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9. 봉오동 전투 (戰鬪, The Battle: Roar to Victory), 2019 :: 꿈과 갈망의 틈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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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주의)

사실 이 영화에 대해서 별 생각은 없었고 아마 볼 생각도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근데 동생이 개봉 전부터 재밌어보인다고 보러가고 싶다고 해서 엄마와 동생과 함께 같이 보러 가게 되었다. 사실 스토리는 크게 쓸만한 건 많지 않다. 말 그대로 봉오동 전투에 관한 이야기이고 (봉오동으로 가는 과정) 스토리보다도 영화는 거의 일본군과 싸우는 모습을 다루고 있다. 주인공인 황해철과 이장하 이외의 인물들은 크게 인물 스토리가 비춰지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 많은 캐릭터들이 있지만 뭔가 단순하게 사용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솔직히 말해서 내 기준으로 이 영화는 재밌지는 않았지만 (싸우는 장면이 거의 많다보니 반복되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다) 일본군과 싸워서 이 나라를 지키신 독립군분들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은 되었다고 본다. 

 

근데 영화적 요소가 큰 편이라서 아무리 봐도 죽을 것 같은 상황에 죽지 않는 이장하라든지(어깨에 총 맞은 상태에다가 다리까지 잘렸는데 죽지 않는다. 심지어 죽은 누나까지 봤는데 살았다).. 일본군을 칼 하나로 모조리 다 죽여버리는 황해철의 모습은 현실적이지 않다는 느낌이 들긴 했다. 그런데 일본군이 민간인들을 학살하는 장면은 너무 잔인하고 악독하기에 인간이 어떻게 이러나 싶어 비현실적이게 느껴지면서도 아마 현실에서는 더욱 더 악랄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슬펐다. 이러한 영화에 일본 배우가 나와서 연기하는 건 쉽지 않은 일임에도 불구하고 일본 배우가 3명이나 나와서 정말 자신만의 신념이 있는 일본인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에서 피해를 입으면 어쩌나하는 생각도 들었다.

 

영화 내에서는 유키오라는 어린 일본 군인이 나온다. 전쟁에 대해 알기 위해서 자진해서 군입대를 한 건데 그는 일본군의 악랄한 행태를 보고 부끄럽다는 말을 한다. 그 때문에 월강 추격 대장에게 할복하라는 명령을 받기까지 한다. 영화에서뿐만이 아니라 일본의 만행을 인정하고 과거 일본의 역사가 부끄럽다는 생각을 가진 개념 있는 일본인들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영화 보면서 이 사람은 진짜 일본 사람이네 하고 일본인 말투나 억양에서 구분이 갔는데 유키오 역은 솔직히 얼굴이 너무 잘생겨서(...) 한국인인가? 일본어 발음 같은 거 들으면 일본인인데? 싶었다. 근데 모든 사람이 같은 생각을 해서 조금 안심(?)했다. 사실 이러한 영화 보면서 외모 생각은 별로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근데 유키오역이 일본에서 미움 받을만한 대사가 많아서 좀 걱정은 되긴 한다. 신인인 거 같은데 그런 것에 굴하지 않고 앞으로 잘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개인적으로 좋았던 부분은 (다른 부분 제쳐두고 인상적인 느낌으로) 춘희, 개똥이, 유키오 세 명의 이야기였던 것 같다. 일본군에 의해 남동생을 잃은 민간인 춘희와 자진해서 독립군에 들어간 독립군 개똥이, 자진해서 일본군에 들어갔지만 일본의 행패를 보고 일본이 부끄럽다 느낀 일본 군인 유키오. 원래였다면 평범한 소년소녀들이었겠지만 나라로 인해 서로 적이 되어버린 그 상황이 뭔가 안타깝기도 하고.. 춘희가 유키오에게 살아남아서 일본군이 한 짓들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라고 한 부분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영화가 역사 영화이고 전투 장면이 많아서 지루한 감이 살짝 없지 않아 있는데 한번씩 코믹한 장면이 나와서 분위기를 전환시켜준다. 난 그게 한숨 쉬어가는 느낌이 들어서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진짜 영화 내내 거의 뛰어다니고 구르고 총 쏘고 싸우고 연기자분들 정말 이 영화 찍으면서 고생 많이 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내내 '장군님'이라고 말하면서 그 장군님의 정체는 영화가 거의 끝나갈 때까지 밝혀지지 않았는데 영화 말미에 홍범도 장군이 등장한다. 다음엔 청산리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면서 말이다. 다음 영화로 청산리 대첩도 나온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황해철의 말 중에서 정말 좋았던 건 독립군 수는 알 수가 없다고 하며 어제 농사 짓던 사람이 오늘은 독립군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말이었다. 모두가 나라를 되찾기 위해서 한마음 한뜻으로 모여 자신의 목숨을 걸고 싸워왔기 때문에 지금의 나라가 있는 것이라는 게 확실하게 느껴졌다. 영화 자체만 따지고 보면 아쉬운 점이 없는 영화는 아니지만 역사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하게 해주는 좋은 영화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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