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 서치 (Searching), 2017 :: 꿈과 갈망의 틈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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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주의, 결말 있음)

서치라는 영화는 예고편도 본 적 없고 그냥 아빠가 딸 찾는 영화라는 사실만 알고 보러 갔다. 보러 간 이유는 후기들이 거의 다 호평이라서 내용이 궁금 했기 때문이다. 내용은 드라마에 가깝지만 추리적인 요소가 크기 때문에 보러가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기도 하다. 영화의 시작은 윈도우XP의 초록색 동산이 나오는 바탕화면! 뭔가 엄청 반갑기도 하고 웃기기도 했다.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카메라만으로 촬영된 영상이 나오지 않는다. 처음 시작처럼 컴퓨터 화면, 페이스타임, CCTV, 트위터, 텀블러, 유튜브, 유캐스트 (1인 인터넷 방송 같은 프로그램) 구글 검색 등 모두 인터넷과 관련되어있고, 통신기기들을 통해서만 화면이 나온다.

 

특히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따로 주인공이 직접 얘기를 한다기보다 홈비디오 기록 등을 통해서 데이빗의 가족이 얼마나 단란하고 행복한 가족이었는지를 보여주는 오프닝 장면이었다. 아주 긴 장면은 아니었지만 그들이 일대기를 홈비디오를 통해 보면서 기쁨과 슬픔을 모두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데이빗의 아내 파멜라와 그들의 딸 마고. 행복한 그들의 삶에 찾아온 파멜라의 암, 가족들 함께 파멜라의 암을 이겨내려 노력했고 완치가 되는 듯 했지만 재발해버렸고 결국 파멜라는 죽게 된다. 그리고 현재는 데이빗과 마고만이 남았다.

 

데이빗은 마고와 페이스타임이나 아이메세지 통해 꾸준히 연락을 주고 받는다. 그냥 봐서는 대화를 자주 주고 받는 평범한 가족처럼 보이지만 어색함이 느껴진다. 막 완전히 마음을 터놓고 지낸다는 느낌은 없다. 마고는 생물 스터디 때문에 밤을 새겠다고 하는데 데이빗이 잠든 사이 마고에게서 부재중 전화 3통이 온다. 데이빗은 부재중 기록을 보고 마고에게 계속 연락을 시도하지만 연락은 닿지 않는다. 처음엔 실종이라 생각 못 했지만 딸이 다니던 피아노 레슨을 6개월 전에 관뒀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 뒤 점점 불안함을 느끼게 된다. 데이빗은 자신이 모르는 딸에 대한 단서를 찾아보기로 한다. 직접 발로 뛰는 게 아닌 인터넷 검색으로! 데이빗은 마고의 친구가 누구인지조차 몰라서 아내의 컴퓨터 계정에서 연락처를 찾아서 절친한 친구로 추정되는 아이작에게 전화한다. 아이작의 엄마가 받았는데 산으로 캠핑을 가서 못 받는 것일 거라 한다. 하지만 이후 아이작에게 직접 연락이 오고 마고가 산에 같이 가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마고는 아이작이 마고와 절친하니 뭔가 아는 게 있지 않냐고 추궁하지만 그렇게 친하지 않았다는 걸 듣게 된다. 파멜라와 아이작의 엄마가 절친했었기 때문에 마고를 잘 챙겨주라는 엄마 말을 듣고 마고를 잘 챙겨준 것 뿐이라고 한다. 데이빗은 딸이 나쁘지 않은 학교 생활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 했다.

 

 

 

데이빗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하는데 로즈메리 빅이란 형사가 실종을 배정 받았다며 연락 한다. 그 와중에 데이빗은 그 형사의 신상정보에 대해 인터넷에서 검색을 하며 찾아본다. 그리고 믿을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 같다. 로즈메리는 데이빗이 수사하는데 동참을 해주길 바란다고 하며 마고의 친구들에 대해 조사를 부탁한다. 그렇게 해서 데이빗은 파멜라의 연락처를 토대로 마고의 친구들을 전부 찾아나서는데 마고는 진짜 친구가 없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생물 스터디를 같이 했다는 여자애도 친구라서 같이 했다기보다는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그냥 같이 공부했다고 한다. 친하지 않았다고 껌을 씹으며 얘기하는데 나중에 이 여자애가 정말 밉상으로 느껴졌다. 그 외에는 마고에게 괜히 찝쩍대는 허세에 쩔어있는 남자애도 있었고 대부분은 마고가 친구 없이 혼자 지냈다고 말해준다. 어떤 아이의 SNS 사진의 뒷편에 혼자서 외로이 밥을 먹고 있는 마고의 사진이 찍히기도 했다. 

 

그 와중에 로즈메리 형사는 마고가 2500달러(그동안 모은 피아노 레슨비)를 누군가에게 송금한 사실을 확인 했는데 알고보니 그게 마고의 계정이었다며 돈세탁을 하고 위조 신분증을 만들었다는 사실까지 보고 한다. 이렇게 될 경우 가출일 가능성이 높다고 하며 수사를 중단하려는 기색을 보인다. 단순 가출이라 믿을 수 없었던 데이빗은 마고의 모든 SNS를 뒤지기 시작했고 텀블러, 인스타그램 등을 뒤지고 유캐스트라는 방송까지 보게 된다. 그러다 바르보사 호수라는 곳에서 휴식을 취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마고는 유캐스트에서 피시 앤 칩스라는 닉네임을 가진, 마고오 약간은 비슷한 처지의(가족이 암에 걸려서 수술비를 위해 일을 한다고 했다) 한나라는 여자와 대화를 많이 했었는데 데이빗은 마고가 그 여자에게 보여줬었던 포켓몬스터 열쇠고리를 바르보사 호수에서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경찰의 수색 결과 호수 안에서 마고의 자동차가 인양 된다. 차 안에서는 2500달러와 혈흔이 발견 되었다.

 

데이빗은 가출 사건이라고 하지 않았냐며 로즈메리 형사에게 화를 낸다. 이후 사건은 납치 사건으로 전환되고 전환 수사가 시작 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폭우로 인해 수사는 중단 돼버리고 만다. 그 와중에도 데이빗은 계속해서 마고의 단서를 찾기 위해 뛰어다니지만 마고 사건이 뉴스를 통해 알려지자 인터넷에서는 데이빗이 살인마일거라는 둥 유언비어나 나돌고 장례식 업체에서 메일이 날아들지 않나. 마고에 대해 성적 모욕을 한 데릭에게 찾아가 데이빗이 마고에 대해 물었다가 몸싸움이 벌어지자 동영상이 찍히고 유튜브에서 댓글로 논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래도 어느정도 옹호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딸이 실종 됐는데 나같아도 저러겠다 이런 류의 반응. 그 외에는 껌 씹으며 친한 사이 아니었다고 하던 여자애가 눈물을 짜며 진짜 친한 친구들이었다고 호소하는데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고 동정하며 좋아요를 눌러준다. 정말 열받고 짜증나지만 현실적인 부분이라 느꼈다. 그 외에 다른 SNS에서도 진심인지 관심을 받고 싶어서인지 마고에 대해 서로 얘기하며 조회수를 늘린다.

 

데이빗은 마고의 실종 이후 자신이 마고에 대해 모르는 게 너무나도 많았다는 걸 알게 된다. 여태까지 자신이 알던 마고가 아니라고 느끼고 이에 대해 같은 부모 입장인 담당 형사 로즈메리에게 상담하는데 로즈메리 자신도 그런 경험이 있었다고 한다. 마을 사람이 로즈메리의 아들 로버트가 돈을 훔쳐갔다며 돈을 달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알고보니 로버트가 로즈메리의 이름을 빌려 사람들에게 모금 행사라고 거짓말을 치고 돈을 모았었다고 한다. 원래라면 모든 걸 밝혀야 했겠지만 로즈메리는 자신이 시킨 일이라고 말하고 그 일을 없던 일로 해버렸다고 한다. 자신도 자신의 아들에 대해 잘 알 수 없었다고 위로하면서...

 

 

 

데이빗은 레딧에서 다시 한번 사건 현장을 살펴보다가 자신의 동생 피터가 좋아하는 하키팀의 뱃지를 발견하게 되고 피터와 마고의 메세지를 찾아보게 되는데 거기서 뭔가 수상한 내용을 발견하게 된다. 거기다 피터와 마고의 사이가 자신보다 더 친근한 걸 보고 더 더욱 의심을 하게 되고 일부러 몰래 카메라를 설치해서 피터가 범인이라는 물증을 잡으려고 한다. 피터가 말하길 꺼려하자 폭력 사태까지 일어나는데 알고보니 데이빗이 생각하던 그런 것(?)은 아니었고 둘이 마리화나를 피웠다는 걸 알게 된다. 마고는 데이빗보다 마고에게 의지를 하고 있었다. 피터는 마고가 피아노 레슨을 관둔 이유도 알고 있었다. 그건 피아노 레슨을 받을 때마다 죽은 엄마가 생각나서 괴로웠기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데이빗은 자신이 생각보다 마고의 감정에 무관심 했다는 걸 알게 되다. 그리고 그 사이 범인이 잡혔다는 전화가 온다.

 

어느 성범죄자가 자신이 마고를 (사실 이름을 말하지는 않았다) 죽였다고 자백하고 권총 자살하는 동영상이 떴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 마고의 시체를 찾지 못한 상태였다. 데이빗에게 다시 한번 장례 업체의 메일이 오고 고인에 대한 추억이 담긴 영상을 업로드해주면 메모리얼 영상을 만들어주겠다는 제의에 마고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동영상들을 업로드 한다. 그리고 그 때 나온 장례 업체의 광고 사진!!! 장례 업체 광고 사진의 모델은 마고가 대화를 나누던 피시 앤 칩스=한나라는 여자였다. 놀란 데이빗은 그 여자에 대해 조사를 나서고 그 결고 그 여자는 말 그대로 광고 모델일 뿐이지 한나가 말했던 것처럼 일하며 공부하는 웨이트리스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거기다 그 여자는 형사에게 전화를 받은 적이 없다고 한다. 수상함을 느낀 데이빗은 로즈메리 빅 형사에 관해 다시 한번 조사하기 시작하고 전과자들과 로즈메리가 같이 봉사했었다는 뉴스 사진에서 로즈메리 옆에 서 있는, 자살했다는 성범죄자의 얼굴을 보게 된다. 그리고 다른 경찰과의 대화에서 로즈메리가 이 사건에 배정된 것이 아닌 '자원'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모든걸 확신한다.

 

데이빗은 장례식장에 먼저 가있는 로즈메리에게 찾아간다. 그리고 이 모습은 장례업체의 스트리밍으로 중계되었고 로즈메리가 다른 경찰들에게 둘러싸였을 때는 기술적 문제라며 스트리밍이 끊긴다. 범죄자가 된 로즈메리는 모든 것을 자백한다. 원래부터 마고를 좋아했던 로버트는 유캐스트에서 한나라는 이름으로 마고에게 접근 (포켓몬을 좋아한다는 걸 알고 일부러 포켓몬 얘기를 꺼냄)해서 호감을 샀고 암 수술비가 없다고 하자 마고가 로버트에게 수술비로 쓰라고 자신이 모아놨던 돈을 줘버렸다. 로버트는 일이 커지자 모든 걸 다 털어놓기 위해서 바르보사 호수에서 만나기로 했으나 마리화나를 피우고 있던 마고는 갑작스레 나타난 로버트에게 깜짝 놀라 몸다툼을 하며 도망가다가 로버트는 절벽에서 마고를 밀어버리고 말았다. 새벽에 왔던 전화는 이 때 마고가 데이빗에게 걸었던 거였다. 데이빗은 그 때 수면제를 먹고 잠든 거로 추정되니 전화 소리를 못 들은 거였고..

 

로즈메리는 15m 아래 절벽으로 떨어져 5일이나 지났으니 물도 마시지 못한 이미 마고는 죽었을 거라고 하지만 데이빗은 폭우가 내렸기 때문에 이틀 정도는 물 없이 버틸 수 있었을 거라 한다. 그렇게 해서 마침내 마고는 구조대에 의해 구출된다! 마고는 자신이 가고 싶어하던 음악 대학에 지원을 하고 그런 마고에게 데이빗은 자랑스럽다고 메세지를 보내게 된다. 영화 초반에 엄마도 너를 자랑스러워할거다라는 말을 보내려다 말았었는데 이번엔 그 말을 끝으로 컴퓨터가 꺼지며 영화도 끝이 난다.  


연출이 정말 좋은 영화였다. 같이 영화를 보러간 엄마는 컴퓨터를 그다지 다루시지 않기 때문에 사람보다 컴퓨터 화면이 많이 나오는 초반부는 좀 졸으셨지만 중반부터 휘몰아치는 스토리 부분에서는 재밌게 보셨다고 했다. 사실 난 그날 물을 많이 먹었던 터라 영화 30분이 지난 시점에서 화장실에 가고 싶었는데 도저히 한장면도 놓치고 싶지가 않아서 결국 참고 끝까지 봤다. 특히 후반부에는 앞에서 나왔던 복선의 의미가 풀리는 것들이라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로즈메리가 로버트의 가짜 모금 사건을 덮어버렸다는 말도 복선 중 하나였다. 그 때 덮지 말고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했어야 했는데 아들을 위한다며 덮어버렸고 이번 사건도 로버트가 어떻게 해야하냐며 혼란스러워하고 있을 때 로즈메리가 솔선수범해서 일을 덮어버리려고 했다. 마고가 단순 가출인 것처럼 위장하려고 위조 신분증도 자기가 만들고 송금 받은 계좌도 로버트가 아니라 마고의 계정인 것처럼 속이고. 로즈메리는 비뚤어진 모성애로 한 사람을 죽일 뻔 했다. 물론 마지막엔 로버트와 로즈메리, 둘 다 처벌을 받게 되었지만 말이다.


처음엔 컴퓨터 화면만으로 진행 돼서 과연 이게 어떤 식으로 계속 이어질 수 있을까 싶었는데 컴퓨터 화면으로도 사람의 감정을 충분히 전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특히 컴퓨터 화면의 커서나 화면 속에 적히는 문자들. 이것만으로도 감정이 표현된다는 게 신기했다. 좀 웃음이 났던 장면은 데이빗이 구구절절 마고에게 잔소리를 늘어놓는 글을 화면 한가득 썼다가 지워버리고 다시 마음을 진정시키고 몇줄로 요약해서 글을 쓴 부분이었다. 다들 글을 쓰다가 마음에 안 들어서 썼다 지워본 기억은 한번쯤은 있을 것이다. 특히나 요즘 세상을 사는 사람들은 컴퓨터, 스마트폰, 인터넷이란 매체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살아가기에 이 영화를 보면서 공감 가는 부분이 상당히 많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검색하고 검색해서 모든 정보를 습득해나가는 과정은 실제로도 가능한 일들이라서 어떻게보면 무섭고 어떻게 보면 정말 편리한 세상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자극적인 장면 없이도 긴장감을 가지고 집중력 있게 볼 수 있는 좋은 영화였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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