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3. 반도 (Peninsula), 2020 :: 꿈과 갈망의 틈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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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부산행을 상당히 재밌게 봤었기에 반도도 기대하고 있었다. 근데 예고편을 보고 나서 기대감이 한 번 내려갔고, 개봉 후 사람들의 평이 극단적으로 갈리는 걸 보고 또 기대감이 내려갔다. 그래서 별 기대감 없이 보러 갈 수 있었다. 예고편을 봤을 때 딱 들었던 생각은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였다. 그 느낌이 너무 짙게 나서 뭔가 기대했던 좀비 영화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막상 영화 보고 나니 부산행과는 별개로 재미는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여러모로 까는 부분에서 공감할 수 있었고 사람에 따라서는 정말 별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큰 기대 없이 보면 그리 나쁜 영화는 아니었던 것 같다. 

 

맨 처음 영화는 부산행 시점인 4년 전의 한국을 보여준다. 좀비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탈출하는 배를 타러 가고 있었다. 그 와중에 정석과 그 가족들이 탄 (누나 부부와 조카) 차를 한 부부가 불러세운다. 차가 고장이 나서 배까지 태워달란 것이었다. 하지만 정석은 가족이 우선이었기에 그 부부를 지나쳐갈 수밖에 없었다. 감염이 됐는지 안 됐는지 알 수도 없는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여자는 아이(유진)만이라도 태워달라고 했지만 그냥 지나쳤고 정석의 가족은 일본으로 향하는 탈출선에 타게 된다. 정석은 군인이어서 미군과 해경에게 대충 상황에 대해서 들을 수 있었는데 도중에 항로가 홍콩으로 바뀌게 된다.

 

그 와중에 지하 객실에서 좀비 하나가 생기게 된다. 지하 객실엔 누나와 조카가 있는 상황이었고 정석이 지하 객실로 향했을 땐 이미 객실 안은 좀비로 인해 좀비가 되어 가는 사람들과 좀비가 되어가는 조카가 있었다. 누나는 아주 다행히도 물리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좀비가 되어가는 아들을 보면서 차마 떠나지 못 했다. 정석은 누나라도 살리려고 끌고 나가려고 하지만 좀비가 되어가는 조카가 누나의 팔을 잡자 누나는 아예 나갈 생각을 버린다. 점점 다른 좀비들이 깨어나자 할 수 없다 생각한 정석은 다른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좀비가 가득한 지하 객실 문을 닫는데 그때 매형 철민이 와서 안으로 들어가려 한다. 정석은 객실이 모든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안에 들어가려는 철민을 막고 누나가 좀비들에게 물어뜯기는 장면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 뒤 총 든 군인들이 온 것으로 보아 지하 객실 내 좀비들은 모두 사살됐을 것이다.

 

4년 뒤, 정석과 철민은 홍콩에서 가난한 생활을 보내고 있었는데 상황이 매우 안 좋았다. 중국 사람들에게 병균 취급을 받고 나라에서는 난민으로도 받아들여지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던 와중 삼합회로 추정되는 조폭 회장에게 한 가지 제안을 받는다. 좀비로 뒤덮힌 반도에 금이나 돈 같은 것들이 아주 많은데 그걸 가져와달라는 것이었다. 이미 그 돈을 가져오려고 시도한 사람이 꽤 있는 듯했지만 다 죽었다고 한다. 돈이 든 트럭은 오목교 근처. 그 트럭을  3일 안에 인천항까지 가져오면 임무 성공이다. 돈은 무려 2000만 달러. 처음에 듣고 얼마나 많은 돈인지 몰랐는데 검색해보니 엄청난 돈이었다. 수익 배분은 반을 주겠다고 했는데 가는 사람이 네 사람이기 때문에 한 명당 250만 달러를 주겠다고 한다. 30억 정도 되는 돈이다. 안 그래도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데 그건 매우 큰돈이었다. 정석은 미쳤다고 그곳에 다시 들어가냐고 하지만 철민은 그래도 안 해보는 것보다는 낫지 않냐는 식으로 나온다. 객실에서 정석이 누나를 구할 시도도 하지 않고 두고 나오지 않았냐고 말하며 죄책감을 자극한다. 결국 정석은 철민을 혼자 보낼 수 없어 같이 가게 된다.

 

조폭들이 나름대로 머리 써서 팀을 짰는지 남자 한명은 기계 담당, 다른 아줌마 한 명은 전직 택시 기사여서 길을 잘 알았다. 처음엔 다 같이 차를 타고 오목교로 이동한다. 그때 황폐해진 반도의 모습이 나오는데 참 씁쓸했다. 정말 버려진 땅이라는 게 아주 잘 느껴졌다. 그리고 정석이 트럭을 찾느라 여기저기 확인할 때 육교에 가득 찬 좀비 떼 보고 저거 나중에 다시 나올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정말 후반부에 재등장한다. 그리고 난 처음에 든 생각은 만약 저 네 사람이 트럭을 잘 찾아서 인천항까지 다 나간다 해도 돈 욕심에 서로 죽이거나 아니면 조폭들이 돈 다 가지려고 트럭 가져온 애들 다 죽이겠다 싶었는데 여기서 한 가지는 그대로 실행된다. 

 

처음에 찾은 트럭은 돈이 든 차량이 아니라서 다시 이동을 하고 원하던 차량을 발견하게 된다. 하지만 운전석에 시체가 하나 있었고 그 시체를 치우려는데 누가봐도 좀비(...) 단지 가만히 있었던 것뿐이었다. 좀비가 공격하자 허둥지둥하다가 트럭 클랙션을 눌러버리고 소리에 반응하는 좀비들이 죄다 몰려온다. 반도의 좀비들은 밤에는 거의 장님과 같은 상태인데 소리와 빛에 민감하다고 한다. 그래서 큰 소리가 나면 죽자 사자 달려든다. 그래도 트럭에 타서 가까스로 좀비들을 따돌리긴 하지만 누군가가 쏜 조명탄으로 인해 차 사고가 나게 된다. 전직 택시 기사 아줌마는 차사고로 즉사하고 아줌마랑 같이 있던 또 다른 남자는 좀비에게 공격당해 물린 듯하다. 철민은 좀비를 피해 돈 트럭 짐칸에 숨었다. 차 사고 때 정석은 창문에서 바깥으로 튕겨져 나갔는데 그때 계속 정석 일행을 지켜보고 있던 준이 정석이 좀비에게 공격당할 찰나 차를 끌고 와서 구해준다. 그리고 살고 싶으면 타라는 말을 한다. 그렇게 해서 준과 유진이 탄 차에 정석은 타게 된다. 

 

철민은 트럭 짐칸에서 그대로 있었는데 어디선가 나이트클럽의 화려한 광고 트럭이 와서 좀비들을 전부 몰고 간다. 좀비들은 그 차를 따라 우르르 몰려가고 한 남자 무리가 와서 좀비에게 공격당하고 살아남은 (정석 일행) 남자에게 다가간다. 그는 좀비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살려달라고 하지만 631부대의 황중사는 그의 머리를 트럭에 몇 번이나 처박은 다음 끝이 뾰족한 쇠 막대를 주저 없이 그 남자의 머리에 찔러 죽인다. 그렇게 해서 그들은 돈이 든 트럭을 자기들의 본거지로 가져간다. 그들은 돈이 들었다고 생각은 못 하고 그냥 식료품 차량이라 생각했다. 얼떨결에 철민은 그 차를 타고 그들의 본거지로 가게 된 것이다. 

 

준은 개조된 차량을 타고 좀비들을 차로 공격하면서 아지트로 향하는데 이 때 장면이 정말 재밌었다. 준이의 현란한 운전 솜씨로 좀비들이 나가떨어지는데 꽤 볼만했다. 초반 장면에서 이 장면이 제일 인상 깊고 재밌었던 것 같다. 그 와중에 엄청난 운전으로 인해 뒷좌석에서 이리저리 치인 정석은 나중엔 기절한다. 가던 도중 터널에 좀비들이 몰려있어서 돌파하기가 애매한 상황이었는데 이번엔 동생 유진이 활약한다. LED와 음악소리가 나오게 개조한 RC카를 조종해서 좀비들이 터널을 빠져나가게 만든 것이다. 유진은 아끼던 물건이었다고 아쉬워하지만 좀비들을 쫓는데 쓰기 때문에 1회성으로 밖에 사용할 수 없는 물건이었다.

 

그들이 도착한 곳에는 엄마 민정과 예전에 631 부대 사단장이었던 김노인이 있었다. 김노인은 제인에게 무전 연락을 하면 구하러 와줄 거라고 무전기에 매달리는 군인이었는데 다른 사람들 눈에는 그저 정신이 나간 노인으로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무전기를 켜지도 않고 통신한다고 붙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전기의 건전지가 다 닳면 새로운 건전지를 찾아서 쓰는 것으로 보아 지속적인 무전 시도를 하는 것 같았다. 좀 아쉬웠던 건 김노인이 활약하는 부분이 생각보다 몇 없었다는 것이다. 나중에 신파 요소로 쓰이겠구나 예상은 했는데 좀 더 비중이 있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었다. 너무 캐릭터가 소모적으로 사용된 느낌이 들었다. 사실 반도에서 나오는 캐릭터들이 거의 평면적인 느낌이라서 아쉬운 느낌이 많다. 좀 더 개성적으로 표현했으면 싶었는데. 그나마 631부대의 황중사와 서대위가 매력적인 캐릭터(악역)이었다고 본다. 물론 인간성 없는 면에서 화를 부르는 캐릭터들이었지만 말이다. 

 

정석은 아지트에 도착해 아이들의 엄마인 민정이 배를 타러 갈 때 차를 태워주지 않았던 부부의 아내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래서 죄책감에 그 얘기를 민정에게 털어놓는데 민정은 그런 식으로 자신들을 지나간 차가 31대였다는 것을 말하며 아이들(정확히는 준은 그냥 가려고 했으나 유진이 도와주자고 했다)에게 정석이 빚을 졌으니 나중에 자신의 소원을 하나 들어달라고 한다. 정석은 자신이 반도에 들어오게 된 이유를 말하고 이곳을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을 민정에게 전한다. (돈이 든 트럭과 인천항에 있는 배에게 연락할 위성 전화) 민정은 망설임 없이 바로 반도를 뜰 계획을 세운다. 정석은 농담삼아(?) 김노인에게 제인에게 인천항으로 와달라고 무전을 해보라고 하고 김노인은 정말로 그렇게 했다고 얼마 안 가 말한다. 근데 한번 무전기가 치직거리는 소리가 들린 것으로 보아 연결이 아예 안 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원래 631부대는 민간인들을 구출하는 군인들이었는데 더 이상 구조의 손길이 보이지 않자 인간성을 잃고 야만적인 사람들로 타락해버린 집단이라고 한다. 그래서 원래 그들이 멀쩡했을 때까지는 민정과 두 딸들 모두 그 부대에서 생활했었다고 한다. 그래서 민정은 그 부대로 이어진 비밀 통로를 알고 있었다.

 

한편 631 부대에 잡혀간 철민은 631부대의 유희거리가 된다. 일명 '술래잡기'라는 놀이의 희생양이 된다. 콜로세움 같은 곳에 2-3분 정도 (631부대는 잡아온 사람들을 들개라 부른다) 잡아온 사람들을 풀어놓고 그 안에 좀비 떼를 풀어놓는다. 그래서 그들이 좀비에게서 도망치는 모습을 구경하는 것이다. 사람들에게는 각자 번호를 부여하고 누가 살아남을 것인지 식량을 걸고 내기를 한다. 철민의 경우 61번이 스프레이로 그려졌다. 남들보다 재빨랐던 그는 가까스로 살아남았다.

 

631부대에서 서대위라 불리는 사람이 있었고 그는 피폐한 생활에 자살을 시도하려 하는데 그때 김일병이 찾아와 트럭에 돈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리고 그곳에서 찾아낸 위성 전화로 서대위가 전화 통화를 하게 되고 그 트럭을 인천항까지 가져오면 돈을 나눠 받을 수 있다는 얘기를 듣게 된다. 아직 황중사가 그 트럭을 확인하지 않은 상태여서 서대위는 일부러 눈길을 돌리기로 한다. 식량 트럭을 황중사가 가져왔으니 술래잡기를 하루 마음껏 즐기고 놀라고 군인들을 방심하게 만든다. 하지만 황중사는 꽤 눈치가 빨랐다. 평소 군인들을 통제하고 식량도 꿀꿀이 죽만 먹게 해왔다가 갑자기 이런 식으로 행동하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서대위는 자신이 황중사에게 의심받자 손에 숨기고 있던 권총을 장전한다. 이때 김일병이 들어오자 황중사는 둘이 그렇고 그런 사이었냐며 빠져나가는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권총 장전하는 소리를 눈치채고 일부러 그 자리를 빠져나간 게 아닌가 싶다.

 

이때는 이미 민정과 정석이 631부대에 도착한 상황이었다. (준, 유진, 김노인은 자동차에 대기하다가 민정이 낮이 되도록 안 오면 집으로 돌아가라고 지시했다) 때마침 트럭을 바로 탈환하고 김일병을 협박했고 트럭 타고 탈출하려던 서대위까지 맞닥트리게 된다. 민정과 서대위는 이미 구면인 듯 서대위가 민정의 이름을 살갑게 부르는데 민정은 매우 불쾌해한다. 총으로 서대위를 협박하던 도중 철민이 살아있다는 걸 알게 된 정석은 철민을 구하러 술래잡기를 하는 곳으로 들어가 좀비들을 죽이며 철민을 구출하고 이 과정에서 술래잡기에 이용되던 좀비들이 기지 내로 탈출하게 된다. 순식간에 기지는 좀비와 군인들의 싸움터로 변한다. 밖으로 도망치면서 정석이 좀비들과 부대 군인들을 공격한다. 그 와중에 정석이 좀비 때문에 죽을 위험에 처하는데 숨어서 안절부절 못 하던 철민은 결국 정석을 구해내고 정석에게 날아오는 황중사의 총알을 철민이 정석 대신 맞아 사망하게 된다. 

 

슬퍼할 겨를도 없이 정석은 민정과 함께 트럭을 가지고 바로 인천항으로 도망을 가야만 했다. 민정은 서대위를 제압하고 위성 전화를 빼앗고 나중에서야 깨어난 서대위는 자신의 말을 잘 따랐던 김일병을 홧김에 총으로 쏴 죽이고는 또 다른 차를 타고 대기한다. 이래저래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던 그때 어째서인지 좀비들이 단체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이는데 소리 때문이 아니라 그냥 단체로 어딘가를 향하는 느낌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차에서 대기하고 있던 유진은 행렬한다고 말한다. 

 

민정과 정석이 탄 트럭 앞에 그 행렬하는 좀비들이 막아서게 되고 난감한 상황에 빠지는데 (트럭 창문도 다 깨져있어서 앞으로 밀려오는 좀비들을 총으로 쏴야했다) 다행히 준이 빛을 이용해 좀비들을 유인해서 트럭이 빠져나갈 수 있게 해 준다. 그렇게 해서 인천항까지 죽어라 차를 몰고 가는데 문제는 631부대였다. 황중사를 포함해서 그의 모든 부대원들이 전부 트럭과 준이 탄 차를 노리고 쫓아온 것이다. 이때부터 한국판 매드 맥스가 펼쳐진다. 준은 자동차와 현란한 기술을 적절히 이용해서 부대원들을 꽤 많이 처리한다. 여자애인 준이가 운전하는 모습이 그렇게 멋졌다. 실제로는 미성년자라 운전은 못했다 하지만 촬영을 실감 나게 정말 잘한 것 같다. 반도가 좀비 영화보다 액션 영화 같다는 말들이 있긴 했지만 카체이싱 장면이 이 영화에서 제일 멋졌던 장면 같아서 난 나쁘지 않았다. 

 

나중엔 뒤에서 631 부대원들이 대놓고 총을 쏴대고 엄청 밝은 조명까지 켜서 좀비는 좀비대로 오고 총알은 총알대로 쏟아져서 민정이 운전할 때 정석이 직접 총을 쏴서 부대원들을 처리하고 조명도 하나하나 총으로 처리한다. 끝까지 살아남는 부대원은 역시나 황중사였는데 정석은 맨 처음 반도에 들어올 때 좀비를 보고 놀라서 기겁했던 육교에 일부러 총을 쏜다. 그 육교 안에는 좀비들이 한가득 했기에 유리에 금만 가있어도 그 힘으로 인해 깨질 상황이었다. 황중사는 그 좀비 떼들에 의해 길을 가로막히고 끝내 몰려드는 좀비로 인해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아마 총질하다가 총알이 다 떨어진 후 좀비 떼들에게 뜯어먹혀 죽었을 것이다. 

 

이후 인천항이 보이고 전화를 해서 15분 뒤 도착한다 말해두는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어디선가 나타난 서대위가 준이 타고 있던 자동차를 옆에서 들이박았기 때문이다. 이후 서대위는 사고 난 차량에서 준을 끄집어내 준의 머리에 총을 겨누고 트럭을 내놓으라고 협박한다. 이 때문에 정석과 민정은 총을 내려놓고 바라만 봐야 했다. 기절했다 깨어난 건지 어쩐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대치 상황일 때 유진과 김노인이 차 뒤에 숨어있다가 유진이 RC카로 서대위의 눈길을 끌고 그 사이 준이 서대위에게서 벗어난다. 하지만 서대위는 RC카를 조종한 유진에게 총을 쏘려 했고 그 모습을 본 김노인은 유진 대신 총을 맞는다. 민정은 서대위에게 총을 주워서 쏘려고 했었지만 서대위에게 다리까지 맞았다. 정석과 민정 그리고 아이들 모두 총을 맞은 김노인에게 향하고 그 사이 서대위는 트럭을 타고 인천항으로 향한다.

 

결국 김노인은 죽게 되는데 아이들에게 이 지옥 같은 곳에서 빠져나가게 해주고 싶었다며 아쉬워하며 죽는다. 원래 이 장면에서 슬퍼야 정상 같은데 김노인 캐릭터에 대해 그렇게 감정 몰입할 만한 요소가 적었던 터라 생각보다 슬픈 느낌이 안 들었고 빨리 다음 컷으로 넘어갔으면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 점이 좀 아쉬웠다. 좀 더 김노인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면 등장인물들과 함께 슬퍼할 수 있었을 텐데...

 

김노인도 죽고 트럭도 빼앗긴 상황에 남은 네 사람은 멍하니 그 모습을 지켜보게 된다. 서대위는 감격에 찬 모습으로 배 안에 트럭 채로 들어가게 되는데 이제 살 수 있을 거라는 희망과는 달리 삼합회의 조폭은 서대위를 사정없이 총으로 쏴버린다. 서대위는 이런 상황에 독기가 발동했는지, 돈을 가지지 못하게 하겠다는 일념이었는지 트럭을 뒤로 후진해 배의 문이 닫히지 못하게 만들었고 그 사이 좀비 떼들이 배에 들이닥친다. 굉음을 내며 총질을 해댔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이러는 사이 하늘에서는 한 헬기가 날아온다. 그건 UN 구조 헬기였다. 준은 폭죽을 쏘며 자신들이 있는 곳을 알렸고 헬기는 인천항 근처에 내리게 된다. 근데 이미 날이 밝아오고 있어서 좀비들이 몰려오기 시작했고 다리를 다쳐 제대로 달릴 수 없었던 민정은 아이들이 헬기 앞까지 도망가는 것을 보고 정석에게 (딸들이 목숨 살려준 빚) 소원 하나를 들어달라고 하며 딸들을 지켜달라고 한다. 정석과 두 딸은 헬기 앞에 도착했지만 민정은 차마 못 따라가고 어느 차 안에 들어가서 일부러 클랙션을 눌러서 좀비들이 자기가 있는 곳으로 모이게 만든다. 

 

UN 헬기에서 먼저 내린 군인은 김노인이 그렇게 친하다고 말했던 제인 소령이었다. 무전을 통해 연락하고 있었다던 제인이 상상 속 가상의 인물이 아니라 진짜 인물이었던 것이다. 제인은 민정이 총으로 자결하려는 모습을 보며 저렇게 행동하는 건 상식적인 행동이라며 어쩔 수 없다고 헬기를 빨리 타고 가자는 식으로 말한다. 이때 유진과 준이 울음바다. 극히 신파적인 느낌이 강했다. 사실 신파적 요소는 김노인까지로 끝나면 나름 괜찮은데..라고 생각했었는데 여기까지 이야기가 나오니 이건 좀... 하는 생각이 약간 들었다. 특히 신파적 요소 나올 때 슬로 모션 이런 건 정말 없었으면 좋겠다. 뭔가 극 중 인물들에게 감정이입을 할 만큼 캐릭터에 대한 스토리가 강해서 같이 슬퍼할 수 있으면 좀 나을 거 같은데 캐릭터들이 그다지 깊게 나오지 않아서 생각보다 슬프게 느껴지지 않은 감도 있다. 그 상황 자체는 슬프긴 했지만. 

 

난 솔직히 이 장면 보면서 아무리 그래도 애들이 빤히 다 보고 있는데 자살은 아니지 않냐!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서라고는 해도.. 준은 엄마를 내버려둘 수 없다며 제인의 총을 빼앗아 협박하며 엄마를 구하겠다고 한다. 정석은 제인이 저건 상식적인 행동이다라는 말을 했을 때 시도는 해봐야 하지 않냐는 철민과 대화하던 내용을 떠올리며 민정을 구하러 가야겠다고 결심한다. 

 

정석은 총을 쏴서 총성으로 민정이 타고 있는 차에서 좀비들을 유인하고 그 모습을 본 민정은 살아서 가야겠다고 다짐한다. 민정은 차 안에서 빠져나와 총 맞은 다리를 절뚝거리며 아이들이 있는 헬기 앞으로 죽어라 달린다. 물론 그 옆에서 정석이 좀비들을 처리하며 안전하게 도망갈 수 있도록 만들어줬다. 솔직히 현실이었으면 저렇게 다리 다쳐서는 달리기가 빠른 좀비에게 물어뜯어 죽고도 남았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영화 주인공이니 이해는 한다. 그렇게 해서 네 사람 모두 헬기에 탈 수 있었고 민정은 헬기 안에서 치료를 받고 헬기는 반도를 떠나며 영화는 끝이 난다.

 

일단 이 영화를 보러 가기 전에 기대치가 상당히 낮았기 때문에 생각보다 재밌다는 인상을 받았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는 신파적 요소는 다른 사람들의 생각에 공감하는 바였고 좀비 영화보다 액션 영화에 가깝다는 말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좀비들을 적절하게 사용했던 것 같아서 완전히 좀비 영화가 아니라고 말하기에도 좀 애매한 감이 있는 것 같다. 이번엔 단지 좀비들에 의해 쫓기는 무서움보다는 사람의 무서움이 더 주가 됐다고 본다. 영화 자체는 재밌었지만 위에서도 말했듯이 캐릭터들이 너무 단순하게 나온 감이 있어서 좀 더 캐릭터들의 이야기가 더 나왔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드라마나 영화로 631 부대의 이야기나 부산행의 2년 전 이야기가 나올 거라는 말도 있던데 만약 나온다면 볼 것 같다. 반도 자체는 충분히 재밌게 봤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부산행의 4년 후 이야기지만 부산행과는 그다지 접점이 없다는 점이 아쉬웠다. 뭔가 아쉬운 점들을 많이 늘어놓긴 했는데 한 번쯤은 봐도 나쁘지 않은 영화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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