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감 (Ditto), 2022 [결말 스포] :: 꿈과 갈망의 틈새
반응형

 

 

(스포일러 주의, 결말 포함)

 

원래 공포 영화를 좋아해서 로맨스 영화는 가뭄에 비 오듯 보는 편인데 이건 판타지가 가미되어 있길래 궁금해서 보게 되었다. 이 영화가 원작이 따로 있다고 하는데 난 원작을 본 적이 없어서 비교는 불가했다. 근데 원작을 본 사람들 대부분이 이 영화가 별로라고 하는 걸 보면 원작이 엄청 잘 만들어진 영화인가 보다. 원작을 안 본 내 관점에서는 살짝 지루하지만 그냥 무난한 영화라고 느껴졌다. 약간 첫사랑의 풋풋한 감정 같은 게 느껴지는 그런 영화? 영화가 1999년과 2022년을 오가며 나오는데 1999년도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엔 생각보다 시대 연출이 진하게 느껴지지는 않아서 조금 아쉬운 감이 있었다. 1999년 이후에 태어난 사람들은 왜 나오는지 모르는 대사도 좀 있었겠지만 1999년에 어린 시절을 보냈던 나로서는 약간 웃음 포인트도 있긴 했다. 근데 그게 그렇게 많은 느낌은 아니었다.

 

영화는 1999년도의 김용을 보여주며 시작한다. 95학번인 김용은 공대 기계과에 다니고 있었는데 전공이 그다지 적성에 맞지 않는지 자퇴를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 학교를 다닐만한 이유가 되는 사람이 나타났다. 그건 바로 수석으로 입학한 서한솔. 여자가 귀한(?) 공대에서 몇 안 되는 여자가 나타난 것이다. 군복 입은 복학생(?)의 부탁으로 용이는 한솔이에게 연락을 해서 개강 총회에 나와달라고 삐삐에 음성을 남긴다. 아직도 삐삐를 쓰나? 하는 것으로 보아 그때 당시 원래 핸드폰을 쓰는 사람이 더 많았던 모양이다. 학생회관에서 만나기로 약속 잡은 한솔과 용이. 복장으로 한솔을 알아보게 되었고 한솔을 처음 만난 용은 한눈에 반해버린다. 근데 인사할 때 방가방가~ 이러던데 실제로도 그 당시 대학생이 저런 말을 썼나 모르겠는데 나는 그냥 옛날 채팅 용어로만 쓰는 단어로 생각하고 있었던 터라 엄청나게 오글거렸다. 한솔은 용에게 시간이 되냐 물으며 동아리를 알아보고 싶은데 소개 좀 해달라고 한다. 그렇게 해서 여러 동아리를 같이 돌아다닌다.

 

그러던 중 아마추어 무전기 동아리 앞에 가게 되고 HAM 무전기에 관심이 있던 한솔은 동아리실 문이 닫힌 거에 실망을 한다. 한솔은 혹시 주변에 HAM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없냐 묻는다. 용은 친구 김은성이 바로 생각났지만 한솔이와 친해질 기회를 더 얻고 싶어서 일부러 그런 사람이 없다고 말한다. 이후 용은 친구 은성이에게 가서 HAM을 빌려달라고 한다. 은성은 계단에서 굴러서 다리가 부러진 상태였는데 친구보다 거북이를 구하냐!라고 핀잔을 준 것으로 보아 같이 있다가 다친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여기서 말하는 거북이는 용이 키우는 거북이 목만이를 말한 것이었다. 거북이 나올 때마다 목만 튀어나와서 이름을 목만이라고 지었나?하는 뻘 생각을 하기도 했다. 용은 한솔이에게 반했다고 은성이에게 말할 정도로 사이가 절친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친구였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어쨌든 개강 총회 날이 다가왔고 김용 근처에 한솔이 앉았다. 어느 술 취한 선배가 한솔에게 와서 괜히 시비 거는데 한솔은 그에 굴하지 않고 단무지(단순, 무식 지랄)라고 한방 먹여준다. 욕먹은 선배가 생난리를 치자 다른 학생들이 끌고 나갔고 한솔은 기숙사 통금 시간 때문에 먼저 가보겠다며 자리를 뜬다. 분위기는 싸해졌고 뒤이어 용도 가게를 나간다. 아무래도 한솔과 같이 가기로 미리 약속을 해놓은 건지 용이 늦게 나와서 미안하다고 사과한다. 한솔도 나름대로 용에게 마음이 있었던 건지 기숙사 앞까지 사이좋게 같이 간다. 집에 가려는 용에게 한솔은 개기월식이 일어나는 날이라 말해준다.

 

그날 밤 용은 개기월식을 바라보며 너(한솔)도 나랑 같은 걸 보겠지? 하는 오글 거리는 소리를 하며 달을 구경하다가 HAM을 작동시켜보기로 한다. 이때 2022년의 무늬와 교신이 된다. 용은 교신이 성공한 것에 신기해하며 무늬와 어색한 대화를 나눈다. 그러다 초보자를 위한 HAM 교본이 무늬에게 있다는 걸 알게 된 용은 그런 책이 있냐며, 자신도 그런 게 필요하다며 빌려줄 수 있냐 묻는다. 학교도 같고 해서 학생회관 앞에서 12시에 만나기로 한다. 하지만 용이 사는 건 1999년, 무늬가 사는 건 2022년이었기에 서로 엇갈릴 수밖에 없었다. 햇빛이 쨍쨍 내리쬐는 학생회관 앞에서 2시간을 기다리던 용은 그냥 집에 갈 수밖에 없었고, 무늬는 비가 세차게 내리는 학생회관 앞에서 우산도 없이 책을 들고 (비 오는데 책을 들고 있다니!! 젖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빗물에 마스카라가 번져가며 용을 2시간 기다린다.

 

이때 무늬의 7년 지기 남사친 오영지가 노란 우산을 들고 와서는 무늬에게 씌워주고 라면 먹자며 식당으로 향한다. 근데 일일이 마스카라도 닦아주고 이마랑 뺨에 손도 대면서 열까지 체크해준다. 영화 보면서 남사친이 원래 저렇게까지 해주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보면 연인이 해줄법한 느낌이었는데; 어쨌든 영지의 이런 행동에 무늬는 호감을 느끼는 듯했다. 그날 용과 무늬는 다시 교신을 했고 서로에게 화를 낸다. 둘 다 두 시간을 기다렸으니 화가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둘 다 서로를 만나지는 못했으니 서로 거짓말하지 말라며 난리였다. 거기다 용은 햇빛이 쨍쨍했다고 하고, 무늬는 비가 세차게 내렸다고 하며 기침까지 하니 더더욱 어이없는 상황. 무늬는 창문 너머 빗소리를 들려주며 이 소리 안 들리냐고 하는데 그 소리를 들은 용은 고기 굽냐고 질문한다.

 

무늬는 용에게 너 초딩이지? 이러는데 용은 초딩이라는 말의 뜻을 모른다. 헐~ 하는 말과 카톡이 무슨 뜻인지 모른다. 그래서 서로 학번을 말하기로 했는데 용은 95학번이라 하고 무늬는 21학번이라 한다. 무늬는 1995년의 95냐면서 이십몇 년을 대학교에 다닌 거냐며 어이없어한다. 그럼 핸드폰은 아냐고 무늬가 질문하고 용은 자신을 무슨 바보로 아냐며 핸드폰 번호를 알려주겠다고 한다. 그래서 번호를 알려주는데 010이 아닌 018로 시작한다. 011은 그나마 봐줄 만할 거 같은데 018이었다. 전화번호를 들은 무늬는 바로 전화를 걸어보지만 없는 번호라고 소리가 나온다. 이렇게 상황은 끝나버리고 교신을 끝낸 용은 삼겹살을 구워 먹으며 무늬의 행동이 어이없다고만 생각한다.

 

용은 학교에서 한솔과 게시판을 보며 대화를 나눈다. 한솔은 기업에 도움이 되는 기계를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자신의 아버지의 회사가 망한 건 효율적으로 일을 할 수 없어서 그런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면서 용에게 앞으로 무슨 일을 하고 싶냐 질문하는데 용은 한솔과 키스하고 싶다고 의식의 흐름으로 말을 해버린다. 한솔의 표정이 굳자 용은 당황하더니 지나가던 은성을 붙잡고 일이 있다며 가버린다. 이후 쪽팔림에 용은 한솔을 피해 다닌다.

 

한 번은 무늬가 한밤중에 잠긴 학생회관 건물 앞에서 서성거린다. 이때 수위 아저씨가 뭐 하냐고 묻고 무늬는 만나기로 한 사람이 있었는데 혹시나 해서 서성거린 거라 말한다. 약간은 뜬금없지만 수위 아저씨는 폐쇄된 공중전화박스를 가리키며 그 안에서 인연이 되는 뭔가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그 안에서 무늬는 신입생들 어디서 모여라~ 여기서 만나자~ 등등의 메모들을 발견하고 미소 짓는다. 그러다 용에게 공중전화박스로 시험해 봐야겠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그래서 무늬는 용에게 학생회관 앞에서 다시 만나자고 약속을 잡은 뒤 또다시 자신이 안 나타나면 공중전화박스 한편에 메모를 남기라 말한다. 용은 약속대로 다음날 무늬를 기다렸고 나타나지 않자 공중전화박스에 1995년의 용이 기다렸다고 해 모양 그림과 함께 메모를 남긴다. 무늬는 공중전화박스에서 용이 남긴 메모를 발견했고 용이 진짜 1999년의 사람이라는 걸 믿게 된다.

 

다시 연락했을 때 무늬는 자신의 이름이 문희가 아니라 무늬라고 알려준다. 서로 얘기를 하다가 용은 한솔과 멀어진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길 바라고 무늬는 그걸 들어주는 대신 자신의 과제를 도와달라고 한다. 무늬는 수업에서 누군가를 인터뷰해야 했는데 그 대상자를 용으로 정하기로 했다. 용은 한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고 무늬는 둘의 사이가 썸이라고 생각했다. 용은 못 알아먹었고 사귀지는 않는데 애매한 사이라고 말해주자 용은 밀고 당기기?라고 대답한다. 무늬는 용에게 그냥 고백을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을 해주었다.

 

너랑 키스하고 싶어라고 말실수했던 날 이후로 무늬를 피해 다녔던 용은 용기를 내어 한솔에게 말을 걸었고 둘은 다시 친해질 수 있었다. 그 뒤 데이트 아닌 데이트를 하게 된다. 같이 스티커 사진도 찍고 오락실에 가서 펌프도 하는데 한솔이는 펌프 두 개를 사용하며 베토벤 바이러스를 고른다. (오락실에서 많이 들려왔던 노래라 반가웠다) 영화 볼 때는 저런 건 기계를 조작해서 잘한 것처럼 찍나? 했는데 찾아보니 진짜로 배우가 연습해서 찍었다고 한다. 연습 진짜 엄청 많이 했을 거 같다. 내가 어렸을 때 펌프로 빠른 곡을 해보고 싶었지만 너무 어려워서 툭하면 초반에 끝나 돈 아까워서 못했던 기억이 있다. 어쨌든 그렇게 신나게 놀고 나서 또다시 용과 한솔은 통금 시간 때문에 기숙사 앞으로 달려가는데 이때 용이 우리 박카스 광고 같다 이러면서 광고 대사까지 친다. 옛날에 박카스 광고 중에 뛰어가는 장면 있어서 나온 거 같다.

 

용은 그냥 그렇게 가려다가 용기를 내서 한솔에게 고백을 한다. 이후 시무룩한 표정을 짓고 걷는가 싶더니 이내 좋아죽는 표정으로 길거리를 누빈다. 용의 고백은 바로 성공했고 그렇게 둘은 커플이 되었다. 용은 무늬와의 대화가 많은 도움이 되었다 생각하며 기쁜 소식을 무늬에게 전한다. 무늬는 용의 목소리만 들어도 마음이 느껴진다며 같이 기뻐해 준다. 용은 데이트 코스까지 무늬에게 말해주는데 맨 마지막에 캔모아를 가겠다고 말하자 무늬는 진짜 그럴 거냐면서 마지막엔 분위기 좋은 술집에 가라고 말해준다. 그리고 옷은 꾸민 듯 안 꾸민 듯 입어야 한다고도 말해준다. 영화 이야기도 했었는데 용은 쉬리랑 주유소 습격 사건 둘 중 어느 걸 볼지 고민이라고 한다. 이때 아이폰의 시리가 반응했고 영화 쉬리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줄줄 읊는 바람에 용은 본의 아니게 스포일러를 당하게 되었다. 어렸을 때 티비에서 쉬리를 꽤 재밌게 봤던 기억이 살짝 났었다.

 

옷과 머리 스타일을 고민하던 용은 한껏 꾸미고 나가는데 내 눈에는 옷이 뭔가 등산복 스타일 같아서 좀 웃겼다. 한솔은 용의 머리를 보고 시대를 앞서간 머리 같다고 말해준다. 무늬의 스포일러로 인해 용은 쉬리가 아닌 주유소 습격 사건을 보러 간다. 한솔은 원래 쉬리를 보고 싶어 하지 않았냐 하고 용은 친구가 줄거리를 죄다 말해버려서 안 본 거라 한다. 한솔이 이때 친절하게 그런 걸 스포일러라고 한다고 말해준다. 용은 무늬의 조언대로 분위기 좋은 술집에 갔는데 다행히 한솔의 반응은 매우 좋았다. 언제 나온 대사인지는 잘 기억 안 나지만 용은 혼자서 '잘 자 내 꿈 꿔'라고 읊조리기도 한다. 이것도 그 당시 티비에서 나온 유명한 광고 대사였다. 한솔과 잘 된 용과는 달리 무늬는 영지와의 사이가 지지부진했고 심지어 집안 사정이 나쁘다며 영지가 학교를 안 다니고 그냥 알바를 하며 살려고 한다. 이에 무늬는 매우 슬퍼한다.

 

그런 와중에도 용과 무늬는 계속 대화를 나눴다. 그런데 이때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진다. 용이 한국대 기계과라고 하니까 한솔이 자신의 아빠도 95학번이고 한국대 기계과에 나왔다며 혹시 김은성을 아냐고 묻는다. 용은 김은성은 자신의 친구라며 장난치지 말라고 하는데 더더욱 충격적이게도 무늬의 엄마 이름이 서한솔이라는 말까지 한다. 용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무늬는 은성과 한솔이 유명한 대학 커플이었다고 말해줬고 자신이 쓰는 HAM은 아빠의 것이라 했다. 그러면서 기기에 하얀색 스티커가 붙어있지 않냐 하는데 용이 앞에 있는 은성의 HAM에는 스티커가 붙어있지 않았다. 용은 순식간에 혼란스러워진다. 무늬가 바로 부모님에게 물어보면 실마리가 보이겠지만 해외에 나가 있어서 바로 물어볼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무늬는 괜히 자신 때문에 용에게 혼란스러움을 준 게 아닌가 싶어 영지와 함께 졸업 앨범도 찾아보는 등 도움을 주려 하지만 딱히 해줄 수 있는 건 없었다. 무늬의 말을 들은 뒤 용은 극도로 신경이 예민해진다. 화가 난 용이는 종말 동아리(1999년도에 종말 할 거라는 말이 돌았었다) 회장한테 종말 안 하니까 공부나 해!라면서 화를 내면서 가기도 한다. 그러다 은성과 한솔이 대화하는 모습을 보고 혼자 격분해서 둘을 떼어놓기도 한다. 용이 갑자기 그러니까 두 사람은 그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한솔이 과대가 되자 그런 걸 왜 해!라면서 용이 화낸다. 왜냐면 은성이 학생회장이라 회의를 하게 되면 같이 있게 되기 때문이다. 용은 그걸로 안 그치고 학생 회의 때 한솔이 옆에 죽치고 있다가 은성이에게 쫓겨난다. 용의 마음이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지만 저럴수록 한솔과 더 멀어지는 건 아닌가 싶어 좀 답답했다.

 

은성은 용이 자신 때문에 불안해한다는 걸 알고 용이 사는 옥탑방에 찾아가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눈다. 사실 용이 적성에 맞아서 기계과에 온 게 아니라는 걸 안다면서 자퇴 안 하고 다니는 게 보기 좋다는 걸 말해준다. 사실 용의 꿈은 작가였다. 용은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라 말하는데 은성은 그게 사랑인지 꿈인지 궁금해한다. 은성과의 대화에 한결 마음이 편해진 듯했으나 대학 사람들과 함께 한솔이 집에 찾아오자 용은 불안해하고 은성은 일부러 자리에서 빠져준다. 용의 방 안에 들어온 한솔은 HAM 기계를 발견했고 자신에게 가르쳐줄 수 있냐고 하는데 용은 나중에 알려주겠다고 한다. 한솔은 꼭 가르쳐달라고, 약속이라며 절대 떼지 말라고 HAM 기계에 같이 찍었던 스티커 사진을 붙여준다. 그건 무늬가 말했던 스티커가 붙은 자리와 동일했다. (스티커 사진은 시간이 오래 되면 빛바래기 때문에 무늬가 가진 HAM에는 흰 스티커만 남아있던 거였다) 용은 무늬가 말한 대로 현실화가 되어가는 모습을 보며 더더욱 불안감에 휩싸인다. 자신이 한솔과 계속 사귈 경우 무늬의 존재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등등 용은 생각이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무늬는 자신 때문에 용이 불안해한다는 걸 알고 미안해한다. 무늬는 아빠 방에서 찾은 용 인형과 고등학교 앨범에서 용과 은성이 찍은 사진을 보게 되어 진짜 둘이 친구였다는 걸 알게 된다. 그리고 엄마에게는 전화로 첫사랑이었던 용이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는 말을 듣는다. 거기다 무늬 집에는 거북이 목만이가 있었다! 누가 봐도 무늬는 한솔과 은성의 딸이었다.

 

대학 체육대회 날 용은 농구를 하고 은성과 한솔은 관중석에 있었다. 용은 두 사람이 신경 쓰여 경기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해서 실수까지 한다. 그러다 은성이가 캠코더를 보여주며 한솔과 다정하게 이야기하자 분노한 용이 다짜고짜 은성에게 가서 주먹질을 해버린다. 이후 은성은 치료를 받고 나왔고 그런 은성을 한솔이 기다려준다. 은성은 용이 원래 그런 녀석이 아닌데 스트레스가 많이 쌓여 그런 것 같다며 끝까지 용의 편을 들어준다. 집에 간 용은 무전기에 대고 혼자 괴로워하는 말들을 내뱉는다.

 

그렇게 용이 괴로워하는 사이 용이 키우던 거북이 목만이가 혼자 터벅터벅 걷더니 옥상 아래로 떨어져 버렸고 그걸 나중에서야 용이 발견한다. 옥상의 물 발자국을 보고 밑으로 떨어졌다는 사실을 안 용은 길가로 쭉 걸어나가보지만 목만이가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찾고 찾다가 못 찾고 비를 쫄딱 맞으며 집에 올라가던 중 목만이를 들고 있는 한솔과 은성을 발견한다. 그 모습을 본 용은 자신이 둘 사이에 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뒤돌아 걸어나가고 이때 '여기까지가 끝인가 보오~' 하는 노래가 흘러나온다. 사실 이 장면 따지고 보면 슬픈 장면인데 이 노래 나오자마자 앞줄에 영화 보러 온 고등학생들(?)이 빵 터져가지고 기분이 미묘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노래가 워낙 예능 같은 곳에서 개그로 잘 쓰였다 보니 슬픈 감정보다는 웃긴 감정이 더 튀어나오는 그런 느낌이었다. 예를 들면 '숨겨왔던 나의~'그 노래 같은 느낌으로? 어쨌든 모든 것을 자포자기한 용은 그날 이후로 대학가에서 사라졌다. 솔직히 이 상황이 그다지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용이 한솔과 잘 됐을 경우 무늬의 존재가 사라질 수도 있고, 용이 계속해서 한솔과 은성의 사이를 의심하는 자신이 싫어서 헤어지는 길을 택한 것 같다고 정리했다.

 

이후 용은 무전을 완전히 끊었고 무늬는 용과 더 이상 대화할 수 없게 되었다. 자신 때문에 용이 그렇게 된 게 아닌가 힘들어하자 영지가 무늬를 위로해 준다. 인터뷰 발표날이 되어 무늬는 꿈과 사랑이라는 주제로 1999년의 대학생 용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발표는 나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후 영지가 아무래도 네가 찾는 사람이 쓴 책인 거 같다며 시간여행자라는 책을 무늬에게 건네준다. 저자의 이름은 null이었지만 책 내용상 무늬와 연관이 있는 듯했다. 거기다 근처에서 사인회까지 한다고 말해줬다. 그길로 무늬는 사인회에 찾아갔고 2022년의 용과 만나게 된다. 무늬의 이름을 들은 용은 진심은 언제나 통한다고, 마음 가는 대로 하라는 메모와 사인을 해주었다. 메모 아래 '오랜 친구 김용'이라는 말 옆에 공중전화박스에 그렸던 해 그림도 함께 있었다. 책에 사인을 마친 후 김용은 무늬에게 악수를 청해 무늬와 악수한다.

 

영지와 다시 만난 무늬는 용기를 내서 마음 가는 대로 영지에게 좋아한다고 고백했다. 영지는 자신도 좋다 말하며, 동감이야라는 말을 한다. 그렇게 두 사람은 사귀게 되었고 영화는 끝이 났다. 영화가 끝난 뒤 쿠키영상은 아니지만 바로 이어지는 영상이 하나가 더 나온다. 그건 무늬가 용과 만나려고 비 맞고 서있던 그때였다. 원래 영지도 우산이 없어서 비를 맞고 가려던 상황이었는데 이때 우산으로 얼굴 가린 2022년 용이 나타나 우산이 필요할 테니 들고 가라고 한다. (무늬) 감기 걸리면 안 된다면서. 영지는 영문 모를 상황에 당황하긴 하지만 어쨌든 우산이 필요했으니 용이 건네준 노란 우산을 들고 무늬에게 씌워준다.

 

솔직히 영화는 기대한 것에 비해서 그냥 그랬는데 그래도 볼 만은 했다. 살짝 과장된 연기가 느껴질 때도 있었고 영화 자체가 좀 오글거리는 느낌이 강했다. 그래도 완전 재미없지는 않았다. 영화 중간에 무늬 부모님이 한솔과 은성이라고 할 때는 좀 충격이었다. 원작을 안 보고 봐서 다행이다 싶었다. 이걸 미리 알고 보면 훨씬 재미가 덜 했을 거 같아서.. 뭔가 로맨스물이라고 하기엔 로맨스가 생각보다 안 느껴졌고 초반에 적었던 대로 첫사랑의 풋풋함이 느껴지는 그런 영화였다. 원작을 모르는 상태에서 큰 기대 없이 보면 괜찮지 않을까 싶다.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