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
처음 보고 난 뒤에 적은 리뷰에는 스토리를 다 적었으니 이번엔 1회차 때 미심쩍었던 부분이나 놓쳤다고 생각한 장면에 대해서 써보겠다. 일단 2회차 때 꼭 보고 싶었던 무표정한 밍의 얼굴과 달리 창가에 비친 밍의 웃는 얼굴. 이번엔 신경 써서 확실하게 봤다. 자세히 안 보면 흐릿해서 지나칠 수도 있겠다 싶었던 장면이었다. 1회차에 발견했다면 상당히 소름 돋았을 것 같다.
님은 장례식장에서 밍이 자신의 팔을 만졌을 때부터 수상하다는 걸 느꼈던 것 같고 밍은 장례식 이전부터도 이미 빙의가 시작된 상태라는 걸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밍이 장례식장에 있는 남자가 자신에게 욕을 했다고 화내는 장면을 볼 수 있는데 남자가 무슨 소리냐는 식으로 말을 하자 뜬금없게도 밍은 "창녀라고?" 이렇게 말한다. 그냥 밍 자체가 상황을 이상하게 받아들인다는 걸 알 수 있다. 1회차 때는 정말로 욕을 했나? 싶기도 했는데 상황을 보면 전혀 아니었다.
밍이 돌팔이 무당에게 신내림을 받을 때 어떻게 때맞춰서 님이 어떻게 그곳에 등장했나 약간 의문이었는데 다시 보니 왜 그런지 알 수 있었다. 신내림 장소에 도착한 뒤 마닛이 노이 눈치를 보면서 누군가에게 문자를 하고, 밍이 신내림을 받고 있는 와중에도 뒤를 돌아보며 누구를 기다리는 듯이 행동하는 모습이 나온다. 님이 그 장소에 도착한 건 마닛이 불러낸 것으로 보인다. 처음부터 마닛은 노이보다 님을 신뢰하며 협조하려는 모습을 보였던 것으로 보아 노이의 행동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중단시키려 했던 것 같다.
빙의 되어 공격적인 모습을 취할 때 밍이 웃으면서도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자신이 그런 식으로 행동은 해도 속으로는 이 상황을 벗어나고 싶었겠구나 느껴져서 좀 슬펐다.
이 차는 빨간 차다 라고 했던 말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었는데 1회차에는 단순히 그 의미에 대해서 찾아봤다면 2회차에는 영화 흐름상 싼티가 어떤 의미로 말했는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처음에 차를 타고 퇴마의식을 하러 가는 게 밍처럼 보였지만 퇴마 장소에 가서야 노이가 퇴마의식을 대신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싼티는 자신이 악령을 속여 밍 대신 노이를 이용하는 걸 자동차가 빨간색이라고 속이는 것과 동일 선상으로 보고 웃음을 지은 것으로 보인다.
1회차 때는 그저 분위기 때문인지 싼티가 지은 웃음이 수상해 보여서 혹시 밍이 꾼 꿈에서 나온 덩치 큰 남자가 싼티를 의미하는 게 아닐까 해서 악령과 같은 편이 아닐까 의심했었는데 설명을 자세히 들어보니 싼티가 아니었다. 일단 밍이 꿈에서 꾼 남자는 부적 붙은 빨간 전통 의상을 입은 남자였고 발을 구르고 거대한 칼을 들고 있었던 건 전체적으로 싼티가 있던 무당들이 했던 행동들 중 하나지 싼티 하나로 특정 지을 수 있는 행동이 아니었다.
싼티는 생각보다 퇴마 의식에 자신만만한 상태였지만 그게 화를 불러일으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두 번 봐도 취재진, 팡, 퐁, 어리버리 제자, 밍을 함께 둔 건 너무 큰 실수였다고 본다. 함께 있는 제자는 뭘 물어봐도 '몰라요' 이러니 보는 내가 답답할 지경이었다.
처음 영화 봤을 때는 싼티가 어느 시점에 확실히 빙의가 됐나 의문이었는데 이번에 볼 때 든 생각은 팡이 화분으로 제자 머리 치고 밍이 있는 방문을 열어버린 순간 바로 빙의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문을 열기 전까지는 악령을 봉인한 항아리가 흔들거리고 있었는데 문을 연 순간 바로 멈췄기 때문이다. 싼티는 그냥 바로 퇴마의식을 이어서 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멈춘 순간 항아리를 들고 가는 것 자체가 빙의로 인해 움직인 것이었다.
후반에 빙의된 마닛이 어떤 식으로 죽었는지 잘 생각이 안 나서 유심히 봤는데 마닛은 노이가 향을 거꾸로 꽂은 뒤 바로 빙의 되어 웃다 울다 하다가 취재진 한 명을 물어뜯고 난 뒤 보란 듯이 건물 창가 쪽으로 가서 뛰어내린다.
역시 두 번째 봐도 노이에게 빙의 된 건 바얀 신으로 보이지 않는다. 처음에 님이 인터뷰할 때 바얀 신은 선한 신이라 말했었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게 느껴지고 아무리 생각해도 바얀 신의 이름으로 퇴마해주겠다는 식으로 직접 얘기한 건 뭔가 자기 자신이 별거 아닌데 능력이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자만심으로 보여서 역시 다른 악령이 아니지 않았나 싶다. 밍이 노이를 불태우기 전 바닥에 발자국들이 등장했었는데 처음 볼 땐 밍한테 간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모두 노이에게 향하고 있었다. 방적 공장에서 죽은 원혼들이 야싼티야 가문과 관련된 노이를 같은 방식으로 불태워 죽인 것으로 보인다. 시어머니가 하던 개고기 가게를 물려받아 아무런 죄책감 없이 운영하던 노이였기 때문에 야싼티야 가문과 한통속이나 마찬가지인 느낌이기도 하고..
공장 마지막 장면에서 야싼티야 가문을 저주하는 (수많은 못이 박힌) 인형을 비춰주는 걸 다시 보고 든 생각은 밍 자체도 야싼티야 가문의 여자이기 때문에 결국 죽지 않았을까 하는 거였다. 원한을 가진 수많은 악령들이 밍에게 들어간 상태지만 그 많은 원혼들의 비중에서 화재로 죽은 방적 공장 사람들이나 야싼티야 가문 사람들에게 학살 수준으로 죽은 사람들이 많을 것이기 때문에 그 정도 수면 야싼티야 가문에서 마지막 남은 밍이 죽어야 그 가문의 대를 완전히 끊고 원한을 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공장에도 무언가의 제단이 있었던 거로 보아 누군가가 그것으로 저주와 관련된 행위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님의 마지막 인터뷰에서 님이 바얀 신에 대해 '한 번도' 확신한 적 없다 라고 말하며 우는 장면은 역시 흔들린 믿음으로 인해 님이 라이따이하게 되었다고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줬다.
영화를 본 지 얼마 안 돼서 엄마(처음 관람)랑 두 번째 관람을 했는데 엄마는 생각보다 재미없다고 하셨지만 나는 다시 봐도 재밌었다. 역시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영화다 싶다. 엄마는 곡성을 훨씬 무섭고 재밌게 보셨다면서 아쉬워하셨다. 어떤 영화든 간에 다시 보면 새로운 무언가가 보이기 마련이라 그런 부분만 따져도 후회 없는 관람이었다.
'리뷰 > 현실 혹은 거짓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7.24. 아이스 로드 (The Ice Road), 2021 (0) | 2021.07.26 |
---|---|
7.23. 호스트 : 접속 금지 (HOST), 2020 (0) | 2021.07.25 |
7.15. 랑종 (The Medium), 2021 (0) | 2021.07.16 |
7.14. 이스케이프 룸2 : 노 웨이 아웃 (Escape Room: Tournament of Champions), 2021 (0) | 2021.07.15 |
7.9. 빌어먹을 (Bloody hell), 2020 (0) | 2021.07.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