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사실 이런 장르는 내가 정말 안 보는 장르라 딱히 볼 기회가 없었으면 영화관에서 안 봤을 것 같다. 하지만 볼 기회가 생겨서 보러 가게 됐는데 생각 외로 재밌었다. 특히 나는 영화 볼 때 한 시간 반이 넘으면 지루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상영 시간이 두 시간인 것도 좀 부담스러웠는데 몰입감이 있어서 그런지 두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내용이 나름 흥미롭게 진행돼서 그런지 지루하지 않았고 앞으로의 줄거리가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해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잔잔하고 감성적이라 특정 장르만 고집하는 사람이라면 지루할 수도 있겠다. 참고로 원작은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라는 중국 영화라고 하는데 난 원작은 본 적이 없다. 각색은 한국스럽게 되어있어도 줄거리가 거의 비슷하게 흘러간다고 한다. 난 원작을 모르고 봐서 더 재밌게 볼 수 있었던 거 같다.
영화는 한 여자가 누군가의 얼굴을 연필로 그려나가며 시작한다. 그 뒤 화면이 바뀌고 이 영화의 주인공 중 한 명인 안미소가 등장한다. 미소는 미술 갤러리 큐레이터의 안내에 따라 거대한 캔버스 앞에 서게 되는데 그 캔버스 그림의 주인공은 바로 미소 자신이었다. 큐레이터는 사진처럼 보이겠지만 이 그림은 극사실주의 그림이라면서 잘 보라고 설명해 준다. 그리고 이 그림의 작가인 하은과 친구 사이 같은데 혹시 하은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있냐고 물어본다. 신인 작가로 등단 시키고 싶은데 연락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친구인 미소에게 연락을 준 거라고 한다. 하지만 미소는 잘 모른다는 식으로 선을 긋는다. 그러자 큐레이터는 아닌 거 같은데요? 이렇게 말하더니 하은의 블로그라며 블로그 주소를 알려준다. 집으로 가려고 하던 중 미소는 함진우와 만나게 된다. 진우는 큐레이터에게 하은의 이야기를 해주러 온 듯했다. 진우는 미소에게 잠시 기다리라 했지만 미소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버린다.
집으로 돌아간 미소는 직접 주소를 입력해서 여름 은하수라고 적힌 하은의 블로그로 들어가 글을 읽게 된다. 그리고 둘이 함께 했던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된다.
1998년, 처음 만났다
"날도 더웠고 수업도 지루했고... 그렇게 졸리고 나른하던 날에 너를 처음 만났어."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건 11살 (만 나이가 아니다) 초등학생 때였다. 지루한 수업을 듣고 있던 고하은은 전학 온 안미소와 만나게 된다. 간단한 자기소개와 함께 서울에서 전학 왔다고 하는 미소는 하은의 옆자리에 앉게 되었다. 엄마의 눈치를 살피던 미소는 가방을 자리에 방치한 채 교실에서 도망쳐버렸다. 하은은 그런 미소에게 눈길이 갔다. 방과 후 하은은 옆자리라는 이유로 미소에게 가방을 가져다주게 되었다. 미소는 높은 담벼락 위에 있었는데 가방을 올라와서 달라고 한다. 하은은 높은 곳이 무서워서 싫다 말하고 미소는 실눈을 뜨면 무섭지 않다며 올라와보라고 한다. 그렇게 두 사람은 친구가 되었다. 미소는 하은이의 이름을 말하며 여름 하에 은하수 하냐고 물어보는데 하은이는 온화할 은이라고 한다. 미소는 온화한 여름은 이상하다며 그냥 여름 은하수로 하라고 한다. 그래서 나중에 하은의 블로그명이 여름 은하수가 되었던 거 같다. 하은이는 미소에게 이름은 미소인데 왜 안 웃냐고 묻고 미소는 안미소라서? 이러면서 웃는다.
미소는 엄마에게 혼이 났다. 미소가 도망친 건 학교에 가기 싫어서 라고 했다. 보니까 미소 엄마는 내연남(아저씨라고 부르는 거 보니 친아빠는 아닌가 보다 생각했는데 인터넷을 찾아보니 내연남이라고 한다)을 따라 돈 문제로 여기저기 옮겨 다니는 입장 같았다. 그래서 미소는 전학을 자주 가야 했고 친구 사귈만하면 전학 가야 하는 게 미소 입장에서는 화가 났던 거 같다. 엄마는 미소에게 이번엔 제주도에 오래 있을 거라고 했지만 그 말은 거짓이었고 결국 얼마 안 가 미소는 전학을 갈 입장에 처했다. 하지만 하은이 부모님이 미소를 맡아 키워주시기로 하면서 미소는 하은이와 함께 살게 되었다.
하루는 비 오는 날 미소와 하은이가 새끼 고양이(치즈 색) 한 마리를 주워온다. 키우는 걸 허락해 줬는지 이름까지 지어가며 키우게 되는데 이때 미소는 고양이의 이름을 '엄마'라고 짓자고 한다. 하은이 왜 그렇게 짓는 거냐 하니까 부를 때 다정하고 편하게 부를 수 있어서라고 한다. 그리고 둘이서 고양이 엄마를 보고 그림을 그리게 되는데 사실적인 묘사의 하은이의 그림과는 달리 미소가 그린 그림은 추상적이고 심지어 마음까지 그려져 있었다. 하은이는 그림에 마음까지 그릴 수 있다는 것에 감탄한다. 사실 하은이는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지만 부모님이 그림으로 먹고살면 굶어죽기 딱 좋다는 말에 마음을 접은 상태였다. 그래서 부모님이 바라는 직업인 선생님을 목적으로 공부하고 있었다.
2004년, 첫사랑이 생겼다
"누굴 좋아하면 용기 내야 된대"
17살이 된 두 사람은 여전히 사이좋게 지내고 있었다. 하은이는 인문계, 미소는 상업계로 진학했다. 미소는 야자 빠지고 놀자고 문자 보내고 하은이 아픈 척을 하며 조퇴한다. 그리고 그런 하은이를 미소가 스쿠터를 타고 데리러 온다. 둘이 간 곳은 오락실이었고 펌프를 한다. 나도 어렸을 때 펌프를 해봤던 기억이 있어서 (어려워서 몇 번 하고 관뒀지만) 추억이 떠올랐다. 하은이는 미소의 손에 이끌려 팬시점에 들어가게 되고 미소의 뜻에 따라 귀를 뚫게 된다. 하은이는 꼭 숫자 셋까지 세고 귀를 뚫어달라고 하면서 엄청 겁을 냈다. 미소는 그런 하은이가 아프지 않도록 귀를 뚫는 순간 악세사리 가판대(?)를 떨어트려 깨트렸다. 그걸 본 팬시점 아저씨는 그거 10만 원이나 하는 건데 어쩔 거냐며 화를 내기 시작했고 미소가 어떻게 이게 그렇게 비싸냐며 대들기 시작한다. 미소는 자신이 배상해 주겠다고 하다가 얼떨결에 미소와 함께 도망치는 신세가 된다. 이런 혼란한 상황으로 하은의 귀 뚫는 고통을 잊게 해주겠다는 미소의 목적은 달성했다.
미소는 현재 하은이의 집이 아니라 게스트 하우스에서 일을 하며 숙박을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하은이의 집에서 계속 얹혀 살기는 좀 눈치가 보이긴 했을 것이다. 하은이 엄마가 미소에게 엄마한테 연락은 안 오냐는 식으로 물어보니 연락 없다고 한 걸 보면 미소 엄마는 미소를 거의 방치하다시피 한 것 같았다. 그래도 하은이 엄마는 미소에게 힘든 일 있으면 자신에게 얘기하라면서 나름 신경써주는 모습을 보인다. 미소는 게스트 하우스 사장에게 허락을 맡고 하은이와 게스트 하우스에서 하루를 보내게 된다. 미소는 하은이에게 노래 하나를 들려주는데 옛날 노래였다. 미소는 재니스 재플린이라는 여가수라고 말해주면서 가장 좋아하는 가수라고 한다. 재니스 재플린은 노래만 부르다가 27살에 삶을 마감했는데 자신도 폭풍처럼 10년 정도 살다가 27살에 죽고 싶다고 한다. 그 말을 들은 하은이는 너 죽으면 난 어쩌냐며 눈물을 글썽거린다. 그러자 미소는 자기 몫까지 100살까지 살아야지~하고 말했다가 농담이라며 웃는다.
다음 날 아침 미소는 하은이에게 조식을 먹으러 가자며 바깥으로 데려간다. 그곳은 폐 리조트였는데 매물로 나왔지만 사는 사람이 없어서 미소가 접수했다고 장난스레 말한다. 그 안에는 테이블이 하나 있었고 케이크가 있었다. 미소가 하은이의 생일인 걸 알고 미리 준비해둔 거였다. 미소는 하은이의 히읗과 이응으로 만들어진 귀걸이를 선물해 준다. 사실 미소가 하은이에게 귀를 뚫으라 했던 건 이 귀걸이 때문이었다. 하지만 귀 하나 뚫고 도망친 바람에 오른쪽 밖에 귀를 못 뚫었다. 하은이는 미소에게 귀걸이 한쪽을 건네주며 자신이 새로 귀를 뚫을 때까지는 미소가 다른 한쪽을 끼고 있으라고 한다. 두 사람은 케이크를 먹으며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자유롭게 그림도 그리고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여행하며 바이칼 호수를 가고 싶다고 미소는 말한다. 같이 가자고 미소는 말하자 하은이는 비행기 타는 게 무섭다 하고 미소는 러시아까지는 배 타고 가니까 괜찮을 거라 한다.
그렇게 두 사람만의 우정이 계속될 것 같던 어느 날, 하은이는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고 한다. 그건 바로 함진우였다. 써클팅에 진우가 나온다며 하은이는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 하은이의 말에 미소는 떨떠름한 표정을 짓지만 이내 하은이 몰래 진우를 찾아가서 이번 써클팅에 진우를 좋아하는 애가 나올 건데 싫으면 싫다 좋으면 좋다 확실하게 선을 그으라는 식으로 말한다. 그런 미소의 말에 진우는 오히려 미소에게 약간 관심이 가는 듯했다.
그렇게 써클팅 날짜가 다가오고 하은이와 진우는 만나게 되었다. 마음에 드는 상대를 직접 손으로 지목하는 데 서로가 지목하면 커플이 되는 그런 방식이었다. 하은이 진우를 선택하자 진우는 미소가 말한 사람이 하은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그렇게 해서 두 사람은 캔모아에 가서 (이것도 정말 추억 돋았다. 그네 의자와 무한 리필이 가능하던 시절의 캔모아..) 빙수와 토스트에 크림 발라 먹으며 대화를 하게 된다. 하은이는 진우를 그리고 싶다고 한다. 진우는 왜 자신을 그리고 싶냐 질문하는 데 그림을 그리다 보면 그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이 보여서라고 한다. 하은이는 진우의 얼굴을 사진처럼 똑같이 그려내고 진우의 얼굴도 사진으로 찍는다. 그렇게 두 사람은 사귀게 되었다.
두 사람은 사귀게 되었지만 여전히 미소는 함께 했다. 셋이서 바다에서 즐겁게 놀기도 하고 진우가 자전거로 미소와 하은이가 탄 스쿠터를 죽어라 쫓아가기도 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중 하은이의 입시 합격 소원을 빌기 위해 어느 산을 찾게 된다. 그때도 또 세 사람이 함께였는데 산을 오르던 중 하은이의 발에 물집이 잡힌다. 하은이는 못 가겠다면서 두 사람이 대신 소원을 빌어주고 와달라 부탁한다. 미소는 혼자 갔다 와도 된다며 홀로 산을 오르지만 하은이는 미소 혼자 보내는 건 불안하다며 진우에게 쫓아가달라고 한다. 그렇게 해서 진우는 미소가 산속 동굴 안에 들어가 소원을 비는 것까지 보게 된다. 이때 두 사람은 대화를 나누게 되는데 미소는 진우가 항상 차고 다니는 목걸이에 대해 질문한다. 진우가 찬 목걸이는 벼락 맞은 대추나무인 벽조목 목걸이였다. 엄청 아팠던 적이 있었는데 이 목걸이를 걸고 나았다며 그때부터 보호받는 느낌으로 걸고 다닌 거라고 한다. 그런데 이때 분위기가 좀 이상해지면서 진우가 미소에게 키스를 한다.
그렇게 동굴에서 나오자 뒤늦게 쫓아온 하은이가 소원을 잘 빌었냐 물어본다. 그렇게 산에서 빠져나온 뒤 미소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은 먼저 가보겠다며 스쿠터를 타고 갔다. 이때 하은은 미소의 뒷모습을 처음 봤다고 생각했다. 항상 곁에 있었기에 미소의 뒷모습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도 하은과 진우는 잘 만났다. 미소는 어느 라이브 클럽에서 일을 했는데 그곳에서 바텐더 일도 하고 밴드 보컬의 뮤즈로서 노래도 불렀다. 하은이 잠깐 화장실엔가 갔을 때 미소는 진우에게 하은이의 어디가 좋냐고 질문한다. 진우는 그냥 다 좋다는 식으로 대답하는데 미소는 그건 그냥 말할 거 없어서 대충 얼버무리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한다. 진우는 반대로 미소에게 하은이가 좋은 점을 물어보는데 뺨에 있는 점이나 웃을 때 보이는 이빨 등등 미소는 상세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진우는 그 말을 듣고 점이 어딨냐며 없다고 한다. 하은이가 오고 미소가 노래를 부르러 앞에 나갔을 때 진우가 하은이의 얼굴을 확인하는데 정말로 얼굴에 점이 하나 있었다. 하은이는 노래하는 미소를 보며 미소가 부럽다고 한다. 자유로우면서도 섬세한 면이 있다고 말하면서. 하은이는 좀 순종적인 편이고 차분한 성격이지만 미소는 반항기도 있고 자유롭고 활발한 성격이었다. 성격만 따지고 보면 매우 다른 두 사람이었지만 그런 두 사람은 서로의 다른 면을 서로 보완해 주며 더 친해졌던 걸지도 모르겠다.
18살이 되어 미소와 하은이는 첫 이별을 하게 된다. 미소가 밴드 보컬 남자친구를 따라서 서울로 나가겠다고 한 것이다. 하은이는 그런 미소를 보며 좋아서 서울로 나가는 거냐 질문하는데 미소는 남친이 자신을 필요로 한다고 말한다. 헤어지는 게 못내 아쉬워 하은이와 멀어져 가는 자동차 안에서 미소는 얼굴을 내밀고 하은이를를 바라본다. 그리고 그때 목에서 흘러내린 벽조목 목걸이가 보였다. 진우의 목걸이였다. 미소를 보며 차를 따라가던 하은이는 그 목걸이를 보고 걸음을 멈춘다.
이후 두 사람은 편지로 서로의 안부를 주고받는다. 하은이는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었고 미소는 열심히 일을 했다. 미소는 하은이에게 러시아 횡단 열차를 타고 여행 중이라 했지만 실상은 호텔 청소 일과 고깃집에서 서빙, 설거지 등을 하고 있었다. 미소는 자신의 상황을 차마 하은이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미소는 남자친구가 있는 라이브 클럽에서도 열심히 일을 했는데 남자친구가 다른 여자와 키스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그날로 헤어지고 라이브 클럽 일은 관둔다. 그런 와중에도 미소는 그림을 놓고 싶지 않아 그림을 배웠다. 그리라는 대로 안 그리고 추상적이며 자유로운 그림을 그리던 미소는 이제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 하지만 자신의 집 (달동네) 캔버스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그림을 그린다.
영화 중간중간 현재의 미소가 블로그를 읽는 모습이 보이며 지금 상황도 나오는데 미소는 아빠 없이 혼자 딸을 키우고 있었다. 현재는 어느 회사의 팀장직을 맡고 있었다.
2010년, 각자 어른이 되어간다
"몰랐어? 나 원래 이렇게 살아"
어느 날 연락도 없던 엄마에게 문자가 왔고 그건 바로 미소 엄마의 부고 소식이었다. 홀로 장례식을 치른 뒤 제주도로 가 하은이와 만난다. 고양이 엄마도 그곳에 여전히 있었다. 미소는 하은이 부모님에게 러시아에서 사 온 모자라며 선물을 주고 하은이에게는 엽서 선물을 줬다. 오랜만에 만난 두 사람은 부산으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 아쿠아리움도 구경하고 즐거운 한때를 보낸 뒤 숙소를 잡으려 한다. 미소가 간 곳은 어느 허름한 모텔. 1박에 4만 원 하는 곳이었다. 미소가 숙소를 잡으려 하자 하은이는 미소를 끌고 나가서 더 좋은 호텔을 잡았다. 미소는 하은이 호텔비를 낸 것에 대해 미안해하며 저녁밥은 자신이 사겠다고 한다. 그런데 둘이 간 식당은 레스토랑이었고 가격이 비쌌다. 미소 형편에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미소는 주위를 보다 회사 회식(?)으로 보이는 테이블에 가서 클럽 바텐더 시절의 기술을 살려 술을 만들어주고 비싼 와인 한 병을 얻어온다. 그 모습을 본 하은이는 왜 그런 짓을 하냐며 뭐라 한다.
미소는 원래 이렇게 살아왔다며 아무렇지 않은 듯 말한다. 미소는 피자 같은 걸 시켜 먹자고 하는데 하은이는 막무가내로 스테이크를 두 개 시킨다. 미소는 내 형편 뻔히 알면서 어떻게 그걸 시킬 수 있냐 하며 숙소비 낸 거 미안하니까 밥 사려고 했는데 왜 이렇게 나오냐는 식으로 화를 낸다. 하은이는 자신이 돈이 있으니까 자신이 사려 한 거였고 이런 거로 미안해할 필요 없다는 식으로 말한다. 하지만 미소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껄끄러웠을 것이다. 그런 하은이에게 미안하면서도 자신의 자존심도 깎여나갔을 테니까. 결국 싸움 끝에 하은이는 레스토랑에서 먼저 나가버린다. 미소의 입장이 더 이해가 가는 입장이라 그런지 난 미소가 그저 안타까웠다. 숙소에 돌아온 미소는 침대에서 돌아누운 하은이를 보고 말없이 짐을 챙겨 엘리베이터를 타러 간다. 자고 있지 않았던 하은이는 뒤늦게 미소를 뒤쫓아갔지만 미소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지 않고 그대로 가버렸다.
2014년, 흔적을 따라간다
"가장 그리운 건... 너였어"
의대로 편입하게 된 진우는 제주도에서 서울로 나가게 되었고 우연히 부동산 일을 하는 미소를 보게 되었다. 진우는 미소와 카페에서 대화를 나눈다. 미소는 여전히 진우의 벽조목 목걸이를 걸고 있었다. 미소는 현재 부동산업자인 남자친구를 사귀고 있으며 좀 있으면 캐나다로 갈 예정이라고 했다. 담배를 태우며 그런 이야기를 하는 미소는 나름대로 여유로운 느낌이 들었다. 대화 도중 자꾸 부동산에서 전화가 와서 미소는 결국 다시 일을 하러 가는데 알고 보니 일 때문에 연락이 온 게 아니었다. 회사 앞에는 구급차가 있었고 많은 구경꾼들이 있었다. 뭔가 일이 터졌다는 걸 직감한 미소는 회사로 달려갔고 진우도 그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따라갔다. 미소는 목매달아 죽어있는 남자친구를 발견하게 되었다. 알고 보니 남자친구는 미소의 돈까지 전부 탕진하고 감당하지 못하자 자살을 한 것이었다.
어느 시점에서 나온 건지는 잘 기억이 안 나는데 하은이는 페이스북 같은 데서 미소를 찾아보려고도 했었다. 이름으로 검색했을 때는 안 나왔는데 재니스 재플린이라고 검색했을 때 미소의 계정이 나왔고 그 죽은 부동산 업자와 찍은 사진들이 몇 장 나왔다.
미소는 자신에게 남은 건 없다며 술에 잔뜩 취해 부축을 받으며 진우의 집으로 가게 된다. 때마침 진우의 집 앞에는 하은이가 와있었다. 하은이는 진우를 집 밖에 세워둔 채 미소와 둘만 집 안에 들어간다. 미소는 하은을 보고 싶었다며 껴안고 신세 한탄을 하다가 구역질이 올라와 변기에서 토를 한다. 옷은 흐트러져 있었고 어깨쯤에는 스마일 표시의 문신이 있었다. 하은은 그런 미소를 보며 얼굴에 물을 뿌린다. 그리고 두 사람은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서로의 마음을 터트리기 시작한다.
미소는 하은이 계산적이라 말하며 꽁해있지 말고 전부 말하라 한다. 하은은 미소가 자신을 생각했으면 아직까지도 그 벽조목 목걸이를 하고 다니지 않았을 거라며 화를 낸다. 미소는 자신이 어떤 의미로 목걸이를 걸고 다니는지도 모르면서 그런다고 화낸다. 하은은 미소가 항상 자신만 불행하다는 식으로 생각하지 않냐며 쏘아붙인다. 미소는 하은이 진우와 자신과의 관계를 의심하자 항상 그렇게 자신을 계산하면서 바라봤던 거 아니냐고 화내는 한편 진우와의 사이를 부정했다.
하은은 모두가 미소를 진심으로 사랑한 줄 아냐며, 미소의 남친도, 진우도, 엄마도 모두 미소를 사랑한 게 아니라고 한다. 그러면서 자기만 진심으로 미소를 사랑했다 외친다. 미소도 그만큼 하은이 자신을 그만큼 아꼈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이런 와중에도 그 마음을 안다 말했다. 미소가 "근데 우리 왜 이렇게 된 거야?"라며 울음 섞인 말을 꺼내는데 이때 진짜 울컥했다. 원래 그렇게도 사이좋은 두 사람이었는데 오해가 오해를 낳고 형편의 차이 때문에도 두 사람의 간극이 벌어지고 말았다. 솔직히 살다 보니 정말 친했어도 이런저런 이유로 멀어진 친구들도 많았기에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이 이해가 가면서도 너무나도 안타까웠다. 그렇게 두 사람은 또 멀어지고 말았다.
또 시간이 흘러 하은이는 학교 선생님을 하며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진우는 다시 제주도로 왔고 하은이에게 프러포즈를 했다. 모든 것이 순조로워 보였다. 하지만 두 사람의 생각은 갈리게 된다. 진우는 서로의 꿈도 이뤘고 다 잘 됐다는 식으로 말하는데 하은이는 자신의 꿈이 학교 선생님이라 한 적이 없다고 한다. 한 번도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원래 자신은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다면서 그림 다시 시작할까?라고 얘기하는데 진우는 그건 취미로 하라고 말한다. 안 그래도 처음 만나서 자기 얼굴 그림 그려줬을 때 정말 그림 잘 그린다고 생각했지만 그림을 똑같이 그리는 건 재주고 재능이 아니라고 말해버린다. 사실 난 이때 진우에게 정이 뚝 떨어졌다. 아니 동굴 장면에서 이미 정 뚝 떨어지긴 했는데 내가 싫어하는 말만 골라 했다. 개인적으로는 뭐만 말하면 그건 취미로 하고~ 이 말.. 내가 좀 많이 들었던 말이라 그런지 그 말이 정말 싫다. 하은이 같은 경우는 내 눈엔 재주라기보다 재능에 가까워 보이기도 해서 좀 더 짜증 났던 거 같다. 아마 하은이도 이 말을 듣고 진우를 떠나야겠다 결심이 서지 않았을까 싶다.
결혼식 날이 되었고 많은 하객들이 찾아와 하은을 축하했지만 하은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아니 좋지 않다 못해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친구가 찍어준 사진 속 하은의 표정은 너무나도 우울했다. 결국 하은은 그 사진 한 장 남기고 결혼식장에서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두 사람의 결혼은 무산되었다. 하은이 바라는 자신의 모습과 진우가 바라보는 자신의 모습은 달랐고 하은은 어느샌가 자기 자신을 잃어버릴 것 같아서 진우의 곁을 떠난 것이었다. 학교 선생님을 관두고 제주도를 떠난 하은은 미소가 보냈던 편지의 주소지를 찾아가 본다. 그리고 그곳에서 미소가 살았던 흔적을 느낀다. 미소가 그리던 그림과 캔버스 받침대도 굴러다니고 있었고 벽에는 미소가 그린 스마일 그림이 있었다 (동그라미에 점 두 개 찍고 웃는 입). 하은은 미소가 살던 그 달동네 집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로 한다. 그리고 커다란 캔버스 위에 미소의 얼굴을 연필로 그려나가기 시작한다.
지금, 그리움을 그리다
"이젠 니 얼굴을 그리고 싶어. 사랑 없인 그릴 수조차 없는 그림 말이야"
미소와 진우가 만나게 된다. 진우가 갤러리 앞에서 미소와 대화하려 했던 건 하은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보고 싶어서였다. 진우가 왜 큐레이터한테 하은이를 잘 모른다고 말한 거냐고 묻자 미소는 그런 걸 굳이 다 말해줄 필요가 없다고 한다. 진우는 하은이 어디 있냐고 묻는데 미소도 잘 모른다고 한다. 근데 때마침 걸려오는 전화의 이름에는 하은♡이라고 적혀있었다. 진우는 미소와 함께 하은이에게 찾아가는데 진우의 앞에 있는 건 하은이 맞았지만 하은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하은이는 미소의 딸이었기 때문이다. 미소는 하은이와의 과거를 진우에게 얘기해 주기로 한다.
2014년 대학을 다니던 미소에게 하은이 돌연 찾아왔다. 하은은 임신을 하고 찾아왔고 그건 진우의 아이였다. 진우에게는 말하지 않고 하은이는 혼자 애를 낳으려 한 것이다. 하은이는 딸의 태명을 미소라고 지었다고 한다. 애를 낳을 당시 하혈이 심해 수술까지 했지만 다행히 하은이와 딸은 살아남았다. 그리고 어느 정도 회복을 한 건지 하은이는 이제 자신이 살고 싶은 대로 살고 싶다며 하은이를 미소에게 맡겼다. 미소를 떠나기 전 하은이는는 미소의 미음과 시옷을 딴 귀걸이를 선물해 준다. 그렇게 하은이는 예전에 미소가 말했던 것처럼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여행을 떠난다. 미소의 이야기를 들은 진우는 하은의 딸 하은이와 인사를 한다.
그런데 사실 여기서 반전이 있었다. 미소는 진우에게 하은이 여행을 떠났다고 했지만 거짓말이엇다. 하은이는 출산 당시 출혈로 죽었기 때문이었다. 2014년의 하은이는 그렇게 딸을 낳고 죽고 말았다. 미소가 죽고 싶어 했던 나이인 27살로 생을 마감했다. 귀걸이 같은 경우는 하은이 입원해있던 병실에서 옷가지를 정리하다가 찾아낸 선물이었다. 함께 보냈던 시간들이 기특해서 주는 선물이라며 쪽지가 들어있었고 거기에 ㅁㅅ귀걸이가 들어있었던 것이다.
한 가지 더 반전이 나오는데 그건 미소와 진우가 정말로 아무 사이도 아니었다는 것이다. 진우가 미소에게 마음은 준 건 사실이었지만 미소가 진우와 키스한 적은 없었다. 진우가 얼굴을 들이댔을 때 미소가 진우의 입술을 깨물어 버리고 무릎을 발로 찼다. 그리고 사실 벽조목 목걸이는 미소가 빌려달라고 한 것이었다. 하은이에게 폭풍처럼 살다 27살에 죽었으면 좋겠다고 말했지만 생각이 바뀐 미소는 27살 넘게 살고 싶어졌다. 진우가 아플 때 걸고 나았다는 그 목걸이를 부적으로 생각한 건지 미소는 오래 살고 싶다고 생각해 목걸이를 빌려달라 한 것이었다.
그런데 사실 산의 동굴에서 이런 일이 있었을 때 이 모습을 하은이가 모두 목격했다. 근데 진우가 키스를 하려 하자 미소가 거절한 건 알았지만 목걸이를 빌려주게 된 경위에 대해서는 듣지 못했던 거 같다. 그 모습을 목격한 뒤로 하은이는 미소가 자신을 배신하지 않았다는 걸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미소가 자신에게서 멀어지려 하는 모습이 보이자 불안해졌다. 어느샌가 자신도 모르게, 왜 미워하는지도 모른 채 미소를 미워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사실 자신이 제일 그리워한 것은 미소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두 사람의 우정은 어긋나고 말았다. 사실 우정보다도 더 큰 무언가였지만.
미소는 하은이의 죽음 이후 하은이 엄마의 부탁을 받고 하은이 살던 집에서 유품을 정리해 주기로 한다. 이때쯤 고양이 엄마도 하은이를 따라가듯 죽었다. 하은이의 유품을 정리하러 간 미소는 하은이 살던 집이 자신이 살던 방이라는 것을 그제야 알게 된다. 벽에 자신이 그려놨던 스마일 얼굴이 벽에 남겨져 있었고 (새로 페인트칠을 했지만 하은이 일부러 남겨놨다) 캔버스도 있었다. 거대한 캔버스는 하얀 천으로 덮어져 있었는데 천을 걷어보니 나온 건 바로 미완성된 자신의 얼굴 그림이었다. 산에 같이 갔을 때 하은이 사진을 찍어줬었는데 그때 그 사진을 보고 그린 그림인 것 같았다. 미소는 그 사진을 완성하기로 한다. 영화 처음에 그림을 그리던 건 미완성 그림을 이어서 그리던 미소의 모습이었다. 미소가 하은이의 그림을 완성해서 갤러리에 보내서 전시회에 출품할 수 있게 된 것이었다. 미소는 하은의 딸 하은이와 함께 전시회에 가서 그림을 감상한다. 큐레이터는 하은이 메일로 연락이 줬는데 새 작품은 자신들의 갤러리에서 걸겠다 약속을 해줬다며 좋아한다.
미소는 하은이의 완성된 그림을 바라본다. 그 뒤 하은이의 모습이 나온다. 미소의 생각 속에서 하은이는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바이칼 호수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그런 하은이의 모습을 비춰주며 영화는 끝이 난다.
영화 후반쯤 가서야 영화 제목이 왜 소울메이트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정말 두 사람은 둘도 없는 친구였기 때문이다. 그냥 연애와는 다른 감정선으로, 그렇다고 단순한 친구 이상인 그런 감정을 서로 공유하는 두 사람을 느낄 수 있었다. 영화 보기 전에 영화평에 눈물이 났다는 글도 있어서 두 사람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길래 눈물까지 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영화를 보니 그냥 두 사람에게 일어난 상황 그 자체가 울컥하는 그런 느낌이었다. 오해가 불러일으킨 그 상황들이 안타깝고 슬펐다.
하은이에게 있어서 미소는 정말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친구가 아니었을까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렇게 느꼈던 장면들은 하은이 진우와 있을 때였다. 진우의 태도를 보면서 미소는 저렇게 말하지 않았을 거 같은데... 그런 생각도 들곤 했기 때문이다. 하은이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그래서 다른 가족들보다도 더 큰 캔버스에 미소의 얼굴을 그렸던 건 아닐까 싶고... 사람의 얼굴을 그리면 그 사람을 생각하는 자신의 마음을 알 수 있기에 더더욱 미소의 얼굴을 그려나갔던 것 같다. 뭔가 여운이 남고 찡한 그런 영화였다. 여러모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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