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번역 괴담/괴담' 카테고리의 글 목록 (2 Page) :: 꿈과 갈망의 틈새
반응형

이 시간이 제일 싫어

 

나는 초등학교 1학년 여름에 이사 와서 깡촌의 초등학교에 전학했다. 이사 가기 전까지는 제멋대로 지내왔지만, 이사 오고 나서부터는 외지인이라는 것도 포함해 주위에서 겉돌게 되어서 마음 불편한 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이러니저러니 해서 같은 해 겨울.

지역 마라톤 대회의 선수를 뽑기 위해서 마라톤 연습이 시작되었다. 밤 8시쯤 시민 회관에 어른 몇 명과 아이들이 모여서 시민 회관에서부터 스타트를 해서 밤의 산길을 한 바퀴 달려서 돌아온다.

 

아이가 달리는 뒤에서 어른이 차 라이트로 비춰주면서 같이 달리는 것이다. 몇 번인가 참가했었지만 나는 이 시간이 제일 싫었다. 나는 운동을 못 한다. 모두를 따라가는 것도 못 하고 너무나도 뒤쳐지니까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선수로는 뽑히지도 못 할 텐데 왜 참가시키는 거야…”라고 언제나 생각했었다.

 

비가 갠 어느 밤, 연습 중의 일이다.

이런 소극적인 생각을 가진 아이가 우물쭈물하고 있으니까 같이 달리던 어른들의 짜증을 샀는지 차에서 말을 걸었다.

 

“야 꼬맹아! 너 좀 너무 느리니까 아저씨들 먼저 간 애들 따라갈게! 차도 많지는 않으니까 참아! 먼저 도착해서 기다릴게!”

 

나는 아연실색했다. 시골 밤의 어둠은 장난이 아니다. 차의 라이트도 없이 어떻게 달리라는 것인가.

 

“힘내-!!”

 

표면상으론 긍정적인 말을 하며 같이 달리던 차는 떠나가 버렸지만, 외지인의 아이를 새카만 산길에 내버려 두고 간 어른들에게 꿍꿍이속이 있었던 건 아닐까 의심하게 된다. 차가 없어지니 시골 산길의 어둠이 가차 없이 덮쳐왔다. 인가도 전혀 없었기 때문에 불빛 따위 제대로 없다.

 

산길의 거의 중간이었기 때문에 산에 가는 것도 집에 가는 것도 지옥이었다. 달빛에 간신히 비춰지는 길을 구역질하며 달렸다. (힘들어서 가끔 걸었다) 몇 번인가 달려온 코스였지만 불빛이 있는 것과 없는 것, 뒤에 어른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전혀 다르다.

 

어두워! 무서워! 집에 가고 싶어!!

넘어졌어, 아파!

물웅덩이에서 바지가 질척 질척하게 됐는데 어두워서 어떻게 됐는지도 모르겠어!

 

무릎은 욱신거리고, 눈물이 흘러넘친다, 하지만 분명 아무도 데리러 오지 않는다. 흐느껴 울면서 달리고 달려서 좌우에서 대나무가 나와 돔 형태로 뒤덮인 길에 접어들었을 때였다. 둥글게 트인 건너편 길 위에 희미한 달빛 안, 오도카니 검은 사람 그림자가 서있었다.

 

“아저씨들 중 한 사람이다! 데리러 와줬구나!!”

 

나는 이제야 살았다는 기분이 들어서 단거리로 스피드를 쥐어짜 내서 달려가려고 했지만 문득 생각했다. ‘왜 차도 없고 전등도 안 가지고 있는 거지.’ 아직 결승점은 훨씬 앞에 있을 테니까 아저씨도 차가 없으면 힘들 것이다.

 

데리러 온 게 아닌가…?

그럼 뭐 때문에 이런 어둠 속에 전등도 안 가지고 혼자 있는 거지…?

혹시 인간이, 아닌가…?

 

갑자기 위험한 느낌이 들어서 멈춰 선 것과 동시에 사람 그림자가 이쪽을 향해서 달려왔다.

나는

 

"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ー!!!!"

 

큰소리로 울부짖으며 원래 왔던 길 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진흙투성이가 된 신발 속에서 발이 미끄러져 얼굴부터 넘어졌지만 그걸 생각할 때가 아니었다. 다리를 끌어서라도 사람 그림자에게서 멀어지려는 참에 사람 그림자가

 

“○○네니!!”라고 외쳤다.

(○○은 내 성)

 

“○○네 꼬맹이잖아. 왜 그러냐, 무슨 일이야.”

 

부끄럽지만 나는 실금 하고 몸을 가누지 못하고 있었다. 새카매서 얼굴이 확실히 보이지 않고, 아직 발도 넓지 않아서 잘 몰랐지만 내 이름을 알고 있다는 걸로 미루어 보아 지역 아저씨 중 누군가인 모양이었다. 팽팽했던 긴장이 여러 형태로 뚝 끊어졌기에 나는 참지 못하고 엉엉 울었다.

 

“자, 집에 가자. 부모님도 걱정하시겠네.”

 

아저씨는 내 손을 잡아 일으켜 세우고 실금도 신경 쓰지 않고 업어주었다. 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아저씨의 등에 매우 안심했는데, 문득 생각이나 어깨너머로 물어봤다.

 

“아저씨, 차도 전등도 없어? 괜찮아?”

“아-… 안 되겠다 안 되겠어.”

 

아저씨가 대답했다. 이상한 대답이네ㅋㅋ

안되다니 아니잖아ㅋㅋㅋ

 

긴장의 끈이 풀려 기고만장한 나에게는 뭔가 머나먼 세계의 목소리로 들려왔다. 남의 일 같다.

 

“아저씨만 와준 거야? 다른 사람들은?”

“아-… 안 돼 그거.”

 

말이 어긋나ㅋㅋㅋ

대답이 왜 그래ㅋㅋㅋ

어라? 산 쪽을 향해서 걷고 있어?ㅋㅋㅋ

 

“아저씨, 이쪽은…”

 

“앗 안 된다 안 돼! 안 돼 안 돼! 이제 물어보지 마 물어보지 마 물어보지 마 물어보지 마 아아아아아아아!!!!”

 

아저씨의 목소리가 늘어진 테이프 같이 왕왕하는 소리가 되었고, 어깨너머로 갑자기 뒤돌아본 얼굴은 눈앞에서 봐도 새카만 어둠이었다. 내 기억은 거기서 날아갔다.

 

내가 정신이 든 건 그 날의 깊은 밤.

걱정돼서 찾으러 온 부모님이 울면서 내 뺨을 때려 깨웠다. 나는 산길에서 산골짜기 쪽으로 조금 들어간 풀숲에 쓰러져있었던 모양이다.

 

제일 무서웠던 건 지역 패거리가 한 사람도 나를 찾으러 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새 집을 떠나 우리 가족은 이사했다.

반응형
반응형

검은 아지랑이

 

제가 중학교 1학년 때의 이야기입니다. 저희 집은 3명 가족이고 매년 추석에는 외가로 귀성을 합니다. 제 외가는 동북에 있고, 농업으로 생계를 꾸려나가고 있습니다. 집의 부지는 넓고 건물이 3개 있습니다. 하나는 주로 생활을 하는 집 (안채라고 해야 할까요). 두 번째는 농작업에 쓰는 도구 등을 넣는 건물. 그리고 제일 안쪽에 신사 같은 곳이 있습니다. 입구 기둥도 세워져 있고 훌륭한 신전이 세워져 있습니다.

 

저는 그 존재를 초등학교 5학년 때까지 몰랐습니다. 꽤 안쪽에 있었고 도구를 넣는 건물이 컸기 때문에 굳이 보러 가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위치였습니다. 제가 그 신사를 알게 된 계기는 사촌이 담력 시험을 하고 싶다고 말을 꺼냈기 때문입니다. 저에게는 사촌이 두 명 있는데, 언니인 S와 남동생인 Y입니다. S는 저보다 한 살 많았고 무서운 걸 좋아하는 주제에 겁이 많아서 저와 그녀는 그다지 성격이 잘 맞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S가 담력 시험을 하고 싶다고 말했을 때 ‘어차피 도중에 관두고 싶다고 말하겠지’ 라고 생각하고 일단 “가고 싶으면 혼자서 갔다 오지 그래”라고 말했습니다. 아버지도 제가 안 간다는 걸 알고 술을 마시기 시작해 갈 의욕을 잃은 듯했습니다. 그러자 S는 여기서 겁을 먹고 결국 그 뒤 그 해도 다음 해에도 담력 시험을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2년 후, 저는 중학교 1학년이 되었고, S는 2학년이 되었습니다. 제가 중학교 입학할 때 스마트폰을 사게 됐는데, 품질에 비해 값이 싼 기종이라 작동도 느리고 화질도 나빴지만 어쨌든 계속 갖고 싶었기 때문에 너무 기쁘고 좋아서 그런 건 전혀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그 해는 아버지 일이 바빠서 추석은 천천히 느긋하게 보내고 싶다고 했기에, 엄마와 둘이서 처음으로 신칸센을 타고 외가로 향했습니다. 역에 도착하니 엄마의 여동생 K가 차로 데리러 와줘서 S도 그 차에 타고 있었습니다. 성격이 맞지 않은 타입이었다고는 하나, 오랜만에 만났기 때문에 저와 S의 대화도 활기가 띠었고 정신 차리고 보니 외가에 도착했습니다.

 

그날은 친척이 모여서 외가에서 잔치가 열렸습니다. 어른들은 술을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연례행사인 수박 깨기와 불꽃놀이를 끝낸 뒤, 저희들은 할 일도 없어서 Y는 게임을 시작하고 S와 저는 오늘의 사진을 SNS에 업로드 했습니다.

 

갑자기 S가 담력 시험을 하자고 말을 꺼냈습니다. 중학교 2학년이 되어서 아직도 그런 얘기를 하는 건가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S가 어른들에게 물어보니 Y는 어리니까 데려가면 안 되고, 이제 두 명 다 중학생이니까 2명이면 가도 된다고 들은 모양이었습니다. 필사적으로 부탁해서 거절할 수 없었기 때문에 마지못해 따라가기로 했습니다.

 

이미 시각은 밤 9시를 지났고, 시골이니까 가로등도 거의 없어 주위는 새카맸습니다. 저희들은 빌린 손전등과 각자의 스마트폰 라이트로 지면을 비추면서 천천히 걸어갔습니다. 신사 앞에 도착해, 둘이서 신전 주위를 한 바퀴 돌고 사진만 찍고 집에 가기로 했습니다. 저는 영적인 것을 전혀 믿지 않는 타입이었기 때문에 별로 무섭지 않았습니다.

 

담담하게 한 바퀴 돌고 각자 사진을 서로 찍어주고 집에 가려 할 때 S가 “아, 먼저 스마트폰 줘.”라고 말했습니다. 서로 상대의 스마트폰으로 찍고 있었기 때문에 스마트폰을 교환한 채로 들고 있었습니다. 제가 S에게 스마트폰을 돌려주니 갑자기 S는 신사 쪽으로 다가가 저와 S 양쪽 스마트폰 라이트를 켠 채로 신사를 연사 모드로 찍었습니다.

 

그리고 라이브러리를 체크하면서 “뭔가 안 찍혔으려나~”라며 확인하기 시작했습니다. 또다시 어이가 없었지만 저도 왠지 모르게 신경 쓰여 스마트폰을 받아 1장만 플래시를 터트리지 않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봐보니 거기에는 문이 열린 신전의 사진이 찍혀있었습니다. 당황하며 고개를 들어 봐보니 문은 닫혀있습니다. 그 어플은 자동 저장 설정을 해놓지 않아서 다시 한번 보려 했더니 놀란 찰나에 작업이 삭제되어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제가 신사의 존재를 알기 전에도 다른 장소에서 담력 시험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제가 S를 겁줘서 울리게 되었고 여자끼리인데도 저는 지독하게 야단맞았기 때문에 이번 일은 입 다물고 있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화질이 나쁜 카메라였기 때문에 저는 기분 탓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그날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어른들이 있는 안채로 돌아갔습니다. 실내에서 놀고 있을 때도 사진을 찍어서, 몇십장이나 찍었지만 잔치가 끝난 뒤, 지쳐버렸기 때문에 그 날은 확인하지 않고 잠에 들었습니다.

 

다음날, 일어나서 사진을 확인해보니 1장만, 위화감이 있는 사진이 있었습니다. S가 뒤에서 부둥켜안은 사진이었는데 검은 아지랑이 같은 게 제 복부에 붙어있었습니다. 어제의 사진이 머리를 스쳤지만 그림자가 진 거라고 생각해 신경 쓰지 않고 S에게 어제 찍은 모든 사진을 LINE에서 전송했습니다.

 

그 뒤, 무슨 일이 일어나지도 않았고, 추석이 끝나고 저는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S가 사고를 당해 왼쪽 팔이 골절됐다고 들은 건 2개월 뒤의 일이었습니다. 저는 그때 사진을 다시 봤습니다. 검은 아지랑이는 그때 모습 그대로 제 복부에…

 

아니요. 아마 그렇지 않았겠죠. 그 검은 아지랑이는 제 복부가 아니라 제 허리 근처에 팔을 두르고 있었던 S의 왼쪽 팔에 휘감겨 붙어있었던 겁니다. S가 신사에 빛을 비추며 연사하고 소란을 피웠던 게 안 좋았던 건지도 모릅니다.

 

단순히 우연이라고 끝내야 하는 거겠지만 저는 그날 신사의 문이 열린 사진을 봤을 때의 섬뜩한 공포를 잊지 못해 지금도 가끔씩 떠올립니다. 그 문에서 ‘뭔가’가 나왔는지도 모릅니다.

 

덧붙여서 이후 저는 스마트폰을 Android 기종에서 iPhone으로 바꾸고 사진을 백업하는 게 귀찮았기 때문에 지금의 스마트폰에는 없고, 전 기종은 보상판매로 내놨습니다. 지금에 와서 그 사진을 확인할 수가 없습니다. 사고 직후에 대화 이력도 지웠습니다.

 

그로부터 4년 정도 지났지만 S가 그 이후 사고를 당하거나 저에게 재앙이 일어난 적도 없습니다. 이건 제가 실제로 체험한 일입니다.

반응형
반응형

*유튜브 테슈아 공포 라디오에서 라디오 버전으로 들으실 수 있습니다.

 

임대 별장의 악몽

 

2년 전의 이야기를. 이 이야기는 일단 입막음당한 내용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장소 등은 쓸 수 없습니다. 구체적인 부분은 거의 생략하거나 얼버무렸기 때문에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하시는 분만 읽어주십시오.

 

고등학교 3학년 여름방학의 일.

 

저와 친구 5명은 수험 공부로 상당히 피로가 쌓여있었고, 고등학교 마지막 여름방학이기도 해서 어딘가로 여행을 가자고 계획을 세웠다. 단, 이미 여름방학에 돌입했기 때문에 관광지는 어디든 예약 취소 대기 같은 상태여서 숙박지를 찾는 것에 꽤나 고생했다.

 

그리고 간신히 킨키 지방의 고원? 같은 관광지의 펜션이 아직 빈방이 있다는 정보를 인터넷에서 발견해 뭐, 떠들어도 불평이 없으면 어디라도 괜찮은가 싶어 곧바로 그곳으로 결정했다.

 

여행 당일, 아침 일찍 출발하려고 오전에 현지로 출발했지만 거기서 조금 문제가 생겼다.

 

아무래도 여행 대리점과 펜션 관리조합? 과의 사이에서 전달 실수가 있었는지 우리들은 오늘부터 2박 3일로 예약이 되어있었는데도 불구하고 펜션 쪽에서는 숙박 예정이 오늘부터 3일 후라고 전달을 받아서 오늘은 만실이고 하나도 비어있지 않다고 말을 꺼냈다.

 

우리들은 여기까지 와서 그건 아니지 않냐고 불만을 말하니, 처음엔 산기슭 동네에 있는 호텔 등을 소개해줬지만 우리들은 단지 관광을 온 것만이 아니라 한밤중에 떠들어도 불평을 듣지 않는 장소가 조건이었기 때문에 꽤나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그러자 펜션 주인이 ‘그럼 잠시 기다려줬으면 좋겠다’며 휴대폰으로 어딘가로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전화 내용은 잘 몰랐지만 왠지 모르게 꽤 다투는 것 같았고 그대로 15분 정도 통화했지만 아무래도 교섭이 성립됐는지 “근처에 임대 별장이 있으니 거기는 어떨까? 요금은 이쪽 실수기 때문에 펜션 대금의 30%만 내면 돼.”라고 말했다.

 

우리들은 뭐 그렇다면 괜찮겠다고 납득했지만 거기서부터 조금 사태가 심상치 않게 되었다. 아무래도 그 임대 별장은 오랜 시간 사용되지 않았던 모양인지 준비나 청소에 시간이 걸리는 듯했다. 우리들에게는 교통비나 수족관의 할인권을 줄 테니 그동안 거기서 시간을 보내고 저녁쯤에 다시 와달라고 했다.

 

그 수족관은 펜션이 있는 장소에서 꽤 떨어져 있었다, 그렇다기보다 현 외에 모 대도시에 있는 수족관이어서 우리들이 다 보고 나서 돌아왔을 쯤에는 오후 6시에 가까워져 있었다. 우리들은 “이렇게 준비 시간이 걸리다니 얼마나 방치된 거야.” “폐허 같은 건 아니겠지?” “뭔가 수상한데” 등의 불안함을 표하며 관리 사무소로 향했다.

 

펜션에 돌아와 보니 방금 전과는 다른 아저씨가 기다리고 있어서 준비가 끝났으니 안내해주겠다고, 걸어서 15분 정도 떨어진 숲 안에 있는 별장으로 안내받았다.

 

그곳은 정말로 완전히 숲 안이었고 주위에는 아무것도 없어, 어지간히 큰소리로 떠들어도 아마도 불평은 듣지 않을 듯한 장소였다.

 

그 아저씨가 말하기를 오랫동안 사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렸지만, 전기도 수도도 가스도 제대로 나오고, 휴대폰은 통하지 않지만 관리 오두막으로 직통 전화도 있고, 아무 문제도 없을 거라고 열심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우리들은 뭔가 아저씨에게 필사적인 느낌을 받았기에 꽤 불안해졌지만 지금 와서 어떻게 할 수도 없었기 때문에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 별장은 외관도 그랬지만 서양식의 상당히 낡은 건축 양식이었고, 지은 지 30년이나 40년 정도 지났을 법한 건물이어서 인테리어도 거기에 어울리게 꽤나 낡아 빠졌다.

 

단, 사용되지 않았다는 것치고는 상당히 깔끔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깔끔했다기보다 ‘사람이 사용한 흔적이 거의 없다’라고 하는 편이 나은 느낌이었지만.

 

대강 별장 내의 설명을 듣고, 건물도 2층 구조여서 넓고 아주 나쁜 건 아니라고 생각하며 짐을 내리고 저녁밥인 바비큐 준비를 하려 하니, 아저씨가 떠나려는 순간 이상한 말을 꺼냈다.

 

여기는 한밤중에 곰이 나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깊은 밤에 외출은 삼가 달라고 했다.

 

우리들은 왜인지 꽤나 신중하게 한밤중에 외출을 하지 않는 걸 약속해야 했다. 펜션의 밀집지에서 15분밖에 떨어지지 않은 이런 장소에???라고 모두 의문을 표했지만 뭐, 아마도 꼬맹이들이 밤중에 돌아다니다 문제를 일으키거나 사고를 당하면 귀찮아지기 때문에 무서워할만한 걸 말해서 겁을 준 거라고 납득했다.

 

첫째 날은 그런 느낌으로 지나갔고 저녁밥을 먹은 뒤에는 한밤중에 숲 속을 적당히 산책하고 불꽃놀이를 하거나 게임을 하며 놀다가 새벽 2시쯤에 잤다.

 

그날은 딱히 이상한 일은 없었지만 다음 날 친구 한명이 이상한 말을 했다. 그 녀석은 한밤중에 오줌이 마려워서 화장실에 갔더니 밖에서 북소리가 들려왔다고 한다. 우리들은 뭔가를 잘못 들은 것일 거라 말하며 그대로 흘려듣고, 본인도 기분 탓일 거라고 납득 했지만 그 날 밤에 사건이 일어났다.

 

그 날, 저녁밥인 불고기를 먹고 배도 부르고 심심해져서 할 게 없었던 우리들은 낮에 발견한 숲길로 담력시험을 하러 가기로 했다. 담력 시험 중에는 아무 일도 없어, 우리들은 시시하다며 별장으로 돌아왔는데 입구에 20대 후반 정도? 의 남자가 서 있어서 손잡이를 잡고 있었다.

 

시간은 밤 10시쯤.

 

이런 시간에 관리인이 올 거라고도 생각 못하고 “빈집 털인가?”하고 우리들이 다가가 봤지만 그 남자는 손잡이를 잡은 채로 이쪽을 뒤돌아보려고도 하지 않는다. 발소리도 목소리도 들렸을 테니까 도둑이나 수상한 자라면 도망쳤을 법도 한데 그 녀석은 10m 정도까지 다가가도 미동도 하지 않았다.

 

뭔가 기분이 나빴지만 멤버에서 리더 격인 친구와 내가 “아저씨 뭐 하는 거야.”라고 말하며 다가가서 남자의 코앞까지 갔지만 그래도 움직일 기미가 없다.

 

해결될 기미가 없어서 친구가 “안 들려!?”라고 그 녀석의 팔을 잡아당겼다. 그 순간 나와 친구는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하고 큰소리를 지르며 뒤로 물러섰다.

 

왜 물러섰냐면 그 녀석의 팔을 친구가 잡아당겼을 때, 그 팔의 손목에서 10cm 정도의 부분이 마치 고무처럼 흐느적거리며 관절이 아닌 부분에서 휘어졌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냐고 다른 친구들이 다가왔지만 그때가 돼서야 남자는 이쪽으로 돌아봤다.

 

외관은 평범했지만 눈은 어디를 보고 있는 건지 잘 알 수 없는 모습으로 초점이 없었고, 입을 힘없이 벌리고 침을 흘렸다. 그때는 몰랐지만 옷도 꽤 너덜너덜해서 아무리 봐도 평범한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우리들이 멍하게 남자를 보고 있으니 남자는 우리들이 마치 보이지 않는 것처럼 그대로 비틀비틀 숲 속으로 가버리고 말았다.

 

우리들은 엄청난 사건에 동요해서 한동안 그 장소에서 움직일 수 없었다.

 

그러나, 그대로 거기에 있을 수는 없기에 우리들은 문득 정신을 차리고, 부리나케 별장 안에 들어가 문을 잠그고 모두 실내에 있는 모든 문의 잠금을 확인하고 그게 끝난 뒤 거실에 모였다.

 

그리고 모두

 

“뭐야 저거……”

“귀신인가?”

“하지만 만져졌다고”

“그 팔이 휘어진 방향이 말도 안 되잖아”

패닉 해서 흥분 상태로 말하고 있으니 이번엔 밖에서

 

……둥 ……둥 ……둥

하고 어렴풋하게 북소리? 가 들려왔다.

 

그 소리는 느리지만 이쪽으로 조금씩 다가오는 것 같아서 우리들은 모두 입 다물고 귀를 기울여 소리가 나는 쪽으로 집중하고 있었다. 소리가 마당 근처까지 다가온 무렵, 불안이 최고조에 달한 나는 참을 수 없어서 거실의 커튼을 열어 밖을 봤다.

 

그러자……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지만 뭔가 커다랗고 동그란 것이 굴러가면서 이쪽으로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북 같은 소리는 그 동그란 물체에서 나오는 것 같았고 ……둥 하는 소리가 나면 굴러가고, 또 ……둥 하는 소리가 나면 멈춘다. 그게 반복되면서 큰 거리에서 별장으로 가는 길을 따라 서서히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크기는 5~6m 정도였다고 생각한다.

 

다른 친구들도 창문을 본채로 움직이지 않는 나를 눈치챘는지 모두가 창문 쪽으로 다가와서 ‘그것’을 보고 있었다. 한동안 모두 조용히 그 모습을 보고 있었지만 어두워서 잘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정체를 파악 못하고, 아무도 한마디도 말하지 않고 계속 ‘그것’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러자 상당히 접근해왔을 때 ‘그것’은 현관 근처까지 다가왔기 때문에 현관에 붙어있는 방범용 라이트가 켜졌다. 그 순간 나는 “뭐야 저거! 도를 넘어섰다고!”라고 허둥대며 커튼을 닫았다. 커튼을 닫기 전, 한순간 라이트에 비친 ‘그것’은 뭐라 설명하면 좋을까……

 

‘무수한 사람 덩어리’라고 말할 수 있는 물체였다.

 

남녀노소 가지각색의 사람이 방금 전 남자와 같이 입을 벌리고 침을 흘리며 아무 데도 보고 있지 않은 초점이 맞지 않는 눈으로 관절 따위와 상관없이 몸과 몸이 뒤엉켜 몇십 명이나 되는 사람이 하나의 ‘덩어리’가 되어 구르고 있었던 것이다.

 

나를 이외에도 모두가 그 ‘사람 덩어리’를 봤기 때문에 너무나도 공포스러워서 아무 말도 못 하고, 우리들은 거실 가장자리에서 한 덩어리가 되어 덜덜 떨며 “어떻게 된 거야…… ” “뭐야 이거……” 등 불안해했다.

 

잠시 있으니 북소리 같은 둥 하는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됐다.

 

‘그것’이 사라졌는지 아닌지 알 수 없는 우리들은 그대로 거실 가장자리에서 가만히 있으니 이번엔 현관 쪽에서 쿵! 쿵! 쿵! 쿵! 쿵! 쿵! 쿵! 하고 격하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공포와 불안으로 패닉 상태가 되어 귀를 막고, 다른 녀석들도 모두 귀를 막고 필사적으로 지금의 사태를 참고 있었지만 잠시 있으니 이번엔 건물 안 여기저기서 쿵! 쿵! 쿵! 쿵! 쿵! 쿵! 쿵! 하고 창문이며 벽이라 할 것 없이 여기저기를 수많은 사람들이 엄청나게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참을 수 없어진 친구가 “전화하자, 관리 사무소 직통 전화 있잖아, 그걸로 도움을 요청하자.”라고 말했다.

 

우리들은 퍼뜩 그것에 생각이 미쳐, 서둘러 현관 쪽에 있는 전화로 서둘러 갔다. 내가 전화를 잡고 ‘직통’이라 써진 버튼을 누르니 2, 3번 신호가 간 뒤, 별장까지 안내해준 아저씨가 전화를 받았다. 아저씨에게 필사적으로 사정을 말하니 아저씨가 혼잣말처럼 “……설마, 아직 나오다니……”라고 중얼거린 뒤, “설명은 나중에 할 테니, 거실에 있는 카미다나(신을 모시는 선반) 있지? 거기에 부적하고 셀로판테이프가 들어있으니까 그 부적을 문에 붙이고 기다리고 있거라.”라고 말했다.

 

우리들은 의미를 알 수 없었지만 달리 해결책도 없어서 일단 거실로 돌아가 카미다나를 찾기로 했다. 카미다나는 방 가장자리 쪽 천장 근처에 있었다. 의자를 이용해 안을 들여다보니 확실히 부적과 셀로판테이프가 들어있었다.

 

우리들은 서둘러 그것을 꺼내고 현관과 거실 입구의 문과 창문에 부적을 붙였다. 창문에 부적을 붙였을 때, 되도록 밖을 보지 않으려 했지만 한순간 밖을 보고 말았다.

 

그러자 창백한 팔이 몇 개, 창문을 쾅쾅 두드리는 게 보이고, 게다가 팔 맞은편에 아무리 생각해봐도 팔 위치와는 부자연스러운 형태로 사람의 얼굴이 보였다.

 

그 얼굴은 역시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초점이 맞지 않은 눈에다 힘없이 입을 벌리고 있었다. 나는 밖에서 ‘그것’이 어떤 상태로 되어있는지 무서워서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몇 시간 정도가 지난 뒤였을까, 밖이 밝아지기 시작했을 무렵, 벽이나 문을 두드리는 소리는 들리지 않게 되었다. 그래도 아직 ‘그것’이 언제 올지도 모른다 싶어 움직이지 않고 그대로 가만히 있으니 멀리서 차가 이쪽으로 오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차가 정원에 멈추니 몇 명의 발소리가 들려와서 문의 초인종을 누르고 “이봐, 괜찮아?”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리들은 “살았다……” 라며 부랴부랴 밖에 나가니 처음에 이곳으로 수배 해준 사람과 안내 해준 사람, 그리고 다른 3명의 아저씨가 와있었다.

 

수배 해준 사람과 안내를 해준 사람이 미안한 듯이 “정말로 미안하네, 이제 괜찮은 줄 알았어. 사정을 설명해 줄 테니까 아무튼 짐을 정리해서 와줘, 쓰레기 같은 건 그대로 둬도 괜찮으니까.” 우리들은 그 말대로 하고 별장을 나왔다.

 

차에 탄 우리들은 신사로 안내되었다. 함께 와있던 3명의 사람은 그 신사의 관계자인 모양이다. 우리들은 안심하며 긴장감이 풀어진 것과 살았다는 마음도 있었지만 그 이상으로 분노가 솟구쳐서 “왜 그딴 장소에서 자게 한 거야!”라고 화냈다. 그러자 신사의 신관 같은 사람이 이런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곳은 쇼와 40년대(1965년)까지 단순한 숲이었지만 관광지 개발을 하기 위해서 40년대가 끝날 무렵 사람의 손에 들어갔다. 그래서 순조롭게 개발을 진행했지만 그 별장을 세운 쇼와 50년대(1975년) 후반부터 이상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던가.

 

별장이 원인인지 개발 그 자체가 원인인지는 지금도 모르는 모양이지만 어쨌든 그 북소리나 사람 덩어리가 그 무렵부터 출몰하기 시작해 첫 별장 주인과 그다음 주인은 거기서 숙박 중에 실종되어버린 모양이다.

 

그래서 팔려고 내놨고 지금의 관리조합이 소유하는 임대 별장이 되었지만 그 뒤로도 몇 번이나 그 사람 덩어리는 나타났고 피해자는 나오지 않았지만 목격자에게 심하게 불평을 들었기 때문에 신관이 10년 정도 전에 불제를 받았다던가.

 

그 이후 빌려준 적은 없었지만 청소나 정비를 하러 온 사람들은 아무도 ‘그것’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이제 괜찮을 거라고 생각해 우리들에게 빌려준 것 같다.

 

그 결과가 어젯밤의 사건인 듯하다.

 

우리들은 완전히 휘말린 피해자였기 때문에 심하게 불평하니 관리인이 여기까지의 교통비와 식비는 이쪽이 부담할 것이고 별장의 렌탈 비용도 필요 없고, 다음 여행할 때는 대폭적인 할인을 해주도록 대리점에 말을 해두겠다고, 그러니까 정말로 미안하지만 이 일은 입 다물어줬으면 좋겠다고 머리를 숙이고 부탁했다.

 

우리들은 뭔가 말로 구워삶아지는 느낌도 들었지만 경찰에게 이런 얘기를 해도 어차피 믿어주지 않을 것이니 마지못해 그 얘기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상입니다.

 

위에 쓴 것처럼 그런 사정이 있었기 때문에 자세한 지명 따위는 쓰지 못합니다. 덧붙여서 작년에 할인해준다고 말을 하기에 여행 대리점에 전화했을 때 물어봤는데, 그 별장은 허물어서 지금은 빈터가 되었다고 합니다.

 

반응형
반응형

그녀와 만나고 싶어서

 

이건 할아버지가 영국에 체류하고 있을 때 현지 영국인의 직장 동료에게 들은 이야기다.

 

어느 청년이 있었다고 한다. 학생이고 같은 학년에 사귀고 있는 여자친구가 있었다. 매우 사이가 좋아서 서로 졸업하면 결혼 하자고 약속까지 했다고 한다. 하지만 어느 날, 불행이 일어났다. 그녀가 교통사고로 죽어버린 것이다.

 

그녀는 보행자였고 운전자가 한눈팔며 운전을 해서 생긴 비극적인 사고였다. 그는 병원으로 달려갔다. 사인은 뇌좌상으로, 시체는 잠들어있는 것처럼 정말로 깨끗한 상태였다고 한다. 그는 깊이 슬퍼하며 절망했다. 장례는 그녀의 유가족들과 함께, 깊은 슬픔 속에서 치러졌다. 그는 빈껍데기와도 같았다.

 

학교에도 그다지 출석하지 않고 그녀와 동거했던 낡은 아파트에 틀어박힌 채 생활하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그녀와의 추억을 느끼고 싶었기 때문에 거실, 부엌, 욕실, 현관, 침실, 화장실에 이르기까지 그녀와의 추억이 담긴 사진을 두고 어느 때라도 눈에 들어오도록 했다. 그런 그를 걱정하며, 친구들이 자주 집에 드나들어 격려해줬지만 그다지 효과는 없었다.

 

2층 바로 윗집은 작은 교회로 되어있어, 그와 친한 비교적 나이가 젊은 신부도 격려해주러 왔지만 효과는 없었다.

 

매일, 굶지 않을 정도의 변변치 않은 식사를 하고 그녀의 사신을 바라보며 지내던 날들이 계속 되었다.

 

어느 밤. 그는 어렸을 적 들었던 얘기를 문득 떠올렸다.

 

‘죽은 사람과 반드시 만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그 방법이란 ‘시각은 새벽 2시 전후가 좋다. 우선 만나고 싶은 망자를 떠올린다. 그 망자의 유품이 있으면 더욱 좋다. 집 문을 열어둔다. 단, 집의 문단속은 반드시 완벽하게 잠가놓을 것. 유품을 가슴에 안고 촛불 하나만 불을 켜고 방 불을 끄고 침대에 들어가 눈을 감는다.

 

그리고 망자가 무덤에서 기어 나오는 걸 상상한다.

생전의 아름다운 모습 그대로……

 

망자가 천천히 느긋하게 자신의 집으로 걸어오는 것을 상상한다.

 

한걸음, 한걸음 천천히…… 그리고 대문을 지나 현관 앞에 서있는 것을 상상한다.’

상상하는 건 여기까지.

 

그리고 절대로 지켜야 하는 건 ‘망자가 무슨 말을 하든지 절대로 집 안에 들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문 너머에서 밖에 말할 수 없다, 참으로 애절한 일이지만 그게 룰인 모양이다.

 

청년은 막연하게 그런 얘기를 떠올리고 있었다. 만나고 싶다. 미신이든 지어낸 얘기든지. 다시 한 번 만나서 얘기하고 싶다. 물론, 미신이라고 머리로는 생각하고 있었지만 혹시라도 ‘그녀와 말한 느낌이 든다면’ 다소 마음이 편안해질지도 모른다고 스스로를 향한 세라피적인 효과도 기대하며 그걸 해보기로 했다.

 

시각은 새벽 2시 조금 전. 자동 잠금장치 같은 세련된 물건은 없기 때문에 아파트의 대문을 열어둔다. 생전, 그녀가 마음에 들어 하던 원피스를 가슴에 안고, 촛불을 켜고, 방 불을 끄고 그녀의 ‘소생’을 상상했다. 아파트는 노후화가 심해서 2층 바로 위의 교회 (그의 방의 천장에 해당한다)에서 무엇인가 물이 새는 소리가 난다.

 

 

찰박……찰박……그의 방 어딘가에서 물방울이 떨어지는 것 같다.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집중해서……

 

생전의……아름다운 모습으로……그녀가 미소 지으며……집에 차라도 마시러 오는 것처럼……

 

쾅쾅 쾅쾅

 

덜컥 잠에서 깼다. 어느 샌가 잠들었던 모양이다.

 

쾅쾅 쾅쾅

 

무슨 소리…?옆집 주민? 옆집도 야행성이니까 시끄러

 

쾅 쾅 ! ! 쾅 쾅 ! !

 

……아니다. 내 집의 현관문을 누군가가 두드리고 있다.

시계를 보니 새벽 2시 50분. 이런 시간에 친구…라고 생각하기 힘들다.

……설마. 역시 식은땀이 뺨을 타고 흐른다.

 

촛불을 손에 들고 쭈뼛쭈뼛 현관에 다가간다. 두드리는 소리가 멈췄다.

 

“…누구?”

 

대답이 없다.

 

“00인가…?”

그녀의 이름을 부르지만 대답이 없다. 쭈뼛쭈뼛 문구멍을 들여다본다. 긴 머리의 여자가 돌아서서 문 앞에 서있다!! 누군가가 확실하게 있다!!

 

“00이라면 대답해줘……”

청년은 갑자기 눈물이 흘러나왔다. 즐거웠던 많은 추억들이 되살아난다.

 

“추워……”

 

느닷없이 여자가 입을 열었다. 그녀의 목소리 같은 느낌도 들고, 그렇지 않은 느낌도 든다.

 

“추워……안으로 들여보내줘…00”

 

그녀는 청년의 이름을 불렀다.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끌어안고 싶다!! 청년은 룰 따위 잊고 문을 열었다. 여자는 믿을 수 없는 속도로 뒤돌아본 채 슥하고 방에 들어왔다. 청년이 얼굴을 보려고 했지만 긴 머리를 늘어트리고 고개를 숙인 채 반드시 등을 돌린다. 청년이 다가가려 하면 슥하고 거리를 둔다.

 

“일단 침대에라도 앉아줘……”

 

청년이 말하니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침대에 걸터앉았다. 그러나 이 냄새…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고약한 냄새가 났다. 그녀가 걸은 흔적도, 진흙 같은 것이 마루에 달라붙어있다.

 

그러나 그녀는 그녀다. 여러 가지로 얘기하고 싶다.

죽은 사람에게 차를 내주는 것도 묘한 느낌이었지만 두 사람 분의 홍차를 타서 그녀 옆에 앉았다. 촛불을 테이블에 두고 청년은 전부 얘기했다. 죽었을 때 괴롭지는 않았는지, 생전의 여러 가지 추억, 지켜주지 못했던 일……

 

1시간은 일방적으로 얘기했을까.

변함없이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 않고 조용히 있다. 이윽고 촛불의 초가 없어질 것 같아서 새로운 초로 바꾸려고 했다. 불을 붙여서 그녀를 비춘다.

 

……이상하다. 원피스 오른쪽 어깨에 뱀 문신이 보인다. 그녀는 타투 따위 새긴 적이 없다. 발치를 비춘다. 오른쪽 발목에도 하트에 화살이 박혀있는 문신.

 

그러고 보니 검은 머리……?? 그녀는 금발이다… 이루 말할 수 없는 오한이 온몸을 훑었다. 누구야…!? 불을 켜려한 그 때, 여자가 엄청난 속도로 일어나 청년의 팔을 잡았다.

 

무시무시한 썩은 내.

 

여자가 천천히 고개를 드니 촛불의 불빛 안, 보고 싶지 않은 얼굴이 드러났다.

 

중앙이 함몰한 얼굴. 데칼코마니처럼 좌우의 눈이 중앙으로 몰려있다. 윗입술이 파괴되어 잇몸이 드러나 있다. 튀어나온 혀.

 

청년은 혼이 얼어붙는 듯한 절규를 내질렀지만 여자는 바이스와 같은 힘으로 청년의 팔을 세게 졸랐다. 여자가 뭔가 신음 했다. 영어가 아니다…… 런던의 차이나타운에서 들어본 적 있는 듯한……

 

설마…!! 그녀를 차로 친 건 재영 중국인 여자라고 들었다…… 그 여자도 즉사 했다… 이 녀석이!? 살해당할 거야!!

 

청년이 그렇게 생각하고 여자가 턱이 빠질 것 같이 파괴된 입을 커다랗게 벌린 순간, 엄청난 천둥인건지 파열음 같은 소리가 실내에 메아리쳤고 천장이 붕괴되기 시작했다.

 

여자는 위를 올려다보고 청년은 순간적으로 뒤쪽으로 뛰어서 물러났다. 붕괴해 낙하한 잔해와 함께 대량의 물이 흘러들어왔다. 여자는 ‘긱’하는 한마디만을 하고 잔해와 대량의 물에 파묻혀 사라졌다. 붕괴는 천장의 일부만으로 끝난 것 같았다.

 

청년이 아연실색해서 서있으니 위에서 잠옷차림의 젊은 신부가 경악한 표정으로 구멍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후, 아파트는 소방, 경찰, 심야의 폭음으로 깨어나게 된 구경꾼들로 눈코 뜰 새 없게 되었다.

 

조사에 의하면 2층 신부의 교회 겸 자택의 욕조와 아래 마루가 부식 되어 그게 붕괴의 원인이라고 한다. 단, 확실히 부식은 됐지만 오늘처럼 갑자기 마루채로 깨부숴지는 부식은 아니라는 점에 경찰서도 소방서도 의아해했다.

 

게다가 신부는 한 달에 한번, 성수로 목욕을 했다. 그 날, 욕조에 잠겨있던 건 성수였다고 한다. 물론 청년은 여자에 관한 건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고 잔해 아래에도 아무도 없었다. 단지, 피를 섞은 진흙 같은 것이 일부분 발견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청년은 신기한 걸 깨달았다. 방에 닿는 곳곳마다 두었던 그녀와의 추억이 담긴 액자가 전부 침실에 모아져있었다고 한다. 마치 침대를 원형으로 둘러싼 것처럼.

 

청년은 방을 들여다보는 구경꾼 안에서 미소 짓는 그녀를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반응형
반응형

마네킹

 

저에겐 영감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귀신을 본 적도 없고 목소리를 들은 적도 없습니다. 그래도 엄청나게 무서운 일을 단 한번, 중학교 때 체험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14살 때쯤 아빠를 여읜 저는 외가로 이사 가게 되었습니다. 외할아버지는 진작 돌아가셨기 때문에 외할머니, 엄마, 저, 이렇게 여자 3명뿐인 살림입니다. 저는 아빠가 죽은 충격을 회복하지 못한 채로 새로운 환경에 하루빨리 적응해야만 했습니다.

 

불안하긴 했지만 제 신상을 동정해서인지 전학 간 학교의 반 친구들도 다정하게 대해줬습니다. 특히 S코라는 여자애는 막 전학 온 저에게 매우 친절하게 대해줬고 교과서를 보여주거나, 말 상대를 해줬습니다. 그녀와 절친이 된 저는 자연스럽게 주위에 마음을 열게 되어 2개월이 지났을 무렵에는 모두와 장난치거나 즐겁게 웃을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런데 그 반에는 F미라는 귀여운 여자애가 있었습니다. 저는 그녀에게 왠지 모르게 마음이 끌렸습니다. 물론 이상한 의미가 아니고 여자가 봐도 귀엽다고 생각될 정도의 몸집이 작고 연약한 느낌의 아이였기 때문에 동성으로서 호의를 가졌습니다.

 

(저는 조금 피부가 검고 키도 컸기 때문에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 약간 선망의 대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호감을 사려하면 효과는 있기 마련이라, 자리를 바꿔서 같은 조가 된 뒤부터 점점 대화 하게 되어 그녀가 편모 가정이라는 걸 알고 더욱 친해지게 되었습니다. 애당초 F미의 경우 죽음으로 이별한 게 아니라 아버지가 다른 여자와 도망쳤다든가, 그런 이유였다고 들었습니다.

 

그녀도 여자들만으로 생활을 꾸려가고 있다고 알게 됐을 때 이 아이와 친구가 되어서 다행이라고 내심 생각했습니다. 단지 그것도 그녀의 집에 놀러 가기 전까지의 짧은 시간이었지만요...

 

그 날, 제가 왜 F미의 집을 방문 하게 됐는지 전 기억이 안 납니다. 꽤 옛날이야기이기 때문에 그렇기도 하지만 그것보다도 그녀의 집에서 본 게 너무나도 강한 인상을 남겼기 때문에 그런 세세한 일이 애매모호해진 거겠죠.

 

그때는 S코도 있었습니다. 그때까지도 S코는 F미에 대해 그다지 호감을 갖지 못했고, 제가 그녀와 사이좋게 지내는 걸 원치 않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도 왜 그녀가 따라온 건지, 전 생각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일단 하굣길, 집이 전혀 다른 방향임에도 불구하고 저와 S코는 뭔가 볼일이 있어서 F미의 집에 들른 거였습니다. 그녀의 집은 솔직히 낡아서 눈에 띄는 단층집으로, 목제 벽판은 심하게 휘었고 마당은 거의 없는, 옆집과의 간격이 50센티도 되지 않는 듯한 비좁고 답답한 장소에 있었습니다. 저는 조금 놀랐지만 할머니 집도 오랜 세월이 지나있었고 살림이 어려운 건 어쩔 수 없다 싶어서 스스로 부끄럽게 생각했습니다.

 

“엄마”

F미가 부르니 안에서 조금 주름이 눈에 띄긴 했지만 생글거리는 얼굴을 한 예쁜 아주머니가 나와서 저와 S코에게, 이쪽이 죄송스러울 정도로 고개 숙여 인사했습니다. 세탁물을 걷고 있었던 건지 손에 타올이나 속옷을 드리우고 있었습니다.

“마실 거 가져올게”

꽤나 즐거운 듯이 말한 건 집에 놀러오는 딸의 친구가 적기 때문에 그런 건지도 모른다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F미도 “집에는 그다지 사람을 안 불러”라고 말했으니까요. 혹시 F미의 방이 그다지 여자답지 않아도 놀라지 않겠다고 저는 스스로에게 명했습니다. 그런 걸로 우월감을 느끼는 건 싫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녀의 방문이 열렸을 때 눈에 들어온 건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F미가 예쁘다고 말은 했었지만 그만큼 역시 치장에도 신경을 쓰고 있었습니다. 밝은 색의 커튼이 드리우고, 책상 위에 봉제인형이 앉아있는 등 예상 이상으로 여자다운 방이었습니다. 단 한 가지를 제외하고.

 

방구석에 서서 이쪽을 보고 있는 것.

마네킹.

 

그건 틀림없이 남자 마네킹이었습니다. 그 모습은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양팔을 구부리고 움츠려 W의 형태로 만들고, 이쪽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여느 마네킹들과 마찬가지로 얼굴은 매우 번듯했지만 그만큼 그 시선이 한층 더 생기가 없는, 공허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마네킹은 새빨간 츄리닝을 입고 모자를 쓰고 있었습니다.

 

신중치 못한 발언 같지만 방금 전 본 아주머니가 입고 있던 것보다도 더 고급처럼 보였습니다.

“이거...”

S코와 저는 아연실색하며 F미를 봤지만 그녀는 그다지 별다른 기색도 없이 마네킹에 다가가 모자의 각도를 조금 만져서 조절 했습니다. 그 손놀림을 보고 저는 소름이 돋았습니다.

 

“멋지지”

F미가 말했지만 왠지 억양이 없는 말투였습니다. 그런 그다지 좋지도 않다는 듯한 말투가 한층 더 소름 돋았습니다.

 

“어서 오렴”이라고 말하며 접시에 케이크와 홍차를 얹은 아주머니가 들어와서 분위기를 구원 받은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와 같이 그 분위기가 당혹스러웠을 S코가 손을 뻗어 접시를 책상 위에 놓았습니다. 저도 도우려 했는데 접시가 모두 합해 4개 있었습니다. 어라, 아주머니도 같이 먹는 걸까, 싶어서 문득 손을 멈췄습니다.

 

그때, 아주머니가 케이크와 홍차 접시를 들어 생글생글 웃으며 F미의 책상 위에 놓았습니다. 그곳은 마네킹의 바로 옆이었습니다. 터무니없는 곳에 와버렸다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옷 속을 스스로도 확실히 그것이라 알 수 있는 식은땀이 계속 흘러 멈추지 않았습니다. F미는 지그시 마네킹의 옆에 놓인 홍차 쪽을 응시하고 있었습니다.

 

이쪽에서는 그녀의 머리카락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갑자기 앞을 보고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포크로 케이크를 찌르고 설탕 단지를 저희들에게 돌렸습니다. 저는 마네킹에 대해서 물어보려고 했습니다. 그녀들은 그걸 사람 취급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것도 케이크를 내주거나 옷을 입혀주거나 하는 등 훌륭한 대우였습니다. 하지만 F미도 아주머니도 마네킹에게 말을 걸지는 않습니다. 그녀는 그걸 뭐라고 생각하는 걸까? 생각했습니다. 마네킹 취급은 결코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완전히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믿고 있는 거라고 한다면 ‘그’라든가 ‘그 사람’이라고 불러서 저희들에게 설명해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그렇게는 하지 않습니다. 그 어느 쪽으로도 태도를 취하지 않는 어중간한 느낌이 저를 매우 불안하게 만들었습니다. 제가 마네킹에 대해서 물어본다면 F미는 뭐라 답할까요. 어떤 대답이 돌아와도 저는 소리 질러버릴 것 같은 예감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정상이 아니었습니다.

 

뭔가 이야깃거리를 찾았습니다. 방구석에 새장이 있었습니다. 마네킹 얘기가 아니라면 무엇이든 좋았습니다. 평소 학교에서 보는 F미를 볼 수만 있다면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새 키워?”

“죽어버렸어.”

“그래... 불쌍하네.”

“필요 없어졌으니까.”

마치 무기질적인 말투였습니다. 키우던 새에 대한 애착 따위 눈곱만큼도 느낄 수 없었습니다. 이제 나가고 싶었습니다.

 

집에 가고 싶어. 집에 가고 싶어. 여긴 위험해. 오래 있으면 미쳐버릴 거야.

 

그 때 “화장실 어디야?”라고 S코가 일어섰습니다. “복도 건너편, 바깥에서 곧바로.”라고 F미가 대답하니 S코는 허둥지둥 밖으로 나가버렸습니다. 그때 솔직히 저는 그녀를 저주했습니다. 저는 계속 밑을 내려다볼 뿐이었습니다. 이제 설령 무엇을 얘기해도 F미와 의사소통은 무리라고 확신했습니다.

 

탁탁 발소리가 들릴 때까지 정말 긴 시간이 지난 것 같았지만 실제로는 고작 몇 분이었겠죠. S코가 얼굴을 내밀고 “미안, 집에 가자”라고 저에게 말했습니다. S코의 얼굴은 창백했습니다. F미 쪽으로는 절대로 시선을 두지 않으려 했습니다. “그래, 어서 와”라고 F미는 말했습니다. 그 어긋난 표현에 기절할 것 같았습니다.

 

S코가 제 손을 세차게 잡아당겨 바깥으로 끌고 나가려 했습니다. 저는 그래도 아직 형식적이라도 아주머니에게 인사를 해야 한다고 생각 했습니다. 얼굴을 마주 볼 용기는 없었지만 안쪽에 말을 걸려했습니다. F미 방 건너편에 있는 맹장지가 20센티 정도 열려있었습니다.

 

“저기, 집에 가보겠습니다.” 잘도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그 때 틈새에서 손이 뻗어 나와 탁하고 세차게 맹장지가 닫혔습니다. 저희들은 도망치는 것처럼 F미의 집에서 나왔습니다.

 

집에 가는 길, 저희들은 정신없이 계속 자전거 페달을 밟았습니다. S코가 시종일관 제 앞을 달렸고 1미터라도 멀리 가고 싶다고 말하는 것처럼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저희들이 평소에 집으로 가던 길까지 돌아왔습니다.

 

가까스로 안심할 수 있는 장소에 도착해서야 저희들은 음료를 사서 정신없이 목을 축였습니다. “이제 같이 놀지마.”라고 S코가 말했습니다. 그건 더 말할 필요도 없는 일이었습니다.

 

“저 집, 위험해. F미도 위험해. 그리고 아주머니가 이상해. 저건 완전히...”

“아주머니?”

화장실에 갔을 때에 일을 S코는 얘기했습니다. S코가 F미의 방을 나왔을 때 옆 맹장지는 열려있었습니다. 그녀는 아무 생각 없이 지나가려다가 그 방 안을 봐버렸다고 합니다. 마네킹의 팔, 팔이, 다다미 위에 4개고 5개고 뒹굴뒹굴 굴러다녔다고 합니다.

 

그리고 옆에서 방석에 앉은 아주머니가 그 팔 하나를 미친것처럼 핥고 있었다고 합니다. S코는 떨면서 볼일을 끝내고, 방으로 돌아갈 때 쭈뼛쭈뼛 맹장지 앞을 지났습니다. 힐끔 눈길을 주니 이쪽을 지그시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는 아주머니와 눈이 마주쳐버렸습니다. 조금 전까지의 미소는 찾아볼 수 없었고, 눈이 완전히 풀려있었습니다. 마네킹의 팔이 있던 곳에는 개켜놓은 빨래가 쌓여있었습니다. 그 안에는 남자 바지도 섞여있었습니다.

 

“마, 마네킹은...?”

S코는 무심코 그렇게 말해버렸는데 아주머니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S코를 향해 다시 생긋 미소를 지어 보였습니다. 그녀가 허둥대며 저를 데리고 나가려고 한 건 그 직후였습니다. 너무나도 섬뜩했기 때문에 저희들은 F미가 말을 걸지 않는 한 말을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점점 멀어져 갔습니다.

 

이 얘기를 모두에게 퍼트릴까도 생각했지만 도저히 믿어줄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F미와 친한 아이에게 이 얘기를 해도 남이 보기에는 저희들이 그녀를 고립시키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을 겁니다. 특히 S코가 F미와 그다지 사이가 좋지 않았던 건 모두가 알고 있으니까요...

 

F미의 집에 갔던 적이 있는 아이에게 슬쩍 얘기를 물어봤습니다. 하지만 한결같이 “이상한 건 본 적 없어.”라고 말합니다. 그러니까 더욱 저희들에게 상황은 불리한 겁니다. 단 한 명만, 그 앤 남자아이인데, “그러고 보니 묘한 체험을 했어.”라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F미의 집에 가서 벨을 눌렀지만 아무도 안 나왔다. 미리 연락을 해뒀을 텐데...라고 곤란했지만 어쨌든 기다리기로 했다. 혹시 안에 있어서 들리지 않은 건가 싶어 문에 손을 댔더니 드르륵하며 열렸다. 거기서 그는 안을 들여다봤다. 맹장지가 열려있어서 (S코가 본 방인지 아닌지는 모릅니다) 방의 모습이 보였다.

 

유카타를 입은 남자의 등이 보였다. 저쪽 편을 향한 채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있다. 음성은 들리지 않지만 텔레비전이라도 켜놓은 거겠지. 등에 브라운관인 듯한 푸른빛이 비쳐서 때때로 빛이 깜빡였다. 하지만 몇 번을 불러 봐도 남자는 돌아보기는커녕 몸을 꼼짝도 하지 않았다... 기분 나빠져서 그대로 집에 갔다.

 

F미의 집에 남자는 없을 겁니다. 설령 친척이나 아주머니의 지인이 있었다 한들, 텔레비전에 등을 돌린 채 지그시 무엇을 하고 있던 걸까요? 아니면 남자 바지는 그의 것이었던 걸까요. 혹시 그건 마네킹이 아니었을까 저는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있는 마네킹 따위가 대체 있긴 할까요. 혹시 있다고 한다면 F미의 방에 있던 건 다른 물건이었다는 말이 됩니다. 그 집에는 그 밖에도 몇 체나 마네킹이 있다...? 저는 더 이상 생각하는 걸 관두기로 했습니다.

 

그로부터 14년이 지났기 때문에 지금 와서는 조금 냉정하게 돌이켜볼 수가 있습니다. 저는 때때로 고향과는 전혀 관련 없는 곳에서 이 이야기를 합니다. 대체 그건 뭐였던 건지 솔직히 지금도 모릅니다. 혹시 F미네가 그걸 비밀로 해두고 싶었다 쳐도, 사이가 좋았던 저만이라면 모를까, 왜 S코에게도 보여줬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이 가는 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그러고 보니 팔을 W 형태로 만든 마네킹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는 옷을 입힐 수 없지 않나요. 그러나 그 빨간 옷은 마네킹의 몸에 딱 맞았습니다. 마치 스스로 입었다고 말하는 것처럼...

 

이게 제 체험의 전부입니다.

반응형
반응형

까드득 까드득

 

같은 동아리에 들어가 있던 선배, 그 선배의 친구 A, B는 사이가 좋아서 자주 A가 자취하고 있는 아파트에서 놀았습니다.

 

대학교 2학년이 되어 A의 아파트가 개축하게 되었는데 A 이외의 주민은 한 달 정도의 개축 기간 동안에는 자택에서 다니게 되었지만 A는 집에서 다닐만한 거리가 아니었기 때문에 집주인에게 그동안 살 수 있는 장소를 소개받았습니다.

 

A는 생활비를 속이기 위해서 (차액을 자기 주머니에 넣기 위해서) 최대한 싼 곳을 희망했습니다.

 

그리고 소개받은 게 대학에서는 거리가 있고, 앞으로 반년도 지나지 않아 헐게 된다는 몹시 낡은 아파트였습니다.

 

선배와 B는 이사를 도와주는 겸 그곳에 가보니 목조이고 몇십 년은 된 느낌이 드는 데다가 망한 공장 같은 건물에게 양 옆이 둘러싸인 어두운 느낌의 아파트였다고 합니다.

 

그런 고로 “귀신이라도 나오는 거 아냐?”라고 A를 겁주기도 했습니다. A는 귀신 부류는 일절 믿지 않는 남자였기 때문에 수중에 돈이 들어왔기 때문인지 명랑하게 “옆집에도 사람이 살고 있는 것 같고, 괜찮아 괜찮아.”라고 말했습니다.

 

이러니 저러니 해서 A의 이사도 끝나고, A와 헤어져 아파트에서 나오려고 했을 때 마침 A의 옆집 사람인 듯한 아저씨가 돌아왔습니다. 좁은 골목길을 지나가야 하기 때문에 몸을 틀고 스치듯 지나갈 때 선배가 “죄송합니다”라고 말을 거니 아저씨는 “아냐 아냐”라고 말하고 쉽게 지나쳐간 뒤 “아, 저기…”하고 선배들에게 말을 걸어왔습니다.

 

“젊으니까 어쩔 수 없겠지만 밤에는 조금 조용히 해주지 않을래? 어제도 한밤중에 까드득 까드득 시끄러워서 말이야. 벽이 얇으니까… 하하하.”

 

A가 이사 온 건 오늘 아침이었기 때문에 선배들은 기분이 나빴지만 그만큼 낡아빠진 아파트니까 커다란 쥐 같은 게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다음날과 모레에 A는 동아리에 얼굴을 비쳤기 때문에 그 일을 잊어버리고 있었지만 3일째부터 갑자기 동아리에 얼굴을 비치지 않게 되었습니다. 왜 그럴까 싶어서 선배들이 전화를 해보니 평범하게 A가 전화를 받아서 “최근에 잠이 부족해서 말야~. 옆집 아저씨가 한밤중에 계속 까드득 까드득 시끄러워~”라고 말하는 겁니다.

 

선배는 반사적으로 “그 아파트 나오는 편이 좋지 않아?”라고 말한 것 같지만 A는 웃어넘기며 잠을 자겠다고 전화를 끊고 말았습니다. 선배와 B는 걱정했지만 기분 나쁜 그 아파트에 가는 것도 싫었기 때문에 가지 않았습니다.

그 뒤로 3일이 지나도 A는 동아리는 물론 학교마저 오지 않게 됐기 때문에 역시 위험하다 싶어서 A의 아파트에 가보기로 했습니다. 다행히도 3일간 모두 휴대폰은 연락이 됐기 때문에 “오늘 갈게.”라고 말하니 A는 가볍게 오라고 말해줬습니다.

 

선배와 B가 아파트에 도착하니 덧문은 닫혀있는 데다가 현관문이 조금 열려있었기 때문에 B가 “없냐~?”라고 안에 말을 걸어보니 “오~ 왔냐. 들어와.”라고 평범하게 A가 대답했습니다. 두 사람이 안에 들어가니 A는 이불에 들어가 있었습니다. A는 눈에 심한 다크서클이 생겼음에도 “괜찮아 괜찮아”라고 웃는 얼굴로 말했기 때문에 선배는 조금 안심했다고 합니다.

 

결국, 1주일 만에 만난 탓도 있어서 세 명 다 밤까지 이야기에 열중하다 심야라 해도 이상하지 않을 시간이 되었고, 갑자기 A가 “자고 싶어.”라고 말을 꺼냈습니다.

 

선배들은 잠이 부족한데도 얘기를 함께 해줘서 미안하다 생각하며 막차도 끊겨서 집에 갈 수 없게 됐기 때문에 평소처럼 A의 집에서 자고 가기로 했습니다.

 

선배가 새우잠에 드니 불을 끄려고 한 B가 깔보면서 “이 방, 죄다 열어두고 칠칠치 못하네~”라고 말했습니다. 누워있던 선배가 방을 둘러보니 확실히 벽장이나 화장실 문은 물론, 냄비 뚜껑이나 덧문까지, 뚜껑이나 문의 종류는 모두 조금씩 열려있었다고 합니다.

 

그걸 본 선배는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공포감을 느끼고 이미 잘 상황이 아니게 됐습니다. 그래도 눈을 억지로 감고 한동안 있으니 어디서 인지 까드득 까드득하는 뭔가를 할퀴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A는 짜증 난다는 듯이 “또 옆집 녀석이야. 짜증 나~”라고 말했지만 선배가 듣기엔 아무리 들어도 방 안에서 들리는 것 같았습니다. B도 아무래도 같았는지 선배에게 작은 소리로 “이 방 위험해~”라고 말했습니다.

 

선배는 견딜 수 없어서 어둠 속에서 눈을 떠보니 벽장이나 화장실 틈새에서 무언가 허여 멀 건한 아지랑이 같은 것이 보였고 아무래도 거기서부터 까드득 소리가 나는 것 같았습니다. 선배는 눈으로 똑바로 바라보며 그게 무엇인지 확인하려 한 그때, B가 갑자기 선배의 눈을 가렸습니다. 선배는 놀라서 “뭐, 뭐야… 손 치워.”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B이면서 B가 아닌 목소리로 “안 돼…”라고.

 

그리 말했을 뿐 무슨 말을 해도 B는 대답 않고 선배의 눈을 가린 채로 공포의 시간을 끝없이 보냈습니다. 어느샌가 잠들어버렸는지 선배는 짹짹하는 새소리에 잠이 깨서 눈을 가린 걸 치우니 아침이 되어있었습니다. 옆에는 A와 B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새근새근 잠들어있었습니다.

 

선배는 꿈이었나 싶었지만 어제와 같이 벽장이나 화장실의 문이 열려있는 걸 보고 공포가 되살아나 아파트를 뛰쳐나오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그 날 이후, A와 B는 동아리나 대학에도 얼굴을 비추지 않게 되어 핸드폰은커녕 자택 전화까지도 연락이 닿지 않게 되어서 그 아파트가 헐린 지금에 와서는 그 까드득하는 소리와 하얀 아지랑이가 무엇이었는지 확인할 수가 없습니다.

 

여러분도 벽장이나 문의 틈새를 조심하시길…

 

반응형
반응형

가장 몹쓸 짓

 

이 이야기는 미에현에 있는 쇼렌지댐이란 유명한 자살 스팟에 얽힌 이야기입니다.

 

여러분 어렸을 적에 어머니나 아버지에게 야단맞은 기억이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야단 칠 때의 말 표현은 독특한 것이 있기 마련입니다. 예를 들면 간서지방에서의 단골인 건 “너따위 다리 밑에서 주워왔어! 우리 자식 아니야!”등등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듯한 조금 웃기고 이상한 표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가족의 경우는 “너 따위 댐에서 주워온 거야! 다음에 나쁜 짓 하면 갖다놓으러 갈 거야!”였습니다. 당시에는 무서워서 어쩔 줄 모르는 표현이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사랑을 느낍니다 (웃음) 하지만 딱 한번, 정말로 데리고 가서 두고 간적이 있었습니다.

 

여름의 어느 날, 초등학교 저학년이었던 저는 한 가지 약속을 깨버리고 말았습니다. 그건 저녁 6시까지 집에 돌아오라는 극히 평범한 통금 시간이었습니다. 그 당시 투구벌레나 사슴벌레, 풍이 등 자주 잡히는 나무가 집 앞 숲속에 있었습니다.

 

숲 속이기 때문에 뱀이나 살무사, 그리고 거머리, 진드기에 물려서 다친다는 이유로 로프가 둘러쳐진 숲 속에 있었습니다. 밤이 되면 시골이기 때문에 새카맣고 가로등도 없습니다. 핸드폰도 아직 PHS가 시작된 무렵이었기 때문에 전혀 불빛이 없는 곳에서 집으로 가야 했기에, 위험하다는 판단으로 통금 시간이 있었다고 합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꽤 위험한 곳에서 자주 그런 시간까지 친구들과 잡으러 갔구나 싶습니다. 그 날, 부모님이 없는 걸 틈 타 8시쯤까지 잡고 있으니 멀리서 아버지의 목소리로 “탓군-! 카이-!”라고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탓군이란 제가 태어났을 때부터 대부분 함께 지내온 오랜 친구입니다) 아버지의 목소리도 약간 화가나있어서 마지못해 숲에서 나와 집에 가기로 했습니다.

 

친구의 아버지는 관대해서 땅이 무너지든 하늘로 솟든 신경 쓰지 않는 분이어서 저의 오랜 친구를 데리고 싱글거리며 집으로 갔습니다. 하지만 제 아버지는 노발대발 했습니다. 호되게 야단맞았던 걸 기억하고 있습니다. 야단맞은 거로 끝인 줄 알았더니 “너 따위 댐에서 주워왔어!” “세 번 어겼지, 이제 됐어! 갖다놓으러 간다!”라고 말하고 댐까지 데려갔습니다.

 

저도 반항기였는지, 데려가는 차 안에서 야단맞으면서도 풀죽지 않고 고집을 부렸습니다. 그러자 아버지는 “이제 모른다, 맘대로 해라”라며 저를 차에서 끌어내려 했습니다. 역시 저도 놔두고 가는 건 싫었기 때문에 “죄송해요! 이제 안 할게요! 우와아아앙”하고 울면서 거부 했습니다. 거절하던 도중에 저는 갑자기 입 다물고 차 안으로 쏜살 같이 도망쳤습니다. 왜 그런 당돌한 행동을 했냐면 그건 저를 문에서 안아들어 나오려고 기를 쓰던 아버지의 어깨 너머에서 하얗게 빛나는 사람의 모습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귀신이라고 확신한 저는 절대로 밖에 나가기 싫었지만 어른의 힘은 당해낼 수 없었습니다. 결국 놔두고 가버렸습니다. 놔두고 간 후 저는 너무나도 무서워서 계속 소리 지르고 계속 도움을 요청 했습니다. “저기 하얀 게 와. 싫어! 살려줘! 아빠!”라고. 소리 지르고 있으니 제가 앉아있던 곳의 바로 위에서 커다란 소리가 들렸습니다. 커다란 것이 뭔가에 부딪쳐서 난 소리였습니다. 더욱 더 무서워진 저는 입 다문 채 위를 보지 않도록 무릎을 끌어안고 그저 떨 수밖에 없었습니다.

 

30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는 아버지를 단념하고 절망하고 있으니 아랫길로 내려가는 쪽의 도로에서 온몸이 새하얀 턱시도 모습으로 모자를 쓰고 있는 아저씨가 걸어왔습니다. 제 앞에 서서 몸을 구부리며 “왜 그러니 소년, 아버지랑 어머니는?”하고 말했습니다. 고개를 옆으로 흔드니 “나쁜 짓을 했구나? (웃음) 다음엔 똑바로 집에 가야 한다. 기다려, 아버지를 불러올 테니까.” 라며 머리를 쓱쓱 쓰다듬으며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사라졌습니다.

 

귀신이란 건 알았지만 뭔가 무서워할 필요 없구나 싶어 그때부터는 계속 아버지가 오는 걸 기다렸습니다. 겨우 2분도 지나지 않아 평소 아버지의 운전 방식이 아닌 차가 제가 있던 광장에 급정차 했습니다. 차에서 뛰쳐나온 아버지는 광장에 시선을 돌리더니 들어본 적도 없는 고함으로 “카이! 카이! 있냐! 어디야!”라고 외치고 있었습니다. 평범하게 다가간 저를 아버지는 부둥켜안아 차에 태웠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무슨 짓 당한 거 아니지!? 괜찮아? 어디 다친 데는 없어!?”하고 연달아 질문했습니다. 딱히 아무 일도 없었다고 판단한 저는 “아무렇지 않아”라고 대답해 그 때는 그것으로 수습되었습니다.

 

그로부터 반년이나 지났을 무렵, 그 때의 일이 떠올라 왜 그렇게 끈질기게 물어본 거냐고 아버지를 추궁하니 “너를 두고 집에 왔더니 전화가 걸려왔는데 내용이 ‘아,,,,,,,이,,, 치치칙-----위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험,,,,해,,,,,,,,,에………………………………………………………………………………… 아이아이아이아이아이아이아이아이아이아이아이아이아이아이아이아이아이아이아이아이아이아이아이아이아이아이아이아이아이아이아이아이아이아이아이아이아이아이아이아이아이아이아이아이아이아이아이아이아이아이아이아이아이아이아이아이아이아이아이아이!!!!!!!!!!!!!!!!……………………’라고 말이야. 얼마나 초조했는지 (웃음)”라고 아버지가 말했습니다. 아마도 그 아저시가 도와주셨던 거겠죠 (웃음) 뭐, 아이는 소중하게 대하라는 거겠죠.

 

 

2017/6/14 갱신

여담이고 사족입니다만, 잊고 쓰지 않은 게 있습니다.

 

저를 두고 갔던 쇼렌지댐의 주차장 바로 위. 그 날 제가 있던 시간에 차와 목에 뭔가를 휘감고 엑셀을 밟아 자신의 목을 날려 돌아가신 분이 있었다고 합니다.

 

+) 실제로 저런 사건이 있었는지 검색한 결과 실제 뉴스가 나와있어서 번역 해봤습니다.

하지만 뉴스 시간을 생각해보면 저 괴담과는 사건 시간에 모순이 발생합니다. 실제인 것처럼 썼지만 소설!

뉴스는 실화입니다.

 

https://response.jp/article/2007/07/29/97451.html

2007년 7월 29일 기사.

차를 이용해 목 절단 자살, 이번엔 미에현에서 발생

 

5일 오후, 미에현 나바리시 시내의 주차장에서 급발진한 승용차가 펜스를 충돌하는 모습을 통행인이 목격. 경찰에게 신고 했다. 운전하고 있던 남성은 목에서 위가 절단된 상태로 발견. 머리는 조수석에 뒹굴고 있었다. 목 절단 자살을 한 것으로 보인다.

 

미에현경 나리바서에 의하면 사건이 일어난 건 25일 오후 2시 40분쯤. 나리바시 쇼렌지 부근의 주차장을 지나가던 사람으로부터 ‘급발진한 차가 주차장 펜스에 충돌했다’는 내용의 통보를 받았다.

 

같은 서의 경찰이 현장에 급히 가서 사고를 일으킨 차를 발견. 차내에서는 목부터 위가 절단된 상태의 남성을 발견. 머리는 조수석 측의 마루에 뒹굴고 있었다. 조수석 측의 창문은 열려있었고 자동차의 대각선 뒤쪽에 위치한 가드레일의 기둥에 로프가 묶여있었다.

 

경찰서에서는 사고의 상황으로 남성이 자신의 목에 로프를 휘감고 차를 고의로 급발진 시켜, 목 절단 사고를 도모 했다고 판단. 신원 특정을 서두르고 있다. 이와 같은 사건은 7월 12일에 아이치현 나고야시 내에서도 발생해, 모방한 것으로 보인다.

 

반응형
반응형

유서

 

또 그녀석이 달라붙어있어.

 

낮에는 기척이 느껴질 뿐이지만 밤에는 희미하게 사람 형태를 하고 있는 걸 알아.

나에게 밖에 보이지 않는 것 같아. 꿈에까지 나와.

언제나 그 녀석은 등을 돌리고 나에게 말해.

 

“오지 마! 가까이 오지 마!”

그 말, 그대로 당신에게 되돌려주고 싶은데…

 

귀신? 빙의 당한 건가?

 

뭐,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어. 지금의 나는 그런 걸 신경 쓸 때가 아냐.

죽는 것조차 대수롭지 않다 생각해. 왜냐면 그 장소, 그 방법을 생각할 정도니까.

그러니까 그 녀석은 사신인지도 몰라.

 

“영혼은 네 것이지만, 몸은 신께 빌린 거니까 소중히 대해야해.”라고 어머니가 자주 말했었지. 그럼, 돌려줘볼까.

 

최근에 죽음에 대해 생각했더니 그 녀석이 나타났고 동시에 몸이 뜨거워졌어.

죽음에 대한 흥미라든가 집착이 이상한 걸 불러들인 걸까.

 

정말로 인생이란 열 받는 일 뿐이야. 무슨 일이든 제대로 굴러 가는 일이 없어.

나는 태어나서부터 몸이 약했고 입원 퇴원만 반복해왔어.

 

3살 때 아버지는 죽고, 어머니는 죽을힘을 다해 나를 키웠어. 그러니까 철이 들 무렵부터 사치를 부리는 일은 없었어. 하지만 언젠가부터 인생이 비틀리기 시작했어.

 

초등학생 때, 학교 반의 급식비가 없어졌어. 선생까지 나를 의심했어.

다음날, 내 의자가 없어졌어. 그 날부터 따돌림이 시작돼서 점점 확대되어 갔어.

고등학교에 입학한 뒤로도 그건 계속 됐어.

 

어느 날, 퇴원하고 학교에 가니 내 책상에 꽃이 놓여있었어……

 

지금까지 팽팽했던 무언가가 뚝하고 끊겼어.

이 세상 모든 것을 미워하게 됐어. 이 원한, 어떻게 풀어줄까.

 

이 고통에서 해방되는 방법은 복수 밖에 없다. 그 생각이 나를 재촉했어.

지금까지 계속 원망해온 걸 전부 써주마.

그리고 그걸 유서로 써줄게. 유서에 써있는 녀석들은 무슨 표정을 지을까.

꼴좋다!

설레기 시작했어. 좋아, 준비에 착수하자.

이런 건 연필이 아니라 볼펜으로 쓰는 건가?

음, 종이랑 봉투는….

 

확실히 어머니가 불단 선반에 편지 같은 거 넣어놨으니까, 그 정도는 있겠지.

선반의 서랍을 열었어.

 

예상대로 세뱃돈 봉투인지 축의금 봉투인지가 들어있어서 편지지와 봉투도 바로 찾아냈어.

잘 보니 안에 상자가 있어서 무심코 열어봤어.

꾸깃꾸깃 주름이 진 종이가 나왔어. 그 종이에는 이렇게 써있었어.

 

『유서』

 

어라?

아직 쓰지 않았는데… 혹시, 견본?

내용을 읽어봤어.

 

“너도 들었던 것처럼 이 아이의 목숨은 오늘 밤 수술하지 않으면 살릴 수 없겠지. 하지만 수술하기 위해서 수혈에 필요한 혈액이 부족하다고 담당 의사에게 들었어. 그 아이의 혈액형은 특수하니까 말이야. 내 거라면 수혈할 수 있지만, 한 사람이니까 수혈 할 수 있는 양에도 한계가 있다고 담당 의사에게 거절당했어.

 

결혼하고 10년, 겨우 점지 받은 그 아이가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는 나날은 이제 견딜 수 없어. 긴급을 요하는 일이야. 이렇게 한다면 이 아이를 살릴 수 있겠지. 그 정도는 의사인 나도 알아. 내 모든 것으로 이 아이를 지키고 싶어. 내 자살에 대한 것, 수혈에 대한 것, 절대로 그 아이에게는 말하지 말아줘.

 

그리고 이 편지를 혈액을 담당한 의사에게 건네줘. 그녀석이라면 이해해줄거야.

잔뜩, 전해주고 싶은 건 많지만 이제 시간이 없어.

 

괴로운 일을 겪 게해서 미 안해

계속 사랑해 줘 서 고 마 워”

 

그걸 읽은 날 이후, 아버지의 기척을 느끼는 일은 사라졌어.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