다.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피웅덩이가 생겨있었다. 정태는 경찰에 신고를 하려다가 까딱 잘못하면 자신이 범인으로 몰릴 위험이 있어 머리를 쥐어뜯다 신고를 하지 않은 채 밖으로 나갔다. 하지만 신고는 해야 하니 일부러 신혼부부에게 좋은 방이 생겼다고 하며 소라의 집을 보여주겠다 약속을 잡는다. 마음속으로는 초조해하지만 이내 침착을 유지하고 신혼부부가 먼저 집 안으로 들어가도록 만든다. 꺄~하는 비명 소리가 들리자 정태는 아무것도 만지지 말라고 소리치며 안으로 들어간다. 하지만 비명을 지른 건 집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그런 거였고 시체가 있던 소파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냥 말끔하게 치워져있었다.
이젠 유일한 목격자가 자신인 상황. 정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불안해할 뿐이었는데 어느 날 한빛 부동산에 빨간색 편지 봉투가 도착한다. 이걸 누가 놔뒀는지 물어봤지만 직원 지희는 모르겠다고 한다. 편지 안에 들어있던 건 '너지?'라는 섬뜩한 문구와 함께 정태가 소라의 집을 몰래 침입했을 때 현관에서 찍힌 사진과 소라가 피투성이로 죽어있는 사진, 그리고 바닥에 놓인 정태의 것으로 추정되는 머리카락 사진이 있었다. 그런 와중 어머니의 유골이 모셔져 있는 납골당에서 연락이 온다. 가보니 납골당의 유리가 깨져있었고 가족사진이 갈가리 찢겨 있었다. 납골당 직원은 정말 죄송하다며 VIP실로 유골함을 옮기고 삼 십몇 년인가를 무료로 보관해 주겠다고 한다. 정태는 화가 났지만 일단 직원에게 테이프를 받아 자동차 안에서 찢어진 가족사진을 붙이고 있었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빨리 피하라고 소리쳤다. 보니까 언덕길 위에 있던 트럭이 정태의 차로 돌진하고 있었다.
정태는 허겁지겁 차에서 나왔고 트럭은 정태의 차에 박혔다. 하마터면 죽을 뻔한 상황이었다. 트럭 운전기사는 기어를 제대로 뒀다면서 아래로 내려갈 리 없다며 억울해하고 있었다. CCTV 확인 결과 수상해 보이는 남자 한 명을 찾아냈다. 하지만 얼굴을 알아내기엔 자세히 찍히지 않아 범인을 잡을 수가 없었다. 정태는 이런 짓을 벌인 게 소라를 죽인 진범이라 생각하고 스스로 찾아내기로 마음먹는다. 일단 소라의 SNS를 좀 더 자세히 뒤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소라가 동물들을 위한 후원금 내역을 공개하며 돈을 횡령하지 않았다고 해명 영상을 올린 것을 보게 된다. 채팅창 안에는 울면서 해명하는 소라에게 거짓말 치지 말라며 악담을 퍼붓는 사람이 있었다. 그건 바로 호루기라는 인플루언서였다. 그녀는 사사건건 소라가 하는 짓에 대해 불만을 품고 있었고 심지어 소라에게 고소까지 당한 상태였다.
소라가 사라진 지 4일이 지나자 그녀의 절친이라면서 호루기가 실종 신고를 냈다. 이때 항상 장형사에게 자기 사건을 빼앗기던 오영주 형사가 이 사건을 맡게 된다. 호루기는 절친이 사라졌다면서 신고하러 온 사람이라 하기엔 너무 텐션이 높아서 좀 수상해 보였다. 어쨌든 호루기 말에 따르면 소라가 갑자기 연락이 안 돼서 실종 신고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원래는 이 정도로 연락이 안 되는 경우가 없었던 모양이다. 다른 경찰들은 단순히 어딘가 놀러 간 게 아닐까 의심했지만 영주는 소라가 사라졌다고 추정되는 날짜 이후에 생존 반응이 전혀 없다면서 소라의 집을 수색해 보겠다고 나선다. 불안함이 앞섰던 정태는 경찰들이 소라의 집을 수색하는 것을 몰래 지켜본다. 영주는 방 안을 수색하던 중 소파 밑에서 미처 지워지지 못한 핏자국을 발견한다. 집은 소란스러워졌고 본격적으로 소라의 실종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한다.
영주는 정태의 부동산에도 찾아왔다. 소라가 한빛 부동산에 들른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영주는 정태에게 소라가 실종된 날로 추정된 날짜에 어디에 있었냐 질문한다. 정태는 그날 하루 종일 부동산에 있었다는 식으로 대답하고 저녁에서야 소라의 집에 집을 보러 온 사람들과 같이 찾아갔었다고 대답한다. 직원 지희는 하루 종일 부동산에 있었다고 대답하는 정태의 대답에 미심쩍은 시선을 보낸다. 일단 영주는 정태의 대답에 만족하고 돌아간다.
이후 정태는 호루기를 의심하며 SNS를 보다가 호루기의 집까지 찾아내기에 이른다. 정태는 호루기의 집을 뒤지기 위해서 호루기에게 중고거래를 걸어 바깥으로 나오게 한 뒤 그동안의 스토킹 실력을 동원해서 호루기의 집 문까지 따는데 성공한다. 그동안 다른 사람들의 집을 뒤졌던 것처럼 여기저기 살펴보다가 자신에게 왔던 의문의 빨간 봉투를 여러 장 발견하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bewithyou1984라는 닉네임을 가진 사람의 스토킹 댓글 목록이 인쇄되어 있는 것도 발견하게 된다. 이 아이디가 눈에 익었던 정태는 호루기의 컴퓨터를 이용해 SNS를 뒤지기 시작한다. bewithyou1984는 소라의 SNS 자주 이상한 댓글을 달던 사람이라는 걸 깨닫게 되고 bewithyou1984의 SNS에도 들어가 본다. 그는 사진관을 운영하는 이종학이라는 남자였는데 게시물들은 소름 끼치는 내용이 한가득했다. 소라가 갔던 식당, 카페 등등에서 소라가 찍었던 사진 구도 그대로 사진을 찍어 올려놓았다. 정태는 이 남자가 호루기와 같이 소라를 죽인 한 패라고 생각하기에 이른다.
호루기가 집으로 돌아와 가까스로 도망쳐 나온 정태는 집으로 향한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집 전등이 켜지지 않았다. 이상함을 감지한 그는 야구 배트를 꺼내들어 경계한다. 그때 집 바깥에서 누군가가 문을 열려고 시도했다. 무서워진 정태는 잠금장치를 걸고 누구냐고 외쳐보지만 바깥에 있는 외부인은 아무 말 없이 그저 비밀번호를 눌러댈 뿐이었다. 몇 번의 시도 끝에 집 문이 열렸다. 정태는 밖을 내다봤지만 좁은 시야에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바닥에 놓인 빨간색 봉투만 보일 뿐이었다. 밖으로 나가기엔 무서워서 손만 뻗어서 빨간 봉투를 집으려 했지만 손이 닿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뒤에는 헬멧을 쓴 괴한이 서있었다. 괴한은 정태를 덮쳤고 정태는 도망가기 위해 문을 다시 열었는데 바깥에서도 정태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격렬한 몸싸움 끝에 정태는 한 명의 헬멧을 벗기는 데 성공하고 도망치게 된다. 정태가 본 괴한은 이종학이었다.
정태는 그길로 영주에게 찾아가 자신의 집에 괴한 두 명이 침입했고 자신을 죽이려 했다고 한다. 그중 한 명은 이종학이라는 것도 빼놓지 않고 말했다. CCTV 확인 결과 두 명의 헬멧 쓴 괴한이 정태의 집으로 침입하는 것이 포착됐다. 정태는 아무래도 호루기가 공범인 것 같다 말하자 영주는 소라가 사라지고 4일 만에 절친이라면서 호루기가 찾아와 실종 신고까지 했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겠냐고 말을 한다. 정태는 일부러 범인이 혼란을 주기 위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 않겠냐 한다. 영주와 정태는 집으로 찾아갔다. 정태는 혹시 집에 아직 남아있을지도 모르니 조심하라면서 집안으로 함께 들어갔고 안을 보자마자 경악한다. 한쪽엔 이종학이 목매달려 죽어있었고 왼쪽엔 정태가 그렇게도 아끼던 개미집이 무참하게 박살 나있었다. 개미집은 작은 게 아니라 벽 한 면을 거의 채울 정도의 커다란 크기였는데 죽어버린 개미를 보고 정태는 슬퍼한다.
하지만 그것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이종학이 죽은 것도 문제인데 개미집 모래에 빨간색 봉투가 파묻혀 있었기 때문이다. 정태가 몰래 빨간 봉투를 가져가려 하자 경찰서에 전화하던 영주가 바로 눈치채고 만지지 말라고 제지한다. 영주는 봉투 안의 내용물을 보고 소라의 집에 몰래 드나들었냐 질문한다. 그러더니 이종학과도 아는 사이였냐 추궁한다. 정태는 소라의 집에 드나들었다는 게 들켜서 당황하는 한편 이종학과는 모르는 사이라고 한다. 영주가 보여준 사진엔 이종학과 정태가 어깨동무를 하고 찍은 모습이 있었다. 정태는 사진이 조작된 거라 말했지만 믿어주지 않았고 정태는 실랑이 끝에 집에서 도망친다.
모든 것이 꼬여버린 상황에서 정태는 자신이 몰래 드나들었던 집의 차를 훔쳐 달아났다. 그러다 문득 유골함의 뚜껑이 어긋나 있었던 걸 떠올리고 납골당으로 찾아가 유골함을 열어보기로 한다. 납골당 직원을 뿌리치고 도망가서 유골함을 열어보니 피 묻은 칼과 빨간 봉투가 들어있었다. 빨간 봉투에는 정태의 비밀 창고가 들키면 곤란하지 않겠냐는 내용이 들어있었다. 어머니의 유골을 엉망으로 만든 것에 대한 미안함, 자신에게 왜 이런 일이 생겼나 하는 분노가 뒤엉킨 상태였지만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증거 인멸을 위해 칼을 강에 내던지는 거였다. 정태는 경찰에 의해 수배가 내려졌고 그가 활동하던 카페에서는 개미 아빠가 그런 사람인 줄 몰랐다며 비난하는 글이 올라왔다. 그동안 평이 좋았기 때문에 일부 그를 옹호하는 사람도 보였다. 부동산 직원 지희는 소라가 부동산에 찾아왔을 때 침을 질질 흘리며 좋아하는 게 보였다며 뉴스에서 험담을 했다. 이때다 싶어 호루기는 소라가 부동산에 집 열쇠를 맡겼었다는 얘길 한다. 호루기는 고소 먹을 각오하고 정태의 신상정보를 방송에서 공개한다 하더니 신상을 전부 까발려버린다.
분노한 정태는 방송을 송출 중인 호루기의 집으로 찾아가 자신에게 대체 왜 그러냐고 화를 낸다. 방송 장비를 엎어버리고 이종학과 호루기가 공범이 아니냐고 의심한다. 몸싸움 끝에 호루기는 이종학에 대해서 알려준다. 이종학은 사실 자신에게 붙은 스토커였는데 점점 정도가 심해지자 떼어내고 싶어서 소라가 이종학에게 관심이 있는 것처럼 말해서 이종학을 떼어냈다고 한다. 호루기는 그것뿐이라 말하는데, 정태는 그럼 빨간 봉투는 대체 뭐냐며 서랍에서 빨간 봉투 여러 장을 찾아 꺼내 호루기에게 보여준다. 호루기는 그 봉투는 자기 것이 아니고 소라의 봉투라 한다. 소라가 돈을 줄 때 그 봉투에 넣어서 줬다는 것이다.
알고 보니 호루기는 겉으로는 소라를 비방하고 고소하는 척했지만 그건 다 소라와 함께 한 짓이었다. 호루기가 소라를 욕할수록 소라의 평판은 좋아졌고 선한 이미지를 갖게 되었다. 호루기가 욕을 왕창 먹는 대신 소라가 받는 후원금의 일부를 나눠 받기로 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호루기가 소라의 실종 신고를 한 이유도 정산금을 받아야 하는데 소라가 잠적을 해버려서 찾다가 하게 된 것이었다. 그 말을 들은 정태의 머리에 한 가지 생각이 스치게 된다. 이종학 외에 다른 한 명의 괴한에게서 소라의 핸드크림 냄새가 났다는 것을... 결국 이 모든 것은 소라의 자작극이었다. 소라는 생각보다 더 많이 비정상적인 인물이었다.
시점은 바뀌어 한소라가 어떤 인물인지 나오기 시작한다. 소라는 예전부터 관심을 받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었고 자기가 원하는 걸 얻기 위해서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돈이 부족하자 지적 장애를 가진 동생을 고기잡이배에 팔아넘겼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가족들은 다시 동생을 되찾아왔고 소라는 쫓겨나게 되었다. 소라가 실종되었을 때 가족들과 연락이 안 됐던 건 가족들이 소라를 의절했기 때문이었다. 집에서 나온 소라는 유흥업소에 들어가 생활하게 되었는데 그것만으로는 돈에 있어서 만족할 수가 없었고 그런 생활에도 신물이 났다. 소라는 자신이 불쌍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병원에서 점을 뺀 건지 어쩐 건지 시술 같은 걸 받고 나와 피 봤다면서 아프다고 SNS에 올렸는데 누군가가 그 사진에 있는 헌혈 홍보물을 보고 소라가 헌혈을 하고 나온 거라 착각하게 된다.
그러자 소라를 매우 착한 인물처럼 꾸며서 말해줬고 이때다 싶었던 소라는 맛집이나 명품 사진만 올리던 것에서 벗어나 유기견 봉사 활동이나 어르신들 봉사활동을 다니는 척을 하기 시작했다. 그동안의 행적을 봐서는 하지는 않고 꾸민 척만 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어쨌든 그런 이미지메이킹으로 소라의 평판은 좋아졌고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모든 게 잘 풀리는 듯했으나 술집에서 같이 일했던 조혜란이 소라를 협박하면서 어긋나기 시작했다. 혜란은 소라가 SNS에서 착한 척하는 걸 보고는 코웃음을 쳤다. 술집에서 일했다는 걸 사람들이 알게 되면 상황이 뒤바뀔 거라면서 들키고 싶지 않으면 3천만 원을 자신에게 주라고 한다. 마침 둘이 있던 곳은 사람이 드물었던 한밤중의 등산로였다. 소라는 자신의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망설임 없이 돌을 주워 혜란의 머리를 내려쳤다. 그리고 혜란의 시체는 산에 묻어버렸다.
이런 비밀이 있기에 소라는 정태가 거슬렸다. 어느 순간부터 자신을 따라다니는 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카페에서 명품 가방 주인이 자리를 비웠을 때 몰래 가방을 들고 자신의 가방인 척 사진을 찍는데 그 모습을 정태가 지켜보고 있었고, 웃고 있었다. 그런 찜찜함을 느끼는 와중 이번엔 새끼 길고양이의 다리를 일부러 분질러 놓고 사람들에게 길고양이가 다쳐서 병원으로 가고 있는 중이라며 훌쩍대는 영상을 찍다가 또다시 정태의 모습을 포착하게 된다. 동영상으로 정태의 모습을 제대로 확인한 소라는 혹시 조혜란을 죽인 것도 알고 있지 않을까 패닉에 빠지게 되지만 한 가지 결론을 내린다. 그건 정태도 죽여버리면 된다는 것.
그래서 소라는 정태가 한 것처럼 정태의 동선과 집 구조 등을 파악해나가기 시작했다. 심지어 창고 안의 숨겨진 수집품들까지 확인하기에 이르렀다. 거기다 자신이 살해당한 척을 하기 위해 창고에 있는 칼을 가져와 옷을 찌르고 자신의 진짜 피를 뽑아내 증거로 남기기까지 한다. 정태에게 보낸 편지들은 전부 겁을 주기 위한 거였고 머리카락 사진도 사실은 자신의 머리카락을 뽑은 거였다. 소라는 자신에게 떠넘기듯 넘어온 스토커 이종학을 이용하기까지 했다. 그는 자신을 위해서 어떤 짓이든 할 수 있을 거라는 걸 알았기에 그의 마음을 이용해 납골당 사건을 사주했다. 그리고 영주가 봤던 사진에서 이종학과 정태가 어깨동무를 하고 있던 건 소라가 합성으로 만든 것이었다.
소라는 이종학과 함께 정태를 죽여버리고 범죄자로 만들려고 했지만 정태와 실랑이 중 이종학이 정체를 들켜버리게 되었다. 이종학은 이제 어쩔 거냐며 소라에게 불만을 터트린다. 그냥 복수는 그만두고 같이 살자고 한다. 그러자 소라는 자신의 인생을 망친 남자를 그냥 두고 싶냐 말하며 복수를 계속 도와달라는 식으로 말했다. 이건 이종학을 구슬리기 위한 말일뿐이었고 이종학을 죽이고 정태에게 누명을 씌우기로 마음먹은 상태였다. 소라는 이종학에게 키스를 하면서 방심하게 한 뒤 목에 밧줄을 걸어버렸다. 소라는 온몸의 무게를 실어 이종학이 공중으로 매달려 죽게 만들었고 헬멧으로 개미집을 깨부숴버렸다. 소라는 할 일 목록을 적어놓고 하나하나 지워나갔는데 그중 하나가 정태가 아끼는 것들을 망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후 야구 연습장에 찾아가 피칭 머신에 일부러 얼굴을 들이대 야구공을 눈에 맞는다.
다시 정태의 시점으로 돌아온다. 정태는 창고 얘기가 적인 카드를 보고 자신의 비밀 창고로 향하게 된다. 또 불이 나가 있는 걸 보고 투덜대며 여기저기 둘러보던 중 갑자기 튀어나온 소라와 몸싸움을 벌이게 되는데 소라가 칼을 갖고 있어서 베이게 된다. 소라는 자신이 창고에 감금당한 척을 하려고 칼로 자신의 몸을 일부러 베기도 하며 정태를 공격했다. 심지어 발목에는 쇠사슬을 채워놔 누가 봐도 납치당한 여자같이 보였다. 정태가 소라와 근접한 상태에서 몸싸움을 벌이고 있을 때 경찰이 들이닥친다. 소라가 일부러 장형사를 유인해놨기 때문이다. 정태는 억울한 상황이었지만 아무도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정태는 다시 경찰들과 몸싸움을 벌였고 결국 또 도망간다. 영화 내에서 은근 도망가는 장면이 많은데 정태는 어떻게든 도망을 잘 간다. 사건 현장에서 풀려난(?) 소라는 병원에 입원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는다. 변태 구정태에게서 납치됐다 탈출한 착한 인플루언서의 이미지로 치장한 채...
사건을 조사하던 오영주에게는 소라의 언니라는 사람이 찾아온다. 소라의 언니는 소라가 예전부터 저지른 짓들에 대해 얘기해 준다. 그래서 영주는 소라가 다녔다던 술집까지 찾아가게 된다. 소라는 술집에서 돈을 떼어먹고 도망쳤다고 하는데 술집에서도 켕기는 게 있어서 소라를 신고하지 않았었다고 한다. 거기다 실종되었다는 조혜란에 대한 정보까지 얻게 되었다. 여러 이야기를 들을수록 소라가 수상해지는 상황이었다. 영주가 생각하기에도 소라가 머리를 맞아서 피를 흘렸다고 하기엔 너무 많은 피를 쏟은 것 같아서 수상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 정태에게 편지가 온다. 자신을 바로 체포해도 좋지만 일단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줬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정태는 이종학의 사진관에서 영주와 다시 만났고 그동안 자신이 찾아냈던 한소라에 관한 정보를 알려주었다. 참고로 정태가 훔쳤던 자동차는 본 주인에게 쪽지를 남기고 돌려주었다.
정태는 소라를 잡기 위해 움직인다. 빨간 봉투에 소라가 죽은 모습의 그림 카드를 넣어서 일부러 사진관으로 소라를 유인한 것이다. 소라는 그동안 자신이 했던 일들을 수포로 돌릴 수 없다 생각해 정태를 죽일 물품들을 챙겨서 사진관으로 향한다. 정태와 소라는 서로 자신들이 저질렀던 일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한다. 정태는 소라를 미행하면서 아주 많은 정보들을 봐왔다. 명품으로 치장하는 척을 한 것뿐만 아니라 후원금을 받기 위해 거둬들였던 유기견, 유기묘들을 산속에 묻어버리는 것까지 파악했다. 항상 개모차에 동물들을 데리고 갔는데 산에서 내려올 땐 동물이 사라져있었기 때문에 의심을 사게 된 것이다.
정태가 알아낸 것처럼 그동안 소라는 후원금을 받기 위해 데려온 동물들에게 부동액을 먹여 죽여왔고 그 시체 처리를 위해 산을 올랐던 것이었다. 이 모든 사실이 정태에게 들키자 소라는 걔네들이 죽을 때 울어주긴 했다면서 자신도 살아야 하니 어쩔 수 없이 죽인 거라는 식으로 말한다. 양심의 가책은 눈곱만큼도 없는 상태였다. 뒤이어 정태는 소라가 이종학을 죽인 것에 대해 유도 질문을 하는데 너무 부자연스럽게 물어봐서 카메라를 숨겨놓은 것을 들켜버린다. 소라는 카메라에 대고 이종학이 누군지도 모르고 죽인 적도 없다고 말하곤 부숴버린다. 어느 타이밍인지는 헷갈리는데(순서는 좀 뒤죽박죽일 수 있음) 소라는 정태를 죽이기 위해 전기 충격기를 써서 잠깐 기절시키고 손과 발을 묶어 번개탄을 피워 죽이려 한다.
깨어난 정태가 자신이 어디까지 아는 줄 아냐며 조혜란을 파묻은 장소에 대해 말을 하니 소라는 분노를 터트리며 조혜란이 자신을 협박했던 이야기를 하고는 자신이 불쌍하지 않냐 한다. 정태는 소라가 그저 미친 인간일 뿐이라고 말한다. 정태는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차라리 이종학에게 모두 덮어씌우고 소라는 선한 인플루언서 이미지를 유지하고 자신은 누명 씌인 것으로 처리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한다. 그 말을 들은 소라는 자기가 뭐 하러 그러냐며 정태를 죽여버리겠다고 한다. 정태와 소라가 마주한 사이 영주는 정태가 알려준 정보를 바탕으로 산에 묻힌 조혜란의 시체와 죽어나간 유기견과 유기묘의 시체를 파헤친 상태였다. 이러나저러나 소라는 범죄자 신세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태였다.
소라는 정태를 확실히 죽이려고 목을 졸라 죽이려 한다. 까딱 잘못하면 정태의 목숨이 위험한 찰나 경찰들이 들이닥친다. 이미 정태와 영주가 서로 얘기를 해두고 이런 상황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소라는 체포되는 와중에도 자신이 뭘 잘못했냐는 식으로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말했는데 조혜란 살해 및 구정태 살인 미수 등등 여러 죄목을 들으며 모든 것이 탄로 났다는 걸 깨닫자 미친 듯이 웃어댄다. 잡혀가는 와중에도 정태를 망가트리겠다며 눈알을 손가락으로 짓뭉개려 했다. 정태도 가택 침입 및 절도 등의 죄목으로 체포되었다. 이때 광기 서린 신혜선의 연기가 정말 아주 마음에 들었다.
1년이 지나고 감옥에 갇혀있는 소라가 기자와 대화하는 모습이 나온다. 소라는 고통스러운 일을 겪으면 사람들은 겉으로는 위로해 주는 척하지만 사실은 내가 어떤 식으로 고통스러운 지 알고 싶을 뿐이라며 사람들의 행동 모든 게 위선인 것처럼 얘기를 한다. 하지만 기자는 그런 소라의 얘기에는 관심도 없고 그저 교도소에서 몸매 관리는 어떻게 하냐는 실없는 질문을 던질 뿐이었다. 정태는 1년간의 복역을 마치고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정태는 가석방이라는 좋은 제도 덕에 자신이 풀려났다고 하며 이제 자신은 모든 죄를 씻어냈다는 듯 행동했고 개운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동안 인지도를 쌓아놔서 그런지 부동산 카페에서는 정태의 출소를 축하해 주기도 하고 정태 덕에 집값이 오르는 좋은 집을 샀다며 여전히 칭찬해 주는 사람도 있었다. 아, 안경을 끼고 나온 걸 보면 소라의 손가락 공격이 정태 눈에 약간은 타격을 줬던 모양이다.
정태는 일부러 경찰서로 곧장 찾아가 영주에게 자신의 말을 믿어줘서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그러자 영주는 자신이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하면서 정태는 피해자가 아니라 스토커라 생각한다고 말한다. 지금은 벌을 다 받은 것처럼 보여도 그렇지 않다는 식으로 말하며 이제 나가서 자기가 자신의 인생에 무슨 짓을 했는지 돌이켜보라 하고 경찰서로 들어간다. 그 말을 듣고 정태는 길거리로 나서는데 지나가는 사람들이 자신을 꺼리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게 느껴진다. 그런 사람들의 시선을 받은 정태의 모습에 SNS의 사진 프레임이 씌워지고 하트 버튼이 눌리며 영화는 끝이 난다.
영화를 보면서 소라가 사실은 안 죽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좀 들어서 생각보다 반전은 약하게 느껴지긴 했는데 단순히 관종끼 심한 인플루언서가 아니라 엄청난 사이코패스였던 점이 더 놀라웠던 거 같다. 자기 죽음을 위장하려고 피까지 뽑는 정성에다가 역으로 정태를 미행했다는 점이 재밌었다. 그리고 마지막엔 정태도 범죄자에 지나지 않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부각해 주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살인자인 소라를 잡는데 일조하긴 했지만 그가 사람들의 일상을 침범하고 물건을 훔친 변태임에는 변함이 없었기 때문이다. 연기자들의 연기가 정말 좋았고, 몰입도가 좋아서 지루함 없이 재밌게 볼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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