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번역 괴담 - 사요쨩 :: 꿈과 갈망의 틈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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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테슈아 공포 라디오에서 라디오 버전으로 들으실 수 있습니다!

 

사요쨩

 

나는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히로시마의 시골에 살고 있었어.

그 때 지인 (친하지는 않아)이었던 “사요쨩"의 얘기를 해볼게.

 

내 엄마의 고향집은 밭만이 한없이 펼쳐진 엄청난 시골이고 유치원도 보육원도 없었어.

나는 어머니, 외할머니와 함께 집에서 놀고 나서 아버지가 돌아오길 기다리는 나날이 너무나 지루 했어.

근처 동네에 나가는 시간만이 기다려졌고 으레 자주 가는 공원에서 장을 보는 어머니를 기다리며 놀았었어.

 

어느 날, 공원에 비슷한 또래의 귀여운 여자애가 있어서 함께 놀게 됐어.

그 아이는 “사요쨩”이라고 말했고 이 동네에 살고 있는 애고 혼자서 놀러 오는 것 같았어.

검은 스커트와 하얀 셔츠를 입은 단발머리의 귀여운 여자애여서 나는 바로 스스럼없이 모래 장난을 시작 했어.

 

건조한 모래밭을 삽으로 파헤쳐서 커다란 모래 산을 만들고 둘이서 양쪽 옆면에서 구멍을 파냈어.

손으로 모래를 좌우로 헤치며 파내서 산 내부에 딱 서로의 손이 닿으면 터널 개통이야.

 

나는 슬슬 사요쨩 손에 닿으려나? 하고 정중앙 근처까지 파헤쳐 나갔을 때 뭔가가 내 손을 잡았어.

그대로 나는 엄청난 힘에 잡아당겨져서 머리부터 모래 산에 처박혔어.

 

단단히 다졌던 모래 산은 무너지지 않았고 나는 모래 산에 꽉 억눌린 자세로 질식할 것 같아서 “그만해! 사요쨩!”이라고 외쳤어.

그러자 “에? 왜∼에∼?”라며 사요쨩이 모래 산 맞은편에서 이쪽을 보고 있었어.

사요쨩은 엉거주춤한 자세로 손을 모래 산에 찔러 넣은 채로 나를 보면서 히죽거리고 있었어.

그건 아무리 봐도 5, 6살 소녀의 팔 길이라 생각할 수 없었고 나는 영문도 모른 채 “그만해! 그만해!”라고 반복해 외쳤어.

거기서 타이밍 좋게 어머니가 와서 나는 사요쨩의 손에서 해방 됐어.

 

딸꾹질을 하기 시작한 내 옆을  빠져나가 어머니에게 인사를 하고 사요쨩은 달아나버렸어.

어린애였지만 어머니에게 얘기해도 믿어주지 않을 거라 생각한 나는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집으로 갔어.

 

그 이후 아무래도 나는 그녀에게 찍힌 것 같았어.

어머니는 동네에 나갈 때마다 나를 공원에 내팽개쳤고 나는 그 때마다 사요쨩과 놀 수밖에 없었어.

그녀는 언제나 검은 스커트와 하얀 셔츠인 단벌옷이었고, 부모님이 따라 온 적은 한 번도 없었어.

마치 어머니가 공원에서 나가는 걸 가늠한 것처럼 엇갈려서 나타났어.

 

공원에는 다른 애들이 먼저 놀고 있을 때도 많았지만 사요쨩이 공원에 들어오는 것만으로도 나와 비슷한 또래의 애들은커녕 초등학교 고학년 같은 애들마저도 슬금슬금 도망가기 시작했어.

나는 무엇보다 사요쨩을 거스르지 못하고 사요쨩이 하자는 대로 했어.

 

공원 한구석에 떨어져있었던 라이터를 사요쨩이 꾹하고 만지는 것만으로도 갑자기 불이 붙기도 했고 담장 위를 걷고 있던 고양이를 향해서 사요쨩이 마른 잎을 말아서 내던지자 고양이가 방어도 못하고 등 뒤에서 떨어진 적도 있어.

사요쨩과 만날 때마다 믿을 수 없는 일이 여러 번 일어나서 나는 그녀와 만나는 것에  공포를 느끼게 됐어.

 

여러 일이 있었지만 다 쓸 수가 없어.

미안. 세세한 부분까지 전부 떠올리면 우울해지니까 마지막만 쓰게 해줘.

 

나는 위에서 말했던 것처럼 공원에서 매번 무서운 일과 조우했어.

머지않아 자연스럽게 집에 틀어박히게 돼서 어머니가 장을 보러 갈 때도 따라가지 않게 됐어.

어린애인데도 사요쨩에게서 도망치려 한 거야.

공원에 가지 않게 된 지 1개월 정도 뒤 오랜만에 부모님과 함께, 가족 모두 함께 장을 보러 가기로 했어.

아버지가 차를 꺼낸다고 해서, 그러면 사요쨩과 만나지 않고 끝나겠다 싶어서 나는 기분이 좋았어.

 

백화점을 돌고 즐거운 한 때를 보낸 뒤 내가 탄 차는 집에 가는 길에서 공원 앞에 접어들었어.

공원 입구는 이쪽 차선 보도에 있었고 타이밍이 나쁘게도 차는 마침 딱 그 입구 근처에서 신호등이 걸렸어.

나는 내심 두근거리면서 사요쨩에게 들키지 않게 창문에서 살짝 공원 안을 살폈어.

 

그러자 그녀는 있었어. 혼자서. 뭔가를 손가락질하면서 낄낄 웃고 있었어.

어지간히 웃겼는지 마치 몸부림치듯이 땅에서 넙죽 엎드려 웃으며 뒹굴고 있었어.

나는 아연실색했지만 그 때 신호등이 초록불로 바뀌어서 차가 출발 했어. 사요쨩의 모습이 흘러갔어.

그러나 사요쨩의 손가락은 우리 차가 움직이는 방향으로 미끄러졌어.

 

그녀는 내가 탄 차를 손가락질하며 웃고 있었던 거야.

나는 어떻게 내가 차에 탄 걸 알았나 생각하기보다, 먼저 겁이 났어.

 

다음날, 아버지는 심한 추돌 사고로 차 뒤를 받혀서 경추 손상.

거의 평생 입원 생활을 해야 돼서 큐슈의 병원으로 갔어.

어머니와 나는 함께 큐슈로 가서 친가에 신세를 지게 됐고 거기서 초등학교에 입학 했어.

더이상 사요쨩과 만나는 일은 없었어.

 

나는 아버지의 사고는 그녀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아니, 생각하고 싶지 않아.

나까지 연대책임을 느끼게 되어버리고, 무엇보다 그 여자의 짓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무섭고 화가 치밀어서 지금도 열 받기 때문이야.

 

거짓말이라고 하기엔 조금 김새는 진짜 이야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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