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1. 언브로큰 (Unbroken), 2014 :: 꿈과 갈망의 틈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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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

 

우연히 영화 채널에서 보게 된 영화다. 아쉽게도 맨 처음부터는 못 봐서 주인공인 루이 잠페리니가 이미 오모리 수용소에 도착한 부분부터 보게 됐다. 그래서 앞부분에 올림픽 육상 선수 시절하고 바다에서 47일 동안 표류했다는 부분은 못 봤다. 원래 영화는 웬만하면 처음부터 보는 걸 선호해서 중간부터는 잘 안 보는데 엄마가 보고 계신 걸 잠깐 같이 보다가 왠지 모르게 빠져들어서 끝까지 보게 된 영화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영화가 실화라는 게 놀랐다. 

 

내가 본 부분은 루이가 포로 수용소에서 와타나베에게 괴롭힘 당하는 부분부터였다. 근데 이렇게 쓰기도 참 애매한 게 수용소 가서는 진짜 죽어라 와타나베에게 괴롭힘만 당한다. 특히 와타나베는 유난히 루이를 중점적으로 괴롭히는데 여기저기서 읽어본 결과 열등감 때문에 더 그런 것 같다는 말들이 많았다. 근데 보다 보니 와타나베 얼굴이 낯익어서 찾아봤더니 미야비였다. 기타리스트로 익히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처음엔 보자마자 뭐지?! 내가 잘 못 본 건가? 했었다. 한때 좋아했던 기타리스트여서 반가웠지만 악랄한 악역이라 볼 때마다 열 받았다. 

 

주인공인 루이가 정말 대단하다 싶었던 장면이 여러번 나왔었는데 그중 제일 인상 깊었던 건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루이가 미국을 비난하는 라디오 방송을 하면 마음 편하게 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절하고 다시 그 끔찍한 수용소로 돌아온 뒤 와타나베에 의해서 수용소에 같이 있던 같은 포로들에게 얼굴에 계속 펀치를 맞은 거였다. 진짜 꽤 많은 포로들이 있어서 낮부터 해 질 녘까지 맞는 장면이 나오는데 저걸 어떻게 버텼나 싶다. 두 번째는 오모리 수용소에서 나오에츠 수용소로 이동된 뒤 생긴 일이다. 와타나베가 괜히 또 괴롭히고 싶었던 건지 루이한테 거대한 침목을 들게 하고는 떨어트리면 총살하라고 다른 군인한테 시키는데 루이가 침목을 절대 안 떨어트리고 버티면서 와타나베를 노려본다. 이 장면이 정말 명장면이었다. 와타나베는 결국 루이에게 자기를 쳐다보지 말라면서 마구 구타한다. 루이는 다리도 다쳐서 그 침목을 들고 있기 정말 힘들었을 텐데 37분이나 버티고 서있었다고 한다. 진짜 인간의 정신력은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진짜 이 영화 제목에 딱 맞는 장면이었다고 본다.

 

진짜 보면서 어떻게 그럴 수 있나 싶은 장면도 있었다. 오모리 수용소에 있다가 와타나베가 자기 승진했다고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고 해서 루이는 그렇게도 자신을 괴롭히던 와타나베랑 떨어질 수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그 이후 옮겨간 나오에츠 탄광 수용소에서 와타나베랑 다시 만나게 된다. 진짜 어떻게 이럴 수 있지? 싶었다. 진짜 꼴도 보기 싫어서 치가 떨렸을 것 같다. 루이는 그런 지옥 같은 나날들을 버텨냈고 (영화는 루이가 쓴 자서전에 나온 내용에 비해 일본군들의 만행이 상당히 덜 나온 편인 것 같다) 종전이 된 이후에야 다시 미국 땅을 밟게 된다.

 

그는 하나님을 믿고 신앙의 힘으로 모든 사람들을 용서했다고 한다. 솔직히 인간이라면 신앙심을 가지고 있어도 원수 같은 사람을 쉽게 용서하기 어려운 법이라 그런 끔찍한 많은 일들을 당하고도 화해와 용서의 마음을 가지고 직접 다시 일본을 찾은 그가 정말 대단하다고 여겨졌다. 하지만 와타나베는 끝까지 루이를 만나려고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끝까지 반성할 마음도 없었던 모양이다. 미국이 일본의 적이라서 괴롭혔던 거라는 말로 일관하며 사과도 하지 않은 거 보면 말이다.

 

비록 영화를 처음부터 보지 못해서 아쉬운 감은 있지만 뭔가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마음 벅찬 느낌이 들었다. 정말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고난을 헤쳐나간 그의 모습에 박수쳐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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