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주 (Escape), 2024 [결말 스포 포함] :: 꿈과 갈망의 틈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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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

 

탈주와 탈출 둘 중 어느 걸 볼까 고민하다가 탈주를 보기로 했다. 탈주는 호평이 많은 편이었기 때문이다. 영화 보고 나서 든 생각은 재미는 있긴 있는데 그냥 무난하다는 느낌. 특히 개연성 부분이 많이 부족해서 더 그렇게 느낀 것 같다. 주인공 버프도 좀 많이 있고. 그래도 영화 자체가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마음에 들었다. 북한에서 탈북하려는 영화라고 해서 뭔가 엄청 달리고 도망 다니는 긴장감 넘치는 추격 장면이 많을 줄 알았는데 그런 장면이 생각보다 많이 나온 것 같지는 않았고, 앞서 상정한 상황 때문에 전개 속도가 빠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빠른 느낌은 안 들었다. 물론 많이 달리긴 한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장면은 규남이 얼굴에 피 묻히고 죽은 척했다가 일어나서 달리는 거랑 현상이 조준경으로 조준하는데 규남이 날카롭게 노려보는 장면이었다.

 

영화는 남들이 다 자는 새벽, 임규남이 탈북을 꿈꾸며 밖으로 달려나가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처음 시작부터 바로 탈북 시도?!는 아니었고 식당으로 연결된 통로로 나가 비무장지대인 지뢰밭으로 가서 지뢰가 어디 있는지 지도에 체크를 하는 거였다. 지뢰가 엄청 많은 건지 지도에 체크도 많이 되어있고 체크 도중 멧돼지가 지뢰를 밟고 죽기도 한다. 규남은 일정 시간이 지난 뒤에 다시 죽어라 달려서 부대로 돌아온다. 아침엔 티비에서 탈주자가 총살당하는 영상이 나온다. 규남은 아무 일이 없었던 것처럼 부대에서 정찰 같은 것을 나간다. 이때 병사 김동혁이 낮게 나는 새들을 보고 아무래도 예보보다 비가 더 빨리 올 것 같다고 한다. 규남은 지뢰밭에 표시를 해놓은 것들이 빗물 때문에 쓸려나가 탈북을 못 하게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때 또 멧돼지 한 마리가 지뢰를 밟아 죽게 된다. 그냥 지나갈 수도 있었지만 일부러 멧돼지를 잡아다 구워 먹으려 한다. 참고로 규남은 중사였는데 10년이 차서 전역을 앞둔 상황이었다. 근데 다른 병사들이 규남은 출신 성분이 안 좋아서 전역을 해봤자 군대 나가서 할 일은 농사 아니면 탄광 일이라고 무시한다.

 

규남은 전역 앞뒀다고 그렇게 막 말하는 거냐면서 웃음으로 넘기고 고기를 나눠주려 하는데 더 위에 인간이 오더니 마음대로 비무장지대에 갔냐면서 딴지를 건다. 근데 그런 이유는 결국 멧돼지 고기를 간부 인간들만 먹겠다는 심보에서 그런 거였다. 결국 그 멧돼지 고기는 상급자들이 술판을 벌이며 먹게 되었고 규남과 다른 일행들은 아예 먹지 못하게 된다. 하지만 규남이 고기를 나르며 몰래 몇 점 가져와서 다른 병사들과 같이 나눠먹는다. 이후 밤에 초소였나? 규남이 북한 라디오를 듣다가 은근슬쩍 한국 라디오를 듣는 장면이 나온다. 라디오는 배철수의 음악캠프(?)였는데 나이 상관없이 남들이 뭐라 하든 자신이 원하는 꿈을 꾸기 위해 도전하겠다는 그런 희망찬 내용이 흘러나왔다. 이후 노래 양화대교가 흘러나오고 규남의 과거 시절 모습이 나온다.

 

규남은 외아들이었다. 어린 시절은 나름 화목한 가정이었던 것 같다. 스케치북에 자신의 꿈을 적는데 책 아문센을 읽고 탐험가라는 꿈을 꾸게 된다. 어느 날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집안은 한층 더 어두워졌다. 시간이 흘러 훌쩍 큰 규남은 군대에 가게 되었다. 어머니는 규남이 군대에 있는 동안 돌아가시게 되었다. 편지를 남겼는데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양화대교 가사에서 행복하자~ 이런 내용이 나오는데 규남은 많은 생각이 들었을 것 같다. 규남은 북한에 더 이상 가족이 없기에 탈북을 하더라도 딱히 신경 쓸 사람은 없는 상황이었다. 동혁은 규남에게 찾아와 비가 오니 조만간 탈북 시도를 할 거 아니냐 질문한다. 규남이 무슨 소리냐 하는데 동혁은 규남이 새벽에 나가서 지뢰를 찾는 모습을 지켜봤다고 한다. 사실 동혁도 탈북을 하고 싶어서 규남에게 대놓고 말한 거였다. 어머니와 누이가 브로커를 통해서 남한으로 갔는데 잘 살고 있는지도 궁금하고 좀 있으면 어머니 생신이어서 생일 선물을 하고 싶다고 한다. 하지만 규남은 그냥 서로 못 보고 못 들은 거라고 치자며 그냥 넘기려고 한다.

 

그날 새벽, 탈주자가 발생해서 모두 총집합을 하게 되었고 규남은 탈주자가 바로 동혁이라는 걸 깨닫는다. 병사들을 다른 곳으로 향하게 한 뒤 규남은 자신이 원래 탈출 경로로 사용하려 했던 곳으로 간다. 역시나 동혁은 규남의 지뢰밭 지도를 가지고 철조망 까지 가있었다. 하지만 그 건너편으로 들어가는 개구멍을 찾지 못해 이도 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규남은 어차피 지금 도망가려고 해봤자 가망이 없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동혁에게 지금은 잘 넘어가고 다음에 같이 제대로 탈북을 하자고 한다. 동혁은 규남에게 겨눴던 총을 내리는데 이때 다른 군인이 찾아와 두 사람을 전부 탈주범으로 체포해버린다. 이 과정에서 동혁은 목걸이 하나를 떨어트린다.

 

두 사람은 끌려가 죽도록 맞고 지뢰밭 지도가 누구 거냐고 심문 당한다. 규남도 피가 입에서 쏟아질 정도로 심각하게 맞은 상태였는데 결국 동혁이 자신이 지도를 그린 거라고 거짓말을 친다. 하지만 그럼에도 상관 군인은 동혁의 말을 믿지 않았다. 이 일에 대해 회의까지 하게 되고 둘이 '각별'하게 친하니 둘 다 사살을 해서 본을 보이자는 식으로 말한다. 이 회의에는 보위부 소좌 리현상이 찾아왔는데 '각별'이라는 단어에 꽂혀서 자지러지게 웃는다. 냉정을 되찾은 그는 증거품 중 하나인 만년필을 열어서 설명을 한 군인의 목에 엑스 표시를 한 뒤 두 명이나 탈주하려 했다는 걸 위에서 알면 어떻게 되겠냐며 한 명은 탈주범을 잡으려는 영웅으로 만드는 게 어떠냐 제안한다. 애초에 발견했을 때 도망치려고 한 것도 아니고 오히려 붙잡은 모양새 아니었냐면서 그게 진실이라고 한다.

 

그렇게 해서 동혁은 감옥에 갇히게 되었고 규남은 갑자기 탈주범을 잡은 영웅이 되었다. 얼떨떨하게 차로 이동하게 된 규남은 차로 들어온 남자를 보고 구면인 듯 행동한다. 알고 보니 현상과 규남은 어렸을 적부터 아는 사이였던 것이다. 현상은 규남에게 진짜 탈북하려 했었냐 묻고는 아니라 하자, 넌 네 아버지를 닮아서 탈주할 배짱이 없다면서, 그래서 규남을 좋아하는 거라고 한다. 알고 보니 규남의 아버지는 현상 가족의 운전기사를 했었다. 아마 출신 성분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집안이 괜찮게 살았던 건 고위급인 현상의 가족을 도와주는 일을 해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그래서 규남이 죽지 못하도록 현상이 손을 쓴 거였다. 사실 이것만 이유가 아니고 현상이 사단장의 위상을 높여주기 위해 규남을 이용해먹기로 했다. 규남은 자신이 뭘 해야 하냐고 한다. 현상은 파티가 있는데 그곳에 가서 사단장을 좀 치켜세워주라는 식으로 말한다.

 

그리하여 규남은 파티장에 가서 자신이 탈주범을 잡을 수 있었던 건 다 사단장 덕분이라며 공을 돌리고 모두들 만족해했다. 하지만 규남은 그런 와중에도 빨리 시간 내로 원래 부대로 복귀해 탈북해야겠다는 꿈꾸고 있었다. 규남이 초조해하자 현상은 똥 마려운 강아지마냥 왜 그러냐며 이유를 물었고, 규남이 돌아가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자 돌아갈 필요가 없다고 한다. 자신이 잘 말해서 규남을 사단본부 사단장 보좌로 옮겨줬다는 것이다. 어차피 앞으로 전역해 봤자 제대로 할만한 일도 없을 텐데 계속 이렇게 군인으로 살면 된다고 한다. 사단장 보좌여도 일이 별거 없고 그냥 사단장 집안일이나 잡무를 도와주면 되는 거라면서 지금보다 훨씬 살기 좋을 거라고 한다. 사실 규남에게 있어서 이건 매력적인 조건이었다. 그가 탈북을 꿈꾸는 사람이 아니었다면 말이다. 규남이 그래도 이것저것 핑계를 대며 부대로 돌아가고 싶어 하자 현상은 이 만년필이 아버지의 유품 아니냐며 잘 간직하라고 건네준다. 규남이 탈북 시도를 했다는 걸 이미 알고도 덮어줬다는 걸 넌지시 드러낸 셈이다. 현상은 계속해서 규남에게 그냥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라는 식으로 말한다. 규남은 순응하는 척 상황을 넘어갔지만 사실 도망갈 생각만 하고 있었다.

 

그래서 현상이 파티장에 가있는 사이 길을 건널 수 있는 통행증 같은 걸 위조하고 술에 취한 고위급 간부 하나를 차에 태워서 (일부러 차 키가 이미 꽂아져 있는 차를 찾아둠) 그곳을 탈출한다. 생각보다 쉽게 그곳을 빠져나왔고 중간에 그 간부는 허허벌판에 떨구고 도망친다. 잘 진행되는 것 같았으나 차에 기름이 떨어져 멈추고 만다. 그때 마침 차들이 줄줄이 지나가고 있었고 규남의 차를 보고 멈춰 선다. 거기서 나타난 건 차소좌였는데 처음엔 규남을 의심하지만 규남이 보위부에서 기밀로 일을 하고 있다고 나오니 그냥 그 말을 믿어버린다. 그래서 동혁이 갇혀있는 곳으로 향하게 된다. 규남은 증거가 필요하다면서 지뢰밭 지도도 회수하고 동혁과 같이 빠져나가려고 하는데 홍중위가 의심을 한다. 자신이 타고 온 차의 기름이 경유인지 휘발유인지도 모른다는 게 의심이 간다는 것이었다. 규남은 걸린 건가 싶어 칼을 빼내려 하는데 차소좌가 오늘 배치된 거니 모를 수도 있다면서, 아무리 그래도 보위부를 의심하냐며 오히려 홍중위를 때려버린다.

 

규남은 일단 원래 있던 부대로 동혁과 함께 돌아가게 되었지만 끝까지 의심을 놓지 않았던 홍중위가 뒷좌석에 같이 탄다. 심지어 다른 보위부 소속에게 전화를 걸어서 받으라고 까지 한다. 규남은 머리를 굴려 리현상과 알고 있다며 과시하고 바로 수그리게 만드는데 나중엔 진짜 현상과 전화를 하는 상황까지 오게 된다. 규남이 이러고 있는 동안 현상은 인맥 관리에 여념이 없었다. 고위 간부급 사람들과 대화하는데 아내가 임신한 상태라며 다른 여자들과 까르르 거리며 대화하는데 이때 선우민이 말을 건다. 우민은 현상이 여자들과 춤을 추다가 눈길을 빼앗겼을 정도로 인연이 깊은 인물인 것 같았다. 우민은 일부러 사람들을 부추겨 현상이 피아노를 치게 만든다. 현상은 옛날에 러시아에서 피아노를 쳤었다고 하는데 피아노를 안 친 지 오래된 건지 생각보다 잘 안 풀려 하는 표정으로 피아노를 쳤고(애초에 안 치려 했다) 우민도 현상의 실력이 예전만치 못하다고 한다.

 

이런 기분 나쁜 상황에서 현상은 규남이 또 탈주하려 한다는 전화를 받게 되었다. 규남은 홍중위의 핸드폰을 빼앗아 들고 밖에 나와 현상에게 자신의 길을 걷겠다는 선언을 한다. 이후 차에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다. 홍중위와 운전병, 규남과 동혁이 서로 엎치락뒤치락 싸우다가 인민의 자유와 행복을 위하여라고 만들어진 선전 문구에 차가 처박혀 전복되어버린다. 규남과 동혁이 차에서 나와 운전병인지 홍중위인지 누군가와 대치하게 됐는데 이때 총알이 날아와서 대치한 상대방이 맞게 되었다. 그래서 무작정 두 사람은 총을 피하는데 지뢰밭 지도가 바람에 날아간 상황이라 규남은 그걸 주워야만 했다. 총질을 하는 건 현상이 데려온 군인들이었고 한두 명이 아니었기 때문에 일부러 피 웅덩이에서 피를 얼굴에 발라 총에 맞고 죽은 척을 한다. 현상은 망원경으로 규남이 죽은 걸 확인하고 차를 타고 떠나려 하는데 그새 벌떡 일어나서 지도를 줍는 걸 보고 또 총질을 하게 된다. 그래서 두 사람은 총알을 피해 죽어라 도망가다가 물로 뛰어든다. 현상은 후에 사고에서 살아남은 홍중위에게 찾아가 혹시 이 상황을 윗선에 말했냐고 묻는다. 경황이 없어 말하지 못했다고 하자 그 말만 듣고 바로 총으로 쏴 죽여버린다.

 

물에 뛰어든 규남과 동혁은 정신을 잃게 되었고 규남이 눈을 떴을 땐 물가 위였다. 멀리서 동혁이 쭈그리고 앉아 조심히 다가왔는데 총 든 사람들에게 쫓기고 있었다. 결국 두 사람은 붙잡히게 되었는데 알고 보니 군인이 아니었고 약간 여성 게릴라 부대 같은 느낌의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유랑민이었다. 가만히 있다가는 죽을 것 같으니까 동혁이 여차여차해서 어디서 빠져나왔고 탈북하려고 하는 중이다라고 말을 한다. 그러자 유랑민 중 한 명이 누군가의 이름을 힘겹게 말한다. 알고 보니 동혁이 갇혀있던 곳에 유랑민 중 한 명의 동생이 있었던 것이다. 처음엔 누군지 기억을 못 하다가 더벅머리의 남자애가 있었고 누나가 보고 싶다 말했었다고 말해준다. 그 말을 들은 유랑민들은 동생이 살아서 다행이라며 구출하러 가겠다고 한다. 그렇게 그 유랑민들과 함께 잠깐 시간을 보내고 이동하려 하는데 지도를 보며 추적했던 현상이 증원을 요청해 부대원들을 그곳까지 보낸다.

 

코앞까지 추격을 해와서 위험한 찰나 규남과 동혁은 유랑민들이 들키지 않도록 일부러 총을 쏴서 군인들을 유인시킨다. 현상이 데려온 병력이 많았기 때문에 총알이 빗발쳤고 동혁이 다리에 총을 맞고 말았다. 이런 상황 중간에 현상이 쇼팽의 왈츠 10번을 차 안에서 듣는데 우민에게 전화가 와서 잠깐 대화를 한다. 우민은 현상이 듣던 왈츠를 듣더니 역시 러시아 때 일을 못 잊지 않았냐는 둥 약간 신경 쓰이는 얘기를 한다. 아마 둘은 러시아에서 같이 음악 공부를 했거나, 음악적으로 라이벌 같은 느낌으로 지내는 사이였는데 현상이 꿈인 피아노를 포기하고 보위부가 된 게 아닌가 싶다. 본의 아니게 꿈을 버리고 현실에 안주하게 된 것이 우민과의 만남을 통해 다시 한번 느껴졌던 것 같다. 우민은 그런 현상의 상황이 마음에 안 드는 것 같고. 그래서인지 그 통화 이후에 현상은 자신의 오른팔 느낌의 류대위를 엄청나게 패버린다. 이때 눈이 정말 돌아있었다. 아마 꿈을 포기한 자신의 현실에 분노했던 게 아닐까.

 

한편 동혁은 다리 부상으로 도망치기 힘들어졌는데 이걸 알고 유랑민이 일부러 총을 쏴서 군인들을 또 유인한다. 현상은 그 총알 소리가 규남의 총알 소리가 아닌 걸 알고 부하들에게 그쪽으로 가지 말라고 지시하지만 부하들은 현상의 말을 듣지 않았다. 덕분에 규남이 동혁을 부축하고 원래 있던 부대까지 돌아갈 수 있었다. 그런데 완전히 다 와서 동혁이 발을 헛디뎌 굴러떨어지는 바람에 부대 앞에 덩그러니 떨어져 버렸다. 이때 분명 부대에 있는 군인들이 동혁을 쳐다봤는데 어째서인지 딱히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동혁이 얼떨떨하게 있을 때 어느샌가 규남이 철모를 가지고 와서 동혁에게 씌워줬고 그냥 그 부대에 있던 군인인 척을 한다.

 

여기서 좀 개연성 엄청 떨어져 보였다. 다른 것도 그렇긴 했는데 여긴 너무 대놓고 탈주병이라는 게 보이는 상황에서 모두가 저렇게 모를 수가 있나 싶기도 하고 규남이 갑자기 다른 군인인 척 나타난 것도 그렇고. 동혁이 다리 부상도 심했는데 집합까지 가능한 상황인가 싶었다. 개인적으로는 현상이 집합시켜서 모두 모여있을 때 단상 위에서 동혁의 다리에서 떨어지는 피를 보고 현상한테 들키는 거 아닌가? 했는데 그런 것도 아니었고. 뭐, 이건 멀리 있었으니까 그럴 수 있다고 쳐도 다른 병사들이 동혁이 떨어졌을 때 상황을 모르는 건 좀 말이 안 됐다. 현상은 탈주병의 시체를 가져오는 사람은 영웅 취급을 해주겠다며 소리쳤고 그렇게 모두 규남과 동혁을 쫓게 되었다.

 

모두가 여기저기로 잡으러 갔을 때 규남과 동혁은 또다시 식당의 통로로 들어가 도망가기로 한다. 동혁이 다리 부상 때문에 위로 잘 못 올라가서 쿠당탕하고 식기가 떨어지는 소리가 나버리고 군인 한 명이 그 소리를 듣고 몰려오게 된다. 여러 명이 밀어붙이니 나무를 걸어놓은 문이 조금 있으면 열릴 상황이라 규남이 일부러 문 앞에 기름을 부어서 불을 내버리고 도망친다. 그렇게 또다시 철조망까지 도착하는데 동혁이 개구멍으로 나올 생각을 안 하고 무언가를 막 찾는다. 알고 보니 처음에 떨어트렸던 목걸이를 찾고 있던 거였다. 목걸이는 어머니에게 줄 선물이었던 것이다. 목걸이를 찾는데 시간이 너무 지체돼서 결국 동혁은 현상에게 총을 맞아 죽고 말았다. 동혁은 규남에게 꼭 탈북해서 어머니에게 선물을 전해달라 했기에 동혁의 목걸이를 쥐고 개구멍을 빠져나가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총알이 빗발치는 가운데 규남은 자신을 비추는 조명을 백발백중 수준으로 맞춰서 꺼트린다. 이 모습을 현상은 조준경으로 보고 있었는데 바로 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총을 쏘지 않고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규남의 간절함을 지켜본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총을 쏘긴 쏘는데 규남은 다행히 맞지 않았고 나침반이 맞았다. 원래 나침반으로 남쪽을 확인하고 계속 달려갔었기에 규남은 길을 잃게 된 상황이었다. 그러다 품속에 있던 라디오 수신기를 나침반 삼아 남한의 라디오 방송 주파수를 잡으면서 남쪽으로 향한다. 결국 규남은 지뢰밭까지 도달했지만 우려했던 대로 비가 많이 와서 지뢰가 빗물에 쓸려내려간 상황이었다. 힘들게 그린 지뢰밭 지도는 쓸모없게 되어버렸다. 하지만 이제 와서 뒤로 돌아갈 수 없는 규남은 앞으로 달려나갔다. 류대위가 도망가는 규남을 뒤쫓다 지뢰를 밟아 다리 하나가 날아가버린다. 대부분의 병사가 규남의 뒤를 쫓는 걸 포기하게 되었다. 규남은 지뢰밭을 죽어라 달렸고 다행히 지뢰가 터지는 일 없이 빠져나왔다. 심지어 목까지 오는 늪도 나뭇가지를 붙잡아 겨우 빠져나갔다. 이후 보통의 잔디밭(?) 같은 곳까지 내달리게 된다.

 

그러다 한국 군인들이 보여서 말을 걸려 하는데 지뢰를 밟아버렸네? 이런 급박한 상황에 현상이 쫓아와 총을 겨눈다. 현상은 자신도 뭐, 살고 싶어서 사는 게 아니고 그냥 사니까 사는 거라면서 남한이라고 지상낙원일 거 갔냐고, 그런 건 없다고 한다. 하지만 규남은 적어도 남한에서는 실패할 기회라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자신은 실패를 하기 위해 남한으로 가는 거라 한다. 자신의 손으로 도전하고 실패라도 하고 싶다고... 그러면서 규남이 발을 떼는데 지뢰가 불발이었다. 규남은 역시 시도해 보니 좋지 않냐며 현상도 하고 싶은 일을 하라면서, 피아노 얘기를 꺼낸다. 그러자 현상이 뭘 아냐면서 규남을 엄청나게 팬다. 규남도 가만히 있지 않았기에 현상을 떨쳐내고 도망가 귀순 전화기에 귀순을 희망한다고 말을 하는데 고장 난 건지 연락이 되지 않는다. 할 수 없이 터널로 들어가려 하는데 뒤에서 현상이 귀순 전화기를 총으로 쏴버린다.

 

그게 끝이 아니라 터널로 들어가는 규남의 허벅지에도 총을 쏴버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규남은 끝까지 남한으로 넘어갈 수 있는 선을 통과하기 위해 열심히 달려나간다. 선에 거의 다 와갔을 때 현상이 규남의 어깨에 총을 쏴서 결국 쓰러져 버린다. 그래도 규남은 포기하지 않고 손을 뻗어 경계선에 닿으려 한다. 그런 규남을 보며 현상은 총을 쏘길 망설인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규남을 보며 현상은 결국 총을 거두고 뒤이어 한국 군인들이 와서 귀순 희망자냐고 규남에게 질문한다. 규남은 귀순을 희망한다고 말했고 현상은 그대로 발길을 돌려 북한 쪽으로 가버린다. 한국 군인들이 규남의 팔을 한 짝씩 잡고 질질 끌고 가는데 뭔가 웃겨 보여서 웃긴 상황이 아닌데도 좀 웃어버렸다. 근데 나만 그런 게 아니고 다른 사람도 웃은 사람들이 있었다. 뭐, 뒤이어서 들것에 실려가긴 했지만. 어쨌든 그렇게 규남은 꿈에 그리던 탈북에 성공하게 되었다. 이후 현상이 규남이 갖고 있던 증거품 중 아문센 책을 펼쳐 보는데 거기엔 이런 문구가 쓰여있었다. '죽음이 아닌, 의미 없는 삶을 두려워 하라. - 피아노 형-'. 규남의 도전 정신을 불태우게 한 것 중 하나에 현상의 말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 책도 현상이 생일 선물로 준 것이었고...

 

1년 뒤, 규남은 착실히 한국에서의 생활에 적응하고 있었다. 동혁의 어머니를 찾아가 이미 목걸이도 전해준 것인지 목걸이도 하고 있었고 자주 교류를 한 것처럼 보였다. 군대 시절 동혁이의 얘기를 들려주자 웃음꽃이 피었다. 하지만 동혁이의 어머니와 여동생은 동혁이 산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규남은 차마 동혁이 한국으로 오다가 죽었다는 걸 말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후 규남이 듣는 이어폰에 배철수의 음악 캠프 라디오가 흘러나오고 아문센이란 닉네임의 제보자가 사는 게 힘들어도 실패도 하고 그렇게 살아갈 거라며 희망찬 내용을 보낸 게 나온다. 물론 이 제보자는 규남이었다. 라디오 방송을 다 듣고 나서 문자를 보니 청년창업대출 확정 문자가 와있었다. 규남은 신나하면서 다리를 걸어가고 영화는 끝이 났다.

 

아쉬운 점이 없는 영화는 아니었지만 영화 자체는 재밌게 봤다. 개연성에서 좀 더 보완이 되었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 줄거리 자체는 어떻게 보면 뻔하게 흘러갈 수밖에 없어서 결국 탈북을 하겠구나는 예상했지만 어떤 식으로 상황을 타파할 것인가를 보는 재미가 있었기 때문에 나쁘지 않았다. 단지 그 상황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대강 지나간다거나 뜬금없이 튀어나온다는 느낌을 드는 단체가 나오기도 해서 그게 아쉬웠다. 그리고 영화적 허용이라고는 해도 주인공 버프를 너무 많이 받아서 후반부가 더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게 된 것 같다. 하지만 규남이 자신이 선택하는 삶을 살 수 있는 남한으로 오게 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이라고 해서 무조건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스스로에게 선택권이 있는 자유가 존재한다는 게 얼마나 좋은 것인지 다시금 깨달을 수 있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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