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6. 엄마는 뮌하우젠 (The Trouble With Mom - 'Munchausen'), 2013 :: 꿈과 갈망의 틈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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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Trouble With Mom - 'Munchausen'

 

한글 자막 없어서 내용 이해 못 할 줄 알고 아예 보지도 않았는데 한글 자막 없어도 대사가 없어서 이해 가능한 영화라는 걸 댓글 보고 알게 됐다. 영어는 최소한의 메모 정도만 나와서 보는데 별 지장은 없다. 이번에도 위에 영화 링크를 올려놨으니 이 글을 읽을 거라면 영상을 보고 글을 읽기 바란다. 그냥 리뷰 겸 스토리를 써놓을 생각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아들 혼자 이삿짐을 싸는 것으로 시작된다. 엄마는 그런 아들을 아쉬운 듯이 지켜보다가 자신과 함께 찍은 사진 액자를 이삿짐에 집어넣는다. 아들이 이삿짐을 싸는 건 대학 진학 겸 독립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아들은 짐을 전부 차에 싣고 엄마와 작별 포옹을 한 뒤 차를 타고 떠난다. 엄마는 차를 타고 떠나는 아들을 달려서 쫓아갈 정도로 아들과의 이별이 많이 아쉬워 보인다. 아들은 열심히 학교 생활에 매진한다. 수업 중 토론에 열중하는 모습을 보고 반한 한 여학생과 아들은 커플이 된다.

 

어느새 시간이 흘러 아들은 대학 졸업을 하게 되었다. 졸업 앨범 사진을 보고 기뻐하는 아빠와 뭔가 마음이 불편한 엄마. 졸업식 날 아들은 부모님과 행복하게 사진을 찍는 한편 여자친구에게 묘한 눈빛을 보낸다. 대학 졸업 이후로도 아들의 사랑은 이어져왔는지 여자친구와 행복한 피크닉을 즐기는데 그때 여자친구의 음식에서 나온 건 프러포즈 반지였다. 그렇게 둘은 결혼에 성공했다. 엄마는 아들의 결혼식 비디오를 다시 보며 행복해하는 것과 동시에 아쉬움을 느끼는 표정을 짓는다.

코믹 프로그램을 아들과 함께 보던 엄마는 즐거운 듯 미소 짓지만 곁을 보면 자신과 웃고 떠들던 아들은 자리에 없다. 단지 엄마가 아들과 함께 했던 추억을 떠올린 것뿐이었다. 아들의 빈자리에 상실감을 느껴 엄마는 우울해진다. 아들 생각을 떨쳐버리려 한 건지 엄마는 화단 정리를 하는데 땅을 파던 도중 아들이 가지고 놀던 장난감 하나를 발견한다.

 

남편이 무언가 신문을 보며 음악과 관련된 얘기를 건네보지만 아내의 생각은 역시 아들에게만 꽂혀있다. 또다시 아들이 자신에게 음악을 들려주던 때를 회상하다 이 모든 건 자신의 상상이라는 걸 깨닫는 엄마. 아들이 이삿짐 정리하는 모습을 보며 아들이 자신을 떠나가면 이렇게 될 것이라고, 모든 걸 상상했던 것이다. 아들이 사라지고 나면 자신이 겪을 우울한 모든 상황들을...

이삿짐 싸는 아들을 향해 엄마는 웃어 보였지만 사실 속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이틀 뒤 이사 간다는 아들의 달력을 보고 엄마는 해서는 안 될 생각을 하고 만다. 아들에게 줄 샌드위치를 만드는데 FEEL BAD라는 약을 몇 방울 떨어트린다. 약을 넣은 샌드위치를 아들에게 가져다줬다가 제정신을 차린 건지 마음이 바뀌어서 다시 빼앗으려 하는데 아들은 장난치는 줄 알고 샌드위치를 빼앗아 먹어버린다.


아무것도 모른 채 티비를 보며 웃던 아들은 갑자기 몸에서 이상증세를 느끼더니 토해버린다. 아들은 몸상태가 심각해져 침대에 드러눕게 되고 엄마는 자신의 행동으로 인한 결과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 한다. 잠을 자던 엄마는 아들의 고통스러워하는 소리에 잠이 깨고 상태가 심각해 보여 왕진 의사를 부른다. 진찰 후 의사는 심각하다고 느꼈는지 부모님들을 방 밖으로 불러내 뭔가 심각하게 대화를 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들은 달력을 보며 자신이 집을 떠날 날만을 미소 지으며 기다리고 있었다. 원래 이사 갈 날짜는 16일이었으나 15일까지도 병상에 누운 아들은 일어나지 못하고 그날 또다시 엄마는 FEEL GOOD 약을 아들의 음식에 넣는다. 날짜는 그렇게 거의 그 달의 말일까지 지나가버리고 아들에게 약을 계속해서 준 건지 아들의 상태는 점점 더 심각해진다. 의사가 와서 아들을 진찰해보고 몸을 살짝 눌러보는데 아들은 몸을 누르자마자 몸이 스프링처럼 튀어나갈 정도로 엄청난 고통을 느낀다. 아들은 몸을 만지지 말라고 표정으로 고통을 호소한다. 그런 아들을 지켜보며 눈물 흘리는 엄마와 어느새 죽어버린 아들...

 

아들의 장례식장에서 오열하던 엄마는 관으로 실려나가는 아들을 보며 왠지 모르게 안도하는 표정을 지었던 것 같다. 꽃이 피어있던 엄마의 화단은 말라비틀어졌고 그 비틀어진 식물들 사이에 아들의 장난감이 남아있다. 이렇게 영화는 끝이 난다. 결국 아들은 엄마의 관리 영역인 화단 밖으로 나가지 못한 채 그렇게 비틀린 모정 속에서 죽어버린 것을 화단 속 장난감으로 표현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뮌하우젠 증후군은 타인의 관심을 받기 위해 없던 병도 거짓으로 만들어내 관심을 받는 그런 정신적 질환을 말한다는데 이건 자신이 아닌 아들에게 위해를 가했으니 대리 뮌하우젠 증후군인가?

 

어쨌든 이 영화 속 엄마는 아들과 계속 함께 하고 싶다는 일그러진 생각으로 아들을 죽음으로 몰아갔다. 왜 이게 뮌하우젠 증후군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엄마는 아들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받으며 그걸로 만족하고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더 이상 자신에게 큰 관심을 줄 대상이 사라진다는 사실이 싫은 나머지 아들을 붙잡아두기 위해 병에 걸리게 만들고 자신을 필요로 하는 아들을 돌보며 만족하다가 나중엔 아들의 죽음으로 인해 자신에게 오는 관심으로 만족을 얻은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자체 분위기는 그리 어둡지가 않는데 내용 자체는 섬뜩하다. 역시 아리 애스터 감독이 만든 영화는 무언가 심적으로 비틀린 느낌이 들어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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